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게이즈 7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식스 게이즈 출연진 소개]


박군 - 순박한 곰상 청년 / 33세 / B / 182cm 105kg

최군 - 인싸력 만렙 훈남 / 33세 / T / 177cm 82kg

강군 - 외유내강 돌직구남 / 35세 / AB /  172cm 90kg

윤군 - 끼스러운 분위기 메이커 / 36세 / B / 170cm 58kg

김군 - 중후한 엘리트 의사 / 43세 / T / 180cm 86kg

장군 - 불도저 큰 형님 / 44세 / AT / 176cm 110kg



[장군의 데이트 상대 - 박군]


데이트를 시작하는 두 남자. 11살 차이가 무색하게도 꽤나 비주얼 합이 좋은 두 사람이다. 둘이 같이 돌아다니면 운동부 감독과 코치의 느낌이 든다. 


이미 기분이 업된 장군의 모습. 박군 역시도 3일을 지내며 장군에게 느껴지던 첫인상의 위압감은 많이 풀어진 상태인 듯 편한 분위기로 살며시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미소를 짓고 있다. 비가 내릴 것이란 예보와는 달리 맑은 날씨와 푸른 하늘. 박군은 조금 열린 창문 틈새로 불어오는 바람을 살짝 들이마신다.


힐끔-


힐끔-


‘?’


그리고 운전을 하며 그런 박군을 자꾸만 힐끔 힐끔 쳐다보는 장군. 자신을 선택한 박군에 반쯤 넋이 나간 장군의 멍한 표정으로 강한 인상 속 숨겨져있던 귀여움이 드러난다.


장군은 정말 매번 말하던 것처럼 박군을 보기만 해도 좋은가보다. 조용히 바람을 느끼고 있는 박군의 섬세한 감성을 힐끔 바라보다가 어느덧 입꼬리에 미소를 짓는 장군. 박군이 이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장군의 솔직한 표현에 진심이 느껴진다. 박군은 결국 티나게 느껴지는 뜨거운 시선에 고개를 돌려 장군에게 말을 건다.


‘아 죄송해요. 심심하시죠. 제가 데이트 나와서 혼자 창 밖 구경이나 하고 있네요”


“어? 죄송할 거 아닌데, 나는 뭐든 좋으니까 원하는 대로 해요'


‘막상 장군님이랑 나오니까 저 여기 온 이후로 가장 마음이 편한 것 같아요.’


‘내가 사람 불편하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


‘ㅎㅎㅎㅎ 그러신 것 같아요. 제가 초반에 괜히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서 이제와서 좀 염치 없네요.’


장군은 계속 박군에게 점수를 따려는 듯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기대감을 꾹꾹 눌러담은 채 말을 잇는다. 박군은 역시나 귀여운 미소와 함께 대답을 하고 장군은 그런 박군을 계속해서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어지는 박군의 질문.


‘장군님은 다른 분들하고도 많이 이야기 해보셨어요?’


‘이야기야 많이 했죠.’


‘그 분들 중에 호감이 간다거나, 조금이라도 궁금하다거나 그런 분들은 없었어요?’


박군의 질문에 장군은 운전을 하며 정면을 바라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박군을 쳐다본다. 




지금 식스 게이즈 촬영지에 있는 누가 봐도 장군은 박군에게만 직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박군의 마음이 대체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이 상황이 가장 답답할 장군은 잠시 박군과 눈을 마주치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다시 정면을 바라보고 입을 연다.


‘호감 가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죠. 근데 지금 내가 무슨 대답을 하든 박군한테 부담이 될 것 같아서 걱정이네’


‘아니에요. 부담 아니에요. 제가 물어봤는 걸요.’


‘그럼 다시 한 번 말합니다. 나는 이 곳에 온 첫 날부터 앞으로 남은 시간 끝까지 박군한테만 직진할 겁니다, 안되면 이제, 나는 혼자 집에 가는 거고. 내 운명은 박군의 선택에 달렸다 이거죠’


‘아..’


부담 가질 것 없다고 하니 이 때다 싶어 엄청난 부담을 주는 장군. 참 아찔한 남자다. 박군은 장군의 화끈한 화법을 알고도 다시 한 번 들으니 정신이 얼얼해져서 눈을 꿈뻑댄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 장군은 또 말 실수라도 한 건가 계속 운전을 하며 힐끔힐끔 박군의 눈치를 본다. 그 때, 동시에 정적을 깨며 입을 여는 두 사람.


‘그ㄹ..’


‘그러면’


‘어, 먼저 말씀하세요’


박군이 장군에게 먼저 말하라며 손짓하며 운전대를 쥐어잡고 있는 장군의 두꺼운 손목을 가만히 쳐다본다. 굵직하게 불끈대는 장군의 팔. 장군이 먼저 질문을 잇는다.


‘박군님은 나한테 아예 호감이 없는 건지 나는 여전히 궁금하네요.’


‘음..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많이 말씀드렸지만 엄청 멋있으세요. 제가 감히 좋아할 만한..'


‘나 멋있다고 해줘서 너무 감사한데, 그런 말로는 왜인지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서. 그럼 확실히 나도 가능성이 있는 건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박군의 애매한 대답이 좀 답답하다며 더 확실하게 묻는 장군. 장군은 눈썹을 살짝 들어올리고 질문을 하며 박군과 눈을 마주친다. 그런 남자다운 인상의 장군의 눈빛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을 하는 박군.


‘저 지금 여기 와있잖아요. 장군님과 데이트하려고.’


‘그런 거에요? 김군만큼 나도 가능성이 있는 건가?’


결국 마음 속 가장 큰 경계 대상인 김군을 언급해버리고야 마는 장군. 장군은 자신이 말하고도 아차 싶은지 얼굴을 찡그린다. 그런 장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결심하듯 묻는 박군.


‘그럼 이제부터는 다 까놓고 말해도 실례가 아닐까요’


‘전혀, 난 그런거 쿨해. 좋지.’


드디어 마음을 먹은 듯한 박군과 이 때만을 기다렸다는 듯 핸들에서 두 손을 살짝 놓고 대답하는 장군. 두 사람 모두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3일 내내 이어졌던 두 사람 간의 미묘한 관계를 정의하기 시작한다. 


‘저는 제 이상형에 가까운 분이 김군님이라 했는데도 장군님은 늘 저에게 호감 표시를 해주셨잖아요’


‘그랬지. 아직도 박군님한테는 김군이 일등이잖아요?’


‘그건 맞아요.’


‘그럼 내가 2등이에요?’


‘네 맞아요. 제가 뭐라고 이렇게 말씀드리는 게 너무 민망했어요. 그리고 제가 궁금한 건.. 왜 저한테 그렇게 호감을 가지셨어요?’


확실히 박군은 확신이 필요한 것 같다. 마음 속에 들어차버린 너무나 멋있는 김군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은 박군. 장군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박군을 흔들어주면 더 나을텐데. 장군 역시도 자신의 호의가 부담이 되는 듯한 상황에 망설임이 많은 듯 하다. 장군은 박군을 빤히 바라본다. 생각보다 똥그랗고 맑은 장군의 눈망울. 장군이 고민 끝에 대답을 한다.


