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에서 만난 고교동창 -1부- (3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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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에서 만난 고교동창 -1부- (3부작)



-1-



명절 추석을 앞둔 연휴 전, 마지막 근무일.


(수화기를 들고 통화를 하는)



“네. 최 주임님, 많이 바쁘시겠지만, 저희도 오늘 명절 앞두고 단축 근무라 4시까지 이메일로 주문서 꼭 보내주셔야 되거든요~~(빠르게 타자치는 소리) 네네. 네네. 진짜 꼭 좀 부탁드릴게요. (잠시 경청을 하더니) 아..그건 진짜 걱정 안하셔도 돼요 !! 네네~~주임님도 추석 명절 잘 보내시고 박 부장님께는 제가 따로 문자나 연락 드릴게요~~ 네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는)”



어릴 땐 추석, 설날 이 두 글자만큼 설레는 것도 없었는데 이제 명절은 내게 있어서 세 글자의 수식어에 지나지 않는다.


‘빨간날’, ‘쉬는날’, ‘공휴일’

 

(업무를 마무리 하는 도중, 김 부장님이 다가오더니)



“이 대리, 내일 강릉 가겠네?? (시계를 한 번 보고는) 아니다, 오늘 밤에 가려나?? 뭐 어쨌든 KTX 타고 가지!?”


“네~ 오늘밤이요.”


“오늘 바로 가는구나?? 그래 그래~ 잘 했네. 그나저나 내려가면 장가가라는 잔소리만 주구장창 듣고 오겠구만. (웃으며) 그러니 얼른 장가를 가라고 임마! 넌 왜 결혼을 안하냐? 휴..(한숨을 쉬며) 만날 똑같이 반복되는 잔소리 이젠 지겹지도 않냐!? 내가 체하겄다. 내가 체하겄어.”




‘넌 왜 결혼을 안하냐’


주위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사실 결혼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그렇게 평범한 삶을.. 그리고 아빠가 되는 꿈을 매일 그리고 있지만


그럴 수 없단 걸, 그런 삶을 살 수 없단 걸..


행여나 부모님의 성원에 못 이겨 끝내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내 스스로 결국엔 버티지 못할 거란 걸 너무나 잘 아는 나였으니까.. 



“그래도 결혼은 신중하게 생각해야죠~~(괜히 머쓱해하며) 그러고 보니 부장님 말씀대로 아직 명절음식 먹지도 않았는데 잔소리 들을 생각에 벌써부터 좀 체할 것 같은데.. 어쩌죠? (웃으며) 근데 저 아직 32살인데 제 나이 정도면 좀 이르지 않나요!???(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웃으며) 이르긴! 지금 9월이니까 4개월 뒤에 33살이잖아!? 너 임마! 그러다 30대 중반 오고, 눈 깜짝하는 사이에 40대 온다.”


“아....부장님...40대는 진짜 아직 멀었거든요~~~~~(괜히 깊은 한숨을 내쉬며)”


“멀어서 좋겠다 임마! 난 부장 회의 하러 갑니다~~~ (서류와 수첩을 챙기다 주위를 둘러보며) 오늘 4시까지 단축근무니까 슬슬 일들 마무리 해요~”


“네~~~~~~(직원들 모두)”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회사에서 받은 명절 선물 스팸 세트를 손에 한 아름 들고는 청량리 역으로 향했다. 



“휴 (한숨을 쉬며) 하마터면 늦을 뻔 했네”


그렇게 짐을 위에 싣고는 앉아서 쉬고 있는데 옆자리는 아직 빈 자리였다. 


예약할 때부터 제발 젊고 잘생긴 남자 옆자리!!!! 3번이나 속으로 간절히 외치며 예매를 하는 나였지만 


왠지 지난날을 떠올려보면 내 간절함이 부족했는지 남자보단 여자들이 내 옆자리에 앉은 적이 많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기대를 접고, 가방에서 에어팟을 꺼내 귀에 꽂은 뒤, 지그시 창 밖을 바라보는데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 위로 기내 안내 방송이 울려퍼진다.


