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95년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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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경비 아저씨가 문을 두드렸다.

“아저씨”

“누가 찾아왔는데?”

“누가요?”

“몰라. 입구에 있으니까 가 봐.”

“예”


정문 밖에 차 한 대가 라이트를 켜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노인네 정원사였다.

“아! 안녕하세요?”

정원사는 문을 열어주고 타라고 했다.


노인 별장에 도착하자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 달 만의 방문이었다.

노인과 30분간 와인을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했다.

“그거 아직 차고 다니는가?”

“아! 아니요. 이제 안 차고 다녀도 될 거 같아서 뺏어요.

“가능하단 말이지?”

“예”

“더 마실란가?”

“아뇨. 괜찮아요. 많이 마셨어요”

“화장실에서 일 좀 봐야겠어.”

노인이 화장실로 들어가자 따라갔다.

가운을 받아 걸었다.

노인은 변기에 앉아 일을 보고 물을 한 번 내렸다.

그렇게 노인의 뒤처리를 해주고 몸을 씻겨주었다.

노인은 방으로 가지 않고 둥그런 욕조에 몸을 담그고 관장하는 나를 구경했다.

매우 부끄러웠다.

관장을 하고 샤워를 마치자 욕조로 들어오라고 했다.

욕조에서 물거품이 일어났다.

노인은 내 항문에 손을 넣었다.

“음 많이 넓어졌군. 넣을 수 있겠구먼”


방에 들어가자 정원사가 침대를 등지고 서 있었다.

노인은 당연하다는 듯 침대 위로 올라갔다.

나는 정원사가 불편했고 왜 이렇게 서 있는지 몰랐다.

노인은 침대에서 전처럼 나를 먹듯이 침을 흘리며 핥았다.

또 내 항문을 벌리고 쳐다보았다.

“아주 이쁜 밥그릇이구나!

항문을 핥고 빨면서 쩝쩝 거렸다.

“어디 보약한 번 먹어볼까”

정원사는 와인 병을 노인에게 주었고 노인은 내 항문에 넣고 부었다.

많이 붓지는 않았다.

새어 나올까 봐 항문에 힘을 꽉 줬지만 노인이 항문을 벌리면 새어 나왔다.

노인은 그렇게 항문을 빨면서 흘러나온 와인을 먹었다.

변태 같았다.

정원사는 노인의 잔심부름을 했다.

수건을 갖다 주기도 물을 갖다 주기도 했다.


노인은 내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장난치듯 했다.

“구멍이 커졌는데도 쫀득쫀득 하구먼”

노인의 숨소리가 거칠어져서 두려운 표정으로 노인을 쳐다보았다.

“귀엽구만. 이뻐”

노인은 나를 보며 싱글벙글 웃고 말했다.

“시작해 볼까?”

노인의 성기가 항문에 닿았다.

이미 비슷한 크기의 이 씨 아저씨 것을 받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노인의 것은 발기되어도 말랑말랑해서 이 씨 것보다 아프지 않았다.

노인하고 같이 할 때는 내가 재물이 된 기분이 든다.

노인은 부드러운 듯하지만 거칠었다.

몽둥이가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소장도 노인에게서 이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노인은 박아대다가 힘들어서 자주 쉬었다.

쉴 때 발기가 풀리면 빨아서 발기시켜 주었다.

박다 쉬다 박다 쉬다하면서 내 안에다 사정하였다.

영광으로 알아야 한다는데 그런 감정은 들지 않았다.

그저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노인을 씻기고 옷을 입혔다.

그리고 아침밥을 같이 먹었다.

아침을 먹고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노인은 낮잠을 자야겠다면서 바깥바람이나 쐬고 오라고 했다.

노인의 차를 빌려 타고 밖으로 나갔다.

운전은 정원사가 했다.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있으니 내가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갈 데가 없어서 해변을 걸었다.

그러고 보면 현장 밖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혼자 있으니 두식 아저씨 생각이 많이 났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정원사는 출발할 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밖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노인의 별장으로 돌아왔다. 

노인은 본 적 없는 두 명과 함께 잔디밭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은 그들을 등지고 서 있었다.

노인은 마주 앉은 사람을 정 사장이라 부르며 나를 소개했다.

정 사장은 굉장히 똑똑하고 차갑게 보였다.

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경계하고 있는 사람에게 눈길이 자주 갔다.

그는 소장과 비슷한 체형이었다.

소개가 끝나고 노인과 정 사장은 대화했고 난 듣기만 했다.

“일하다 보면 실수할 때도 있을 거네. 뭔가 잘못되면 바로 말해야 하네.”

“누구보다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형님”

노인은 정 사장을 많이 칭찬했다.

정 사장은 기분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정 사장은 등지고 서 있는 사람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강풍이도 제가 데려왔지 않습니까?”

“자네 능력이야말로 두말하면 잔소리지”

정 사장은 노인의 칭찬에 으쓱대며 강풍을 불렀다.

“야! 이리 와”

순간 노인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강풍은 노인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이 새끼가! 형님 앞에. 똑바로 안 해?”

노인은 얼굴을 찡그리며 황당해했다.