‘호감 가는 이유 말하면 돼요? 내가 또 앞서갈까봐 걱정돼서. 나 윤군한테 많이 혼났어'


‘네 말씀하시면 돼요’


‘처음에는 당연히 외적인 부분이 이뻐서 호감이 갔지. 박군님이 김군이 본인 이상형이다 말하는 것 처럼 나한테는 박군님이 내 이상형이니까’


장군은 대답하며 박군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본다. 어렵게 찾아온 이 기회, 절대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듯한 의지가 느껴진다. 그 와중에 데이트 장소에 도착하는 두 사람. 장군은 주차장을 둘러보며 주차할 곳을 찾고, 박군 역시도 내릴 준비를 하듯이 안전벨트를 풀어내며 다시 말을 잇는다.


‘처음에는 외적인 것 때문에요? 그럼 지금은 어떤 것 때문인 거에요?’


‘처음엔 외모만 보이고, 지내면서 점점 박군이라는 사람이 더 잘보이게 되고, 그럴수록 나는 더 좋아지고 그런거죠. 근데 일단 도착했으니까 내리실까요?'


‘넵’



덜컥-


그 어느 때보다도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장군은 몹시나 긴장이 될 법도 한데 오히려 의연하게 행동하며 잠시 벗어두었던 썬글라스를 다시 쓰고 차에서 내린다. 스트레칭을 하듯 두툼한 가슴을 내밀고는 산뜻한 바깥 공기를 마시는 장군. 주차장 끝 쪽에 매표소가 보이고 저만치에는 정통 데이트 코스인 케이블 카가 올라가고 있다.


썬글라스를 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태연한 척 대답하고 있지만, 이 와중에서 장군은 계속해서 박군의 눈치를 힐끔 힐끔 보고 있다. 덤덤한 척하는 행동과는 달리 심장이 터질 듯이 뛰고 있는 장군. 장군은 차 문을 닫고 조수석에서 내리는 박군에게 다가가 살며시 박군의 등을 감싼다. 팔이 등에 닿지는 않고 허공을 감싼 채로 매표소로 박군을 리드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장군. 


‘케이블 카 타는 거 괜찮죠? 이야기 하고 싶다고 해서.’


‘네, 저 사실 케이블 카 처음 타봐요.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다행이네. 그럼 이번엔 나도 질문 하나 해도 됩니까?’


‘네 당연하죠’


매표소로 걸어가며 점점 박군에게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가까이 달라붙는 장군. 박군의 등을 감싸던 장군의 팔도 점점 올라가며 친한 형, 동생처럼 박군의 한쪽 어깨를 감싼다. 장군보다 살짝 더 키가 큰 박군. 그런 박군을 듬직하게 감싸 안고 있는 장군. 다시 봐도 두 사람의 그림체가 참 잘 어우러진다. 그렇게 장군은 매표소에서 표를 사오겠다고 인사를 하면서 질문을 남기고 떠난다.


‘나 표 끊어 올테니까, 갔다 오면 대답해줘요. 내가 궁금한 건…’


잠시 말을 머뭇대며 시선을 괜히 딴 곳으로 돌리는 장군.


‘2등이 어떻게 하면 역전할 수 있는지, 힌트라도 좀 받을 수 있나 싶어서. 예 갔다 오겠습니다~’


그렇게 애써 태연한 척 말을 하고 부끄러운 듯 뒤도 안돌아보고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며 매표소로 도망가는 장군. 박군은 그렇게 멀어지는 장군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짓는다.




[인터뷰 - 박군]


‘제가 뭐라고 장군님을 이미 다 파악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특유의 수줍은 듯 귀여운 눈웃음을 짓는 박군. 장군과 데이트를 나오며 예상했지 못했던 편안한 감정을 느낀 박군. 박군은 인터뷰 촬영지 주변에 누가 있나 주변을 한 번 둘러보는 듯 하고는 말을 잇는다.


‘장군님이 데이트에서 적극적으로 표현하실 줄은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좀 의외였어요. 데이트를 임하는 태도가 이렇게 조심스럽고 섬세하실 줄은 사실 몰랐어요. 아무튼 데이트 시작부터 개인적으로 재밌었습니다. 여기 촬영하면서 혼자 바보같은 감정에 시달릴 줄만 알았는데, 상황이 재밌어서 마냥 웃음 터져나오는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줄은 몰랐네요.’




[김군의 데이트 상대 - 강군, 윤군, 최군]


이쪽은 무려 4명이서 데이트를 나왔다. 사람이 많으니 거창한 것을 하기도 힘들겠다고 카페에 찾아온 네 사람. 바다가 보이는 옥상 테라스에 자리하곤 커피가 나오자 김군은 자신이 가져오겠다고 내려갔다. 


‘근데 여기 카페 뷰 진짜 이쁘다. 김군님이 역시 센스가 있으시네. 이런 곳은 어떻게 찾으셨을까’


커피를 가지러 내려가는 김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칭찬하는 윤군. 강군은 그런 윤군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최군은 자신의 휴대폰을 주섬주섬 꺼내며 말을 잇는다.


‘같이 사진 한 장 찍을까요?’


‘사진이요? 김군님 오시면..’


‘ㅎㅎ일단 찍어요. 붙어봐요.’ 


‘아 나 이상하게 나오잖아’


‘왜요 실물 똑같은데?’


‘뭐래. 스마일 흐히이잉’


일단 셋이서 셀카 한 개 남기자고 하며 민망해하는 강군의 팔뚝을 끌어와서 스킨십을 하는 최군. 강군은 그런 최군의 손길이 닿자 살짝 눈썹을 움직이고는 최군에게 가까이 붙는다. 윤군이 단아한 미소를 짓는다며 이상한 표정을 짓는 바람에 세 사람 모두 결국 빵터진 채로 생기 넘치는 귀여운 사진이 남는다.


‘나빼고 뭐가 그리 재밌어요?’


그 때, 금방 커피를 들고 올라오는 김군. 주문한 적 없는 디저트들도 잔뜩 트레이에 담아 올라오는 김군의 모습에 최군이 얼른 일어나 트레이를 잡아준다.


‘몰라도 돼요~’


‘내가 오늘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왕따를 당하네ㅎㅎ’


김군은 트레이를 내려놓고, 강군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강군의 허벅지에 손을 올리는 김군. 그 모습에 윤군은 애써 시선 처리를 하듯 눈을 깜빡거리고, 최군은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커피를 나눠준다.


‘이거 커피 누구꺼에요? 라떼 같은데’


‘저, 라떼요’


‘네 여기요’


최군이 강군의 커피를 먼저 챙겨주고, 윤군과 김군은 직접 자신이 주문한 커피를 나눠가져간다.


‘크흠’


느껴지는 김군의 시선. 최군은 그 시선을 모른 척 하고 괜히 주변을 돌아보다가 헛기침을 하고 다시 자리에 앉고. 윤군은 강군을 사이에 두고 은근한 신경전을 하고 있는 김군과 최군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인터뷰 - 강군]


‘데이트가 개판이었잖아요. 저도 편하진 않았어요. 어젯밤 일로 생각도 복잡하고..’


