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간첩입니까?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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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었다. 평소처럼 눈을 뜨고 평소처럼 씻고 평소처럼 출근을 하던 지환은 문득 어제 웃통을 벗고 상체를 드러내며 당황해 하던 신우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확실히...몸이 좋아보이긴 했어...등근육도 그렇고...가슴근육도 단단할거 같은데...'
"아...하...이런 미친...아무래도..."
지환은 잠시 출근전 근처 까페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말이다.
자꾸 생각나고 감정 주체를 할 수 없는것이 딱보아도 신우에게 마음이 가고 있다는걸...
"아냐...암묵적인 룰 잊었어?? 업장 직원들과는 업무 이상으로 엮이지 않는다... 잘알잖아..니가..."
지환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자신에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 거리며 혼란스러운 생각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금액은..얼마든지 드릴테니...그냥 해주셨으면 하는데??"
"아!! 그만해...없다잖아...니 취향이...워낙 독특한건 알겠는데...그 쓴 시나몬 파우더를 얼마나 들이 부을려고..."
"지금 먹고 싶다고..."
"아?! 진짜 밖에서 까지 고집 피울래?!... 진짜..."
"내가 고집피우는거 한두번 보는것도 아니고... 아...지금 먹고 싶다고.... 돈...얼마든지 드린다고요.."
지환은 카운터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남성 두명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한명이 애처럼 고집을 피우기 시작하자 고집피우는 그를 말리는 남자를 보아하니 뻔했다.
'엠.병들을하네...아무리 이쪽 커플이 많은 구역이라지만 대놓고..너무 저러네...그래놓고 지들은 그런줄도 모르겠지...어휴...'
조용히 커피를 전부 마시고 일어난 지환은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오늘은 기필코 말리지 않겠다. 동요되지 않으리라.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지나가리라 마음먹고
무거운듯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윽고 도착한 지환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늘도 활짝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신우의 얼굴을 보았다.
지저분해 보이던 머리를 정리라도 한듯 깔금한 인상이 된 신우의 모습을 본 지환은 어제밤부터 출근하던 지금 이순간까지 다짐한 마음이 전부 한낱 수증기마냥 흩어져버렸다.
"..아...어..어.. 왔어??"
"예...오늘은 할게 많다고 이모님이 좀만 일찍 오시라고 하셔서...내래 좀 일찍 왔습네다..실장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네까??"
"할말? 어..아니.. 어..없지..어...그래..일찍 왔구나..어..그래.."
"어디...편찮으십네까???말을..."
신우는 걱정이되는 듯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지환의 이마를 짚어보기 시작했다.
순간 신우의 크고 투박하지만 따듯한 손길이 이마에 닿는 순간 지환은 이마에서 짜릿한 기분이 들며 이내 그 짜릿함은 온몸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짜릿함이 기폭제라도 된듯 온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열은...없는거 같습네다...긴데...실장님...얼굴 낯이...뻘건 것이..."
"아냐! 나..안아파!! 그냥...밖에 날이 더워서...더위 탔나보다...그래...가서 일봐라..."
지환은 신우의 손을 급히 때어내며 뒤돌아서서 가려던 순간 신우는 그런 지환의 손목을 덥석 잡고 말했다.
"더위 드신게 맞는거 같습네다. 고럼...얼음으로 열좀 내리셔야 합네다...더위 먹은거 그냥 두면 나중에 아플 겁네다..잠깐만..."
신우는 지환의 손목을 덥석 잡은채로 그대로 주방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냉동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얼음을 봉지에 담아 묶은뒤 지환의 이마에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걱정스러운 부드러운 눈빛으로 얼음 봉지를 꾸욱 꾸욱 지환의 이마부터
양볼을 천천히 가져다 대는 신우덕에 지환은 그대로 굳어 아무거도 할 수 없었다.
'아씨...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데?!... 아...이러면 안되는데...근데...근데...그냥...그냥..'
지환의 머릿속은 경고음으로 우렁차게 울렸지만 머릿속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몸과 마음은 그대로 신우의 얼음찜질을 받고 있었다.