강풍은 옷을 벗고 알몸으로 노인 앞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엎드렸다.

강풍의 온몸은 시커멓게 타서 까맸다.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으로 보였다.

정 사장은 강풍의 엉덩이를 한 대 세게 때리고 말했다.

“소리도 찰지지 않습니까. 형님. 맷집도 좋고 야생에서 굴러먹던 멧돼지 같지 않습니까?”

노인은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자넨 기본을 모르는구먼.”

정 사장은 얼굴이 벌게지며 굳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본분을 착각했나 보구먼”

노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정 사장은 급하게 노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형님. 제가 부족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부족한 게 있으면 북 사장한테 배우지 그러나”

“죄송합니다. 형님”“극성이는 영태를 뺏겨도 자기 분수를 잊은 적이 없었네”

“죄송합니다. 형님”

“자네 혹시 저 놈 건드렸나?”

정 사장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아이고 형님 건들다니요. 아무도 건든 사람 없습니다. 형님”

“그런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놈입니다. 훈련만 시켰습니다. 형님”

“알았네. 저 놈 주인이 누군지는 명확히 하세”

“알겠습니다. 형님”

“자네 것처럼 막 다루지 말라는 말이네”노인은 일어나 불쾌한 표정을 보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노인을 따라 들어갔다.

잠시 후 정 사장이 들어왔다.

“죄송합니다. 형님”

노인은 테이블에 큰 봉투를 놔두고 말했다.

“성북동 갔다 오게.”

“예. 알겠습니다. 형님”

“오는 길에 극성이한테 들러 여기 한번 들리라고 전하게”

“예. 알겠습니다. 형님”정 사장은 봉투를 들고 나가다가 돌아서 말했다.

“혹시 모르니 강풍이는 밑에다 두겠습니다.”

“그럴 거 없네. 들여보내게”

“아직 야성이 남았는데 괜찮겠습니까. 형님”“난 괜찮으니 갔다 오게”


정 사장은 강풍을 거실로 데려왔다.

“형님. 땀을 많이 흘려서 짐승 냄새가 많이 납니다. 씻겨서 가져오겠습니다.”

“동수 시키면 되지 않나. 자넨 날 저물기 전에 올라가게”


욕실에서 강풍을 씻겼다.

땀에 절어 냄새가 많이 났다.

강풍은 겁먹은 눈빛이었고 긴장을 풀지 않았다.

한참 어린 나에게도 존댓말을 했다.


강풍은 노인의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를 굴리면서 눈치를 살폈다.

노인은 그런 강풍의 가운을 벗기며 다정하게 말했다.

“자넨 아무것도 걸치지 말게”

강풍은 서툴고 큰 목소리를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노인이 벗긴 강풍의 가운을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노인은 강풍의 입을 크게 벌리고 검사하듯 쳐다보았다.

“입이 크구나”

“예. 그렇습니다.”

또, 강풍의 치아를 손으로 더듬었다.

“매끈하게 잘 다듬었군”

“정 사장님이 치과에 데리고 갔습니다.”

노인은 손바닥으로 강풍의 뒤통수에 대고 부드럽게 당기면서 성기를 입에 넣게 했다.

강풍은 입맛 다시는 소리를 내면서 성기를 빨았다.

“확실히 효과 있군. 이빨에 닿아도 날카롭지 않아”

강풍의 피부는 새까맣게 타서 그런지 튼튼해 보였다.

“일어나 보게”

왁싱이 되었고 성기와 불알이 작았다.

노인이 발기시켰는데도 정말 작았다.

“아담하니 좋구먼”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울 거 뭐 있나. 자네 건 오줌만 나오면 되지 않나?”

“예. 그렇습니다.”

“돌아보게”

노인은 강풍의 항문을 벌리고 빤히 쳐다보고 나서 말했다.

“따라오게”

강풍은 노인을 따라 침대로 갔다.

나는 알아서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정원사가 테이블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옆에 앉자 커피를 타다 주었다.

정원사 2명도 모두 소장과 나이와 체형이 비슷했다.

정 사장만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은 보통 체격이었다.

강풍의 비명이 바깥까지 자주 크게 들렸다.

정원사는 커피를 마시며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눈빛이 날카로웠다.

정원사는 뭔가 말을 하려다가 마는 것 같았다.


안이 잠잠해지자 정원사는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따라 들어갔다.

강풍은 침대에 엎어져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고,

노인은 일어나 욕실로 가고 있었다.

정원사는 노인을 따라 욕실로 가서 씻겨주었다.

첫 경험에 대물인 노인 것을 받은 강풍이 불쌍해 보였다.


새로운 소장이 현장에 적응하면서 나에게도 여유가 생겼다.

소장은 잔일을 많이 시키지 않았다.

구철은 시내에 갈 때 간식 사 오라며 돈을 주었다.

하루에도 3~4번은 시내로 심부름 갔다.

물론 한 번도 안 갈 때도 있지만 그건 가끔이고 보통 1~2번은 나갔던 것 같다.


간식을 사서 구철에게 주었다.

구철은 먹고 가라고 했다.

4명의 인부와 함께 현장 바닥에 앉아 간식을 먹었다.