「고객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열차는 강릉역까지 가는 고속 열차입니다. 저희 승무원은 고객께서 편안히 여행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아직 옆 자리가 빈자리인 상태로 그렇게 열차는 출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상봉 역.


갑자기 내 옆자리인 빈 좌석 옆에 어떤 남자가 우두커니 서더니, 좌석과 휴대폰을 번갈아서 몇 번 확인한 후 이내 내 옆자리에 착석을 했다.


근데 무슨 불편한 게 있는걸까?

아니면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는걸까?


왜 자꾸 내 얼굴을 힐끔힐끔 훔쳐보는 느낌이 드는거지.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창 밖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내 팔을 누군가가 ‘툭’ 치는게 느껴졌다.



“혹시..이... 창석?.. 야. 창석이 맞지?? (내 얼굴을 다시 보고는) 맞네!!”


“엇...!? 와!!!! 이게 얼마만이야~~~~ (분명 고등학교 동창인것도, 그리고 나름 친했던 사이였는데 고향 사투리가 거의 사라진 말투에, 게다가 10년 넘게 시간이 흐른 탓인지, 전보다 많이 변해버린 체형과 외모에 정말이지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아서는) 지...진짜 오랜만이다.”


“(놀라움과 함께 반가웠는지 내 어깨를 잡으며) 그러게. 이창석 진짜 오랜만이네. 우리 고등학교 졸업하고 12년 만인가??”


“응!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거니까... (고개를 끄덕이는데 아직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른 채로) 너도 추석이라 강릉 가는거구나!!”


“어!! 안 그래도 두 달 전에 강릉역 앞에서 태혁이 잠깐 봤었었거든. 그 때 난 서울 올라가는 길이였고, 태혁인 강릉으로 내려오는 길이여서 둘 다 바쁜나머지 인사만 하고 바로 헤어졌었는데. 오늘은 여기서 널 다 만나네., 그것도 ktx 바로 옆자리. 대~~박~~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근데 태혁이랑 너 나 이렇게 우리 셋.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진짜 잘 붙어다녔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연락도 없는 사이가 된거냐.. (아쉬운 표정과 함께) 너 태혁이랑은 아직 연락 하고 지내는..거지?”



그의 입에서 ‘태혁’ 이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문득 오래 전 기억의 조각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내 옆자리에 앉은 아이의 이름이 ‘승수’ 라는 것도.






태혁이와 난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연속으로 같은 반이었고, 게다가 5학년 내 처음 짝꿍이 태혁이였어서 우린 어렵지 않게 친해질 수 있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 때 랜덤 추첨으로 잠시 떨어졌다가 고등학교 때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난 태혁이가 한 번도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변한 태혁인 완전히 다른 남자가 되어있었다.


고1인데도 키가 벌써 175cm를 넘어섰고 얼굴도 꽤나 잘생겨졌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태혁이는 농구부 였는데 나와는 다르게 운동 쪽에 꽤나 소질이 있었다. 


언제 한 번은 점심시간 이였나. 


운동장 농구대 한 켠에서 태혁이가 농구하는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본 적도 있었다. 5교시 수업 종이 울리는 것도 모른채. 


그가 레이업 슛을 성공하고 돌아서면서 왼쪽 손목에 아데를 낀 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 때... 뭔가 처음으로 태혁이에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당시에는 그 감정과 기분에 대해 잘 몰랐었지만.. 아마도 그 때부터 태혁이를 내 마음에 품었는지도 모르겠다. 





15년 전, 


고등학교 1학년.


태혁이가 누군가의 손을 잡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데 


“창돌아 (고딩 때 내 별명) 여기 인사해~ 승수라고 나랑 같은 중학교 나온 얜 데. 이따 고기 뷔페 갈 때 승수랑도 같이 가자!!!! 괜찮지..!? 얘가 생긴 건 좀 세 보여도, 공부는 또 겁나 잘해서 강중에서 전교 2등하고, 울학교 온 거 니 아나?. 모르지? 완전 대박이지!?”


