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설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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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집착과 광기 (2)
일부러 준비라도 해 둔 것인지 고은수가 길쭉하고 폭이 좁은 칼을 꺼내 들었다. 생선 대가리를 대번에 잘라낼 수 있는 예리한 회칼이었다.
시퍼런 칼날은 보고만 있어도 베여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회칼이 불빛을 받자 금속성 광채를 번쩍였다.
“으읍! 읍!”
재은이 칼을 보고 두려운 나머지 다시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흘러내리던 눈물이 말라붙은 눈가에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극도의 두려움으로 재은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은수가 손에 든 칼날을 살피며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재은에게 다가왔다.
“울지마. 예쁜 얼굴 다 망치잖아. 이러면 화면발 안 받아.”
은수가 회칼 칼등으로 재은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차가운 감촉이 얼굴에 닿자 재은은 눈을 부릅뜨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칼등이 닿았지만 칼날에 벤 듯한 지독한 통증이 뺨에 느껴졌다.
은수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칼등이 아니라 칼날로 얼굴을 긋는다면?
재은이 은수를 바라보며 눈빛으로 애원했다. 이러지 말라고. 눈물이 계속 흘러 앞이 뿌예졌다.
“크크크. 그러게 넘봐서 안 되는 것을 넘보면 어떡해. 네 주제에 말이야.”
은수가 이번에는 재은의 목선을 따라 칼끝을 내렸다. 칼날이 살에 닿지 않았는데도 회칼 특유의 냉기가 느껴졌다. 공포심을 느낀 재은은 몸이 세포 단위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촤악.
은수가 회칼을 그대로 내리면서 재은의 셔츠를 잘랐다. 예리한 칼날을 이기지 못한 셔츠가 대번에 잘려나갔다. 잘린 틈으로 하얀 복부와 배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수가 칼을 옆으로 휙 던졌다.
“저 새끼 벗기는 장면부터 시작해.”
은수의 말이 떨어지자 선글라스를 쓴 근육질 남자 두 사람이 재은의 팔을 잡고 나머지 한 명이 재은의 찢어진 셔츠를 찢어져 활짝 벌렸다. 금세 하얀 속살과 분홍색 유두가 나타났다. 옷을 벗기던 남자가 흥분되는 듯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와, 씨벌. 이 분홍색 유두 좀 봐. 죽이는걸?”
흥분한 남자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재은의 유두를 손으로 갉작거리더니 금방 입을 갖다 대고 혀를 날름 내밀었다. 불결하고 축축한 느낌이 느껴지자 재은은 움찔하며 몸부림을 쳤다. 하얀 가슴에 금방 붉은 입술 자국이 남았다.
가슴을 빨던 사내가 급히 재은의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겨냈다.
재은은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금방 속옷까지 모두 벗겨진 재은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가 되었다. 재은을 붙잡고 있는 두 사내는 재은의 벗은 몸을 바라보며 잔뜩 발기한 자신들의 물건을 제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봐. 이래서 조회 수 좀 오르겠어? 갖다 줘도 못 먹지?”
은수가 안락의자에 앉아 채근했다. 그러자 재은의 바지를 벗겼던 사내가 재은의 앞에 두 다리를 떡 벌리고 섰다. 세 명 중에서 유난히 하체가 굵은 남자였다.
그가 팬티를 벗어 던지더니 자신의 물건을 출렁이며 꺼냈다. 반쯤 발기한 그의 물건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할 만큼 대물이었다. 그 남자가 자신의 물건을 재은의 뺨에 비비기 시작했다.
재은은 끔찍한 느낌에 눈을 질끔 감으며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지만 남자의 손에 뒷머리를 잡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읍!”
“구도 좋아. 이제 재갈을 풀어.”
은수가 마치 감독처럼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재은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남자 중 한 명이 재갈을 벗겨버렸다.
“왜 이러는 거예요. 왜–, 읍!”
재은은 애원이라도 해보려고 했으나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재갈이 풀리자마자 입안으로 자신의 입보다 더 두툼한 사내의 물건이 들어왔다. 사내는 재은의 뒷머리를 붙잡은 손을 앞뒤로 움직이며 그대로 피스톤 운동을 시켰다.
“읍. 읍!”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토할 듯 욕지기가 올라왔다.
하지만 재은의 머리채를 쥐어뜯듯이 붙잡고 펠라를 시키는 사내는 그런 재은의 상태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오히려 신음을 내지르며 속도를 더 높였다.