강군은 여전히 목에 남아있는 키스 마크를 손으로 문지르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딘가 침울해보이는 강군의 모습. 데이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저도 저를 잘 모르겠다는 기분이 들어요.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됐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우울한 거에요.’





‘그러면 김군님은’


잠시 말 없이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는 네 남자들. 윤군이 먼저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며 김군에게 질문을 한다. 그런 윤군의 목소리에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주는 김군.


‘지금 몇 명 관심있게 보고 계신 거에요?’


윤군도 이제 3일차가 되니 마냥 끼만 부리다 집에 갈 수 없다는 듯 다소 진중한 목소리를 내뱉는다. 첫인상부터 호감이 갔던 박군은 성향이 안맞아서 이루어지지 못했으니, 김군에게 마음을 돌린 듯한 윤군. 김군은 질문을 하는 윤군을 한번 바라보고는 다시 커피 잔을 들어 마시며 대답한다.


‘저요? 2명이죠. 우리 강군님하고, 박군님.’


거짓말 같은 건 하지 않겠다는 듯 당당하게 말하는 김군. 그러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강군을 쳐다본다.


‘아하. 다른 사람들은 아예?’


‘옙. 저는 딱 두분’


끄덕끄덕-


그리고 김군의 너무나도 단호한 대답에 풀이 죽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윤군. 윤군은 마른 입에 침을 바르고는 의자에 등을 기대 앉는다. 괜히 햇빛에 눈을 찌푸리며 드넓게 펼쳐진 바다 뷰를 돌아보는 윤군. 식스 게이즈에서 늘 밝은 모습을 보여준 윤군이래도 아무에게도 사랑 받지 못하는 이 상황에 기분이 좋을 리가 없을 것 같다.


‘여기 강군님 내가 찜해놨죠? 찜. 하하.’


‘아..하하..’


그 때, 김군이 손가락을 들어 강군의 목에 새겨진 키스마크를 꾹 눌른다. 그와 동시에 놀라서 허리를 굽히며 손으로 목을 가리는 강군. 최군은 다소 심각해진 표정으로 그런 강군의 기분을 살피고, 강군은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애꿎은 빨대만 돌리며 커피를 섞는다.


‘뭐지. 이 분위기. 제가 실수했나요?'


‘그런 말씀은 좀 그렇죠. 강군님 당황스럽게’


‘아니에요. 괜찮아요. 맞죠 이거 김군님 찜.’


그리고 순식간에 얼어붙은 공기에 뭐가 문제냐는듯 묻는 김군과 강군을 보호해주려 말을 잇는 최군. 하지만 오히려 강군이 괜찮다며 한술 더 떠서 찜이 맞다며 대답한다. 그런 강군을 다시 쳐다보는 최군. 말은 장난스럽게 하는데 표정은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김군님은 혹시 저한테는 뭐 질문 없으세요?’


그 때, 또다시 강군에게 집중되는 상황에 다시 의자를 당겨 앉으며 김군에게 묻는 윤군. 김군은 윤군의 목소리에 이번엔 윤군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을 잇는다.


‘무슨 질문요?’


‘아니.. 뭐 제 피부의 비결이ㄹ..’


‘딱히 하고 싶은 질문이 생각나는 게 없는데 어쩌지..하하.’


‘아’


드르륵-


그렇게 김군이 다시 한 번 더욱 단호한 표현을 하자 어이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윤군. 강군과 최군이 놀라서 그런 윤군을 올려다보고, 김군은 그저 포크로 디저트 케이크를 한 입 집어온다.


‘저 혹시 먼저.. 들어가 있어도 되나요?’


그러다가 촬영 중인 제작진을 향해 묻는 윤군. 윤군은 대답을 듣기도 전에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나온다. 


갑작스러운 윤군의 돌발 행동에 그저 멍하게 그런 윤군을 바라보는 강군과, 어쩔 줄 몰라하며 룸메이트 윤군을 챙기려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는 최군. 김군도 그제서야 제작진과 대화를 하는 윤군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강군을 향해 여유롭게 묻는다.


‘제가 또 실수한 걸까요? 강군님은 어떻게 생각해요’


‘아..그런 것 보다는 윤군님이 컨디션이 안좋으신가봐요..’


찌릿-


그리고 대화가 다 들린다며 한번 김군과 강군을 째려보고 한 제작진과 함께 계단을 내려가는 윤군. 최군은 자리에서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주변을 두리번대고 있다.




[인터뷰 - 최군]


‘어휴.. ㅎㅎㅎㅎ. 미치는 줄 알았어요. 이쪽에서는 김군님이 강군님한테 말 걸고 있지, 저쪽에서는 윤군님 삐져가지고 숙소 간다 난리 피우고 있지.’


데이트 동안 고생을 했다며 한숨을 쉬고 웃는 최군. 그러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말을 잇는다.


‘좀 안쓰럽죠 윤군님이. 김군님이 잘 못 대답했다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 확실히 하려고 하시니까. 이건 상대에 대한 배려심도 아닌데 마냥 이기심도 아니었다는 느낌이죠. 그렇게 애매하게? 아니면 엄청 노련하게? 선을 그어버리시니까 그 상황에 윤군님이 초라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이 드네요.’






[장군의 데이트 상대 - 박군]


‘오 생각보다 높이 가네요'


박군은 케이블 카를 처음 타본다며 신나서 바깥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런 박군의 앞에 마주보고 앉아 팔짱을 끼고 있는 장군. 장군은 썬글라스를 쓰고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흐흐. 좋아하시네’


‘너무 재밌는데요? 오.’


박군이 손으로 따봉을 만들어주며 이런 데이트를 준비해준 장군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그렇게 잠시 눈을 마주치는 듯 하더니 다시 또 창문 밖을 바라보는 박군. 장군 역시도 한번 창 밖을 돌아보다가는 잠시 곰곰이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다시 입을 여는 장군.


‘그래서 대답은 해줄 수 있나?’


‘아. 아~ 아까 물어보신 거요’


‘넵’


2등이 1등을 이기고 사랑을 쟁취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장군 역시도 박군이 정답을 말해줄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힌트라도 준다면, 그게 무엇이 됐든 어떻게든 박군을 쟁취하고자 하는 장군의 열정이다. 박군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불타오르며 이글거리는 두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장군을 힐끔 바라본다. 


‘푸훕’


그러다가 그런 열정 가득하다 못해 터져버릴 듯한 장군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리는 박군. 장군은 순간 벙쪄서는 표정이 풀려서 묻는다.


‘어? 왜? 왜요? 내 얼굴이 웃긴가?’


‘아니, 아니에요. 죄송해요.ㅋㅋㅋ.’


‘뭐야. 사람 얼굴 보고 빵 터지면 내가 뭐가 되나'


‘아 정말 죄송합니다. 그냥 갑자기 왜 웃음이 나왔지.’