“아..안녕 (괜히 어색해서는) 내 이름 이거..(이창석이 써져있는 명찰을 손으로 가리키며)”


“안녕. 태혁이한테 너 이야긴 많이 들었어!!! 너네 둘이 가기로 했던거 나 껴주는 댓가로 오늘 뷔페는 내가 쏠게!!! 대신 우리 밥 먹고 노래방도 가면 안되나!!!?”

 

“노래방 좋지~~~”



승수는 공부도 참 잘했지만, 집안 형편도 꽤나 넉넉한 편이어서 그랬는지 우리가 모일 때 종종 태혁이와 내 몫까지 밥을 사주곤 했다. 


그렇게 태혁이의 소개로 승수를 처음 만난 날, 셋이서 두 시간동안 고기를 배 터지게 먹고는,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두 시간 동안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함께 그 안에서 춤을 췄던 기억이 다시금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우리에게 고3과 수능이 점점 가까워져 오면서 다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허락되진 않았다.


시간은 흘러 19살이 되었고, 

그렇게 11월 수능을 치르고 해를 넘겨, 셋이서 처음으로 소주를 마시던 그 날..


불현 듯 태혁이와의 그 일이 기억났다. 




*다시 현재 KTX 안.



“창석아~~ 너 지금 내 말 듣고 있어?? 태혁이랑은 지금도 연락 하고 있는거지??”


“어어...(잠시 정신을 차리며) 태혁이??? 태혁이랑 연락 안한지도 조금 오래 되긴 했어.. 태혁이랑 안그래도 서울에서 몇 번 보려고 연락 했었는데 그 때마다 서로 좀 바빠서..(머리를 긁적이며) 근데 우리 둘이 이렇게 만난거 알면 태혁이가 진짜 많이 놀라긴 하겠다 (어색하게 웃으며)”


“야 근데 창석아, 너는 진짜 그대로다. 그대로야. 정말로 하나도 안 변했어. (웃으며) 진짜 딱 보자마자 넌 줄 알았다니까.”


“아 그래...?(한번 더 머리를 만지며) 난 사실 너 학생 때 얼굴이 많이 없어져서.. 솔직히 말하면 아까 전에 순간 너가 아는 사람을 착각한건가 했어. 그나저나, 너 그때 서울교대 들어갔었지!? 그럼 지금 서울에서 초등학교 선생님 하고 있는 거야~?”


“응~ 아직 짬이 없어서 그런가.. 계속 고학년만 맡는다. 후 (한숨을 쉬며) 올해도 6학년 담임 맡고 있어. 안 그래도 학부모님이랑 얘들한테 엄청 시달리는 중. 너 그 광고 알지.. 학교 가기 싫어 죽겠다고 푸념하는데 니가 선생인데 안가면 어쩌냐는 그 광고.. 그게 지금 딱 내 상황 ㅎㅎ 하..나 좀 살려주라 창석아! (지친 표정으로 내 팔을 붙잡으며)”


“6학년이면 중학교 진로까지 다 봐줘야 겠네.. 후..니가 고생이 많겠다. 난 식품회사에서 사무일 하고 있어~”


“오!! (눈이 커지며) 그렇구나!! 근데 우리 진짜 같은 서울 안에 있으면서 왜 그동안 얼굴 한번 못 보고, 연락도 한번 못 한거지..? 고등학교 1학년 때는 태혁이랑 셋이서 잘만 싸돌아 다녔었는데 (웃으며) 앞으로 자주 좀 보자~ 친구 좋다는게 뭐야 (내 어깨를 툭 치며)“


“그래~~~”


“그나저나 태혁이도 이번에 내려오겠지!? 한번 연락이나 해볼까!?”


“응! 말 나온 김에 연락해보자! 시간 맞으면 셋이서 오랜만에 소주 한 잔 하면 좋을 것 같아.”


“오!!! 콜!!! 내가 단톡방 팔게. 창석아 너 휴대폰 번호 좀~”




[A-YO! 혁~]


[뭐야! 함수!! 강릉 내려왔냐!?]


