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서 만난 남자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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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시점]
은호가 사진 속 승준이 형을 가리키며 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데 순간 당황했지만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아 형이 출장 첫날에 너한테 이야기 했었지. 소매치기 당했다던 한국 사람. 그 사람이야.. (잠시 생각하다) 그 사람이 다행히 물건을 찾게 돼서 고맙다고 괜찮으면 밥 한번 먹자며 연락이 왔길래. 그리고 안 그래도 저 나이키 옷, 내 옷이랑 똑같아서 나도 보자마자 엄청 놀랬지 뭐야. (괜스레 웃으며)"
근데, 승준이 형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왜 또 난 은호에게 거짓말을 해버린걸까.
출장 중에 태균이 말을 듣고 은호가 왜 나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 계속 은호를 의심하고 또 의심했던 내가 반대로 아무렇지 않게 은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사진 찍힌 날짜랑 시간 보니까 형 그날 야키니쿠 집이라고 했을 때 우리 문자 하던 그 때 같은데.. 근데 형 그 때 혼자라고 하지 않았어?"
"어어...(순간 날카로운 은호의 질문에 당황하며) 혼자였지. 근데 너랑 문자 하고 나서 혼자서 먹고 있는 도중에 밥 먹자는 연락이 와서.. 내가 방금 막 먹기 시작했는데, 혹 같이 먹으려면 그 사람보고 신주쿠로 넘어오라고 한거야~~ 시부야가 신주쿠에서 생각보다 엄청 가깝거든~"
"그래....? (의심의 눈초리로 날 한번 쳐다보다가 잠시 뜸을 들이곤) 하여간 형 오지랖은 알아줘야해. 자(휴대폰을 내게 건네며)"
"벌써 .. 다 본거야???"
이를 어쩌지.. 오다이바에서 같이 찍은 사진들도..꽤 있고..건담 포즈로 찍은 형의 독사진도 몇 장 있는데...
그 사진을 보면 누구라도 단 둘이서 여행이라도 갔냐는 물음이 나올 정도로 딱 오해하기 뻔한 사진들 뿐이었다.
"아니. 형이 폰 달라매...."
"어어... 내 정신 좀 봐. 한국왔다고 부모님한테 아직 연락도 안 드렸지 뭐야.."
"....어휴...김준우. 나보고 맨날 부모님한테 전화 안하냐 잔소리 하더니. 나보다 더해요. 얼른 전화나 문자드려."
"응.."
"(하품을 하며) 아..갑자기 나도 피곤하네. 사진은 나중에 보자. 나 뭐 할거 있어서 거실에서 컴퓨터 좀 하다가 잘게. 형 먼저 들어가 자~"
"응 피곤할텐데 얼른 하구 자~~~"
다행히 은호가 그 사진 말고는 다른 사진은 못 본 것 같았다. 난 가슴을 쓸어내리곤 안방으로 들어가 도쿄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모두 클라우드로 옮겨 놓고는 사진함에서 형이 나왔다거나, 두 명으로 오해할 수 있는 사진들은 모두 지워버렸다.
근데 문득 사진을 모두 지우고 나서야 내가 왜 이렇게 까지 하는지에 대해 한번 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 자꾸 감추려고 하는거지'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되잖아. 넌 그 사람에게 아직 감정도 없으면서 도대체 뭐가 걸리길래 이렇게 까지 숨기려고 하는거야'
이해되지 않는 나의 행동에 내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은호에게 혹시나 다른남자가 있는건 아닌지, 지금 나보다 누군가를 더 좋아하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에 의심을 더하고 있으면서 정작 내가 은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정표 없는 거리를 꼭 헤매이는 사람처럼 방황하고 있었다.
며칠 후
출장 다녀와서 보고서 작성 및 연일 이어지는 회의 속에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도중 문자 진동이 울렸다.
은호 인가 싶어서 급히 확인하는데 은호가 아닌 승준이 형이었다.