간식을 먹고 나서 모두 일어날 때 이 씨가 내 손목을 잡고 잠시 앉아 있으라고 손짓했다.

주변에 일하는 다른 인부들의 눈을 피해 이 씨는 나를 아래층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구석으로 끌고 가더니 바로 자신의 바지를 내렸는데 발기된 성기가 튕기듯 나왔다.

“벗어보랑께”

“여기서요?”

“장소가 따로 있단가?”“누가 보면 어떡하려고요?”

“씨.발. 보라고 혀. 꼴려가지고 디지것는디”

나도 흥분했지만 불안했다.

“돌아보랑께”

“아저씨 잠깐만요”

난 아저씨 앞에 무릎대고 서서 성기를 잡았다.

“빨아볼라고? 그래 알았당께”

이 씨는 허벅지까지 내려놓은 바지와 팬티를 아예 벗어버렸다.

그리고 가랑이를 넓게 벌리고 섰다.

소장만큼 육덕지게 안 보였지만 냄새만큼은 같았다.

빨아주는 동안 김 씨는 내 머리를 잡고 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인자 박아도 되것제?”

아저씨는 내 항문에 침을 몇 번 뱉고 자신의 성기에도 침을 묻히고 넣었다.

아저씨 몸의 땀이 내 살에 닿아 미끈거렸다.

인기척이 들리자 아저씨는 멈췄다.

“가만 있어봐라잉”

인기척이 사라지자 다시 박았다.

“어젯밤에 갈라고 했는디 너무 늦어가꼬 못갔당께”

아저씨는 뒤로 쑥 뺐다가 절구 찧듯 한 번씩 쿵쿵 박았다.

그때마다 전립선 자극이 강했다.

“임신 하진 않것제?”

“예?”

“그냥 해 본 소리여. 신경 쓰지 말어”

“애 낳아 드려요?”

“응? 부끄럽게 왜 그런당가?”

“그럼 많이 싸 주면 낳아 드릴게요”

“뭔 소리당가. 애 둘 키우기도 힘들어 죽것는디”

아저씨는 잠시 멈추고 성기를 넣어놓고 끄덕대며 말했다.

“동수도 내 꺼 맘에 들제? 나도 겁나게 좋은디”

“네. 네”

“아저씨는 다시 빠르게 박아댔다.”

그리고 사정했다.

옷을 입고 허리띠를 채울 때 김 씨가 왔다.

“여기서 뭐혀? 구철이 난리 났어. 오늘 끝내야 하는데 안 올라온다고?”

“형님! 먼저 올라가시오. 금방 따라 갈랑께라”

“뭐여? 또 한 겨?”

“뭘 했다고 그라요?”

“했네. 했어. 했구만.”

“형님. 뭘 했다고 그라요. 얼른 가라니까요”

“니 놈은 안에다 했을 거고 바닥에 흘린 이거 동수 거 아니여?”

“신경쓰지 말고 가랑께요”

“니놈 안 온다고 난리 났다니께”

“아따 참말로 지금 갈라고 안 그라요?”

이 씨는 김 씨의 허리에 손을 대고 밀면서 올라갔다.


밤에 심심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노인의 집으로 갔다.

노인의 양옆으로 정 사장과 정원사가 앉아 있었고 강풍은 노인과 정 사장 사이 바닥에 무릎과 손바닥을 대고 엎드려 있었다.

노인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잠도 안 오고 심심하고 해서 왔어요”

“그래 잘 왔다. 새로 온 소장은 어떠냐?”

“괜찮아요.”

“힘들게 안 하고?”

“예. 안 힘들어요”

“거기 앉아라”

나는 정원사와 정 사장 사이에 앉았다.

테이블에는 목줄과 하네스가 놓여 있었다.

“형님 일단 이것부터 한번 채워보겠습니다. 목줄은 많이 채우는데 하네스는 잘 안 채우는데 채워보겠습니다.”

정 사장은 강풍에게 하네스를 채웠다.

“어떻습니까? 형님. 있어 보이지 않습니까?”

“글쎄. 이건 좀 그렇지 않나?”

“그렇지 않습니다. 형님. 이렇게들 가지고 놉니다. 대형견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노인의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네스를 채운 강풍의 모습은 정 사장의 말처럼 대형 맹견처럼 보였다.

“이런 건 다음에 하세”

정 사장은 목줄을 노인에게 주면서 말했다.

“형님. 이거 잡고 한 번 끌어보십시오.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형님”

목줄을 잡은 노인은 정원사를 보고 말했다.

“자넨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원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도 형님과 생각이 같습니다. 좀 그렇습니다.”

“그렇지?”

노인은 목줄을 정 사장에게 주면서 말했다.

“다음에 하세. 풀게”

정 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하네스를 풀었다.

“그래. 오늘 고생들 많았네. 동수는 늦었는데 자고 가야지?”

“네”

노인은 일어나면서 말했다.

“난 이만 자야겠네”

노인이 걸어가자 강풍이 기어서 따라갔다.


노인과 강풍은 욕실로 갔고 난 거실의 커튼을 쳤다.

커튼 틈 사이로 정 사장과 정원사가 보였다.