‘이창석님을 초대하였습니다’


[엇!!!! 이창돌!? 뭐야!? 니가 왜 승수한테 초대되는건데? 뭔데!? 둘이. 나 몰래 둘이서 서로 연락하고 있었냐?? 개새들.]


[태혁쓰!!! 오랜만이다~]


[와... 이창돌이.. 진짜 오랜만이네. 근데 무슨 일이야!!? 어떻게 승수 니가 창돌이를 초대했어?]


[우리 지금 KTX 타고 같이 강릉 가는 중이야. 그것도 바로 옆 자리.]


[뭐냐. 너네 사귀냐 ㅋㅋㅋ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ㅋ]


[태혁이 넌 이번 명절에 강릉 와?]


[나!?? 나 이번에 강릉 못가~ 여친이랑 2박3일로 제주도 가기로 했거든.]


[뭐냐.. 여친이랑 여행?? 벌써부터 재수 없네.]


[뭐래. 야. 우리도 이제 서른 둘이다. 창돌아, 함수야 너넨 장가 안가냐!?]


[아니 ㅅㅂ 왜 이런 소리를 우리 부모님이 아니라 너한테 먼저 들어야 하는 건데?]


[그러게. 꼭 우리 김 부장님 같네]


옆에서 갑자기 승수가


“에이, 만나지도 못할 거, 대화 길게 할 것도 없다. 그만 방 나가자. (웃으며)”


[야. 제주도 갈거면 그냥 꺼져. ㅋㅋㅋㅋㅋㅋㅋ 담에 서울에서 보자 넌]


[그래 태혁아~ 담에 서울에서 다 같이 한번 보자~~~~]


[오키~~~~ 명절 잘 보내고~~~]


[알았어~~~~~~]


그렇게 3명의 대화방이 종료가 되고


다시 승수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데



“근데 넌 여친 없어?”


승수가 나한테 대뜸 질문을 했다.  


“응. 아직...넌..?”


“나도 아직. (웃으며) 샘들 소개로 소개팅은 주구장창 하고 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되네.”


“(놀라며) 난 너 당연히 결혼 한 줄 알았어.”


“당연히? (웃으며) 왜 당연히라고 말하는거야? (꽤나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야 뭐. 음.. 초등학교 교사니까 직업도 탄탄하고..(말끝을 흐리며)”


“에이.. 그럼 의사나 전문직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결혼했게?”


“....(갑자기 할 말을 잃어선) 그야..뭐..”


“근데 진짜 우리 이렇게 오랜만에 봤는데, 내일이나 모레 괜찮으면 술이나 한 잔 하자~ 뭐 태혁이랑은 다음에 보면 되니까~~”


“그래~~그러자”






스무살이 되던 해


2월 졸업을 한 달 앞 둔 1월, 눈 내리는 어느 날


태혁, 승수, 나 이렇게 셋이서 오랜만에 모여 한 자리에 함께 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성인이 되었다며, 당당하게 호프집에 둘러앉아 치킨과 오뎅탕을 시켜놓고 술 한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태혁 : 창돌(내 별명), 함수(함승수의 별명)!! 맥주 잔 들고~~ 짠 하자. (맥주잔을 들며)


승수 : 야야.. 뭔가 거창한 멘트가 하나 나올거 같은데... 나 귀 좀 막아주라 창석아.


창석 : 냅둬. 혁인 저런거 은근히 즐기자나 (웃으며)


태혁 : 어어!! 조용 조용!! 둘 다 지방방송들 끄시고!!!!! 잔들 더 높이 안드나!!!! 그래그래!!! 3년 동안 공부 빡세게 하느라 진짜 고생들 많았다. 함수는 교대 들어간거 축하하고, 창돌이는 강원대 합격 축하! 그리고 난 인 서울 했으니 이 정도면 우리 셋 다 잘 한거 맞제?


승수 : 어 고생들 했다. 근데 언제까지 지루한 네 설교 들어야 하는거야? (웃으며) 빨리 짠이나 하자. 나 손 아파지려한다. 



우리 셋은 서롤 바라보고 웃으며 맥주 잔을 세게 부딪쳤다. 