[준우씨~ 잘 지내고 계시죠? 화요일인데도 아무런 문자가 없어서.. 제가 먼저 연락을 보내봅니다. 얼른 계좌번호랑 금액 보내주세요]
너무 바빠서 그에게 차마 답장을 바로 하지 못한 채로 미루고만 있었는데 오후 늦게 ‘딩동’ 하며 문자 하나가 들어오더니
[신승준 님께서 봉투를 보내셨습니다]
라는 문자가 왔길래 봉투를 클릭해보니 45만원 이라는 금액이 찍혀있었다.
‘헐?’
난 놀란 나머지
형에게 이게 뭐냐며 문자를 보내려는데
봉투에 이어서 긴 장문의 문자가 올라왔다.
[청구 하신다더니 왜 청구를 안해요 준우씨. 제가 쓴거랑 그리고 같이 쓴거는 1/N 하기로 했잖아요. 우리가 묵었던 비즈니스 호텔 알아보니 1박에 10만원정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3밤 잤으니 1/2 하면 15만원에, 술값 식사값 교통비 속옷값 이것도 1/N 해서 조금 넉넉하게 계산하면 20만원 정도 될 것 같고..
그리고 마지막날 인천공항에서 빌려주신 5만원. 그리고 나머지 5만원은 정말 부족하겠지만 저 도와주신거 고맙고 감사해서 사례금 명목이에요. 그래서 총 45만원 봉투로 보내봅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만나서 제가 식사 대접 꼭 하게 해주세요.]
[김준우님이 봉투받기를 거절하셨습니다]
[어랏 ? 준우씨!!! 왜 거절하세요?]
[승준형! ..말은 그렇게 했어도, 사실 형도 아시다시피 호텔비는 모두 회사 법인카드로 예약 했던거고, 출장기간 동안 식사비도 모두 회사에서 비용처리 가능한거라 따로 주지 않으셔도 되는 돈이에요. 그리고 신주쿠에서 고기 먹은거는 제가 형 붙잡아서 같이 먹자고 한거니 이건 제가 사는 걸로 할게요. 음 정리를 다시 하면...]
[목요일에 만엔드렸는데 하루종일 2천 5백엔 정도 쓰셨으니 2만 5천원 정도 잡고, 수요일에 식사비, 교통비 1/N 하면 4만원 정도에, 그날 밤 신주쿠에서 먹은 술 값이 조금 마니 나오긴 했더라구요. 18,500엔이나 나왔던데 우리 그날 술 엄청 먹긴 했네요. 이거 그냥 9만원으로 잡고,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빌려드렸던 5만원까지. 이렇게 계산해서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형 물건 찾지도 못했는데 염치도 없이 어떻게 사례금을 받습니까. 사례금은 거절하겠습니다. 계좌번호 보내면 형 고집대로 큰 금액 보낼까봐 지금처럼 그냥 봉투로 보내주세요~. 음.. 깔끔하게 딱 20만원만 보내주시면 될 것 같아요. 20만원이요~ 제가 말씀 드린 대로 안주시면 저 계속 거절하기 누릅니다!!! ]
[네? 20만원이요?? 그건 너무 적은것 같은데;; 그래도 혼자서 편하게 쉬실 수 있었을텐데, 저 때문에 괜히 두 명이서 지내느라 불편하셨잖아요..식사도 1인이 아닌 2인으로 먹은거고...]
[적은거 아닌데;; 숙박비 제외하고는 다 청구하는거에요 형 ㅎㅎ 뭐 금액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아니고, 2인으로 먹은 건 거래처 사람이랑 먹은걸로 해서 처리 다 가능하니까..그러니 제가 말씀드린 이십만원만 보내주시면 돼요. 이십만원 아니면 전부 거절합니다. 혹시나 고집부리시고 이십만원보다 더 보내시면 저 형 안봅니다!! ]
[신승준 님께서 봉투를 보내셨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일단 20만원만 보냅니다. 그럼 우리 이번 주말에 한번 만나요. 제가 근사한 뷔페 쏠께요.]
[뭐가 그렇게 급하세요 형. 그리고 밥은.. 나중에 천천히 먹어요 형.]
