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설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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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오버 더 레인보우 (1)
민재는 은수가 들고 있는 위험한 회칼을 쳐다보았다.
저 칼만 뺏으면 어떻게든 한번 싸워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은수는 어느새 민재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녀석의 현란한 혀 놀림에 이런 상황에서도 자극이 왔다.
칼을 뺏으려면 먼저 은수를 안심시켜야 한다.
민재가 다시 재은을 바라보았다. 재은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가슴 아팠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는 것만 같았다.
미안해, 재은아.
민재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풀어줘.”
“뭐?”
민재의 뜻밖의 요구에 은수가 고개를 들고 되물었다.
손으로는 계속 민재의 성기를 문지르면서.
“할 거면 제대로 하자. 이렇게 묶여서는 제대로 할 수가 없잖아.”
은수의 눈이 커지는가 싶더니 다시 큭큭, 웃음을 날렸다.
“누굴 호구로 아나. 풀어주면 도망치려고?”
“네가 이렇게 키워놨는데 내가 어떻게 도망치냐. 가더라도 이건 해소하고 가야지. 제대로 박.아줄 테니 풀어줘. 그게 네 소원이었잖아.”
꿇어앉은 민재의 두 다리 사이로 불끈 솟은 성기가 꺼덕거리며 민재의 말에 힘을 보탰다. 한 손으로 여전히 민재의 성기를 만지작거리는 은수는 마음이 꽤 동한 눈치였다.
민재는 재은이 오해할까 봐 걱정되어 재은에게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몸도 마음도 누더기 조각이 되었을 재은이 얼마나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렸을지는 모르겠다.
“다리만이라도 풀어줘. 팔은 여전히 묶어두면 되잖아.”
민재가 슬쩍 한 번 더 바람을 넣었다. 은수는 여전히 자신의 페니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형 정말 나랑 하고 싶구나? 그것도 저 예쁜이가 보는 앞에서? 큭큭큭.”
은수가 눈물이 날 정도로 웃어댔다.
“아,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민재 형이 나한테 먼저 하자고 요구를 다 하고.”
은수가 고개를 들어 민재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열의가 있는지 보여주면 풀어줄게.”
은수가 다시 민재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갖다 댔다. 그동안 목석처럼 가만히 있던 민재가 입술을 벌려 은수의 혀를 받아들였다.
은수는 민재의 무릎에 올라타 안기다시피 한 자세로 두 손을 민재의 목 뒤에 두르고 민재의 입술을 빨아대기 시작했다.
민재도 적극적으로 은수의 입술을 탐했다. 은수의 혀를 흡입하여 잘근잘근 씹고, 치열과 혀뿌리까지 제 혀로 휘감았다. 거친 숨이 민재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적극적인 민재의 태도에 은수가 흥분한 듯 다급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민재는 은수와 입을 맞추면서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맞은 편의 재은을 바라보았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다른 사람과 입 맞추고 섹스까지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지금 민재는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었다.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자신에게 타인의 정액으로 얼룩진 몸을 보인 재은의 심정은 어땠을까.
두 다리를 적나라하게 벌린 채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까발려야 했던 재은은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어떤 고통을 겪었든 간에 재은아, 지금 여기서 무너지면 안 돼.
조금만 더 버텨. 조금만 더….
민재가 은수의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이번에는 은수의 귀에 거친 숨소리를 불어넣었다.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은수가 결국 참지 못하고 제 손으로 허겁지겁 바지를 벗고는 회칼로 민재의 다리 끈을 풀었다. 그리고는 민재를 눕힌 상태에서 민재 위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 앉았다.
재은은 가슴이 아파서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 민재와 은수의 행위를 지켜보는 것은 자신의 몸이 유린당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이건 마치 자신의 영혼이 강간당하는 느낌이었다.
재은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민재의 눈에 들어왔다. 민재가 약해지지 않으려는 듯이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엉덩이를 더 쳐올렸다. 옆을 보니 은수가 툭 던져놓은 회칼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지만 손이 묶여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빨아 봐.”
민재가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은수에게 명령했다. 도발적인 눈빛을 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은수는 바텀 중에서도 마조히스트 성향이 강한 멜섭이다. 좋아하는 민재가 주인처럼 명령까지 내려주니 광기로 희번덕거리는 눈빛이 풀리며 금방 욕망으로 가득 찼다.
은수가 민재의 페니스를 입에 물고 펠라를 시도했다.
민재가 일부러 들으란 듯이 중얼거렸다.
