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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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서 (백두 마운틴)을 운영할 때 매번 늦은 시간에 오는 손님이 있었다. 키가 커서 좀 싱겁게 보인다고 해야 할까? 그런대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올 때마다 차를 주변에 주차하고 와서 무알코올 맥주를 마셨다. 덕분에 영민도 술을 안 마시고 무알코올 맥주를 같이 마셨는데 가끔 이런 손님 때문에 술을 덜 마시는 것이다.
어느 날 인가, 우연히 영민의 가게에 들렀다가 단골이 되었었다. 처음에는 별말이 없이 무뚝뚝하던 그가 이제는 제법 농담까지 하며 이런저런 얘기까지 풀어 놓곤 했다. 무슨 일하는지 물어도 알려 주지 않더니 어느 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말해 주었다.
부산 시내에 있는 백화점에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가 몰고 오는 차는 수입차 중에서도 제법 값나가는 차였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평소 대화 속에서 경제적으로 풍족함이 묻어 있었다. 그래서 인가 돈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부산에서 거제로 바다낚시를 자주 즐기러 온다고 했는데 가끔 직접 차를 몰고 왔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오로지 행복한 삶뿐이었다. 그는 먼 미래까지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여러 번 말했었다. 그만큼 경제력에 있어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같이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다 보면 어떤 때에는 영민이 더 마시는 경우도 있었다.
그는 언제나 편하게 마음껏 마시라고 했다. 그래서 영민도 다른 손님들보다 더 편하게 그를 대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다른 손님들과 달리 오히려 쉽게 다가가질 못했었다. 어느새 인가 영민은 그를 은근히 마음에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만 그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표정이나 가게를 찾아주는 충성도를 보면 그도 영민에게 관심이 있는 게 확신했다. 아니, 분명히 영민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런 날들이 얼마나 지나고 있던 어느 늦은 밤, 영훈을 먼저 보내고 마감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뜻밖에 그가 또 혼자 찾아왔었다.
그날도 늦게 서야 혼자서 가게를 찾아왔다. 가게 운영에 있어, 동생 영훈이 좀 일찍 나와서 청소하며 오픈을 하면 영업 마무리는 영민이 혼자서 하곤 했다. 마침 다른 테이블에 손님이 막 일어서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여느 때처럼 기다려주었다. 둘은 평소처럼 역시 무알코올 맥주를 마셨는데 그날따라 분위기가 이상하게 야릇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시간은 새벽 2시를 향해 가고 있었고...
차츰 영민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갑자기 위스키를 마시자고 했다. 오늘은 왠지 취하고 싶다면서... 영민이 양주 세팅하려고 하는데 그가 온더록스 잔만 가지고 오라고 했다. 온더록스 잔에 위스키를 반이나 따르고 둘은 건배했다. 온더록스 잔에 얼음도 넣지 않고 가득 채운 위스키를 원샷을 한 것이다.
그러자 그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영민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영민은 놀라듯이 살짝 피하며 상대가 어색하지 않게 웃으면서 왜 이러냐고 그랬다. 사실, 영민의 눈도 뜨겁게 이글거리며 그를 원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도 촉촉이 젖어 있는 것을 영민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행여나 누가 들어 올까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그제야 영민은 정신이 들어 그를 안심 시키기 위해 가게 현관문을 잠갔다. 1층이라 주변에서 보일지도 몰라 조명을 최대한 낮추며 블라인드를 내렸다. 그러자 그가 영민에게로 다가왔다. 그가 영민을 가만히 끌어안고, 둘은 그냥 그렇게 꼭 안은 채로 얼마간 있었다. 그리고 다시 가볍게 입맞춤했다. 그는 수줍은 듯 눈을 감고 있었고 영민은 그런 그를 쳐다보며 그의 아랫도리 쪽으로 손을 내려갔다.
그가 잠시 몸을 뒤로 뺐다. 놀랍게도 그의 것은 이미 발기 해 있었다. 그러자 그도 영민의 앞섶에 손을 갖다 댔다. 마치 둘은 어린아이가 맛있는 음식을 아껴 먹듯이 가볍게 스킨쉽 만 하며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몇 개월간 고객과 주인으로 대면하다 갑자기 뜨거운 분위기로 진도를 나가려니 무지 신경이 쓰였다. 아마 그도 영민과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둘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그렇게 서로의 몸을 쓰다듬다가 다시 안았다. 그러자 그가 나지막이 귓가에 대고 말했다.
- 호텔로 갈까요...?
- ... ( 영민은 잠시 망설여졌다) 호텔요...?
- 아! 부담은 갖지 마시고요...!
- ……
- 사장님...! 내가 싫으세요...?
-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 역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군요...