[저에게도 성의 표시를 할 기회를 주세요 준우씨. 아 그럼 이거부터 일단 받으세요. 이건 절대 거절하시면 안돼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5매 교환권 도착*
[스벅 커피인데 일 하시면서 카페인 충전 하셔요. 이거 거절 하시면 저 준우씨 안 봅니다.]
[어라!? 뭐 하면 안 본다는 말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이렇게 바로 따라하기 있으십니까? ㅎㅎㅎ 근데 1매만 보내시지. 뭘 5매 씩이나.. 이건 그럼 받아 두겠습니다!! 감사히 잘 마실께요 형!! 그리고 조만간 날 한번 잡아요! 아 그리고 우리 휴대폰으로 사진 찍었던거 보내드릴게요. 50장은 족히 될 것 같아요~~!!!]
[헐.. 그렇게나 많아요?]
[이게 다 추억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도쿄에서 형과 함께한 사진들을 전부 전송하는데 다시금 시부야에서 처음 형을 만났던 일부터 도쿄에서 형과 함께 숙박하며 지냈던 일들이 머릿속에 그림처럼 펼쳐졌다.
그나저나 어찌나 할 일이 쌓였는지.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을 하고 있었고 밤 8시 30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지잉~~~~~~~~~~~~~’
울리는 진동소리에 확인해보니
[형. 어디야? 아직 저녁 안 먹었지? 오랜만에 밖에서 외식이나 할까?]
은호였다.
[미안, 출장 갔다와서 그런가 일이 좀 쌓여서, 많이 바쁘네. 오늘도 10시 30분은 넘어야 들어갈 것 같은데!?]
[그렇구나. 난 이제 퇴근하는 중이야.]
[아 벌써 8시 30분이네!? 그래. 고생했다~ 들어가서 먼저 밥 먹고 쉬어~. 형이 들어가는 길에 뭐 치킨이라도 사갈까?]
[아냐. 형도 없는데 나 그럼 남석이랑 밖에서 밥 먹고 들어갈게]
[그럴래~? 미안]
[아 그리고 형! 조금 전에 오십만원 보냈어. 늦어서 미안]
[아 알림도 못봤네. 아니야~~~ 보내줘서 고마워~~~ 밖에서 밥 맛있게 먹고~ 이따 집에서 보자.]
[최은호 시점]
퇴근 10분 전.
오늘 급여일이라 형에게 50만원을 보내곤, 오랜만에 밖에서 형이랑 저녁이나 먹을까 해서 문자를 보냈다.
[형. 어디야? 아직 저녁 안 먹었지? 오랜만에 밖에서 외식이나 할까?]
[미안, 출장 갔다와서 그런가 일이 좀 쌓여서, 많이 바쁘네. 오늘도 10시 30분은 넘어야 들어갈 것 같은데!?]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오늘도 야근..
[그렇구나. 난 이제 퇴근하는 중이야.]
[아 벌써 8시 30분이구나. 그래. 고생했다~ 들어가서 먼저 밥 먹고 쉬고 있어~ 형이 들어가는 길에 뭐 치킨이라도 사갈까?]
[아냐. 형도 없는데 나 그럼 남석이랑 밖에서 밥 먹고 들어갈게]
남석이도 오늘은 여자친구와 약속이 없다고 해서 퇴근 후 저녁을 같이 먹고 헤어지기로 했다.
닭갈비 가게 안.
남석이와 마주 앉은 채로 닭갈비가 익어가기를 기다리며.
"은호 형. 근데 요새 매니저님, 분위기 좀 이상하면서 달라지지 않았어요?"
"뭐가?"
"아니.. 어제 출근하다가 사복 차림 봤는데 그 비싼 톰브라운 셔츠를 입지 않나. 신발은 또 발렌시아가..아니 그거 셔츠도 그렇고 신발도 몇 십만원은 기본이고 비싼건 백만원도 넘는다 아니에요?"
