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릴레이 소설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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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진



 석진이 가게 청소를 거의 끝낼 무렵에 주방 이모가 출근했다. 각자 영업 전에 준비할 것도 있고 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석진이 화장실 청소를 하려고 계단을 한층 올라갔다. 근데 화장실 문이 열려 있었다. 전날 마감하면서 소변기에 대충 물만 붓고 깜빡하며 문을 잠그지 않은 채 그냥 가버린 것이다. 가끔 잊어버리고 잠그지 않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 이런, 또 엉망이겠구나!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다행스럽게 안엔 크게 어지럽혀 진 게 없었다. 그런데 휴지걸이에 핸드폰이 하나 올려져 있었다. 분명히 어제 마지막 정리할 때는 유실물이 없었는데 아마도 새벽에 누가 일을 보고는 놔두고 간 게 분명했다. 일단 핸드폰을 가지고 나왔다.


 핸드폰을 켜려니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먼저 충전기에 꽂아 놓고 가게 청소를 마무리했다. 주방 이모와 이른 저녁을 먹고 한숨 돌리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그러나 자신의 핸드폰이 아니고 화장실에서 가지고 온 폰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석진은 재빨리 받았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사람은 얼마나 답답할까...?


- 여보세요...? 핸드폰 주인인가요...? (석진이 먼저 말을 했다)


- 그곳이 어디죠...? 핸드폰을 가지고 계신 분이세요...?


- 네, 여기 종3에 있는 호프 가게인데요. 우리 가게 화장실에 두고 가셨네요...! 조금 전에 충전 시켜 놓았더니…


- 사장님, 그곳 가게 위치가 어디죠? 먼저, 감사드립니다. 제가 저녁에 찾으러 가겠습니다!


- 네. 여기 위치가…(석진은 가게 위치를 자세히 알려주었다)


 다행스럽게 폰 주인이 온다고 했다. 간혹, 가게에 핸드폰이나 가방, 옷을 두고 가는 사람들이 왕왕 있었다. 지금까지 석진은 친절하게 보관해 두었다가 주인에게 되돌려 주곤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른 저녁을 먹었으나 오늘 따라 손님들이 빨리 오지를 않았다. 8시가 다 되었는데도 손님이 몇 테이블 오지 않아 주방 이모와 같이 TV로 프로야구를 보고 있는데 한 무리의 손님들이 들이 닥친다. 


= 앗싸! 단체 손님이다. (석진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맞이한다)


- 어서 오세요~! 몇 분이신가요?


- 한, 열 명 정도 되는데… 자리가 되는지요...?


- 네. 마침 한가해서요… 편하게 좋은 곳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석진은 다른 손님이 없기에 한 가운데 넓은 곳으로 테이블 3개를 붙여서 자리를 마련했다. 10명인데 모두 남자들이었다. 수요일, 평일에 모임은 잘 없는 날인데… 나이가 서로 비슷하지도 않은 것 같고… 무슨 팀인가? 석진은 술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손님들에 대한 정보를 캐치하고 있었다.


 테라 맥주와 진로 소주를 한꺼번에 주문했다. 안주도 이것저것 여러 개를 시켜 한동안 바쁘게 움직였다. 어느 정도 음식이 다 나가고 한숨을 돌리려는데 손님 한 명이 석진을 다시 불렀다.


- 네. 뭐 필요하세요...?


- 사장님, 괜찮으시면 잠시 옆에 앉으시겠어요?…


- 네...? (간혹, 손님들이 기분 좋으면 같이 한잔 마시자고 권한다) 아니…괜찮습니다. 서서 마시죠...! (술을 주려는 줄 알고 그렇게 말을 했다)


- 하하하! 술도 당연히 한 잔 드려야지요...! 아까 오후에 전화 드렸던 사람입니다. 제가 폰 주인입니다...!


- 네...? 아, 그러시군요...! 잠시만, 폰 먼저 갖고 올게요...!


 석진이 폰을 충전기에서 빼며 보니 완전 새폰이었다. 아까 청소하느라 대충 봤었는데 아직 포장 비닐이 부분적으로 완전히 떼지 않아 있었다. 폰 주인은 감사하다며 연신 인사를 했다.


- 어제 늦게 일 마치고 한 잔 후, 2차 마시려고 이곳에 왔더니 가게가 닫혀 있더라고요!… 마침, 소변도 마렵고 해서 보니 화장실 문이 열려 있기에 일을 봤지요. 그리고는 깜빡이라 그냥 두고 갔지 뭡니까! 아침에 일어나니 폰을 어디에 두고 왔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다른 데서 더 마셨거든요… 오전 내내 수시로 전화했는데… 낮에는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고 오후에는 꺼져 있는지 신호가 안 가고… 포기하고 오후 퇴근 길에 한 번 더 해 보자 해서 했더니 마침 사장님께서 받으시는 겁니다. 너무너무 반가운 거 있죠!... 폰 이거 그제 구입한 거거든요… 폰도 폰이지만 여러 가지 정보가 있어서…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이곳으로 온 겁니다. 