둘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정 사장이 뭐라고 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정원사의 뺨을 세게 때렸다.

정원사가 5살 이상 많아 보였는데도 저항하지 않고 똑바로 섰다.

정 사장은 허리띠를 풀어 정원사를 내리쳤다.

정원사는 무릎을 꿇었다.

정 사장이 허리띠로 정원사의 머리를 세게 때렸다.

그러자 이마를 바닥에 대고 엎드렸다.

정 사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입모양을 보니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발로 정원사의 머리를 밟았다.

정 사장은 몇 번을 세게 눌러 밟았다.

그러더니 옆구리를 발로 찼다.

정원사는 몸을 굴러 누웠다.

정 사장이 정원사의 다리를 세게 차자 정원사는 두 다리를 들었다.

정 사장은 정원사의 성기를 발로 꾹꾹 밟고 항문 쪽을 구두를 툭툭 찼다.

그러더니 성기 부분에 오줌을 싸고 갔다.

정원사도 일어나 대문 입구에 있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정 사장이 무섭게 보였다.


정 사장은 내게 잘 웃고 잘해 주었다.

정원사의 일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로 생각했다.

정 사장은 현장까지 찾아와서 나를 맛집에 데려가 주기도 했고 한화 콘도 워터파크도 자주 데려갔다.

예의가 바르고 친절했다.

가끔은 용돈도 주었다.


토요일 오전에 정 사장이 현장에 찾아왔다.

“타라! 밥 먹으러 가자”

“매번 얻어만 먹어서 미안한데요.”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타”

적색 신호등이 들어오자 멈추고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이거 용돈 써라. 친구들하고 술 한 잔하고 놀아야지”

“전에도 주셨잖아요.”

“괜찮아 받아”

두툼한 봉투였는데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신호등을 몇 개 더 지나서 정 사장이 말했다.

“동수야!”

“예”

“사실은 오늘 아는 형님하고 점심 먹기로 한 건데 불편하진 않지?”

“예? 예. 전 괜찮아요”

“그래. 혹시라도 불편하면 말해라. 형님 보내고 같이 먹자”

“예”


도착한 곳은 고급 횟집으로 보였는데 방으로 들어갔다.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고 식탁은 기본 세팅이 되어있었다.

“여기 앉아라”나는 정 사장 바로 옆 출입문을 등지고 앉았다.

좌탁인데도 발을 밑으로 내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편했다.

“누구 만나는 거예요?”

“사업하는 형님인데. 점심이나 먹자고 하더라고”

“제가 진짜 있어도 되나요?”

“왜? 불편해? 불편하면 내가 데려다 주고 다시 오고”

“아. 아니에요. 전 괜찮은데 형님이신 분이 불편할까 봐요”

“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 사업하신 분이라 이런저런 사람 만나는데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예”

20분이 지나자 노인 한 명이 들어왔다.

60대 초반으로 170cm가 안 되는 키에 약간 통통했다.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그런 노인이었다

정 사장이 일어서서 인사하자 나도 따라 일어섰다.

“형님. 여기는 제 아는 동생입니다.”

“귀엽게 생겼구먼. 앉게. 앉아” 


두 사람은 날씨 얘기부터 사업 얘기 등 다양한 대화를 했는데 시시콜콜해 보였다.

전혀 웃기지도 않는 거로 웃고 있으니 나도 웃어줘야 하나 고민했다.

점심은 맛있었고 나오는 부속 메뉴도 다양했다.

두 분이 무슨 대화를 하든 난 먹는 데 집중했다.

“동수야!”

“예”

“차에 가서 수첩 좀 가져올래? 다시방에 있다.”

“예”


수첩은 작은 메모였다.

펼쳐보았지만 아무것도 기록된 것 없는 새 수첩이었다.

들어가서 정 사장에게 수첩을 주고 앉으려고 했다.

“동수 저기 형님 옆에 앉아라”

“예? 예”

노인은 날 보고 느끼하게 웃었다.

그리고 먹을 것을 내 앞에 당겨놓으며 많이 먹으라고 했다.

먹고 있을 때 노인은 내 다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면서 정 사장과 대화를 계속했다.

이미 이런 경험이 있어서 별일 아니었다.

노인은 올려놓은 손가락 한 개로 살살 긁었다.

반바지를 입고 갔기 때문에 맨살에 느꼈다.

그러다가 내 허리를 감싸 안더니 정 사장에게 말했다.

“22살이라고 그랬나?”

“맞습니다. 형님”

노인은 내 다리를 문지르며 말했다.

“피부가 참 곱네”

“아드님보다 어리지 않습니까. 형님”

“그렇지. 36살이니까. 아들하고도 띠동갑 이상 차이 나는구먼”

“맞습니다. 형님”

노인은 날 보고 말했다.

“참 맛있게도 먹네. 나도 한 점 줘 볼런가?”

노인들은 다들 이렇게 먹여달라고 하는 줄 알았다.

“자네도 한 잔 받게”

노인은 술잔을 받아 마시고 따라주었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네.”

“다녀오십시오. 형님”

노인이 나가자 정 사장이 말했다.

“동수 불편하지 않나?”

“아니요. 괜찮아요”

“불편하면 나가도 되니까 괜찮다.”

