프리즘 001 - 남창과 걸.레 par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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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소설의 내용은 허구(픽션)이며,
특정 실존 인물 및 단체와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프리즘(Prism)>>>
[Chapter : 남창과 걸.레]
(1)
‘딩--- 동----‘
“헉… 헉헉… 아이고 죽겠다~”
자전거로 40분을 전력 질주하여 달려온 건래는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양쪽 무릎을 짚은 채로 헉헉대며 숨을 고르고 있다. 작은 빌라 건물 5층 문 앞의 초인종을 눌렀지만 반응이 없어, 헉헉대며 잠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오랜 세월 여러 가지로 단련되어 온 몸인데도, 몸 전체는 물론이고 얼굴까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지금 단지 몸이 힘들기 때문만이 아니라, 심적으로도 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 심하게 땀이 나는 것 같다.
‘딩--- 동딩--- 동---‘
“저 저기… 우람찬아???”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1층 공동 현관에서 5층을 호출했을 때 거의 곧바로 문이 열려서 건물로 들어온 것이니, 5층 집 내부에는 분명 우람찬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5층 현관문을 열어 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딩--- 동딩--- 동딩--- 동딩--- 동---‘
여전히 열리지 않는다.
‘딩--- 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
“똥싸냐??? 어~이!!!! 우람ㅊ.. 으아악!!!!”
<쾅!!!>
현관문이 갑자기 확 하고 열리면서, 현관문 바로 앞에 서 있던 건래의 머리통이 문과 쾅 하고 부딪힌 것이다. 현관문에 달린 작은 유리 구멍에 눈을 갖다 대고 안을 들여다 보려던 건래는, 문에 부딪힌 충격의 여파로 뒷걸음질을 치다가, 발이 꼬여 그만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5층 집 안에서 문을 열고 나오던 람찬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뒤로 쓰러지는 건래를 보고 놀라, 급히 달려 나와 꿇어 앉은 자세로 건래의 상체를 안아 일으켰다.
“이.. 이봐!! 괜찮아??”
“아야야…”
람찬의 품 안에 안긴 건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눈을 감고 있다. 람찬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런 건래의 머리통을 거칠게 감싸 쥔 채로 이리 저리 돌려 보고 만져 본다. 다행히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하긴, 저런 튼실한 몸이 이 정도 일로 다친다는 것이 더 놀라운 일일 것이다.
“아야야… 아이고 나 죽네…”
건래는 아직도 눈을 찌푸린 채로 인상을 쓰고 있다. 그러나, 아파 죽겠다는 그 표정 어딘가에서 왜인지 모를 발연기의 기운이 묻어 나오고 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건래를 내려다보던 람찬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싹 하고 굳는다.
<쿵!!!>
“으악!!!”
꿇어 앉은 채로 건래의 상체를 안아 일으켰던 람찬이 순간적으로 양 손을 놓은 것이다. 방심한 채로 람찬의 품 안에 안겨 있던 건래의 상체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지며, 그 와중에 건래의 머리통이 바닥에 가볍게 쿵 하고 찍혔다.
“아야야!!! 야 인마 우람찬이!!!!”
오른손으로 뒤통수를 감싸 쥐고 왼손으로 바닥을 짚어 상체를 일으켜 세운 건래가 분한 표정으로 람찬을 올려다본다. 람찬은 일어선 채로 양 손을 박수 치듯 탁탁 마주 털다가 건래와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건래에게 묻는다.
“지금 뭐라고?”
람찬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해 있다. 그런 람찬의 눈빛을 본 건래가 순식간에 겁에 질린 표정이 된다. 람찬은 계속해서 건래를 몰아세운다.
“뭐, '야 인마'~~~?????”
“아… 아니… 그건 저기….”
“뭐, '우람찬이'~~~~~~~??????”
“히이익!!!!”
음산하기 짝이 없는 람찬의 표정과 말투에 압도된 건래는, 순식간에 몸을 벌떡 일으켜 세우더니, 무릎을 퍽 하고 꿇는다.
“자자.. 잘못했어!!!”