"실장님? 진짜 괜찮으신거 맞습네까?? 눈이 풀린것이.."
신우는 걱정되기라도 하는듯 지환의 이마를 다시한번 짚어보기 시작했다. 신우의 손길이 닿자 다시한번 짜릿한 기분이 들며
가슴이 마구 요동치고 있었다.
"음...아무리봐도 열은 없는데...근데...더위를 많이 드셨나봅네다...열병을 앓는 사람처럼..얼굴이 붉습네다...아프신거 아닙네까??"
"아!! 안아프다고!!"
지환은 괜시리 신우를 쌔게 밀어내며 휙 뒤돌아서서 성큼성큼 주방을 나오기 시작했다.
쿵쿵쿵거리며 점점 빠른 비트를 타는 심장덕에 다리까지 후들릴정도였다.
"저놈..저거..왜저런데??? 괜히 걱정해줘도 저 난리네...어디 아프다냐??"
"모르겠습네다...아무래도...그냥 제가 싫은가 봅네다...그때 한번 혼난뒤로...실장님이 저한테 많이 날카롭게 구십네다..."
"...글쎄...저놈...저렇게 보여도 싫은 사람하곤...말도 안하는데...아...?! 저놈..저거...아휴...못살아내가 어휴..."
신우는 주방이모가 뭐라도 알아챈것 같이 혼잣말을 하며 웃으며 음흉하게 웃는 모습에 왜그런지 물었으나 그저 아무것도 아니라며 본인 할일을 계속 하기 시작했다.
"하...너무 쌔게 밀었나...기분 나빴으면...어쩌지...그냥 말이라도 좋게 할 걸 그랫나...아...? 근데 왜 내가 그딴걸 걱정해야지?! 아오!! 안그런다고 맘먹어놓고!!"
다시한번 벽을 쌔게 걷어차며 쿵쿵 거리고 있자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 방정맞은 자신의 모습을 진정시키고 다시금 고고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들어와요~"
문이 열리고 이모가 들어오더니 뭔가 할말이 있는듯 한 음흉한 표정으로 지환에 손에 아이스팩을 쥐어주기 시작했다.
"엉?? 이모 이게 뭐야??"
"뭐긴!! 아까 신우가...너 많이 아픈거 아닌지 걱정하더니 이 더운날 뛰어가서 사왔는데...니가 자길 싫어한다고 착각하고 있드라...그래서 나보고 전해주라고 하던데..."
"아...뭐...요??"
"...너...진짜로 신우 싫어 하냐? 아니...너 맘에 안들면 가게 에이스던 뭐던 그냥 가차없이 짜르면서...싫으면 짜르면 되지...왜 여지껏 두고 있냐??"
"아...그니까.."
"너..싫어하는게 아니라...좋아하지?? 그렇지??"
"아니 그니까..내가 싫어하는게 아니고....뭐?! 아니?! 이모 뭐라고 했어요?!"
"이거이거..반응 봐라..? 너 진짜로 좋아하고 있냐? 아~그래서 그렇게 신랑기다리는 새색시처럼 얼굴 연지곤지 바른거마냥 시뻘게 가지고...아이고!! 야!! 웃기다!! 무슨 사춘기 소녀야?!응?!"
이모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낄낄 거리기 시작하자 지환은 정곡이라도 찔린듯 했다.
"아... 아니라고요?! 누가 그딴놈 좋아한데요?! 아..그니깐..이건.. 그래..불쌍하니까?! 인류애 적인 문제로다가..."
"아이고...눼눼...알겠습니다~ 인류애는 무슨...지금 신우보다 사정 딱하고 안타까운 애들도 맘에 안든다는 이유로 가차없이..쳐내놓고... 인류애가 아니라...니 연모 하는 마음 이겠지.."
계속 낄낄 거리며 자신을 놀리는 이모에게 나가라며 이모의 등을 떠밀자 알았다며 자신의 발로 나간다고 말하며 쫒겨나는 이모였다.