“거의 다 끝난 것 같은데요”

“그렇지”

정 사장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요? 뭐 묻었어요?”

“동수야”

“예”

“아! 이거 고민이네”

“뭔데요?”

“아! 이거 말하기가 좀 그런데 말이야”

“괜찮아요. 말씀해 보세요”

“동수 니가 아들 같아서 오늘 하루 같이 보내고 싶다고 그러네”

“저분이요?”

“응”

누구랑 자는 건 이젠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

정 사장이 이런 일로 고민하는 게 안쓰러웠다.

“보내면 되죠”

“그래 줄 수 있어?”

“예. 오늘 밤까지 같이 있어 주면 되나요?”

“그래. 내일 오전에 내가 태우러 올게. 그때까지 괜찮지?”

“괜찮아요”

대화가 끝나자 노인이 들어오면서 말했다.

“정 사장 뭐 더 시켜 먹을까? 음식이 없는데”

“괜찮습니다. 형님. 많이 먹었습니다.”

“동수는 어떠냐?”

“저도 많이 먹었어요”

“형님. 나가시죠”

“그럴까”


화장실에 갔다가 밖에 나오자 두 사람이 서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래 동수는 이 차 타라”

노인의 차였다.

앞에 타려고 하자 뒷좌석에 타라고 했다.

운전사가 조수석 뒷자리 문을 열어주자 노인이 탔다.

“동수는 여기 타라”

난 정 사장이 열어 준 반대편 문으로 들어가 노인 옆에 앉았다.

차가 출발하자 정 사장은 90도 인사를 했고 노인은 손을 들어 보였다.

운전사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사장님 어디로 모실까요?”

“응! 거기로 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지만 노인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펜션 비슷한 곳이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날 안고 엉덩이를 만지면서 키스를 했다.

그리고 씻겨달라면서 욕실로 데리고 갔다.

별장 노인보다 덩치가 작아서 씻기기 쉬웠다.

관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서 나가지 않고 그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

맑은 물만 나오자 욕조로 들어오라면서 내 엉덩이 뒤에 앉았다.


침대에선 내 온몸을 핥고 빨고 나서 똑같이 해 달라고 했다.

노인이 빨리 사정하고 끝내길 바랐는데 노인은 삽입하지 않고 애무를 오래했다.

그러다 지치면 날 껴안고 살짝 잠들었다가 다시 내 몸을 주물럭거렸다.

오후를 그렇게 침대에서 보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서도 오후처럼 그랬다.

화장실에 가면 따라와서 오줌 싸는 것까지 쳐다보았다.

밤 9시가 되자 노인은 운전사를 불렀다.

운전사는 샤워하고 알몸으로 나왔다.

노인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운전사는 40대 초반으로 노인보다 훨씬 컸고 건장했다.

운전사는 침대에 올라가 노인에게 큰절하고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노인이 머리를 쓰다듬자 그 때서야 일어났다.

나보다 훨씬 큰데다 덩치가 있어서 위압감을 느꼈다.

운전사는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끌어당겨 무릎 꿇게 했다.

노인은 그 모습을 보고 즐거워했다.

그리고 운전사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계속 지시했다.

운전사는 지시대로 했고 노인은 그럴 때마다 웃고 떠들었다.

운전사는 사정감이 들면 빼고 날 거칠게 다뤘다.

노인은 내 항문에 박혀있는 운전사의 성기를 잡기도 하면서 흥분했다.

노인이 빨리 박으라 하면 빨리했고 느리게 하라고 하면 느리게 했다.

그러다 운전사는 내 안에다 사정해 버렸다.

노인은 또 말을 안 들었다면서 운전사를 나무랐다.

운전사는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미안하다고 했다.


노인은 운전사를 내 보내고 내 항문을 빨았다.

흘러나오는 정액을 입맛을 다시며 먹었다.

손가락을 항문에 넣어 정액을 훑어내며 먹다가 바로 잠들었다.


오전에 정 사장이 나를 데려가면서 말했다.

“별일 없었지?”

“예. 뭐 그냥 그랬어요”

“젊은 친구가 왔던가?”

“아니요.”

“그럼. 운전사였겠구나”

“예”

“그래. 고생했다.”

정 사장은 점심을 사 주고 현장까지 태워주었다.


1주일이 지난 토요일에 또 정 사장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식당 룸으로 데려갔다.

이번엔 30대 중반으로 껄렁껄렁하게 보이는 젊은 사람 두 명이 앉아 있었다.

한 명이 물주였고 한 명은 따라온 듯 보였다.

둘 다 삐쩍 말라서 해골처럼 보였다.

“이놈이야?”

“예”

“일단 거기 앉아”

그놈은 나이가 훨씬 많은 정 사장에게 반말과 명령조로 말했다.

그래도 정 사장은 얼굴색이 변하지 않았고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음식이 나오자 정 사장은 젊은이에게 무릎을 꿇고 술을 따라 주었다.

그는 한 손으로 술잔을 들고 받았다.

그리고 나를 보고 말했다.

“야! 뭐해?”

“예?”