그런데 승수가 술이 생각보다 약했던 터라 조금만 마셨는데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더니 소주 반 병을 넘게 마시곤 완전히 취해버려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창돌. 얘 도저히 안될 것 같은데.. 가까운 모텔이라도 잡고, 잠 좀 재우고 들어가자”


“어...어”


그렇게 태혁이랑 같이 승수를 부축해서 모텔 침대위에 겨우 눕히곤


“하... 저 새끼는 대학교 들어가서 어쩌려고 저렇게 술을 못 마시냐.”


“나 근데 승수 저렇게 술 약한지 몰랐어~~”


“창돌아, 방 잡은 것도 아까운데 우리 술 사와서 여기서 좀 더 마실까? 너 오늘 집에 안 들어가도 되지?”



순간 태혁이가 모텔 방 안에서 단 둘이 술을 더 마시자고 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거짓말을 동원해서라도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어? 어. 그럼! 저번에도 친구집에서 외박한 적 있는걸 뭐. (태연한 척) 나 그럼 지금 엄마한테 지금 연락할게. 오늘 너네 집에서 자고 들어간다고”


“여윽시~ 우리 창돌이~~~그럼 편의점 고고!! 고고!!”



밖에서 술과 안주를 더 사와 다시 모텔 안으로 들어오는데 승수가 마치 이곳이 본인 방 인 것 마냥 아주 잘 자고 있었다. 


“재봐라 재.. 누가 업어가도 모르겄다”


“잘 자네 승수”


“근데 재, 청바지 저거 좀 벗겨줘야 되는거 아냐? 겁나 불편해 보이는데?”


“이미 저렇게 자는데 냅둬 그냥~~~”


“아냐, 재 고추 개 커서 지금 겁나 불편할걸. 저 봐라. 툭 튀어나온거. 내가 함수랑 목욕탕 몇 번 가봤는데. 아니 진짜 왠만한 어른보다 더 커 저 새낀..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혁이의 말에 괜히 침을 꼴깍 삼키곤


“그래...?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아무래도 편하게 자면 좋으니, 바지만 니가 좀 벗겨주든가”


“야야. 나 화장실 가야대. 니가 그냥 벗겨 줘”



그렇게 태혁이가 화장실에 들어가고 난 후 못 이기는 척 승수 옆으로 다가가선


“승수야~~ (몸을 한번 흔들며) 청바지라도 벗고자 ~~ 불편하겠다”


술에 완전히 취해버려서 그런지 정신을 거의 잃은 사람처럼 자고 있길래 청바지 단추를 풀고 지퍼를 내리는데


‘물컹’


뭐지? 잠깐 스쳤는데.. 이렇게 크다고??? 


괜스레 얼굴이 붉어져선 다시금 바지 벗기는 일에 집중해서 그의 바지를 모두 벗기는데 


팬티 안의 도드라진 윤곽이 자꾸만 내 시선을 빼앗고 있었다. 


‘꿀꺽’


그렇게 팬티만 입은 채로 곤히 자고 있는 승수를 보는데 갑자기 내 두 허벅지 사이 그곳이 점점 단단해지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모텔 바닥이 보일러로 후끈한 탓에 태혁이와 나도 아까부터 바지를 벗고 팬티만 입은 채로 술을 마시고 있었기에


난 갑자기 발기된 물건을 감추려 침대 위 베게를 집어들고는 배 앞으로 가져다 댔다.


그리곤 태혁이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뭐냐? 갑자기 왠 베게?? (승수를 보고는) 어?? 바지 벗겼네?? 이제야 쫌 보는 우리도 편해보이네. 야 근데 내 말 맞지?? 함수 저 새끼..봐봐 저거.. 자지 존.나 크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어떤 여자가 승수를 만나려나. 아주 밤마다 대물 승수 때문에 흠뻑 젖겠네 젖겠어”


“야. 심태혁, 넌 맨날 그 생각밖에 안하지..”


“넌 그럼 안하냐? 스무살인데?? 제발 좀 솔직해져라. 창돌아.. 후...빨리 여친 만들어서 방 잡고 하루종일 떡이나 치고 싶다."