“아 씨벌, jot나 박고 싶네.”
그 소리에 반응하듯 은수의 입놀림이 빨라졌다. 엄청난 사정감이 몰려왔다.
“읏!”
민재 입에서 저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건 가장한 것이 아니었다. 이러다간 손이 풀리기도 전에 사정부터 할 것만 같았다. 그럼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민재가 얼른 엉덩이를 뒤로 빼서 잠시 열을 식혔다.
“이걸로는 성에 안 차. 꽂아 봐.”
흥건한 침이 묻어 윤이 나는 민재의 검붉은 페니스가 유혹하듯 은수의 눈앞에서 꺼덕거렸다. 어느새 고분고분 말 잘 듣는 노예가 된 은수가 민재의 위에 걸터앉듯 올라타 앉으며 민재의 페니스를 제 속 깊이 받아들였다.
“아읏!”
은수가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 것도 잊고 색정적인 신음을 내질렀다. 하긴 서너 명, 많게는 대여섯 명씩 광란의 그룹.섹스를 즐기던 은수는 오히려 누군가 지켜봐야 더욱 흥분하는 타입이었다.
은수가 그 자세로 천천히 엉덩이를 들썩였다. 하지만 느린 속도에 조급증이 난 것처럼 민재가 은수를 눕히고 위에서 박아대기 시작했다. 여전히 손은 뒤로 묶여 있어 부자연스러웠다.
“더 세게 해줘. 더 세게.”
은수가 허리를 비틀며 소리쳤다. 흥분한 은수의 페니스에서는 아까부터 맑은 프리컴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씨벌, 손으로 잡고 하면 정말 뿅 가게 해줄 수 있는데.”
멜섭들은 욕을 할수록, 거칠게 대할수록 더 좋아한다. 은수의 심리를 간파한 민재가 일부러 욕설을 섞었다. 그 소리에 은수가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손을 뻗어 칼을 집으며 민재에게 말했다.
“등 돌려 봐.”
됐다! 민재가 눈을 번쩍였다.
하지만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은수에게 등을 돌려 잡힌 손을 갖다 댔다.
“은수야 풀어주지 마. 그 새끼 일부러 그러는 거야.”
선글라스 남 중 한 명이 소리쳤지만 민재는 손목이 헐거워지자마자 번개같이 몸을 돌려 은수의 칼부터 뺏었다. 민재의 품에 안겨서 쾌락을 맛볼 준비를 하던 은수가 속은 것을 알고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당장 카메라부터 꺼.”
민재가 칼을 휘둘렀다.
“저 새끼 잡아. 당장.”
은수가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선글라스 남 세 명이 동시에 민재를 에워쌌다. 그중에 한 명이 나무 막대기로 민재의 손목을 내리쳤다.
“윽!”
민재가 칼을 떨어뜨리자마자 세 명이 한꺼번에 민재에게 달려들었다. 민재와 선글라스 세 명 간에 티격태격 몸싸움이 벌어졌다. 1 대 3의 싸움이었지만 민재가 워낙 격렬하게 덤비는 통에 수적인 우세에 불구하고 세 사람은 얼른 민재를 제압하지 못했다.
벌거벗은 네 남자가 싸우는 모습이 묘하게 에로틱했다. 은수가 그 모습을 감상이라도 하듯이 잠시 지켜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 재은에게 고개를 돌렸다.
“승훈아, 넌 다시 저년 묶어.”
은수가 일어나 가운을 걸치며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남자에게 명령을 내렸다.
방안에서 유일하게 옷을 입고 있던 카메라맨이 재은에게 다가갔다.
“다, 다가오지 마.”
어느 틈엔가 재은의 손에 회칼이 들려 있었다. 재은이 칼을 휘둘렀다. 사내는 칼이 두려운지 선뜻 재은 옆으로 다가가지 못했다.
와장창!
그때 밖에서 거실 유리문이 통째로 깨지는 소리가 났다. 뒤이어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도 들렸다. 은수가 멈칫하는 사이, 방문이 벌컥 열리면서 총을 든 형사와 경찰 대여섯 명이 우르르 들어왔다.
“꼼짝하지 마. 경찰이다.”
경찰이 총을 겨누자 민재와 싸우던 선글라스 남들이 포기하고 순순히 팔을 들어 올렸다.
“허 참. 벌건 대낮에…!”
경찰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 본다는 표정으로 총을 겨눈 채 다들 혀를 찼다.
“재은아!”
경찰들 사이로 민아가 튀어나왔다. 재은의 처참한 몰골을 본 민아가 경악했다.