"하..쓸데없는 말하고있어!! 진짜..."
그렇게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오늘도 어김없이 다들 모여서 신우에게 말을 걸며 여기저기서 수작질을 이어나갔다.
신우도 이내 적응이라도 된듯 자신의 팔을 만져보고 쿡쿡 찔러보는 이들에게 오히려 한술 더떠 힘을 주어 근육을 만들어 보여주기 시작했다.
"와!! 진짜!! 개쩐다!! 어머!! 나...오늘 미쳐!!"
"내래...처음엔...불편하고...어색 했지만...기래 생각해보니...다같은 사람들 아닙네까? 제말이 맞지않습네까? 기래서...그냥 친해지려고 노력 중이니..좋게 봐주시라요.!"
"어머...그럼 저희야 오히려!! 좋죠!! 아~ 이제 팔뚝 맘껏 만져도 되겟다~"
"그렇다고 너무 만지시면...곤란합네다....하하하...기래서 말인데...저도 말좀 편하게 해도 되겠습네까??"
"아우~ 그럼요...맘껏 놓으세요...형..목소리도 좋은데... 제이름 한번만 불러봐주면 안되요??"
"아...민재야~"
"아!! 진짜 미치겟네...형... 진짜 이쪽아니에요?! 오늘부터 이쪽하면 안돼요?! 형같은 사람한테 시집가고 싶다...!!"
"...내래...미안하지만...이쪽이 아니다... 민재 니 남자 면서 시집은...땍!! 에미나이도 아니고...가만...행동이 에미나이니까...에미나이 처럼 대해 줘야하나.."
신우가 이름을 불러주자 까아 거리며 좋아하는 모습을 본 지환은 괜시리 울컥 마음속에서 무언가 끌어오르기 시작했지만
부들 거리는 속을 참아내며 겨우 표정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웃음으로 답변하는 신우가 미웠다.
저렇게 다른 이들과는 친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자신과는 은근 거리를 둔다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그도 그럴것이 여지껏 자신이 보여준 고압적인 태도 덕이라는걸 모를리 없던 지환은 그저 속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들 퇴근을 하고 마무리를 하고 나가려던 신우가 어색하게 인사하고 나가려고 하자 그 어색한 인사를 받아준 지환... 그둘의 사이엔 어색한 정적이 공기를 배 삼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뭐냐?? 니들 왜 이렇게 어색해???"
이모가 가방을 싸매고 집에갈 준비를 하고 나오며 그 광경을 보며 한마디를 했다.
"아?! 그..그래 뵈여요?? 우리..그렇게...안어색한데...그..그치?"
"아...네..그..그럼요.."
"지.랄들은...아무래도 니들 첫단추가 잘못 된거 같아서 내가 답답해서 말한다... 어휴... 야...신우야...지환이 이놈 너 좋아해. 그러니까 그렇게 뻘쭘하게 굴지 말아~"
이모의 갑작스러운 폭탄과 같은 선언에 둘은 눈이 마주친채 어색하고 서로 당황한듯한 시선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그 순간 같은 찰나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아?! 이...이모!!!! 무..무슨 소리하는거야?! 어엉?! 아니...저...! 내...내가!! 쟤를..왜!! 왜..좋아해?!!"
"...왜 그렇게 난리야?? 아니~ 내말은 사람을 좋게 보고 있다고...그러니까 여지껏 안짤랐지...내말이 틀려?? 아?!! 맞다 너그러고보니!!.. 으읍!!으읍!!"
"이모!! 오늘 더위 먹었어?!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지환은 재빠르게 이모의 입을 막을채 질질 밖으로 끌어내기 시작했다.
신우는 한동안 서서 멍하니 서있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모를 내보낸 지환은 얼굴이 붉어진채로 씩씩거리며 신우앞에 서있기 시작했다.
"아...이모가...장난...친거 같아...그니까..내말은..."
"내가... 쟤를왜...좋아해...라는 것은...즉슨.. 저를 역시...싫어 하는 겁네까...? 저는 실장님... 좋아합네다.."