"자기가 돈 벌어서 쓰겠다는 데 뭐. 너도 참 별게 다 이상하다"
"아니에요.. 제 촉으로 봤을 때! 이건 분명히 누가 사준거라구요!!!! 그리고.. 요새 이상하게 기분이 좋은지 제가 재고 파악 실수 했는데도 잔소리를 별로 안하더라구요. 이건 분명 무슨 일이 있는거라니까요!!! 제 촉 아시죠?"
"어휴.. 탐정놀이 하니까 재밌냐?"
"돈 많은 여자라도 하나 잡은 건가?? 아 ~~~~~~~~~ 궁금해 죽겠네!!! 형은 안 궁금해요..?? 매니저한테 대놓고 물어보면 실례겠죠??"
"어. 완전 실례. 다 익은거 같은데 닭갈비나 얼른 쳐 드세요~~~남석아 우리 둘이서 소주 한 병만 딱 마실까!?"
"마시고 싶으면 시키는거지 뭘 또 물어보고 그래요 (웃으며)"
"이모~~ 여기 처음처럼 한 병이요~~"
그렇게 남석이와 저녁을 먹고 헤어진 후,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하얀색 싼타페 하나가 버스가 없는 틈을 타 비상등 깜빡이를 키고 정류장 쪽으로 들어오더니 창문이 지--------익 내려지고는
"빨리 타~~~ 뒤에 버스 온다."
며 외치는데, 다름 아닌 현수 형이었다.
난 아무말 없이 차 문을 열고는 조수석에 타올랐다.
"매장 정리할 게 있어서 야근했다가 이제 가는데 버스 정류장에 니가 보이길래~ 그냥 보낼까 하다가 그냥 밤도 늦었고 너 집까지 바래다 주고 싶어서"
"고마워요 형"
"남석이랑 밥 먹었어? (갑자기 킁킁 거리고는) 술도 한 잔 했나본데?"
"술 냄새 나요?? (살짝 당황하며) 네."
"어쩐지 귀가 아프더라니. 너네 내 욕 겁나 했지?"
"(흠칫 놀라며) 형 욕을 왜 해요?"
"직원 두 명이 밥 먹거나 술 마시면 윗사람 욕 하지. 무슨 이야길 더 하겠어"
"아니거든요!!!!!!!!!!"
그렇게 15분 정도 지난 후 집 앞 주차장에 다다라선
"덕분에 엄청 편하게 왔네요.. 감사해요 형."
"은호야"
"네"
"너 요새 매일 술 마시는 것 같다!?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그냥... 안주가 좋아서 마신것 뿐이에요~~~(멋쩍어하며)"
"(꽤나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넌 그 형이랑 사는게 편하냐? 너 나 좋아하는거 맞지?"
"네. 저 형 좋아해요.."
고민도 없이 현수 형을 좋아한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 잘 사귀고 있는데 눈치 없이 끼어든 내가 할 말은 아니다만..그래도 이제 너도 나 좋다고 하니까..이제는 확실하게 노선을 정했으면 싶어서 말야.."
"네. 형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알아요."
"그래. 들어가봐라. 형 기다리겠다."
"형 지금 집에 없어요. 오늘도 야근이래요"
"..여전하구나"
"네?"
"아니. 니네 형 야근 많이 한다며. 그게 여전하다고.. 아무튼 얼른 들어가~~"
"근데 저 형이랑 십분만 더 있다가 올라가면 안돼요?"
"십분? 십분동안 형이랑 뭐하게"
"그냥.... 형이랑 이런 저런 이야..."
이런 저런 이야기 하면서....라고 말을 하려는데 형이 차 시동을 꺼버리곤 운전석에서 조수석 쪽으로 몸을 꺾었다.
그리곤 한 손으로 앞을 향해 있는 내 얼굴을 본인 방향쪽으로 살짝 틀어선 잠시 내 윗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떼어내곤 이번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 한번 더 떼어내곤
"맛있다. 최은호. 네 입술."
이라고 말하더니 고개를 들어 내 눈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리곤 아무말 없이 다시 천천히 입술을 부딪치는데 형의 손가락이 내 머리카락 속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와 목덜미를 휘감았다.
동시에 내 입술 안으로 비집고 들어온 혀는 내 입 안쪽 곳곳에 닿아 날 더욱 더 흥분케 하고 있었다.