“에효.. 술이나 마시자”


“아 근데 베게 좀 치우면 안되냐?... 우리 끼리 뱃살 좀 보이면 어때? 정신 사납게시리~~~(앞에 있는 내 베개를 뺏어선 침대 위로 휙 던지는데)”


“(괜히 놀래서는 팬티 위로 손을 가져가 발기된 물건을 가리려 하는데)”


“와 창돌아 니 뭐냐? 너 지금 왜 섰어? (웃으며)”


“왜 서긴, 만지기만 해도 서는 걸 어쩌라고”


“지랄. 너 설마 함수꺼 보고 커진거 아니야?”


“아....(괜히 태연한 척) 아니거든!!!!!!!!!!"


“아라써!!! 아라써!! 술이나 마시자!!!”



그렇게 모텔방 안, 태혁이와 단 둘이서 함께 술을 조금씩 비워가고 있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을까.


승수는 아침까지 깨지 않을 것처럼 잠에 흠뻑 취해있었고 어느새 태혁이와 내 옆으론 비워진 초록색 소주병이 4병이 넘어가고 있었다. 



방바닥은 후끈후끈하고, 태혁이도 어느새 술에 취해서 그런가 많이 피곤했는지 중간 중간 고개를 까딱까딱 거리며 졸기 시작했다.


(고개를 까딱거리는 태혁일 보며) 


“태혁아”


“(아무 반응이 없는)”


“심태혁...”



그렇게 취해 있는 태혁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멍하니 바라보는데 든든한 체격하며, 두툼한 목선하며 오늘따라 더욱 더 잘생겨 보이는 건 기분탓일까.


어쩌면 술 기운이려나. 나도 취기가 많이 올라오는 듯 했다. 


그러다 갑자기 태혁이가 정신이 들었는지 


“어 뭐야~~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소주잔을 찾으며) 잔에 술이 없잖아~~~창돌아 뭐하냐 잔 안채우냐?”


“태혁아. 우리 술 많이 마셨어 너 많이 피곤한거 같은데 그만 자자.”


“응??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무슨 개소리야. 나 하나도 안 피곤해!! 그리고 안 취했거던!!!!!”



눈도 풀리고 발음은 꼬일대로 꼬여선 날 게슴츠레 바라보는 태혁.


“그리고 술도 이제 없어. 이걸로 막잔하자”


“없으면 더 사오면 되지~~~~~~~헤헤헤헤헤. 자 짠~~~~~~~~”



그렇게 잔을 부딪히고 소주를 넘기고는


“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태혁이와 한 껏 취한 채, 모텔방 안, 그것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 마주 앉은 채로 숨을 내뱉고 있다 보니 뭔가 자꾸만 이상한 기분이 올라와서 그 자리를 잠시나마 피하고 싶었다.


소변을 보고, 괜히 세면대 위 거울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켜 본다. 


'후..................'


하지만 마음이 진정되기는커녕 심장은 아까보다 더 빠르게 뛰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는데, 많이 피곤했는지 태혁이가 그새 침대 끝에 손과 머리를 기댄 채로 잠이 든 것 같았다.


“에휴.. 더 마시지도 못할거면서...”


난 다가가 태혁일 살짝 흔들었다.


“심태혁!!! 야 심태혁!!!!!!”


근데 그 찰나의 시간에 깊이 잠이 들어버린걸까. 흔들어 깨워도 이 녀석,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몸을 완전히 일으켜 침대에 눕히긴 좀 힘들 것 같아서 따뜻한 바닥 위에 몸을 눕히려는데, 침대에 기대져 있는 머리를 살짝 들어올리자 마자 힘이 없는지 내 어깨에 몸을 완전히 기대는데.. 



'풀썩'



나도 모르게 서로가 취해있음을 핑계 삼아 내게 기대는 그 순간 태혁일 안아버렸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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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역명과 학교명이 나오긴 하지만 이 모든 설정은 허구이며 실화가 아닌 소설이기에 소설방에 올립니다. 해당 소설은 단편 3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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