"아니~ 내말은...그니까 내가 널 싫어하는게 아니고!! 사람대 사람으로서...좋아..한..어..?? 뭐라고?!?!"
신우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에 지환은 가슴이 쿵쾅거리는 걸넘어 터질듯 쌔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내 플러그가 뽑힌 전자 기기마냥 아무런 말도 행동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시작했다.
"...어..??"
"저...실장님 좋아합네다... 이러나 저러나...오갈곳 없는 놈...거둬 주시시 않았습네까..? 그러니...소리를 지르시거나..때리거나..윽박을 질르셔도..제겐 은인이고 귀인 입네다..."
"아...그니까...그 좋아한다는게... 사람대 사람으로 좋아하는 거...지??"
지환은 어색한듯 물어보자 신우는 기다렸다는긋이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에 답했다.
"아...그랬구나..어...나도..너..좋아해..어...그렇고 말고..안싫어해..응..."
신우는 기쁜듯 지환의 손을 덥석 잡고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지환은 다시한번 정신이 몽롱해지는 듯했다.
"아!! 다행입네다!! 내래 ..실장님 눈밖에 나서...쫒겨날까봐...노심초사 했습네다!! 오해 풀어서 참...다행 입네다...!!"
뛸듯이 기뻐하는 신우의 모습에 지환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어쩐지 어딘가 모를 씁쓸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자신도 알았지만 이내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씁쓸한 마음을 가득 머금은채 그저 그렇게 시간이 지나기 시작했다. 이따금 자신을 보며 해맑게 웃는게 그저 상사의 눈치를 보는 웃음이라는 생각에
그 씁쓸함은 더욱 깊숙하게 지환을 좀먹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으리라 생각한 지환은 시간이 지나길 기다렸다.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계속 신우가 마음에 멤도는 지환의 마음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오늘도..고생하셨습네다...제가 마무리 하고 가겠습네다!! 먼저 들어가시라요."
"오늘도?? 그래...뭐...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그래 고생해라~"
지환은 오늘도 자신이 뒷정리를 전부 하고 가겠다는 말에 퇴근을 하던 도중이였다.
지환의 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명엔 '개.새끼' 라 찍혀 있었다.
"네~ 사장님~~ 전화 받았습니다~"
지환은 최대한 목소리를 서비스 마인드가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야!! 한실장!! 너 정산보고 올린거 보니까..좀...이상한데?!"
"아~ 사장님...요새 바쁘고 해서..제가 정신 없었나봐요!... 죄송해요~ 내일 고쳐 놓을게요!"
"아!! 시끄러워!! 너 지금 가서 싹 고쳐!! 알았어?!"
자신의 할말만 하고 가차없이 끊어버리는 사장덕에 지환은 말문이 막히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할 생각에 천년만년 장수 하라는 의미로 사장의 욕을 랩으로 만들어 뱉으며 다시금 도착했다.
문을 열고 익숙하게 정산을 하러 들어가려고 하자 화장실쪽에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뭐지...애가..아직도 안갔나..??"
지환은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야~ 아직도 안갔냐? 아니?! 야!! 너뭐해!!!!"
지환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도 믿기지 않았으며 다시한번 눈을 비비고 보아도 자신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확실했다.
신우가 알몸으로 화장실에서 씻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시...시..실장님..."
깜작 놀란듯한 신우가 멍하니 지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지환의 눈엔 신우의 적나라게 드러난 알몸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누칠을 해서 여기저기 비누 거품이 묻어 있음에도 그의 우람한 육체가 가려지지 않아 눈에 띄었다.
"아..."
민망한듯 신우가 자신의 주요 부위를 가리자 금방 정신이 들은 지환은 고개를 휙 돌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야...일단 다 씻고 나와...."
지환은 그대로 터벅터벅 걸어서 응접실에 방에 그대로 풀썩 주저앉듯 의자에 앉았다.
