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릴레이 소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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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정말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목욕탕을 찾은 석진은 기분이 좋았다. 군에 간 지 1년 조금 넘었었나? 그새 키도 더 큰 거 같고 몸이 까무잡잡한 게 남자 다운 티가 확 났다. 아들의 건장한 몸을 보니 이제 장가를 보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빨리 저놈 결혼을 시켜야 내가 맘이 좀 놓이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며 간단히 샤워하고 탕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한철은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샤워를 하고는 바로 사우나 한증막 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
석진은 같이 탕 속에 있으려고 했는데 따라오지 않은 아들이 못 내 서운했다. 그래도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니 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석진은 탕의 턱 모서리 벽에 머리를 대고 천장을 향해 고개를 뒤로 젖히니 살며시 눈이 감겼다.
키 178cm, 체중 82kg의 건장하게 생긴 한철은 아버지가 목욕을 하러 가자고 해서 오긴 했지만 너무 오랜만인지 좀 쑥스러웠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나이가 드니 좀 그랬다. 그래서 샤워하고 일부러 한증막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어젯밤에 한철은 친구 현호와 함께 여럿이 술을 마셨다. 오후 일찍 서울에 도착했으나 집에 가봐야 아버지랑 둘이서 마주하기도 그렇고 해서 저녁 늦게 들어가려고 대학 후배를 부른 것이었다. 그런데 후배 진영이 눈치 없이 여자친구를 함께 데리고 나와 분위기가 처음에는 좀 이상했었다. 그래서 한철은 가장 친한 친구를 또 불렀다. 둘도 없는 친구 현호였다.
=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현호를 부를 걸 그랬나...?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현호는 대학 동기였는데 입대를 미루고 계속 공부하고 있었다. 그렇게 넷이 낮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가 노래방에도 가고 다시 막걸리 집에서 파전에 소주까지 마셨지만 시간은 생각보다 더디게 가고 있었다.
- 선배, 우리는 그만 갈래요…(진영이 술에 취한 애인을 부추기며 말했다)
- 그래...? 그래, 너희들은 먼저 가라! 그러잖아도 여친 술이 좀 되었네…(현호가 오히려 반갑다는 듯…)
- 아이… 오빠 나 괜찮다니까 그러네...! 나 술 더 마셔도 돼요...! (미나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 미나야 그만 일어나! 선배도 집에 가야지… 우리끼리 나가서 한 잔 더 마시자!
- 정~말...? 아~이 좋아...! 역시 자기뿐이야...! (미나가 진영의 볼에 뽀뽀한다)
- 한철 선배, 현호 선배 그럼, 먼저 가요! 반가웠습니다. 제대하면 그때 봐요! (진영은 눈을 찡긋하며 미나를 데리고 막걸리 집을 빠져나갔다)
- 그래, 진영아 잘 가!…(한철이 일어서며 말을 했다)
- 넌 왜 일어 서? 갈려고...? (현호가 아쉬운 듯…)
- 아니, 소변 보려고… 시간이 몇 신데 가긴 어딜 가...!
현호는 대학에서 만난 친구지만 둘도 없는 단짝이었다. 현호도 어머님이 없었다. 한철이와 같이 일찍 어머니가 하늘로 가셨다. 그래서 일까? 둘의 시작은 그랬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히 서로를 이해하고 잘 통했었다. 현호는 나름대로 꿈이 있어 같이 군에 가지 않고 계속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의 지론은 공부할 때에 바짝 해야 더 공부가 잘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독특한 친구였다. 대부분 대학 1~2년을 다니다 군에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철이 군에 가기 전에 잠깐 사귀던 여친이 있었다.
군에서 2년을 기다리게 하는 건 남자들의 책임이며 잘못이라 생각하여 입대하기 전날에 절교를 선언했다. 자신은 기다릴 수 있다고 매달리는 여친을 냉정하게 뿌리치고 갈무리를 한 것이다. 그런 한철이었다. 그러나 한철과는 달리 현호는 특별히 사귀는 여자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현호가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지난 3년간 그의 곁에는 여자가 없었다. 단체로 MT를 가거나 여러 명이 어울릴 때는 함께 했었지만 개인적으로 현호가 여자를 만난 다거나 사귀었다는 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었다.
- 여기서 더 마실래? 아님, 나갈까...? (현호가 화장실을 다녀온 한철에게 물었다)
- 그래, 일단 나가자! 가슴이 답답하다.
- 왜, 뭔 일 있어? (현호가 어깨동무하며 한철에게 다정하게 물었다)
- 일은… 그냥 술을 낮부터 너무 마셔서 그런가...? 머리가 좀 띵하다…
- 그래...? 음… 그럼 우리 어디 가서 좀 쉴까...? (현호가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말했다)
- 어디서 쉬어? 아! 사우나...? 근처에 사우나가 있나...?
- 아니, 조용하게 쉬고 싶으면 모텔에 가도 되고…(현호가 한철을 힐끗 쳐다보며…)
- 모텔...? 이런 대낮에 남자 둘이서 모텔에 가자고? 하하하...! 너 농담인 거지!
- 아니, 뭐 어때! 그냥 잠깐 쉬고 가는 건데… 너 피곤하다며...!
- 누가 피곤하다고 했어. 머리가 좀 아프다고 했지!
- 그게 그 거지… 싫으면 말고…말 한 내가 이상한 놈 되네...! (약간 삐친 듯한 말투였다)
현호는 평소에 한철에게 누구보다 다정다감하게 대했다. 가벼운 스킨십은 기본이고 둘이 있을 때는 손을 자주 만지는 스타일이었다. 인물이 좋은 현호는 키가 한철과 비슷한데 살이 좀 쪄서 보기는 한결 나았었다.