확실히 박군이 장군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장군도 전해지는 느낌에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박군을 따라 웃어보이고. 그런 장군의 미소에 용기를 얻은 박군이 대답을 잇는다.


‘사실 질문이 좀 어려웠어요. 저도 대답을 하려고 계속 생각해보고 있는데. 그런 게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그렇지. 어려운 질문이 맞지. 그래도 그냥 나는 박군의 생각이 듣고 싶었어요’


장군은 다시 한번 팔짱을 끼고 박군을 빤히 바라본다. 두툼한 허벅지를 벌리고 앉아서 대단한 풍채로 케이블 카 한 자리 앉아있는 장군의 자태. 박군은 그런 장군을 한번 훑어보고는 다시 입을 연다.


‘일단은 서로 조금 더 알아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저도 그렇고 장군님도 저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으시잖아요’


‘오. 그래. 그럼 나한테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봐요’


장군은 드디어 박군이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 느껴져서는 팔짱을 풀고 본격적으로 대화를 시작해보자고 얼굴을 내민다. 그런 장군의 얼굴을 바라보며 질문을 하는 박군.


‘이런 거 물어봐도 괜찮을지.. 실례인 것 같기도 한데요..’


‘그런 거 없어요’


‘그 자기소개 시간에 노래 부르신 것 있잖아요. 제가 어디서 이렇게 듣기로는 장군님한테 사연이 있는 노래라고 들어서요. 그 사연이 궁금해요.’


‘아~ 그 날들?’


‘네 너무 잘부르셨어서..’




지난 자기소개 시간에 김광석의 그 날들을 직접 기타 연주까지 하며 불렀던 장군. 장군이 보인 의외의 감성적인 면모에 모두가 놀랐었다. 장군은 이 질문이 나올 줄 예상했다는 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을 잇는다.


‘박군님은 동거해본 적 있어요?’


‘아뇨’


‘흐흐’


장군은 동거를 해봤냐는 질문과 함께 머쓱하게 웃음을 보이고 다시 한 번 말을 망설이듯 멈춘다. 박군은 그런 장군의 표정을 가만히 살피며 장군의 다음 대답을 기다려준다.


‘내가 20년 정도 전에 8년 가까이 만났던 애인이 있었어요. 동갑내기.’


‘와. 8년이나요’


‘예. 8년이 가는 줄도 몰랐고, 지나고나서 계산해보니까 딱 7년하고 10달 17일이더라고.’


‘그걸 기억하고 계시네요.’


‘ㅎㅎ’


장군이 처음 공개하는 옛사랑 썰에 순식간에 몰입된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장군을 바라보는 박군. 장군은 그런 박군을 힐끔 바라보고 다시 팔짱을 끼고 말을 잇는다.


‘그 친구랑 동거를 했었는데, 싸운 기억 밖에 없어. 매일 엄청 싸우고. 근데 웃긴 건 딱히 화해랄 것도 없어요. 그냥 내가 요리하는 거 좋아했으니까 밥 차려 놓으면 나와서 같이 먹는 거지.'


'풋풋하네요'


'서로 삐졌다고 아무 말 안하고 먹다가 괜히 서로 장난치면서 풀리고. 아니 한 번은, 내가.. 뭐였지? 뭔 실수를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 내가 쓰레기를 안버렸나? 그거 갖고 잔소리를 엄청 해가지고 죽일듯이 싸우고 밥을 먹는데, 걔가 여기에 밥풀을 묻히고 밥을 먹는거야. 내 앞에서 삐져가지고 센 척은 하고 있는데, 콧구멍 옆에 밥풀이 붙어있어 푸흐흑ㅋㅋ’


‘ㅎㅎㅎㅎㅎ귀여우시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가족 보다 더 소중한 가족이 되어 가지고.’


‘와 저도 그런 연애 해보고 싶어요.’


‘에이, 연애가 좀 알콩달콩 꽁냥꽁냥 해야 재밌지. 그렇게 가족같이 지내면 안 좋은 것이 더 많아요’


말은 안 좋은 것이 더 많았다 말하면서도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광대뼈가 올라가도록 웃음을 짓고 있는 장군. 장군의 이런 따뜻한 미소는 처음이다. 장군은 그 때의 추억이 다시 떠오르는 듯 기분 좋은 표정으로 다시 창 밖 풍경을 바라본다. 두 남자 밖에 없는 이 케이블 카 안, 장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래서 그 친구가 엄청 좋아했던 노래에요. 그 날들.’


‘아, 그게 이유에요? 아..’


어딘가 모르게 싱겁게 끝나버린 이야기. 장군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박군의 눈을 어색하게 피하고, 박군도 급하게 분위기를 따라잡느라 당황하듯 반응을 보인다. 뭔가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는 듯한 분위기. 박군이 머뭇대가가 말을 잇는다.


‘그..러면, 그 분이랑은 어떻게 헤어지신...? 너무 잘 지내셨던 것 같아서. 저는 그런 오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요.’


그리고 박군의 예리한 질문에 박군과 두 눈을 마주치는 장군. 장군의 눈빛이 방금 전과는 또 사뭇 달라져있다. 무언가 깊은 감정에 뒤덮힌 채 더욱 또렷해진 장군의 눈빛. 순식간에 분위기가 고요해진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안하셔도 괜찮아요..'


장군이 박군의 이목구비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관찰하듯 하나 하나 바라본다. 난감함에 살짝 시선을 돌리는 박군. 그러다가 장군이 차분한 목소리를 내뱉는다.


‘박군님이랑 정말 눈매도 비슷하고, 피부결도, 말투도, 풍기는 분위기도 비슷했어요. 박군님 보면 사고로 죽은 그 친구가 꼭 살아 돌아온 것 같아서..’


‘…….아.. 아, 죄송해요. 제가 그런 사연도 모르고 괜한 걸 여쭤봤네요.’


‘아니에요. 저도 말해주고 싶었어요. 내가 왜 이렇게 박군님을 좋아하게 됐는지. 나는 20년, 워낙 오래돼가지고 그 친구에 대한 감정은 다 희미해졌어요. 근데, 박군님은 내가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요.’


‘……아아. 그런 거 였군요. 함부로 여쭤볼 내용이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오히려 내가 미안합니다. 전 애인 이야기는 하는 거 아니랬는데.’







[인터뷰 - 장군]


‘하……’


깊은 한숨을 쉬는 장군. 장군은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며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숨을 쉰다. 어찌보면 이틀 남은 이 곳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였을 데이트. 옛 사랑과 박군이 너무나도 닮아서 그래서 더 박군을 이토록 좋아하게 됐음을 고백한 장군. 


‘데이트는 전반적으로 분위기 좋았는데, 전 애인 이야기는 괜히 말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혹시 내가 그 사람 잊으려고 박군을 이용한다는 듯이 들렸을까봐. 그게 제일 걱정됩니다. 그러기엔 너무 옛날 일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괜히 그런 말 하면 분위기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데이트는 즐거웠지만, 장군은 여전히 걱정이 큰 듯 보인다.