그러곤 방금전 비누거품이 묻어있던 신우의 알몸과 젖은 머리로 당황한듯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모습이 자꾸 떠오르며
심장은 다시금 쿵쿵뛰고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아...이...미친!!"
신우가 다씻고 오기전에 최대한 명상을 하며 자신을 진정 시키려고해도 명상을 하면 신우의 알몸이 자꾸 선명하게 보여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자신의 양허벅질를 꼬집고 최대한 슬픈 생각을 하며 참아내던 지환은 이내 다씻고 옷을 입고 온 신우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다시 아무렇치도 않은척 애쓰고 있었다.
"..."
"..."
둘사이에 매우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둘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야..신우야.."
"실장님.."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말하자 신우는 먼저 지환에게 말하라는듯 입을 다물고 손짓을 하자 지환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했다.
"후....야...신우야...너 지금...이게 무슨 짓이지??어??"
신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채 젖은 머리로 고개를 떨구고 마치 혼나기라도 하는듯 기가 죽어 있었다.
"...아니...그러지말고...말이라도 해봐..알아듣게...내가...돈훔치는 인간...몰래 비싼술 훔치는 애들은 봣어도...너처럼 씻는 애는 처음본다....하...그래..뭐...크게 손해 본것도 없지만 서도... 왜그랬는지...이유는 들어야 겠다...말좀해봐"
생각보다 크나큰 호통이 아닌 침착하고 부드럽게 말하자 젖은 뒷머리를 어색하게 긁으며 힘들게 입을 때기 시작했다.
"...저...죄송합네다...사실...지금...지내는 곳에서...물이..안나옵네다..."
"뭐?? 너...월세 산다면서?? 그럼 주인한테 말해서 고쳐야지?? 뭐하는 건데??"
"저..그게..."
신우는 힘겹게 입을 때며 말하기 시작했다. 월세긴 한데 사실상 보증금없이 월세만 내고 사는 집이라는 것과 주인이 수도를 틀어주는 시간을 정해서 틀어줬기때문에 항상 퇴근하면 못씻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래도...씻어야...출근도 하고...기래서..이렇게.."
"뭐?! 아니~ 야!! 세상에 그런데가 어디있어?! 월세 따박따박 가져다 줫을거아니야?! 근데 왜!! 그딴 대접을 받고 있어?!"
"...."
"하... 야!! 너 사는데 어디야?! 아오!! 이 등신 천치야!! 당하고만 있냐?!"
지환은 자신의 일이라도 되는냥 길길이 날뛰다가 신우를 보더니 말햇다.
"야!! 앞장서...씨.발 내가 한국 사회에선 어떻게 살아야 사람대접 받는지 보여줄께..."
지환은 자신을 극구 말리는 신우에게 계속 앞장서라며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어찌나 끈질기게 자신의 등을 떠미는지 신우는 그대로 지환을 데리고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지환은 도착하자 더욱 큰 한숨을 쉬기 시작했다. 거의 다쓰러져 가는 건물에 그것도 반지하...게다가 시설들이 매우 노후해서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도 없는 곳으로 보였다.
"야...너 여지껏 이딴곳에서 살면서...물까지 맘대로 못쓰고 그러고 살았냐? 왜?! 너 진짜 등신 천치야??...그래서...월세 얼마나 주고 사는데..? 한...10??"
"30..."
"뭐?! 야!! 너 진짜 미쳤어?!"
"...실장님도..아시지 않습네까...제가 찬밥 더운밥...가릴 처지입네까...저도 압네다...그치만..그 보증금이라는 놈이 없으면..."
신우도 자기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듯 그저 고개를 푹 숙인채 울상으로 한숨만 푸욱 쉬기 시작했다.
지환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신우에게 집주인 전화번호를 넘겨 받은뒤 통화를 시작했다.
잠시후 도착한 집주인은 후덥한 인상에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나오고 아침부터 술에 쩔어 있는게 알코올 중독자라도 되는 듯했다. 상당히 질이 떨어져보이는 인간이였다.