[김준우 시점]
PM 10:15
“이 놈의 회사는 야근을 권장하는 건가. 물 부족, 전기부족 시대에 이 큰 빌딩이 소등을 안하네.”
일을 마무리하곤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회사를 나왔다.
집에 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오랜만에 은호랑 아이스크림이나 먹어야겠다 싶어서 집 근처에 있는 배스킨라빈스31에서 파인트 하나를 포장했다.
그리곤 골목을 돌아 집에 들어가려 하는데 빌라 앞 주차장 한 켠에 세워진 하얀색 싼타페 한 대.
여기 살면서 한번도 못 봤던 차가 왜 여기 주차장에 있나 싶어서 차 안쪽을 한 번 유심히 보는데 싼타페 본네트 위 창 너머로 조수석과 운전석에 각각 앉은 두 사람이 키스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날이 꽤나 어두웠지만 주차장 바로 위에 가로등이 있어서 그런가 꽤나 밝은 빛으로 차 안을 비춰주고 있었다.
“에효~ 좋을 때다~~~~”
그렇게 무심코 지나가려는데 이상하게 남녀의 키스가 아닌 꼭 두 남자가 키스하는 상황인 것만 같아 한번 더 자세히 그들을 보는데
‘어라? 근데 조수석에 있는 저 사람이 입고 있는 저 옷...은호 옷 같은데....’
난 건너편 차 뒤로 급히 몸을 숨기고는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번 더 차 안을 주시했다. 근데 역시나 잘못 본 게 아니었고,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은호가....최은호가 맞았다.
‘오늘 남석씨랑 저녁 먹는다고 했었는데....설마 또 나한테 거짓말 한 건가’
예전에 백화점에 한 번 들렀다가 은호가 인사를 시켜줘서 남석씨의 얼굴은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키스를 하느라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뒷모습만 봐도 남석씨가 아닌 건 알 수 있었다. 난 차 번호를 휴대폰에 적고는
“도대체 누구지...”
"설마 번개라도 한 건가!?"
“그것도 아니면 혹시 얼마 전에 새로 왔다는 매니저?”
갑자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장 또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건 두근거림이 아닌 분노가 차올라 제어가 안될 것 같은 쿵쾅거림이였다.
난 급히 등을 돌려 건너편 빌라 앞에 붙어있는 놀이터 안 그네에 털썩 하고 앉았다.
그리곤 아직도 후들후들 떨리고 있는 손으로 은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집이야? 형 이따 배라에서 아이스크림 사갈게]
아직도 한 창 키스 중 인걸까.
바로 답장은 오지 않았고
정확히 문자를 보낸 지 10분 후에
답장이 왔다.
[어 형. 나야 벌써 집이지. 형 지금 배라야?]
태균이가 은호라고 말했을 때도, 영상통화를 하다 우리에게 없던 빨간색 칫솔을 보았을 때도 그냥 오해라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는 은호가 갑자기 너무나 미웠다.
[어.. 배라야...지금 포장하고 가게에서 나오는 길이라 금방 집에 들어갈 듯.]
난 은호가 집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었다.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그네에서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하는데 골목길 끝에서 전조등 불빛을 내비치며 한 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빽빽하게 양 옆으로 세워져 있는 차들 사이로 천천히 앞을 향해 오고 있는데 휴대폰에 입력했던 차 번호와 똑같은 차 번호.
아까 보았던 하얀색 싼타페. 그 차였다.
그리고 어느새 내 앞까지와서 내 옆을 천천히 지나가길래
도대체 어떤 놈이 우리 집 앞까지와서 은호와 키스를 한 건지 얼굴이나 한 번 봐야겠다 싶어 창문 너머로 앞을 주시한 채, 집중해서 조심히 운전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는데.....
뭐지....?
내가 지금 밤 이라서 사람을 잘 못 본걸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그럼 아까 은호랑 키스했던 사람이 바로 너 였어!!???
니가 도대체 왜....
그 차를 운전하고 있는거야?
이현수 니가 왜..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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