‘그 말 하고나서 부터 박군 기분이 조금 다운된 것 같았어요. 이제 시간이 얼마 없잖아요. 나한테 또 언제 박군님이랑 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마음이, 예. 많이 복잡합니다 지금.’










[김군의 데이트 상대 - 강군, 최군]


윤군이 자리를 뜨고, 장소를 옮긴 세 사람. 세 사람은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서 술을 먹고 있는데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강군과 마주보고 앉아있는 김군과, 그런 김군의 옆에 앉아서 마찬가지로 강군과 마주보고 앉은 최군. 강군은 입맛이 없는지 회를 몇 점 먹지도 않고 어느새 젓가락을 내려놨다.


‘왜 안먹어요? 입맛에 안 맞아요?’


김군은 그런 강군을 걱정한다는 듯이 묻는다. 두 손을 저으며 대답하는 강군


‘아뇨, 아뇨 맛있어요. 근데 제가 속이 좀 안좋아서 괜히 탈 날까봐.’


‘아, 그런 줄 알았으면 다른 것 먹으러 갈 걸 그랬네요.’


‘아니에요. 천천히 먹고 있어요.’


김군은 오늘 하루 데이트가 어중간하게 흘러간다며 그리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는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데이트 시작부터 윤군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고, 강군은 하루 종일 텐션이 떨어져 있고, 옆에는 최군까지 자신을 감시하듯 붙어있어서 더 답답한가 보다. 습관적인 매너와 센스는 여전하지만, 오늘의 냉정한 김군의 표정은 차가워 보일 정도로 이성적이다.


소주 잔에 따라진 소주를 혼자 털어마시는 김군. 최군은 그런 김군에게 자신의 잔을 갖다대주며 말을 잇는다.


‘어 왜 혼자 드세요, 같이 드시죠’


‘혼자 먹고 싶어서 ㅎㅎ?’


‘아.’


최군은 습관처럼 예의를 지키겠다고 한 말이라 충분히 받아줄 만도 한데, 사람 무안할 정도로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하는 김군. 최군은 머쓱해서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려 하고, 강군이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는 잔을 들어 최군과 짠을 해준다.


‘응. 마셔요.’


꾸벅-


아무리 성격이 활발해도 셋 중 가장 막내인 최군은 김군의 방어적인 태도에 몹시 당황한 듯 하다. 그래서 더 맞춰줘서 고맙다고 강군에게 고개를 꾸벅이고, 강군은 차분히 눈을 내리고 고개를 돌려 소주를 마신다.


‘흐음. 오늘 데이트는 재미가 없네. 강군님은 지금 어때요?’


그 때, 한숨을 깊게 내쉬며 묻는 김군. 김군은 물티슈를 들어 손을 한 번 닦는다. 소주를 한 잔 마시고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김군을 보고 대답하는 강군.


‘저도 그냥 그러네요.. 최군님은요?’


‘저요? 저는 강군님, 그리고 김군님이랑 있어서 너무 좋은데요? 언제 이렇게 멋있는 형님들이랑 제가 술을 먹겠습니까?’


센스있는 최군이 그나마 분위기를 살렸다. 막내의 애교에 강군은 처음으로 피식 웃고, 김군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다시 젓가락을 들어 회를 한 점 집는다.


‘강군님은 연상이 좋아요, 연하가 좋아요’


그리고 무심하게 던져지는 김군의 질문. 김군은 아까 윤군을 투명인간 취급했던 것처럼 최군은 안중에도 없는 듯 하다. 대놓고 연상, 연하를 고르라는 것은 눈 앞에 있는 김군, 최군 중에 선택하라는 것인가. 강군은 역시나 대답하기 난감하다는 듯 두 사람의 눈치를 한 번씩 살핀다.


‘연상, 연하 딱히 가리지는 않아요.’


‘그럼 사람 만날 때 어떤 점을 많이 보세요?’


강군이 현명한 대답으로 상황을 대처하며 대답을 하자마자 김군에게 질 수 없다고 질문을 잇는 최군. 분명히 김군과의 데이트 시간인데, 마치 강군의 2:1 데이트가 된 듯하다.


‘저는..’


‘속궁합?’


고민하듯 강군이 말을 망설이자 김군이 대신 대답을 하겠다며 말을 내뱉는다. 속궁합. 최군은 김군이 강군의 의사도 묻지 않고 내뱉은 세글자에 놀라서 허리를 피고 두 눈을 크게 뜨며 강군의 기분을 살핀다.


‘……’


강군은 벙찐 채 말을 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 강군에겐 형용하기 힘든 초라한 감정이 들어온다. 이 와중에 술을 먹어서 붉어진 피부에 유독 더 빨갛게 드러나는 키스 마크. 하루종일 강군은 이런 사람이다 느껴지도록 낙인이 찍힌 이 상황이 버겁다. 세 사람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수많은 제작진들에게 둘러 쌓인 채로 강군은 순식간에 얼굴까지 시뻘개져서 살짝 고개를 숙인다. 김군의 의도와는 다른 이런 강군의 반응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속궁합 아니에요? 어, 강군님 나랑 같은 과인 줄 알았는데?’


‘저는 강군님한테 여쭤봤는데. 하하. 김군님은 속궁합이 제일 중요하신 거에요?’


‘제일 중요한 줄은 모르겠지만, 속궁합 중요하죠.’


그리고 그런 강군의 마음을 모르는 건지, 알면서 일부러 이러는 건지 계속 말을 하는 김군. 강군은 잠시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고개를 들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네, 속궁합 중요하죠’


‘봐봐요. 역시 강군님은 저랑 뭔가 통하네요.’


그렇게 강군과 주먹을 한번 부딪히자며 주먹을 내미는 김군. 강군이 어딘가 영혼이 나간 듯한 두 눈으로 김군과 주먹을 부딪히고, 최군은 그런 두 사람의 스킨십을 힐끔 바라보면서도 처음으로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그 시각, 예고 대로 숙소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낮부터 숙소로 먼저 돌아온 윤군. 어느덧 해가 지고 저녁 시간이 되어서도 아직 데이트에서 돌아오지 않은 남자들. 윤군은 가만히 창가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인터뷰 - 윤군]


‘김군님이 저를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해서 순간적으로 너무 욱했어요. 그래봤자 나한테 좋을 거 하나 없는데..’


홀로 숙소에 돌아와 인터뷰를 하는 윤군은 눈시울이 붉어져 있다. 애써 참고 있던 설움이 폭발한 듯 하다. 그런 윤군의 마음처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숙소의 풍경을 뒤로 하고 윤군이 대답을 잇는다.


‘저도 사랑 받고 싶어서 이곳에 온 건데, 저도 다른 사람들이랑 동등한 입장에서 적어도 저를 어필할 기회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쪽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는 저도 알아요.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던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척하는 것도 결국은 다 고통이에요. 그렇게 살아봤자 혼자일 때보다 더 힘들어요. 사랑 받고 싶다고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내가 끼순이인 걸 어떡해. 그래서. 나는 대체 어떻게 하면 사랑 받을 수 있는 거에요?’