눈물과 땀,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으로 범벅이 된 재은의 얼굴은 엉망이었다. 턱이 빠질 듯이 아팠지만 그보다 더 큰 수치심과 공포심이 재은을 계속 무력하게 하고 있었다.
“윽윽, 으으윽…”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만 입안을 가득 채운 살덩이를 비집고 조금씩 새어 나왔다.
“좋아. 이제 누가 그 녀석 물건을 좀 세워봐. 바텀이 즐기는 모습을 보여야지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크크크.”
은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재은의 왼쪽에 있던 사내가 재은의 성기를 움켜잡더니 주물럭거리며 자극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려움에 질린 재은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반드시 세워야 해. 알겠어?”
은수의 말이 떨어지자 수염 자국이 진한 그 사내가 재은의 성기를 덥석 물더니 그대로 혀를 내밀어 빨아올렸다.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에 재은은 소리를 지르며 허리를 비틀었지만 그렇다고 사내의 입술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시 완강하게 거부하며 피하려고 하자 재은은 그대로 바닥에 눕혀지고 말았다.
재은의 입에 펠라를 시도하던 사내가 가슴 위로 올라타 앉았다. 수염자국이 짙은 사내가 양손으로 다리를 붙잡은 채 뱀처럼 긴 혓바닥을 내밀어 재은의 애널부터 성기 끝부분까지 훑어 올렸다.
“캬, 이년 구멍 쫀득한 것 좀 봐. 사람 환장하게 만드네.”
극도의 공포심과 수치심에 재은은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입안에 가득한 남자의 페니스에 목구멍이 막혀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다.
이 와중에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슬슬 자극에 반응하려는 자신의 몸은 최악이었다.
민재 형, 나 좀 도와줘. 형, 나 좀 살려줘. 제발!
재은이 마음속으로 민재에게 소리쳤다.
지금 이 순간, 이 고통스러운 순간, 민재 밖에는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느님도 부처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민재의 모습만 떠올랐다.
형이 제발 이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며 머리칼을 적셨다.
남자의 몸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외부자극을 받으면 반응을 하게 되어 있다. 강렬한 자극이 반복되자 재은의 성기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 선다, 서. 좋아! 그 녀석 물건 클로즈업해.”
은수의 말에 실시간 스트리밍이 가능한 비디오카메라가 재은의 다리 사이로 가까이 다가왔다. 재은이 수치심에 다리를 오므리려고 하자 억센 두 팔이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게 눌렀다.
“그래. 좋아. 그 녀석 jot물 떨어지는 것 좀 더 확대해봐. 그렇게. 좋아.”
침과 프리컴으로 번들거리는 재은의 분홍색 귀두가 비디오카메라의 사각형 앵글에 가득 찼다.
“좋아. 조회수 막 올라간다. 오 예!”
은수가 한쪽에 설치해 둔 노트북을 보며 재미난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좋아. 이제 카메라를 좀 더 아래쪽으로 내려. 그 녀석의 음란한 구멍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야. 그렇지. 구멍을 벌려!”
이번에는 화면 가득 재은의 애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와, 이 년 구멍 벌름거리는 것 좀 봐. 내 것보다 훨씬 낫네. 젠장 할. 이래서 민재가 홀딱 반했나 보지? 크크크.”
은수가 화면을 보며 미친 사람처럼 키득거렸다.
“좋아. 이제 이 야들야들한 구멍이 박히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커다란 페니스가 이완도 되지 않은 재은의 애널을 뚫고 쑥 들어왔다.
“읍!”
벌겋게 달군 불쏘시개가 하체를 꿰뚫는 고통에 재은이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가만히 있어, 씨벌 년아!”
재은의 가슴에 올라타 앉아 펠라를 시도하던 남자가 손찌검을 했다.
짝!
커다란 사내의 손이 재은의 여린 살 위로 떨어지자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재은의 목이 왼쪽으로 꺾였다. 재은의 하얀 뺨 위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
“방금 그거 괜찮다, 소리도 좋고. 피부가 하얘서 때린 자국이 아주 선명하네. 한 대 더 때려봐.”
은수의 말에 사내가 다시 손찌검을 했다. 재은의 입술이 터져 피가 흘렀다. 하얀 뺨이 보랏빛으로 물들며 금세 부어올랐다. 몸에 있는 모든 물이 눈으로 빠져나오는 건지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다.
“상철아, 좀 더 세게 박아. 너, 야동도 안 봤어? 그렇지. 그렇게 허리를 돌리라고. 그리고 그 녀석 안에다가 싸. 그년의 천박한 구멍에서 jot물이 줄줄 흐르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게. 크크크.”