“재은아, 어떡해.”
민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얼른 옷가지로 재은의 몸을 가려주었다. 민아를 쳐다보는 재은은 넋이 나간 눈빛을 하고 있었다.
민아가 은수에게 고개를 돌렸다. 은수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순순히 경찰에게 두 팔을 내주고 있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민아가 그대로 은수에게 주먹을 날렸다. 평소 여성스럽던 민아였지만 그때만큼은 주먹에 온 힘을 실었다.
퍽.
민아의 주먹에 정통으로 얼굴을 맞은 은수가 코피를 주르르 흘렸다. 경찰들이 민아를 붙잡았다.
“이거 놔요. 이 악마 새끼는 죽여버려야 해요. 사람을 어떻게 이 꼴로 만들 수 있어요. 이 새끼 내가 죽여버릴 거라고요!”
재은은 기운이 없는 자기 대신 바락바락 악을 쓰는 민아가 고마웠다.
재은이 고개를 돌려 민재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선글라스 남들과 격투를 벌이면서 다친 건지, 아니면 아까 깨진 유리에 벤 상처가 다시 터졌는지 민재의 손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민재는 선뜻 다가오지 못하고 엉거주춤 선 채 미안하고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재은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민재의 두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형 마음 다 이해해. 괜찮아. 그래도 형이 이렇게 달려와 주어서 너무 고마웠어.
미안해, 나 때문에 험한 꼴 겪게 해서.
민재를 바라보는 재은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입을 벌려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기운이 다 빠져 아무 소리도 낼 수가 없었다.
“형….”
재은이 가까스로 입술을 벌려 민재를 불렀다. 그제야 민재가 허겁지겁 재은에게 달려왔다. 그리고는 재은을 품에 안고 오열을 터뜨렸다. 민재의 심장 뛰는 소리에 재은은 비로소 고통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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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이번 일은 실시간으로 생중계까지 된 터라 아무래도 조용히 덮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최소한 4년 이상의 형이 나올 것 같습니다만 검찰과 법원 쪽에 제 후배들이 두루 퍼져있으니 형량은 좀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알겠소. 이번 사건은 장변이 좀 맡아서 처리해 주시오. 내 수임료는 섭섭지 않게 드리리다. 형량은 최대한 줄이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장님.”
오랫동안 고 회장의 자문을 맡아왔던 장 변호사가 물러나자 이번에는 박 비서가 들어왔다.
“회장님, 언론을 최대한 막아놓긴 했습니다. 다만,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유포된 지라….”
“그 동영상에 은수는 안 나오잖아? 그러니 은수는 관여하지 않은 걸로 처리해. 은수가 관련되어 있다고 보도하는 언론사는 무조건 고소해. 나머지는 장변이 알아서 할 거야.”
“알겠습니다. 회장님.”
박 비서가 구십도로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하 대표에게 연락 넣어. 당장 나 좀 보자고 말이야. 하 대표도 딴소리 못 하도록 이번에는 좀 큰 건을 던져줘야겠어. 지난번에 추진하던 미국 S&M사 계약 건하고 일본 미츠이 건설사 계약 건을 모두 하 대표에게 몰아줘야겠어. 그 정도면 하 대표도 입을 다물겠지.”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은정이더러 당장 그쪽으로 오라고 해. 이번 참에 민재와 은정이 혼사 문제도 마무리 지어야겠어. 두 사람 결혼 기사가 뜨면 이까짓 일쯤이야 금방 묻힐 테지. 민재 그 자식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야. 두 사람 결혼시키면서 미영산업도 결국 우리 손으로 넘어오게 될 거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회장님.”
“아, 그리고 말이야. 이번에 돌림빵을 당했던 아이 말이야, 이름이 설재은이라고 했던가? 그 아이 집도 알아보고 최대한 회유해 봐.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여자도 아니고 사내 새낀데 몸 한번 대주고 큰돈을 벌면 누가 봐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잖아. 포르노 배우들은 일부러라도 하잖아, 돈 벌려고.”
박 비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 회장의 말에 반박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회유해 보겠습니다.”
“그래. 지금 당장 처리해. 이거 원, 아들 녀석 하나 있는 게 호모라는 것도 창피한데 맨날 이따위 문제나 일으키고 있으니. 내가 언제까지 그놈이 싸질러 놓은 뒤처리를 해야 해? 이 새끼를 어디 콱 가두어 둘 수도 없고. 에이!”
고 회장이 화가 나는 듯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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