윤군은 커피 한 잔을 들어 마시며 창문을 때리는 빗 소리를 들으며 애써 울음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때, 저만치 멀리에서 데이트를 마치고 차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윤군은 의자에서 일어나서 젖은 눈을 닦고 자리를 정리한다.






‘윤군님. 식사는 하셨어요?’


그리고 잠시 후,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역시 윤군을 챙기는 최군. 이어서 강군과 김군이 따라들어오며 윤군을 한 번씩 쳐다본다. 그렇게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윤군. 최군은 강군과 눈을 마주치고 윤군을 따라 방으로 들어간다.




‘강군님은 저랑 이야기 좀 더 하실래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강군을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는 김군. 강군의 등에 올라간 김군의 손. 그런데 두 사람이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에 김군이 살며시 손을 내려 강군의 토실토실한 엉덩이에 손을 갖다댄다.


‘아, 이건 좀..’


헌데, 김군의 그런 스킨십을 거부하듯 김군의 손을 막는 강군. 김군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강군을 쳐다보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김군의 방]


김군의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앉아 있는 강군. 김군은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푸르고 그런 강군의 옆에 앉는다.


‘후우’


어젯 밤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 눈치 빠른 김군이 그 분위기를 읽지 못할 리가 없다. 김군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강군을 돌아본다. 그런 김군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강군. 강군은 괜히 허공을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어떤 이야기를..’


‘왜 토라졌어요?’


‘저요? 아닌데..’


‘어제랑 조금 느낌이 달라서요. 그렇죠?'


순간 이 상황이 그저 답답해져오는 강군. 강군은 결국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얼굴을 찡그린 채로 김군을 쳐다본다. 통통하니 귀여운 인상의 강군과 눈을 마주치니 순간 두 눈에 힘이 빠짝 들어가는 김군. 김군은 앉아있는 자세로 강군의 손목을 살짝 잡는다. 손목의 촉감조차도 귀여워서 흥분감이 드나보다. 허나 그저 손목에 힘을 푼 상태로 대답을 잇는 강군.


‘김군님의 실수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자존심이 있는 사람이에요’


‘당연하죠?’


‘..당연하죠가 아니구요. 그 당연한 거를 김군님은 모르시는 것 같아서요.’


‘내가 이거 가지고 장난쳐서 그래요?’


그 때, 강군의 목에 선명하게도 남겨진 키스마크를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되묻는 김군. 순간 강군은 화가 난 듯 그런 김군의 손을 뿌리치고 대답한다.


툭-


‘어젯 밤은 오히려 제가 실수한 것 같네요. 김군님은 너무 멋있는 분인데, 배려심이 많이 부족하신 것 같다 느끼구요’


‘서로 좋아서 한 건데, 쿨하게 떳떳해도 되잖아요? 아니었어요? 그냥 술김이었어요?’


김군 입장에서도 갑자기 변한 강군의 태도가 답답하고 억울할 수 있을 것 같다. 김군의 말에 반박할 거리가 없어서 말문이 막히는 강군. 김군은 그 틈을 타서 말을 잇는다.


‘나는 어제 밤새 잠도 못잤는데, 강군님이 그렇게 차에서 그만두고 나가셔서 나 혼자서 얼마나 달아오른 마음 가라앉히느라고 고생했는데. 저는 진짜 내 마음으로, 내가 느끼는 설렘으로 행동한 거였어요'


‘저도 좋았어요. 어제는.’


‘근데 하루 아침에 마음이 바뀐 거에요? 너무하네.’


강군은 말을 하면 할 수록 알게 모르게 죄인이 되는 느낌이 든다. 머릿 속이 꼬여버린다. 김군의 유려한 말솜씨를 당해낼 수가 없다. 얼굴을 찡그리며 울상을 짓는 강군. 그런 강군의 표정을 본 김군이 특유의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덤덤하게 말을 잇는다.


‘전 그러면 이제 어떡할까요? 그만 마음 정리 할까요?’


김군의 마지막 한 마디에 헉 하고 입이 벌어지는 강군. 강군의 조급한 표정에 김군은 여전히 표정 변화 없이 강군을 빤히 쳐다본다.


‘강군님이 오늘 보여주신 태도,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어떤 배려심이 부족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요. 근데 저는 지금도 강군님을 향한 마음이 크다는 것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저도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어요.’


결국 김군과 대화를 하며 애써 지키고 있던 마지막 자존심을 내려놓고 무너져버리는 강군. 강군은 사실 스스로에 대한 충격이 크다. 본능을 절제하지 못하고, 전국민이 보게 되는 촬영장에서 낙인이 찍혀버린 상황. 자괴감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 상대인 김군은 그 상황까지는 책임져주지 않는 너무나도 냉정할 정도로 쿨한 사람이다.


‘이리 안겨 봐요. 한 번 느껴봐요.’


그 때, 강군에게 안기라는 듯 두 팔을 벌리는 김군. 강군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점점 김군의 품 안에 안기는 강군. 김군은 품 안에 안긴 토실토실한 강군을 느끼며 더욱 꽉 강군을 끌어안아준다.


꾸욱-


‘지금, 강군님의 마음을 느껴봐요.’


‘아아..’


외적으로는 흠 잡을 데 없이 너무나도 멋있는 김군이 자신을 꽉 껴안아주니 알 수 없는 숨소리가 터져나온다. 강군은 두 눈을 감고, 점점 뛰어오르기 시작하는 심장 박동을 느낀다. 떨리는 두 손을 들어 탄탄한 김군의 등을 껴안는 강군. 김군은 그런 강군의 뒷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잇는다.


‘안고 있으니까 어때요?’


‘너무 좋아요’


‘이게 강군님 마음인 거에요. 애써 밀어내지 마요.’


‘아.. 진짜 너무 좋아요.’


김군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더욱 쿵쿵거리며 뛰어오르는 심장. 애써 밀어내려 했던 감정을 대놓고 느껴보자고 느끼니 좋지 않을 수가 없지. 강군은 두 눈을 꼭 감고 아이처럼 김군의 품 안을 더 파고 들어가며 김군에게 안긴다. 본능의 힘이 너무나도 강하다.


강군은 김군에게 안겨서 김군의 체온과 체취를 느끼고 있는 것만으로도 점점 몸이 달아오르는 듯 결국 엉덩이를 바짝 빼고 부풀어오르는 앞섶을 숨기기 시작한다.


똑똑똑 


덜컥-


그 때, 갑자기 덜컥 열리는 문. 최군이 김군의 방 문을 열어버린다. 최군은 이 상황을 알고 있었을까.


‘허억’


그리고 놀라서 헉 소리를 내며 김군에게서 빠져나오는 강군. 최군은 서로를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자신이 더 놀란 듯이 문을 다시 반쯤 닫는다.


‘어,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두 분 같이 계신 줄 모르고..’


이 순간 최군의 등장에 알 수 없는 엄청난 혼란감을 느끼는 강군. 결국 강군이 불안함에 숨을 헐떡이고, 김군은 그런 강군과 최군을 번갈아 바라본다.


‘우우웁!’