허둥지둥 사과하는 것도 모자라, 양 손을 무릎 앞에 모으고 이마까지 땅에 조아려 절을 한다. 팔짱을 끼고 미간을 찌푸린 채로 그런 건래를 내려다보던 람찬은 하아 하며 짧은 한숨을 내뱉는다. 그리고는 딱딱한 느낌의 네모난 검은 뿔테 안경을 벗어서 자신의 왼쪽 가슴 셔츠 포켓에 꽂고, 적당하게 이마 위로 흘러 내렸던 짙고 두꺼운 머리칼을 이마 뒤로 쓸어 넘긴다. 단정하고 참한 샐러리맨 같던 람찬의 인상이 순식간에 야쿠자 두목처럼 날카로워졌다.
건래는 아직도 머리를 땅에 조아리고 있다. 그런 건래 옆에 람찬은, 두 다리를 쩍 벌리고 양아치같은 자세로 앉는다. 그리고는, 땅바닥에 엎드려 있는 건래의 목 뒷덜미를 잡고 확 일으켜 세운다.
“건래야?”
“히이익..!!”
갑자기 일으켜 세워져 람찬과 강제로 눈이 마주친 건래는, 살인마같은 람찬의 눈을 보자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우리 어젯밤 얘기 잘 끝냈지 않아?”
“그.. 그… 그럼… 얘기 잘했지…”
“…그런데 왜 자꾸 이럴까~~아아??,
어!!!!!!??????????!!!!!!!!!!”
음산하게 조용히 읊조리던 람찬이 갑자기 고함을 뻑 하고 지른다. 건래는 히이익 하고 기겁을 하며 목을 잔뜩 웅크린 채로 후다닥 뒷걸음질을 치다가 벽에 등을 부딪힌다. 어젯밤 람찬과 나눴던 얘기들을 잽싸게 떠올려 보려 한다. 그러나 어제 워낙 많은 얘기들이 오갔기 때문에, 이거다 하고 딱 짚이는 부분이 없다. 게다가 어제는 하루 종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고, 밤 늦게 완전히 녹초가 되어 돌아와 바로 뻗은 후,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급하게 자전거로 달려온 것이다. 그래서 결국 어제 주고 받은 많은 얘기들을 머릿속으로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것인데, 지금 이 분위기에서 그런 것을 티를 냈다가는 잘못하면 맞아 죽게 생겼다.
벽을 등지고 벽에 붙어 앉은 채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는 건래에게, 람찬이 건들거리며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건래의 뒤통수를 마치 와인 잔처럼 감아 쥔 채로 이리 저리 돌리며 무섭게 노려보던 람찬은, 왼 손목에 있는 시계를 문득 보게 된다.
“흠.. 시간이 벌써…”
건래의 뒤통수에서 손을 빼고는, 람찬은 포켓에 꽂아 둔 안경을 다시 꺼내 쓴다. 그리고는 양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선 채로 허리만 앞으로 굽혀 내려다보며, 아직도 벽을 등지고 앉은 채로 떨고 있는 건래에게 외친다.
“이제부터는 존댓말 쓰기로 했었지?”
(!!!!!!!!!!!!!!!!!!!!!!!!)
람찬의 말을 들은 건래의 눈이 휘둥그래진다. 듣고 보니 어제 뭔가 그런 얘기도 했던 것 같다. 워낙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얘기해서 잊고 있었는데, 듣고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다.
람찬은 충격에 빠진 건래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운다. 카키색 반바지를 입고 온 건래의 무릎과 엉덩이에 먼지가 묻어 있는 것을 본 람찬은, 건래의 무릎과 엉덩이를 탁탁 털어주며 말한다.
“자 이제, 불러봐”
“…뭐, 뭐를…?”
건래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람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고 이마의 핏줄들이 확 하고 튀어나온다. 건래는 또다시 히이익 하고 놀라며 잽싸게 말을 잇는다.
“뭐를….. (요)…….?”
부끄러움 그리고 비참함으로 빨개진 얼굴이 되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간신히 ‘요’를 붙여 말한다. 그걸 들은 람찬의 이마 핏줄들이 빠른 속도로 제 자리로 복귀하며, 람찬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래, 하면 할 수 있잖아?”