새삼스럽게 그의 앞에서 영민은 밀당을 하고 있었다. 아니, 마음은 바로 가고 싶은데 왠지 술장사하는 자신이 너무 쉽게 비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가 그냥 하룻밤 엔조이 상대였다면 영민이 먼저 대시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민은 그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적극적인 행동에 오히려 영민이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망설이고 있는 영민의 결정을 기다리다 어색했는지 계산하려고 카드를 꺼내주었고 영민은 말없이 계산하고 카드를 돌려주었다.
갑자기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뜨거웠던 분위기가, 갑자기 영민의 불투명한 행동으로 인하여 어색해진 것이다. 둘은 서로 바라보기가 좀 어색해 서로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차라리 그가 돈이 많지 않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민의 자격지심이었는지 몰라도 그때는 그랬었다. 지금 같이 호텔에 가게 되면 자신은 팔려 가는 처지였을 거라고...
그렇게 그는 홀연히 떠나고 어둠 속에 혼자 남은 영민은 늦은 밤 불 꺼진 가게 안에서 취해 있었다. 아쉬움과 미련과 후회가 뒤늦게 밀려왔다. 블라인드 사이로 스며든 달빛은 영민의 주변에 머물러 아쉬워하는 영민의 마음을 살며시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영민은 남은 위스키 한 모금을 마시며 쓰라린 가슴을 달랬다.
영민이 거제도를 떠날 때는 동생 영훈을 혼자 두고 떠났었다. 영훈은 그곳에서 알게 된 *최미영이라는 아가씨를 만나서 사귀고 있었다. 그러잖아도 언제까지 영훈과 함께 있을 수는 없었기에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영훈도 거제도에 정이 들어 계속 머물겠다고 했었기에 마무리는 잘 된 것이다. 후에 둘은 결혼하여 아직도 거제도에서 살고 있다.
구미에서 6년간의 세월을 접고 영민은 서울로 다시 올라가기로 애인과 합의했다. 이쪽을 상대로 하는 가게(원샷바)를 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애인이 반대를 좀 했었지만 영민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전국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때를 기다렸었지만 6개월 정도를 쉬고 있었더니 몸이 근질근질했다. 더 이상 쉴 수가 없었다.
연초부터 종로 3가에 가게를 알아보러 다녔었다. 가게 후보지가 몇 군데 있었지만 썩 맘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이것저것 다 맞추려니 쉽지 않았다. 예상했던 일이었고... 그런데 그것마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가게 매물이 하나씩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그러자 영민의 마음은 더 조급해졌다.
작은 소주방이라도 할까 생각했었으나, 가게가 마땅치 않아 하는 수 없어 지하에 있는 가게로 결정하고 말았다. 가게를 인수한 후 인테리어를 생략하고 청소나 깨끗하게 해서 오픈을 하려고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파고들수록 가게가 엉망이었다.
어쩔 수 없이 손을 대었는데 자꾸만 일이 커져 버리고 말았다. 결국 이십여 일을 가게 보수 공사와 부분 인테리어 작업으로 소진하고 말았다. 비용도 예상 금액의 세 배나 들어갔었다. 인테리어 작업이 계속 딜레이되는 바람에 처음 잡은 오픈 날짜를 두 번이나 늦추고 말았다.
그래도 가게는 제대로 정리가 되질 않았고, 어쩔 수 없어 친한 지인 몇 분을 모시고 임시 오픈을 했다. 직원을 구하려고 나름 수소문했으나 그마저도 제대로 연결이 되질 않아 애까지 먹었었다.
기본 안주 등 물품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하고 멀리서 오신 지인 몇 팀을 받았으니… 생각할수록 당시 오신 분들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하지만 그때는 영민도 어쩔 수가 없었다. 오픈 날짜를 자꾸 미루다 보니 다들 멀리서 오시느라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도 가게는 조금씩 예쁘게 꾸며져 갔다. 영업하면서 이것저것 소품도 챙기고 하다 보니 나름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 되었다. 하지만 이 바닥에 대부분 그렇듯이 인맥이 중요하다고 주변에서 말을 했다. 이반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오픈을 하고 하루하루 지나면서 매출이 정말이지 입에 담기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이 가게가 아니라 종로 3가 가게 부근의 롯데리아다. 첫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기에 지하철이 올 때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영업을 새벽 5시까지 했었으나 두 달을 넘게 해보니 너무 손님이 없었다. 계속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8월부터 새벽 3시까지 문을 열고 두 시간여를 이곳에서 이렇게 보내고 있다.
서울 가게를 오픈하고 한 달 후, IMF가 찾아 와 대한민국이 난리가 아니었다. 경제가 엉망이 된 것이다. 2년간 고생만 하고 돈은 다 까먹고 그렇게 다시 거제도로 리턴을 해서 가게를 할 때였다. 이때는 온라인으로 채팅을 왕성하게 하는 시기였다.