- 우리가 한 달에 한번 수요일에 모임을 갖거든요… 이 친구가 나서는 친구가 아닌데 오늘 따라 자꾸 여길 오자고 한 이유가 있었네요...! (다른 손님이 한마디 곁들였다) 


- 사장님, 이곳 안주가 맛있어요! 특히, 골뱅이+사리 너무 맛있어요! (또 다른 손님이 말했다)


- 자, 사장님도 오셔서 한잔 드세요! 마침 조용한데… 괜찮습니다...!


- 하하하! 그럼 잠시 실례할까요...?


 석진은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경우에 다음에 온다면서 분실물만 달랑 찾아가는 사람들이 허다했었다. 뭐 석진도 기대하지 않지만… 근데, 이 팀의 손님들은 왠지 기분 좋게 사람을 대해 주었다. 석진은 주방에 서비스로 노가리 안주 3접시를 부탁했다.


 단체 손님들은 1시간 넘게 먹고 마시며 즐겁게 놀고 있었고, 그 사이에 손님 몇 테이블이 심심치 않게 다녀가는 아주 이상적인 저녁의 흐름이 중반에 이어졌다. 매상은 나름 나쁘지 않게 늘고 있었다. 단체 손님과 몇 잔 마시고는 석진은 알아서 자리를 빠져나왔다. 


 눈치 없이 오래 퍼질러 앉아 있으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 “낄끼빠빠” 라는 젊은이들의 말을 잊지 말자! 석진의 핸드폰에 진동이 심하게 울렸다. 아들 현철의 친구 현호였다. 이름 가운데 자가 같아 아들처럼 잘 지내고 있다. 현철이 군에 가고 없는데도 수시로 놀러 오며, 바쁠 때는 일도 도와주고 그랬다.


- 어, 현호야! 웬일이야...?


- 아버지, 오늘 한잔하러 가도 돼요? 바쁘면 다른 데 가고요...! (현호는 석진을 아버지라고 부른다. 아들은 아빠라고 하는데…?)


- 이놈아! 바빠도 와야지! 하하하! 괜찮아, 바쁜 손님들 없어… 몇 명이야...?


- 4명요. 부근이니 곧 갈게요! 안주는 제가 먹는 거 아시죠?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 그래, 조심히 와...!


 잠시 후에 현호와 일행 셋이 도착했다. 전망 좋은 창가 쪽 테이블에 앉히고 술을 먼저 내주었다. 단체 손님들은 여전히 부어라 마셔라 즐겁게 보내고 있었고… 현호는 같은 과 친구들을 데리고 왔는데 석진 역시 현호가 게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늘따라 손님들이 늦게까지 꾸준히 들어 오고 있었다. 현호가 도와주려는 것을 이 정도는 괜찮다며 앉아서 마시라 그러고 부지런히 혼자서 움직였다. 단체 손님들은 거의 2시간 가까이 되어 가니 중간에 빠지는 손님들이 있었다. 그러자 중간 계산하고 테이블을 옆으로 옮겨 4명이 술을 더 마시게 되었다. 오늘 석진의 가게에서 아주 뽕을 뽑으려는 분위기였다.


 석진이 운영하는 호프 가게의 건물은 5층 건물인데 예전 건물이라 엘리베이터가 없다. 각 층마다 화장실이 있고, 석진이 이용하는 화장실은 한 층(한층 이래야 계단 7개)을 올라가야 있다. 바쁜 시간에는 문을 잠그지 않고 손님들이 편하게 이용하게 하지만 손님이 좀 뜸한 시간에는 문을 잠그고 키를 준다. 그런데 지나가는 뜨내기들이 화장실을 사용하면 이상하게 더 지저분하게 사용한다. 그래서 문을 잠그는 것이다. 


 뭐, 마음씨 좋은 석진이, 화장지가 아까워 문을 잠그나...! ^^


 *제발, 여러분들도 남의 가게, 아니 어디에서든 화장실을 좀 깨끗하게 이용합시다! ㅋㅋㅋ


 현호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로 향했다. 맥주를 마시면 확실히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 내 전립선이 약하나? 후훗!… 


 그렇게 생각하며 계단을 오르는데 뒤에서 한 사람이 급히 뛰어나왔다. 무척 급한 모양이었다. 현호는 급하지 않아 예의 바르게 먼저 양보했다. 사내는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고 급하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현호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나오기도 그렇고 해서 계단에 있는 창문을 통해 아래를 여유롭게 보고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종로 3가라 조금 붐비는 편이었는데 시간은 밤 10시가 좀 넘어가고 있었다.