“술맛 떨어지게”

정 사장은 옷을 모두 벗고 알몸으로 있으라고 해서 옷을 벗었는데 유난히 창피스러웠다.

“운동한 몸은 아니네. 이리 와”

기분 나빠서 욕하고 나오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정 사장이 너무 복종해서 참았다.

그래서 젊은이 옆으로 가서 섰다.

그는 정 사장에게도 옷을 벗으라고 말했다.

“아! 아니지. 정 사장은 위에만 벗으면 되겠다. 급이 다르니까”

정 사장은 웃통을 벗었다.

그는 내 성기를 젓가락으로 건드리며 말했다.

“이게 뭐야? 번데기야? 뭐 이렇게 작아?”

그러자 옆의 친구가 말했다.

“구멍만 쓰는 거 아닌가?”

“아 맞다. 그렇지. 벌려봐”

엎드려 항문을 보였다.

술병 입구로 항문을 건드리며 말했다.

“정 사장”

“예”

“이 구멍 맛있어?”

“아니 저도 아직 안 해 봤습니다.”

“해 봐야지. 해 봐!”

“예?”

“해 보라고”

“지금 말입니까?”

“왜? 지금 하면 안 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하라고 새끼야”

정 사장은 화를 더는 참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났다.

일어날 때 다리가 상에 부딪혀 술병이 넘어졌다.

두 놈은 긴장한 듯 보였다.

“왜? 왜 그래? 정 사장”

정 사장은 옷을 입으면서 나한테 입으라고 했다.

“정 사장 미쳤어?”

그놈은 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 상 위에 던지듯 올렸다.

꽤 많은 돈이었다.

“정 사장! 원하는 거 이거 아니야? 응?”

나는 옷을 입고 정 사장 옆으로 갔다.

“돈 만큼은 해야지, 안 그래?”

정 사장은 듣는 체도 않고 내 손목을 잡고 나갔다.


별장 노인은 한 달간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별장은 정 사장이 관리하다 시피 했다.

정 사장은 평일에도 나를 자주 불렀다.

나에게 잘해 주었기 때문에 언제나 고마운 사람이었다.

정 사장은 천기팔 정원사를 유난히 미워했다.

정원사는 노인이 없는 별장에서 주인행세 하는 정 사장을 못마땅해 하는 눈치였다.

그날도 정 사장, 정원사, 강풍 이렇게 세 명이 있었다.

별장에 자주 온 이유가 정 사장이 언제나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기 때문이다.

“기팔이 술 좀 내와”

정원사는 대답을 하지 않고 술을 가지러 갔다.

“저 새끼 대답도 안 하는 거 봐라.”


정 사장, 정원사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이 테이블에 앉아서 술을 마셨다.

강풍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정 사장은 정원사에게 ‘기팔이’라고 부르면서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켰다.

정원사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정 사장은 담배를 입에 물고 정원사를 보고 말했다.

“야! 기팔이. 불”

정원사는 라이터를 앞에 던졌다.

그러자 정 사장이 일어나서 화를 냈다.

“이런 씨불럼이. 야! 너 이리와”

정원사가 울분을 씹어가면서 말했다.

“내가 정 사장 보다 열두 살이나 많고 난 정 사장한테 길들여지는 사람이 아니야”

“뭐? 방금 뭐라 그랬어”

내가 중간에서 말리자 정 사장이 화를 냈다.

“야! 씨.발 끼지 말고 비켜.”

아주 매섭게 나를 쏘아보면서 말해서 말릴 수 없었다.

정 사장은 정원사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리고 발로 걷어차고 허리띠를 빼서 내리쳤다.

정원사를 넘어져 팔고 얼굴을 감싸고 웅크렸다.

“꿇어. 꿇어 개.새끼야”

정원사는 결국 무릎을 꿇었다.

“너 나 누군지 몰라?”

“정덕봉이잖아 너 새끼 정덕봉”

정 사장은 정원사를 허리띠로 몇 대 더 때리고 말했다.

“이 새끼가 미쳤나. 야! 니 강풍이 옆에서 교육 좀 받자. 안 되겠다.”

정원사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어차피 형님도 없는데 도망갔다고 하지 뭐”

정원사는 정 사장보다 덩치가 컸지만, 나이가 많고 싸움도 못 했다.


며칠 후에 다시 갔을 때 분위기가 달라졌다.

서열정리가 되었는지 정원사는 정 사장을 깍듯이 대했다.

“기팔이 술 좀 가져와”

“예”

정원사는 술을 내려놓고 의자에 앉지 않고 서 있었다.

정 사장도 앉으라고 말하지 않았다.

“동수야”

“예”

“내일 유 사장 한번 만나볼래?”

“이제 사람 안 만나고 싶어요”

“그래? 그럴 수 있지. 이해하는데 부탁 한 번 들어주라”

정 사장이 사정하듯 말해서 거절하지 못했다.

“또 할아버지인가요?”

“아니다. 이번엔 나랑 동갑이다. 43살”

“알았어요”

정 사장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혼자서 잔을 비우더니 정원사에게 말했다.

“야! 서 있지만 말고 강풍이 데려와”

정원사는 건물 뒤쪽으로 가더니 강풍이를 데려왔다.

