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 데뷰하던 날. (5) - 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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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성에 눈을 뜨다.



어느 정도 사장님과 친분이 쌓이기 시작한 어느날


그날도 어김없이 혼자서 홀짝홀짝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사장님이 나한테 말을 걸었다.


자네 나한테 술 한잔 사줄 수 있어?



이게 뭔 소리......


술집 사장님이 나한테 술을 사달라고???


(사실 당시 사장님이 나한테 별로 좋은 인상이나


느낌을 받지 못한게 분명한게


갑자기 옆 테이블에 다른 손님이 들어오거나 하는


경우엔 나는 그저 술에 취한 척 고개 푹 숙이고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과 눈길 마주치치 않으려고


자폐아(?) 코스프레...)



딱히 평일날 손님이 들지도 않고,


말도 별로 없는 장승같은 나랑 둘이 있는게


갑갑했던지 사장님은 날 보구 술 한잔 사달라고 했고


술 한잔 쯤이야 하고 가볍게 응낙했던 날 데리고


간 곳은 엄청나게 큰 술집이었다.



구멍가게하고 대형마트 같은 차이?



어쨌든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었는데


얼라? 이곳은 예전 스탠드빠 처럼 손님들이 스테이지에


나와서 노래도 하네???



술을 몇잔 마신 사장님이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스테이지로 나간 사이에 



내 왼쪽 바텐에 앉아있던 깔끔하게 잘생긴


중년신사가 갑자기 나한테 말을 건네왔다.


안그래도 사람들 눈길이 부담스러워서 잔뜩 


주눅이 들은 나한테 느닷없이,


"어느 술집에 주로 다녀요?"



엉겹결에 "저는 ☆★☆ 밖에 모릅니다." 대답하는 나한테


내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면서 자연스레 한 손으로 내 어깨를 짚고


"☆★☆에 한번 놀러 가야겠네........."



그러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내 어깨위에 놓은 그의 손을 인식한 순간


갑자기 후욱하고 몸이 뜨거워지듯이 달아 올랐다.



그 당시에는 아직은 개인 휴대폰이 널리 보급되기 이전이라서


서로 전화번호 교환같은 건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날은 그렇게 내가 남자한테도 이런 뜨거운 느낌을 받을 수


있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만을 인식한 채로 마무리.




그러다가 또다시 시간이 흘러서 한참만에


그날도 어김없이 회식이 끝난 후에


종로쪽으로 길을 건너는데


문득 지난번 그 중년신사가 생각이 나서


오늘은 그 술집에 한번 가볼까 하고


더듬더듬 기억을 더듬어서 골목길로 들어서서


아마도 이집이 맞을 듯 싶어서 지하술집을


들어서는데 어라 뭔가 이상하네?


크기도 구조도 다른 완전히 다른 술집.


문 열고 들어서는 나한테 쏟아지는 눈길세례는....


이건 정말 영원히 적응이 안될듯.



그런데 잘못 찾아간 그 술집에서 내게 남아있던


마지막 봉인이 뜯어져 나간 듯,



나는 그 날 그 술집에서 당시 용어 조차도 잘


몰랐던 내 '식성'에 대해서 확실히 눈을 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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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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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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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에 첨 갔을때 설렘과 두려움 가득했던 옛 생각이 납니다.
예전 글도 찾아봤는데요. 비디오가게 사장님과의 후기도 궁금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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