"아니~!! 저기요.. 이런 개 거지같은 돼지우리에서 30 씩이나 쳐 받아먹었으면..적어도 물이라도 맘껏 쓰게 해주셔야되는거 아니에요?! 진짜 미쳤나봐?!"
"...댁은..뉘슈? 뭔데 아침부터 지.랄이쇼??"
"아~ 내가 누구인지는 댁이 알거 없고...당신...이거 인권 침해!!! 그리고 이딴곳에서 30? 야이 도둑새끼야!!"
지환이 집주인에게 쏘아붙이기 시작하자 집주인도 지환에게 욕지거리를 하며 둘의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바닥에서 구를대로 구른 지환이라 그런지 말빨도 욕도 그리고 법적인 지식으로도 밀리지않자
술에 쩔어 자기 통제력이 부족하던 집주인은 지환을 쌔게 밀어 넘어 트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뺨을 치려고 손을 들자 신우는 그런 집주인의 손을 순식간에 꺾어 제압한후 발로 차서 그대로 엎어 트렷다.
지환은 자신의 눈앞에서 영화에 한장면 같은 모습이 나오자 멍하게 쳐다 보고 있었다.
"씨..이..씨이..이게 미쳤나...오갈대 없는 탈북자새끼... 받아줬더니..너 오늘부터 방빼!!!!"
집주인이 눈에 쌍심지를 키고 말하자 신우는 살짝 당황스러워 하며 입을 다문채 괜찮냐며 집주인에게 다가가 부축을 해서 새웠다.
"씨.발새끼가!! 손대지마!! 더러우니까...왜?! 방빼라고 하니까...설설 길마음이 생겼어?!그래?? 우선 뺨부터 맞자..!"
집주인이 손을 번쩍 들자 신우는 눈을 감은채 자신의 왼뺨을 내주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새끼가!! 야!! 이.씨.발놈아!! 딱봐도 아저씨에 나보다 나이 많아서 나름 말 존중해서 했더니...쳐돌았냐?! 야!! 유신우!! 됐어!! 니 집 내가 책임 질테니까!! 맞지마!! 어!?"
지환은 그대로 소리치고 집주인손을 걷어 치우며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신우의 손을 잡고 방안에 들어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뭐해?! 짐 안챙겨?! 무슨 이딴돼지우리를 집이라고..."
그렇게 얼마 없는 신우의 짐을 챙기고 밖에 나서려는 순간 집주인은 지환의 팔을 붙들고 말했다.
"갈때...가더라도!! 씨.발 이번달 세는 주고 가야지!!"
"뭐?! 하~ 너...씨.발 기다려..."
지환은 신우를 두고 잠시 어딘가를 가기 시작했다. 이내 돌아온 지환은 천원짜리로 30만원을 만들어 집주인 얼굴에 집어 던지며 말햇다.
"딱! 정확히 30이다...씨.발 볼장 봣으면...이만 닥치고 꺼져..."
"이게...미쳤냐?! 오늘 너죽고 나죽자!!!"
집주인이 지환의 머리채를 잡아 머리를 꺾자 그걸 본 신우는 지환의 머리채를 잡은 집주인의 손을 다시한번 꺾어 제압한후 몸을 돌려 땅에 고꾸라 트렸다.
"손대지말라우...내래...그 어떤 치욕도..설움도 다 견뎌도...내래 소중한 사람한테 손대는 순간 그 손모가지를 뿐질러 버리겠다 이말이지비....."
신우가 살기를 띈 눈으로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하자 집주인은 침을 꼴깍 삼키며 돈을 챙겨 달아나며 비겁하게 소리쳤다.
"니..니..니들!! 신고할거야!!
신고한다는 말에 신우의 얼굴이 다시한번 당황으로 가득차자 지환은 소리를 질러 맞응수 했다.
"씨.발 맘대로해라!! 수도 잠궈서 수도 못쓰게하고..이딴 집에서 30씩나 쳐받아가고..폭행할려고하고!! 니가 더 깨질걸?!"
그러자 집주인은 흠칫하더니 이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은 신우의 짐을 챙기고 정처없이 걷기 시작했다.