극심한 통증이 다시 하체를 꿰뚫으며 재은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가 있다면 은수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았다.
****
“우와, 대박! 이거 실화냐?”
실시간 동영상을 보던 녀석들이 소리를 질렀다.
“이거 너무 리얼한데? 혹시 진짜 아냐?”
“에이, 설마. 진짜면 얘네들 잡혀 들어가.”
“이건 연출이라도 잡혀들어가 인마. 그나저나 이거 잘리기 전에 빨리 다운 받아놔야겠다. 정말 죽인다. 집에서 야동 보며 혼자 하고 싶을 때 보면 딱이겠다. 난 이런 강간, 피폐물 좋아하거든.”
“아우 미친놈. 야, 그런데 당하는 애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냐?”
“그러게. 묘하게 낯이 익네. 어디서 봤지?”
“아 맞다. 얘, 걔 아냐? 엘사?”
“엘사?”
“왜 그 얼음공주. 맨날 도도해서 대시해도 절대 안 받아주는 애 있잖아.”
“헉! 설마. 얘가 걔라고?”
“분명해. 맞다니까?”
“민아에게 전화해서 확인해 봐. 맞는지.”
그 시각, 신민아는 카페에 혼자 앉아서 심란해 하고 있었다. 은수와의 약속이 취소된 게 아무래도 좀 찜찜했다. 재은에게 전화를 해봤지만 웬일인지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설마 은수가 자신은 따돌리고 재은이와 몰래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긴. 누가 보더라도 내가 아니라 재은이를 섭외하고 싶겠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재은이 부럽다가도 살짝 은수가 원망스러워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곧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야. 재은이가 만약 먼저 데뷔를 한다고 해도 괜찮아. 재은이라면 나를 절대 잊지 않을 테니까. 차라리 그 녀석이 먼저 뜨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확실히 데뷔할 수 있을 텐데….
그때 민아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야, 신민아. 너 혹시 **사이트 실시간 동영상 보고 있어?”
“아니. 왜?”
“거기 엄청난 게 떴어. 완전 200퍼센트 리얼!”
“야! 넌 나이 먹고 대낮부터 야동질이냐? 철 좀 들어라. 어이구.”
“그게 아니라니까. 그 야동에 나오는 애가 엘사랑 똑같이 생겼어.”
“엘사?”
“왜 맨날 너랑만 같이 다니는 얼굴 하얀 애 있잖아. 그 얼음공주.”
그 소리를 들은 민아는 갑자기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엘사라니, 설마…?
“야, 전화 끊어.”
민아가 카페 안이라는 사실도 잊고 허겁지겁 **사이트에 접속했다. 친구 녀석이 말한 야동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3대 1 돌림 실제 상황. 바텀 존나 흥분!>
야동의 제목이었다. 밤도 아닌데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는 야동이라 그런지 조회 수가 벌써 2만 회가 넘어가고 있었다.
“헉!”
동영상을 본 민아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화면 속에서 강제로 범해지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둘도 없는 절친, 설재은이 분명했다.
질퍽한 살 부딪히는 소리, 웃음소리, 비명소리가 한데 어울려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가끔 들리는 목소리는 분명 고은수의 목소리였다.
이 개새.끼가!
민아가 다급히 카페 밖으로 달려가며 민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마음은 급해 죽겠는데 민재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아 씨벌!”
민아가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 띠링, 소리와 함께 민재에게 문자가 왔다.
- 민아 씨, 지금 중요한 회의 중이라 좀 이따 제가 전화 걸게요.
씨벌. 지금 한가하게 회의나 할 때가 아니라고.
- 재으ㄴㅣ가 고으ㄴ수에게 납치됐어요!
민아가 급하게 민재에게 문자를 날렸다. 마음이 급해서 오타가 난무했다. 문자를 보내고 잠시 뒤, 민아의 전화가 불난 듯이 울렸다. 민재였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재은이가 납치되었다니?”
“말 그대로예요. 그 녀석이 지금 사람들을 시켜서 재은이를 강간하고 있다고요!”
“뭐라고요?”
놀란 민재의 목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거기가 어디예요?”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지금 재은이를 강간하고, 고은수가 그걸 지금 생중계를 하고 있어요. 어떡해요.”
“은수가 어떻게 재은이를 만난 거죠?”
다급한 민재의 목소리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제가 재은이에게 만나자고 했어요. 고은수가 배역을 주겠다고 해서… 흑.”
“장소는 제가 알아볼게요. 민아씨, 경찰에 신고 좀 해주세요. 어서요!”
전화가 뚝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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