빨개진 얼굴로 이를 악물고 있는 건래를 보며, 람찬의 입 꼬리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자 이제 어서 불러봐”
람찬은 유치원생 손주들의 재롱을 구경하러 온 할아버지 같은 표정으로 건래를 계속해서 다그친다. 그러나 건래는 아직도 모르겠는 것이다. 뭘 불러보라는 거지? 그런 건래의 표정을 읽은 람찬은 또 다시 짧은 한숨을 쉰 후, 건래에게 답을 알려 준다.
“형이라고 부르란 말이다”
(!!!!!!!!!!!!!!!!!!!!!!!!!!!!!!!!!!!!!!!!!!!!!!!!!!!!!!!!!!!!!!!!!!!!!!!!)
건래는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 맞다!! 이제 제대로 생각이 난 것이다. 어제 자신이 람찬의 발에 매달려 파리처럼 싹싹 빌며 뭐든 다 하겠다고 했을 때, 람찬이 제시했던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었다. 람찬에게 차이고 싶지 않아서,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다 하겠다고 대답한 것이 누구였던가? 바로 건래 자기 자신이었다. 그 여러 가지 조건들 중 하나가, 이제부터 람찬은 건래의 형님이며, 건래는 람찬을 형이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빨리 부르지 않고 뭐해!!”
“……”
“……”
“……”
건래는 땅만 쳐다보며, 빨개진 얼굴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신이 나서 건래를 다그치던 람찬은 그런 건래를 바라보다가 표정이 천천히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이제 잠시동안 두 사람 모두 아무 말이 없다. 람찬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는 것을 깨달은 건래가 문득 고개를 들어 람찬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허억 하고 놀란다. 람찬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저.. 저기…”
건래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람찬의 눈가로 가져가려 한다. 그러자, 람찬이 그런 건래의 손을 탁 하고 쳐내며 말한다.
“역시, 말 뿐이었구나”
“!!!!!!!!!!!!!!!!!”
“뭐든 하겠다더니, 역시 말 뿐이었어”
“아, 아니야, 아니야요!! 아니요!!!”
말이 꼬인 건래가 허둥대며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람찬이 몸을 돌려 현관 문을 잡는다. 갑자기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람찬을 보며 건래는 당황한다.
람찬은 집 안으로 들어가며 나지막하게 말한다.
“그 동안 즐거웠다, 왕건래”
“허억!!!!!!!!!!!!!!!”
“행복하게 살아라”
“으아아악!!!!!! 혀, 혀혀혀혛, 혀형!!!!!!!!”
닫히려는 현관 문틈으로 급하게 오른 발을 차 넣은 건래가 다급하게 외친다. 철문과 돌벽 사이에 낀 오른발이 제법 아프지만, 지금은 그런 거 생각할 때가 아니다. 닫히려는 현관 철문을 필사적으로 붙잡고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속사포처럼 외친다.
“형!!! 형형형!!! 형형형형형!!! 형형형형형형형형….”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람찬이 건래를 화악 하고 집 안으로 잡아끈다. 집 안으로 끌어 당겨진 건래의 등 뒤로 현관 문이 쾅 하고 닫힌다. 오른 쪽 발을 앞으로 내딛은 채로 상체가 확 끌어당겨진 건래의 입술 위로 람찬의 입술이 거칠게 포개진다.
“우읍….. 푸우웁...”
람찬이 갑작스럽게 건래의 입술을 탐하는 통에, 건래는 호흡 곤란이 왔다. 람찬이 지금 건래에게 퍼붓고 있는 행위는, 키스라기보다는 뭐랄까? 오랜 세월 굶주린 아귀가 수천년만에 처음 접한 제물을 게걸스럽게 탐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다물고 있는 건래의 입술 위로, 람찬의 격렬한 입술과 혀가 쉴새 없이 뒤덮이고 있다.
건래는 점점 더 숨이 막혀 온다. 지금 갑자기 펼쳐지고 있는 이 상황은 건래 입장에서는 섹스라고 느낄 수도 없이 강압적이다. 평소였다면, 숨 막힌다고 밀쳐내며 자연스럽게 물러나면 될 일인데, 지금 자신은 대역죄인의 입장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지금은 뭐든 최대한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이 외치고 있다.
숨이 막혀 얼굴이 다시 빨개진 건래의 하체로 람찬의 우악스러운 양 손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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