현호는 그림을 그려서 그런지 몰라도 체형은 통인데 성격이 세심하고 좀 예민했다. 한철의 기준에서 보면 지금처럼 자주 삐치는 듯한 모습을 쉽게 보곤 했다. 술을 마시면 눈물도 가끔 흘리는 현호에게 한철은 피붙이 형제 같은 기분이 들었다. 2대 독자라서 그런지 외롭게 성장한 한철에게 현호는 그런 친구였다.
- 그래, 가자! 가서 좀 쉬었다가 저녁에 나와서 한 잔 더 하자!
- 정말...? (현호의 얼굴 색이 갑자기 밝아졌다)
주변에서 모텔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술집과 모텔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대한민국이다. 둘은 가까운 모텔에 들어갔다. 한철이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현호는 잠깐 한철을 보더니 말했다.
- 샤워도 안 하고 그냥 자려고...?
- 샤워를 왜 해? 귀찮아! 나 그냥 잠시 쉴래…
- 그래도…(현호가 맥 빠진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철이 그렇게 잠이 오는 듯이 누웠었는데 정말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다. 주변이 깜깜했다. 여기가 어디지? 시간이 얼마가 되었을까? 손을 더듬으며 핸드폰을 찾는데 옆에 사람이 있었다. 아! 맞다. 현호랑 모텔에 왔었지. 현호도 잠이 들었는지 기척이 없었다.
핸드폰을 보니 저녁 7시가 조금 넘었다. 그 새 2시간이 지났었다. 조명을 약하게 켰더니 현호가 옆에서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 자식, 피곤했구나! 나보다 더 깊게 잠이 들었네…
그렇게 생각하며, 모텔에 온 김에 샤워나 할까 하고 옷을 벗었다. 군 생활 1년 넘게 다듬어진 몸은 자신이 봐도 꽤 괜찮게 여겨졌다. 옷을 다 벗고 거울 앞에서 헬스 하는 사람처럼 포즈를 잡아 보았다. 한철은 거울을 보며 혼자서 씨~익 만족한 듯 웃고는 샤워실로 들어갔다.
한철이 샤워실로 들어가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현호가 눈을 떴다. 현호는 한철이 쉽게 잠이 들자 옆에서 내내 고민을 했었다. 대학에서 만난 한철에게서 현호는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사를 이야기하다가 공통점도 있고 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지만 차츰 그에게서 이성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러나 둘은 이성이 아닌 동성이었다. 주변에선 CC 동성 커플도 있긴 했었다. 그러나 한철에게 그런 자신의 감정을 노출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남자에게 특별한 감정은 있었으나 아직 한 번도 경험을 한 적이 없는 현호였다.
한철이 바로 앞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입을 맞춰 보고 옷을 다 벗겨 그렇게 갈망하던 그의 육체를 탐닉하고 싶었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한철은 외로운 현호에게 가장 친한 친구였다. 혹시, 잘 못 건드려 일이 이상하게 꼬이면 그와의 친구 사이도 끝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일이 잘 못 되어 한철을 못 본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얼마나 그리워하고 애가 탔었던가! 면회를 하러 매일 가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남자가 군대에 있는 친구 면회를 자주 간다는 것도 그렇고 해서 딱 한 번 면회를 하러 간 후 지금까지 가지를 않았었다. 한철이 농담처럼
= 너, 면회 한 번 오고 안 오냐! 그렇게 말을 해도 끝까지 참고 있었다.
현호가 한철의 옆에 누워 떨리는 마음으로 그의 숨결을 느끼다가 더욱 가까이 가서 한철의 코에서 나오는 숨 냄새를 맡기도 했다. 그렇게 그의 숨 내음을 맡다가 같이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한철이 깼을 때 사실 현호도 잠이 깨어 있었다. 먼저 깨서 계속 자는 척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한철이 옷을 벗는 것을 실눈을 뜨고 다 지켜 보았었다. 한철의 벌거벗은 몸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직접,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둘이 목욕탕에 한 번도 같이 간 적이 없었다.
현호는 가슴이 다 떨렸다. 자신의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한철에게 들릴까 싶어 조용히 침을 꼴깍 삼켰었다. 한철이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는 그의 툭 튀어나온 애플힙이 조각처럼 아름답고 멋있게 보였다. 그 엉덩이 사이 아래로 흔들리는 묵직한 헤드(붕알)가 살짝 보였는데 숨이 넘어 가는 줄 알았다. 현호는 들킬까 싶어 꼼짝도 못 하고 계속 실눈으로 한철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한철이 샤워실로 들어가자 바로 일어난 것이다.
모텔의 구조는 방과 샤워실의 한쪽 벽면이 불투명한 통유리로 되어 있는데, 유리에는 음각으로 꽃들이 조각되어 있어 전체가 환하게 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무늬 사이로 한철의 모습을 어느 정도 볼 수가 있었다. 현호는 침대에서 내려와 조용히 한철이 알 수 없게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보았다.
욕실 천장에서 쏟아지는 거센 물살이 한철의 잘 다듬어진 몸매에 사정없이 뿌려지는 장면을 보니 현호는 숨이 턱 막혔다. 그동안 참았던 욕정이 활화산처럼 터지고 있었다. 현호는 자신도 모르게 자기 바지 지퍼를 내렸다.
*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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