가게를 하면서 채팅을 했었는데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오마이러브 라는 사이트였다. 이곳에는 이반만이 모이는 지역이 있었다. 그 시기에 그렇게 가게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비록 온라인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았으나 같은 사람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으며 수다를 떠는 그 시간이 나름 재밌었고 좋았었다. 운이 좋으면 멀리 거제도까지 찾아오기도 했었다. 물론, 영민이 서울로 갈 때도 있었다. 동생 영훈은 영민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영민은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 시즌이면 한 달에 한두 번은 서울까지 1박 2일 스케줄을 잡아 잠실로 야구를 보러 갔었다. 가게를 영훈에게 맡기고 혼자서 가는 것이다. 다행인지 몰라도 영훈은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럴 때면 종로에 한 번씩 나가곤 했다. 그렇게 겸사겸사 온라인으로 아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그렇게 채팅하면서 알고 지내는 용정이라는 동생이 있었다. 하는 일이 특수해서 그런지 엄청나게 조심하는 스타일이었다. 자신의 이름도 끝까지 알려 주지 않을 정도였다. 둘은 인사동에 있는 콩다방에서 만나 차를 마시고 점심을 함께 먹으러 갔다. 주말이었기에 영민이 시간을 많이 낼 수가 없었다.
주말 야구는 평소보다 더 일찍 시작하기에 점심을 먹기 바쁘게 야구장으로 향해야 했다. 용정과 그렇게 식사만 하고 헤어지는 것이 못 내 아쉬웠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양해를 구하고 둘은 그렇게 헤어졌었다. 그리고 어찌 된 건지 용정과는 그것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은 시간이 지나 영민이 다시 서울로 올라와 종로에서 가게 (얼라이브)를 오픈하고 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 우연히 가게에 그가 온 것이다. 용정도 영민을 몰랐었고, 들어올 때만 해도 영민 역시 전혀 몰랐었다.
하지만 영민이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자 갑자기 생각이 난 듯 어디서 보았다고 자꾸만 말을 하는 것이다. 가만히 보니 영민도 상대의 얼굴이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봤는지 서로가 빨리 기억이 나지 않았고 술을 마시는 내내, 그는 자꾸만 잊혔던 기억을 꺼내려고 애를 썼다.
영민은 그냥 어디선가 지나치면서 보았나 생각하고 대수롭잖게 생각했다. 그렇게 술을 같이 마시다가 술자리가 끝날 시간이 되어 우연히 거제도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그러자 그의 눈이 반짝 빛났다.
- 사장님, 혹시 예전에 채팅하셨어요...?
- 채팅...? 했죠...! 내가 한때는 온라인에선 유명인이었어요! 허허허...!
- 혹시?... 닉이 (동자)라고 모르세요? 아님 (용정)이라고?
- 동자는 모르겠는데...? 가… 가만, 용정이라고? 용정...? 알지! 아...! 맞다...!
영민은 손뼉을 쳤다. 그제야 미스터리가 풀렸다.
- 맞아. 용정이라고 하니 내가 기억이 난다. 우리 서울에서 만났었잖아! 커피도 마시고 점심도 먹고 했잖아! 그때는 네가 안경을 썼었는데? 맞지...?
- 네, 맞아요!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그러게 사장님 사투리를 들으니 분명히 어디선가 보았었는데...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네요! 제가 최근에 살을 많이 뺐거든요...!
- 아니, 지금도 좀 통 한데 더 쪘단 말이야...?
- 네. 한 15킬로그램 뺐어요! 앞으로 5킬로그램 정도 더 빼려고요...!
- 와, 정말 세상이 좁다! 어찌 또 이렇게 보냐? 근데, 너 정말 눈썰미 좋구나. 어찌 날 알아봤어? 사실 난, 네가 날 어디선가 봤다고 해도 그냥 그러려니 생각했었거든….
- ㅎㅎ... 제가 한 눈썰미 하죠! 이곳에 와서 형님 보고 목소릴 들으니 그냥 본 사람이 아닌 거 같더라고요...!
- 용정아. 아무튼 정말 반갑다! 이렇게 살아 있으니 보게 되는구나...!
용정과 함께 온 일행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도 참 신기하다는 듯이 둘을 번갈아 보았다. 영민과 용정은 뜻밖의 재회에 기분이 좋아져서 벌써 끝날 술자리를 다시 이어갔다. 그리고 나가서 2차를 더하기로 했다. 마침 가게 문을 닫을 시간도 됐고 해서 다 함께 일어났다. 이래서 사람은 나쁜 짓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되니까...!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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