그 때, 너무나도 충격적으로 순식간에 강군에게 입을 맞추는 김군. 서서 지켜보고 있던 최군의 입이 놀라서 벌어지고, 강군 역시도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본능적으로 목을 뒤로 빼지만, 김군이 힘으로 강군의 뒷 머리를 끌어오며 김군의 입에 혀를 밀어넣는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몸부림 치는 강군. 하지만 김군의 힘을 이겨낼 수가 없다. 


‘우움’


‘허억…’


그렇게 강군에게 반 강제적으로 키스를 하며 두 눈을 매섭게 뜨고 문 앞에 서있는 최군을 노려보는 김군. 김군의 눈빛이 마치 남자들 간의 권력 경쟁에서 상위 포식자가 보내는 경고의 눈빛 같다. 최군은 김군의 눈빛에서 알수 없는 위협감을 느껴서는 잠시 몸이 얼어붙는다.


‘우우움 흐웁’


그리고 벗어나려고 신음하는 강군은 몸부림을 치는 행동과는 달리 어느덧 발기가 된 앞섶이 부풀어오르고, 김군은 심지어 그런 강군의 앞섶을 맘대로 쥐어 잡아 주물럭대기 까지 한다. 강군은 결국 다시 엉덩이를 빼고 침대에 앉은 자리에서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애를 쓰며 김군의 팔을 처절하게 두 손으로 쥐어잡는다.


‘그만 하세요.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결국 보다 못한 최군이 다시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와 김군을 강군에게서 떼어내고, 강군은 이성과 본능이 극한으로 충돌해버린 감당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눈시울이 시뻘개져진 상태로 급하게 도망가듯이 방을 뛰쳐나가버린다.


‘ㅎ 흐음’


그리고 코웃음을 치듯 최군을 올려다보고는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내는 김군. 최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아니.. 이게 무슨..’


‘나가라’


그 어느 때보다도 압도적인 김군의 한 마디. 최군은 김군의 본성을 이제서야 알았다는 듯 넋이 나간 표정으로 김군을 바라보다가 방을 나와버린다.

















[강군의 방]


‘흐으억. 허윽. 흐으윽.’


베개에 얼굴을 묻고 엎드린 채 흐느끼고 있는 강군.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김군과 있으면 짧은 순간 순간에도 몸과 마음 속 모든 것이 꼬여버리고 이성적으로 달아나려해도 김군에게 억압당하며 본능에 잠식되어 버리는 자신을 감당할 수가 없다. 강군은 결국 울음을 터트린다. 


‘으으흐.. 흐윽..’


최군이 보는 앞에서 김군과 키스를 하고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려 하면서도 순식간에 발기를 해버린 강군. 그렇게 또 다시 김군의 손길에 당해버린 강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한 숨소리를 내뱉으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하며 계속해서 흐느끼고 있다.



덜컥-


그리고 그런 강군의 방에 들어오는 최군. 물 한 잔을 떠서는 조용히 침대에 엎드린 강군의 옆에 앉는다. 강군은 느껴지는 인기척에 겨우겨우 흐느낌을 멈추고, 거친 숨을 쉰다.


‘흐으.. 흐으으….’


‘…’


그리고 그런 강군의 엎드린 뒷모습을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지켜보는 최군. 최군은 누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 문을 잠그고는 강군이 스스로 고개를 들 때까지 기다려준다.





‘흐아….. 하아…..’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파묻은 고개를 드는 강군. 얼굴이 시뻘개진 상태로 강군은 최군을 쳐다보지 못하고 그저 나란히 침대에 앉는다.


‘좀 괜찮아졌어요?’


끄덕끄덕-


땀과 눈물에 엉망이 된 얼굴을 문지르며 고개를 끄덕이는 강군. 김군은 그런 강군에게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진작부터 들고 있던 물 한 잔을 건넨다. 물을 받아 들고 꿀꺽꿀꺽 마시는 강군. 강군은 어떤 감정이 드는 건지 끝까지 최군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렇게 또 정적의 시간이 흐르고, 먼저 말을 잇는 강군.


‘저 추하죠’


‘…’


벌떡-


그 때, 대답하지 않고 빈 컵을 받아들고 그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최군. 강군이 처음으로 고개를 살짝 들어 최군을 바라본다. 최군은 그런 강군을 내려다보며 말을 잇는다.


‘잠깐 우산쓰고 한 바퀴 돌고 올래요?’










[주차장]


그 시각,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장군과 박군. 장군이 전 애인 이야기를 한 이후로 처음보다는 박군의 텐션이 낮아지긴 했어도, 큰 문제 없이 데이트를 마치고 온 두 사람. 출발할 때와 달리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에 장군이 주차를 마치고 먼저 허겁지겁 문을 열고 나간다.


덜컥-


그리고 트렁크에서 우산을 꺼내서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장군. 박군이 비 한 방울 맞을까봐 걱정인가보다.


‘하하, 뭐 뛰어가도 되는데요.’


‘아니죠. 박군님 비 맞으면 안되지.’


‘고맙습니다.’


그렇게 박군은 장군이 씌워주는 우산으로 에스코트를 받으며 주차장에서 숙소까지 특유의 귀여운 미소를 짓고 복귀한다.




타닥타닥-


현관 앞에 서서 우산을 접고 정리하는 장군. 박군은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그런 장군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먼저 감사 인사를 나눈다.


‘장군님 덕분에 오늘 재밌게 보냈네요. 감사합니다.’


‘재밌었다면 다행인데, 앞으로 더 재밌는 거 많이 해줄 수 있어요’


‘하하하.’


‘먼저 들어가요, 나 차에 놓고 온 게 있어서.’


‘넵, 그러면 이따가 다시 뵙겠습니다.’


꾸벅-


미래를 기약하고 싶어하는 장군의 말에 어떤 확실한 대답을 하진 않고 그저 웃어보이는 박군. 장군은 분위기가 다시 어색해질까봐 급히 박군을 먼저 숙소 안으로 들여보내고 다시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우산을 펼친다. 


박군은 꾸벅 인사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버리고 우산을 이제서야 제대로 쓰는 장군. 방금 박군에게 우산을 전부 씌워주느라 이미 장군의 등은 흠뻑 젖어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놓고 온 게 있다고 차로 다시 들어온 장군. 헌데 장군은 괜히 주변을 한 번 살피더니 다시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여기서 잠깐 앉아서 바람 쐴까요.’


다행히 마당에 비를 피할 수 있는 정자가 있다. 우산을 쓰고 걷다가 정자에 올라가 앉는 최군과 강군. 강군은 여전히 코를 훌쩍이고, 최군은 그런 강군의 상태를 계속해서 살펴보며 말을 잇는다.


‘김군님은 원래 저러세요?’


‘…’


‘전 진짜 깜짝 놀랐어요. 절대 강군님의 모습에 놀란 게 아니구요. 저는 김군님이 저런 분인 줄은 몰랐어요.’


‘제가 병.신이죠..’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 이제는 두 사람이 비를 피하고 있는 정자 밖으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하아아…..’