강풍은 알몸에 하네스를 차고 목줄을 잡은 정원사를 따라 기어오고 있었다.

정 사장은 박수를 치면서 말했다.

“와! 바로 이거야. 완전 예술이야”

정 사장은 목줄을 건네받고 말했다.

“형님은 그렇게 설명해 줘도 이 좋은 걸 모른단 말이야.”


다음날 오후 정 사장은 유 사장에게 나를 데려갔다.

이번엔 유 사장이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유 사장님 늦어서 미안합니다.”

“아직 시간도 안 됐는데 뭐가 미안하나”

유 사장은 키가 크지 않았지만 엄청 뚱뚱했다.

머리가 아주 짧았는데 탈모 때문인 것 같았고 눈썹이 짙고 입술이 도툼했다.

눈꼬리는 위로 올라가 매섭게 보였다.

목 아래 부분과 반팔 사이로 문신이 살짝 보였다.

“정 사장. 여기로 오고 나서 많이 바쁜가 봐”

“바쁘기는요. 하나도 안 바쁩니다.”

“알지? 나 정 사장한테 서운한 거 많아”

“아이고 사장님 저 좀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이렇게 나왔지 않습니까?”

“그래. 알았어. 기분도 좋은데 마시자고”자리는 1시간 정도 후에 끝났다.


식사가 끝나자 유 사장 별장으로 이동했다.

난 정 사장 차를 타고 노인의 집으로 갔다.

“제가 맘에 안 들었나 보네요”

“응? 아니야. 기분 좋은 거 봤잖아”

“그런데 왜요?”

“오늘 약속이 있어서 다음에 연락 준다고 하더라고”“네”


노인의 집에 도착했다.

정 사장이 살짝 자리에 없을 때 정원사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 사장은 노인의 침대에 누워 정원사에게 강풍을 데려오라고 했다.

정원사가 강풍을 끌고 들어갔다.

“기팔이는 이제 들어가 쉬어”

“예”

“야! 동수야. 니는 여기 냄새나는 짐승 깨끗이 좀 씻어와라. 할 수 있지?”

“예”

전처럼 강풍을 씻겨주었다.

등과 가슴, 팔다리에 맞은 흔적이 많았다.

정 사장이 허리띠로 정원사를 패듯 때린 것처럼 보였다.

겁을 먹고 있는 듯한 강풍이 불쌍했다.

씻길 때 강풍은 내 말을 잘 들었다.

엎드리라고 하면 바짝 엎드려서 관장시키기 쉬웠다.

강풍을 씻겨서 정 사장에게 보내고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으로 갔다.

늦은 밤이었지만 별장에 별로 있고 싶지 않았다.


벌써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라디오를 틀면 캐럴을 들을 수 있다.

일요일 낮에 별장으로 갔다.

정원사와 강풍이 거실에 있었다.

정 사장은 10일간 서울 볼 일이 있어서 갔다고 했다.

정원사는 과일과 먹을 것을 가져왔다.

정 사장이 없어서 그런지 두 사람은 평화로워 보였다.

과일을 먹고 나서 정원사는 나에게 잠깐 나와 보라고 했다.

“잠바 입어 추워”

현관 밖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얘기했다.

“유 사장 만났나?”

“예. 밥만 먹고 헤어졌구요. 다음에 연락한다고 하던데 연락 안 왔어요”

“일본에서 돌아오면 연락하겠지”

“예”

정원사는 눈에 힘을 주고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만나지 마라”

“예?”

“나나 강풍이처럼 살기 싫으면 만나면 안 된다”

나는 무척 놀랐다.

“예?”

“영태도 북 사장 아니었으면 강풍이처럼 저렇게 됐다.”

뭔가 무섭게 들렸다.

정 사장은 정원사들이 노인의 돈을 뜯으려고 안달이 나 있다면서 기강을 잡아야 한다고 나에게 자주 말했었다.

그런 말을 들었던 터라 정원사의 말이 마음에 닿지 않았따.

“노예처럼 살기 싫으면 도망쳐야 된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렇겠지”

“영감님은 너한테는 관심도 없다. 알지?”

관심이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오면 잘 해주긴 했다.

“너는 영감님의 취향이 아니야. 무릎 위에 올려놓은 심심풀이 애완견일 뿐이야.”

정원사의 말은 틀린 말 같지 않으나 왠지 섬뜩했다.

“영태나 강풍이가 취향이지”

정원사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는데 무서웠다.

“정 사장도 그걸 알고 있으면서 왜 너한테 잘해 주는지 모르지?”

“왜요?”

“정덕봉이는 인신매매 전문이야. 너한테 작업치는 거다.”

“설마요. 그럴리가요”

“밑에 가 봤나?”

“밑에요?”

정원사는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건물 뒤편으로 가자 구석에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정원사는 두꺼운 철문을 열고 스위치를 켰다.

계단에 불이 들어왔다.

들어가서 문을 닫고 내려가지 또 철문이 나왔다.

그 문도 열고 들어갔다.

“자 봐라. 위에는 화려해도 밑은 이렇다.”

거기엔 케이지도 있었고 채찍과 각종 고문도구들이 있었다.