 사내는 소변을 보았는지 이내 나왔다. 그리고는 목례로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현호도 가볍게 목례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시원하게 일을 보고 나오니, 좀 전의 사내가 담배를 피우며 일부러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현호를 보고 생글생글 웃으며 서 있는 것이다. 순간, 웃는 얼굴이 참 좋아 보이네! 라고 생각했다. 뜻밖에 사내는 현호에게 담배를 권했다. 자연스럽게 현호가 담배를 한 개 피 받아 불을 붙였다. 


- 이 가게 참 분위기 좋습니다...! 여기, 자주 오세요...? (사내가 물었다)


- 네… 친구 아버님 가게라 자주 옵니다…


 뜻밖의 질문을 하는 사내가 생뚱맞지만 귀여웠다.


- 좀 전에 먼저 양보해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이상하게 소변을 잘 못 참겠어요…


 사내는 나이가 대략 40은 조금 넘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현호 보다는 위인 게 분명했다.


- 남자가 소변은 참으면 병 된다고 하잖아요... 종로에는 자주 나오시나요...?


 이 아저씨가 자꾸 질문을 한다. 아니, 일부러 말을 거는 것 같다.  


- 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나옵니다. 아저씨, 아니 선배님은 자주 나오세요...? (연상이라 아저씨라 하려다 선배라고 했다)


- 아저씨라뇨! 이런~... 아직 총각인데!… 서운하네요…(장난스럽게 약간 슬픈 표정을 한다)


- 아, 죄…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둘은, 각자의 일행들이 있어 그런지 편하게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쪽이 초짜인 현호였으나 이상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 처음 보는 남자가 이렇게 말을 자꾸 거는 게 어떤 이유일까...? 혹시, 게이? 아니야... 외형으로 보면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다. 하긴, 자신은 누가 봐서 게이라고 하겠나! 


 사내는 현호가 말을 잘 받아주니 이상할 정도로 끈적끈적한 시선을 자꾸 보내고 있었다. 현호는 그 눈빛이 뜨겁게 느껴지면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한 기분이 들면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좋은 감정이었다. 그래서 현호도 그를 보며 미소를 계속 날리고 있었다.


- 일행이랑 언제쯤 마쳐요...? (사내가 담배를 끄며 물었다)


- 그…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 폰 좀 줄래요?


- 네...? 아, 네… 여기...! (현호는 자신도 모르게 폰을 내밀었다)


 사내는 현호의 폰에 자기 전화번호를 입력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는 한마디를 뱉고 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


-  생각나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그럼…


 = 생각이 나면 연락하라니! 무슨 생각...? 정말 저 사내도 게이란 말인가...? 


 현호가 아무 일도 없는 듯 자리로 돌아왔다. 사내는 단체 손님 중의 일원이었다. 둘은 서로 대각선 방향으로 앉아 있어서 남들 모르게 눈빛을 몇 번 교환하고 있었다. 현호의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 넌 화장실 가서 왜 그리 오래 있어? 큰 거 본 거야? (친구1이 말했다)


- 어… 어, 소변보러 갔더니 갑자기 배가 아파서…


- 짜식~ 우리 두고 간 줄 알았네! (친구2)


- 야, 현호가 그럴 애냐! 우리 물주인데… 안 그래? (친구3. 그러면서 현호를 바라본다)



 지난번 털보 사우나에서 만난 대물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잘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듯이 그래도 눈치 빠른 현호였기에 사람 됨됨이를 빨리 알아차린 것이다. 사실, 그때 현호가 차고 있는 시계는 500만원이 넘는 진짜로 비싼 시계였다. 


 물론, 옷이나 신발도 모두 오리지널이었다. 현호가 먼저 선수를 쳐서 마치 시계를 벗어 줄듯이 행동하였기에 청래는 모두 가짜인 줄 알고 무시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시계는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처음으로 사 준 의미 있는 시계였었다. 


 그걸 아무렇지 않은 듯 풀어 주려고 하니 청래는 정말 가짜인 줄 알고 받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 사내는 느낌이 달랐다. 선한 눈빛의 지적인 이미지가 우선 마음에 들었다. 이미지는 배우 유동근을 닮았는데 목소리는 그렇게 굵지는 않았고 차분한 음성이었다. 


 머리를 약간 길러 처음에는 좀 별로라 생각했는데 자꾸 보니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현호는 머리 기른 남자를 싫어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맥가이버 스타일이나 꽁지머리를 기른 사람을 보면 가위를 들고 따라가서 확 자르고 싶을 정도로 싫어했었다.


 그 후로 현호가 술을 얼마나 더 마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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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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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하나가 다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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