'하...씨.발...순간 욱해서..내가 책임 진다고 했는데...이걸 어쩌지...'
"저...시..실장님..전...이제 어디로 가야...합네까.."
"..아..그니까..에이씨!! 야!! 내가 책임 진다고 했지?! 난 ...내가 한말..꼭 지켜...그게 신용이고...신용 빼면 한지환 시체다... 책임진다고.."
"네...실장님 말에...추후의 한점 의심도 없습네다...그치만.."
"아..알았다고!! 미안해...나때문에...일단...하...이게 맞나......에이!! 일단 그럼 우리집에서...지내든가.."
"네?!그치만... 실장님 집에 얹혀살면...내래... 짐짝 처럼 불편하지 않겠습네까??"
"아...내가 책임 진다고 했잖아!! 너...돈모아서 제대로 된 방구해서 나갈때까지...내 집에서 살아...나때문에 이렇게 됫으니까...책임...진다고."
그렇게 둘은 어색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며 지환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도어락을 열고 들어가자
생각보다 깔끔하고 레트로한 감성으로 꾸며진 지환의 오피스텔이 보였다. 그 광경에 신우가 신기하고 놀라운듯 둘러보며 쳐다보자 지환은 괜히 으쓱해지는듯했다.
"실장님...능력도 좋으십네다..."
"능력은 개뿔...내 전재산 절반에...나머진 대출땡겨서..나도 일안하면 안되는 노예인데..뭘....우선...니 짐..뭐..그래봐야 옷뿐이네...저쪽에 두고.."
지환이 가르친 방향에 자신의 옷을 두고온 신우는 어색하게 쭈뻣하게 서있자 지환은 앉으라며 신우를 바닥에 앉히고 자신은 침대위에 앉으며 말했다.
"우선...어찌됬건..본의 아니게...같이 살게 됬으니까...우리 서로 지켜줄건 지키자고..일단...서로 사생활 노터치...씻을 거면 옷은 욕실에서 벗고 입고 나오기..그리고..전적으로 니가 얹혀 사는거니까... 청소비중은...7대3 니가 7이야..불만없지?"
"내래...어찌 불만을 말하겠습네까?! 당장 쫒겨나게 생긴마당이였고..."
"그건 나때문이잖아... 그만 이야기하자.. 어쨋든.."
"좋습네다...실장님한테 최대한 피해 안가게 내래...조심하면서 쥐새끼처럼...조용하게 살겠습네다..."
그렇게 지환과 신우의 아찔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지환은 내심 자신이 책임 진다고해서 신우를 덜컥 데려왔지만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수차례 들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가슴이 쿵쿵거리거 얼굴이 달아 오르는 게 어찌 할 줄 몰랐다.
"씻을려고 하는데...내가 먼저 씻을까??"
"아...예..."
지환은 어째서인지 순간 어색해진 분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도망가듯 욕실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물을 틀어 샤워를 하며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씨.발!! 뭐야!! 방금 그 분위기는?! 미친...모.텔왔어?! 씻는 다는 말을 왜 그따위로 해?! 한지환!! 정신차려!!!'
' 손대지말라우...내래...그 어떤 치욕도..설움도 다 견뎌도...내래 소중한 사람한테 손대는 순간 그 손모가지를 뿐질러 버리겠다 이말이지비'
지환은 자신의 머리를 콩콩 쳐가며 자기 자신에게 정신차리라는 말을 하면서도 자꾸만 머리속에 멤도는 '소중한 사람' 이라는 말이
산속 메아리마냥 자신의 머리를 헤집고 다니자 더욱 가슴이 쿵쿵거리며 떨리는게 아무래도 제대로 상사병이 도지기라도 한듯
육신도 정신도 신우때문에 녹아내리는듯 했다. 정신차릴려고 해도 자꾸만 신우의 '소중한 사람' 이라는 말이 멤돌며
헤죽헤죽 웃는 자신의 모습이 거울에 보이자 이내 크게 한숨 쉬기 시작했다.
"하...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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