정원사는 내 얼굴까지 바짝 다가와 말했다.

“사람이 죽어나갔다면 믿겠나?”

난 겁에 질렸다.

“여기 어르신은 이런 거 안 좋아하잖아요.”

“이걸 누가 만들었겠나. 이젠 질린 거지”

이런 시설이 지하에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강풍이도 처음 왔을 때 여기 있었다는 거 아나?”

“여기요? 이젠 질려서 안 한다면서요?”

“미친 정 사장이 미치도록 좋아한다. 이런 거. 조심해라”

전에 정 사장이 노인에게 강풍이를 밑에다 두겠다는 곳이 이곳임을 알았다.


지하에서 올라왔다.

자주 들락거리던 이곳이 무서워졌다.

정원사를 따라 거실로 들어가자 강풍이 천진난만하게 과일을 먹고 있었다.

“강풍이가 영태보다 강했으면 강했지 약하지 않아. 그런데 지금 봐라. 어떻게 만들어놨나. 물건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웅크리고 귀를 막고 놀라지 않냐.”

나는 몸이 떨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다시는 여기 오지 말고. 정 사장도 만나지 마라. 어차피 영감님은 널 찾지도 않는다”

“정원사님은 왜 여기 있어요? 강풍이는 또 왜요? 도망가면 되잖아요”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하지 말고 정신 차려라. 넌 발만 들여놓지 않으면 되니까”

정원사가 갖다 준 냉수를 마셨다.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으로 돌아갔다.


현장에는 이 씨를 포함한 인부 4명이 족구를 하고 있었다.

난 그곳으로 갔다.

여기에 오니 안심되면서도 뭔가 불안했다.

정 사장이 찾아올 텐데 그만둬야 하나 싶었다.

이 씨가 나를 불렀다.

“동수야! 얼굴은 왜 그러냐?. 안 좋아 보이는디?”

“아니요. 아무 것도 아니예요. 괜찮아요”

“아픈 건 아니제?”

“예. 안 아파요”


월요일이 되어도 불안했다.

온통 정원사의 얘기만 생각났다.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구철네로 갔다.

이 씨는 인부가 한 명 더 늘어나서 좁다면서 내 컨테이너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이 씨와 자게 되었다.

“야! 동수야. 어디 아픈거 아니여”

“괜찮아요”

“어제부터 안색이 안 좋던디. 참말로 괜찮다고?”

“예”

이 씨는 날 껴안아 주었다.

“안 좋은 거 같은디”

그날 이 씨의 품에서 잠들었다.


다음날 경비가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건네주었다.

나더러 전화해 달라고 했다는데 불안했다.

정원사가 내게 거짓말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지하실을 봤기 때문에 더욱 믿었다.

누구 전화번호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선뜻 전화하지 못했다.

DDD 번호가 서울이어서 정 사장이면 어쩌나 싶었다.

며칠을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만지작거리면서 고민했다.

생각해 보니 나를 잡아간다고 해도 정 사장밖에 없었다.

또 정 사장이 전화번호를 이렇게 남겼을 리가 없다.

더구나 모레 그만 둔다고 얘기했으므로 겁날 것도 없었다.

고민 탓에 병날 것 같아서 밤에 사무실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

두식 아저씨였다.

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 반가워서 펑펑 울었다.


다음 날 오후에 두식 아저씨가 현장으로 찾아왔다.

여전히 촌티나 보였지만 전 보다는 조금 나아져 보이기도 했다.

달라지지 않은 그런 모습이 너무 반가웠다.

달려가서 끌어안고 울었다.


두식 아저씨는 나에게 서울로 가자고 했다.

방을 얻었다면서 졸업할 때까지 방 하나를 써도 된다고 했다.

가장 무서웠던 아저씨가 두식 아저씨였는데 가장 마음이 여린 것 같다.


사무실에 가서 데리러 온 사람이 있다고 오늘 그만 두면 안 되겠냐고 했다.

소장과 직원들은 오늘 송별회식 하려고 했다면서 아쉽다고 했다.

공사 끝나기 전에 꼭 놀러오라고 했다.

소장은 악수하면서 열심히 살라고 했다.

소장과 박 기사와 대리가 이렇게 따뜻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구철 아저씨네 일터로 가서도 인사했다.

“안 되는디. 안 되는디”

“이 씨는 뭘 안 된다고 그려. 간다잖어 시방”

이 씨 아저씨가 가장 서운해 했다.

처음 보았을 땐 거칠고 나쁜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가장 친근하게 보낸 사람들이었다.

이 씨는 꼭 놀러오라고 말했는데 진심으로 보였다.


7번 국도를 두식 아저씨의 1톤 트럭을 타고 대관령 방향으로 달렸다.

기어봉에 올려진 아저씨의 두툼한 손 위에 내 손을 올렸다.

아저씨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잠깐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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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spark61" data-toggle="dropdown" title="Blkhole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Blkhole</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그동안 소설방이 재미없어져서 시쿤둥 했는데 올라온 글보고 넘 반갑습니다  순둥이 이씨 대물 아저씨가 쫌 안스럽네요 ㅎㅎ
더위에 건강하시고 건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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