강군은 잠시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다가 결국 다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다. 최군은 그런 강군을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연다.


‘저는 강군님이 정말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에요.’


‘…’


‘그 사람이 나면 좋겠다 라는 바람이 있는 거고. 그게 아니라도 너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거 잖아요?’


‘저는..’


훌쩍-


무언가 말을 잇기 위해서 코를 훌쩍 마시는 강군. 비 내리는 여름 밤 정자에 앉아 있으니 이 특유의 분위기가 두 사람 대화의 감성을 더해준다.


‘저는 이제 자존심 세우기는 포기했으니까 말씀드리는 건데. 정말 최군님도 좋아요.’


‘아 그래요?’


‘제가 첫인상 고백 때도 최군님에게 선물 드렸잖아요.’


‘맞아요. 여기 있어요.’


최군이 첫 인상 고백 때 강군에게 받은 과일 향 핸드크림을 주머니에서 꺼낸다. 최군이 자신이 준 선물을 바로 꺼내서 보여주자 놀란 듯한 표정으로 최군을 바라보는 강군. 그런 강군의 표정에 최군이 머리를 긁적대며 말을 잇는다.


‘뭘 그렇게 놀라요ㅋㅋㅋ’


‘그거를 들고 다니시네요’


‘당연하죠. 누가 준 건데. 손 줘봐요.’


최군은 핸드크림 뚜껑을 열어서 손을 내미는 강군의 손바닥에 핸드크림을 짜준다. 그리고 자신도 핸드크림을 바르고 미소를 짓는다. 그런 최군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다 말하는 강군.


‘고마워요 최군님.’


‘제가 감사합니다. 하루 하루 강군님을 보며 좋은 기분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흐으음. 냄새 진짜 좋아’


최군은 자신의 손에 바른 핸드크림 향을 맡다가 강군을 향해 손등을 갖다댄다. 그런 최군의 손등 향기를 맡는 강군. 달콤한 과일 향기가 강군의 울적했던 마음을 산뜻하게 감싸는 듯 하다.


‘저는 있잖아요.’


‘?’


기분이 살짝 풀린 듯한 강군을 보며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 최군. 강군이 최군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최군을 바라본다.


‘전에 말씀 드린 것 처럼 모난 것 없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게 행동하는 사람을 엄청 좋아해요.’


‘전 아니네요.’


‘아뇨 이보다 강군일 수 없는 것 같은데요?ㅋㅋㅋㅋ’


자신은 아닌 것 같다는 강군의 말에 이보다 강군일 수 없다고 말하며 웃는 최군. 강군은 그런 최군의 말에 놀란 듯 최군을 쳐다보며 다시 최군의 말을 곱씹어 보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피식 웃음이 터져버리는 강군.


‘푸흡. 아.. 그런 건가. 제가 좀 과할 정도로 제 본능에 솔직했나요’


최군은 대답 대신 듬직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강군을 쳐다본다. 밤인데도 선명하게 보이는 최군의 이목구비. 언제봐도 식스 게이즈의 비주얼 답게 트렌디하고 훈남이다. 강군은 그런 최군과 눈을 마주치며 이번엔 먼저 말을 잇는다.


‘저희 처음 온 날 기억해요?’


‘당연하죠. 내가 2번째였고, 나 다음으로 강군님이 들어왔잖아요.’


‘맞아요. 그 때 내가 최군님 보고 무슨 생각했는지 알아요? 아.. 아니다 내가 이런 말할 자격이 없네요.’


‘아뇨. 하세요. 뭐 자꾸 따지지 말고 솔직하게 다 표현하시고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세요. 그거 진짜 멋있는 거에요.’


김군과 벌인 일이 있어서 순간적으로 다시 위축되는 강군을 보고 용기를 주는 최군. 강군은 순간 최군이 주는 안정감에 놀란 듯 최군을 가만히 쳐다본다.


‘아 궁금해! 쳐다만 보지말고 빨리 말해요. ㅋㅋㅋㅋㅋㅋ’


‘크흐흑 ㅋㅋㅋ’


그리고 장난을 치며 분위기를 다시 바꾸는 최군. 강군 역시도 해맑은 웃음이 터져버린다.


‘알겠어요. 처음 온 날 내가 딱 들어왔는데 낯을 너무 가려서, 최군님이 엄청 말 걸어준 거 알죠.’


‘아 그 때 진짜 힘들었어요.’


‘ㅋㅋ 그래서, 최군님 보고 바로.. 아 출연하길 잘했다 싶었어요. 룸메이트 박군님 됐을 때, 최군님 같은 훈남을 밖에서 평생을 찾아다녔는데, 어디 숨어있다가 이제 나타난 거냐고 엄청 말하고 그랬어요.’


‘그랬어요? 나 같은 훈남? 눈이 낮으시네’


‘제가 눈이 낮아보여요?’


‘아뇨. 사실 높아보여요 ㅋㅋㅋ’


‘참나’


강군이 이제는 계속 웃음을 머금고 대화를 잇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안도감이 드는 최군. 최군은 장난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진 두 사람. 서로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며 마음을 확인하고 있다.


‘근데 저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응? 뭐요?’


그 때, 질문이 있다고 망설이는 최군. 강군은 고개를 들어올리며 물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 데이트에서 김군님이 물어본 거 있잖아요. 연상, 연하.’


‘아..’


‘뭔가 연상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저는 말한 대로 나이는 신경 쓰지 않는데.. 아, 이거 또 말하니까 울적해지는데, 김군님이 제 약점을 아주 제대로 공략하고 있어서 제가 이 꼴이 난 거거든요.’


‘약점이요? 그게 뭔데요?’


최군은 조심스러우면서도 핵심적인 질문을 하며 강군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강군은 자신을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최군에게 마음이 열린 듯이 망설임 없이 대화를 이어나간다.


‘제 성욕이요. 그리고 그게 제가 연상을 많이 만난 이유기도 했던 것 같아요’


‘아 아무래도 성향이’


‘네, 저는 올바텀이라고 해도 솔직히 웬만하면 바텀하거든요’


‘근데 그것도 알아요?’


그 때, 어딘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강군에게 묻는 최군. 강군은 호기심이 드는 표정으로 최군을 쳐다본다.


‘자기 크다고 뭐 탑 잘한다고 떠벌리는 사람들 있죠’


‘아, 저기에 있죠’


‘아니, 김군님 말하는 건 아니고. 아, 맞나? 암튼. 그걸 말하려 했던 건 아니고요’


괜히 미운 마음에 바로 김군을 흉보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자 분위기를 다시 전환시키는 최군. 강군은 그런 성숙한 최군의 모습에 다시 한 번 미소를 짓는다.


‘암튼 그런 사람들이 떠벌릴 때 진짜 자신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 지 알아요?’


‘어떻게 하는데요?’


최군이 귀엽게도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쓰윽 강군에게 다가와 강군을 어깨 동무를 하듯 부여 잡는다. 최군이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자 미세하게 동공이 확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mokx0728" data-toggle="dropdown" title="구름위의달빛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구름위의달빛</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새벽글 좋네요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