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을래?] - 1. 처음 느낌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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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향기는 종종

흔적으로 남고,

기억으로 증명되고

눈물로써 드러난다.



죽지 않고, 내 품 안에

그대로 살아 있었음을.




한번도 잊지 못했던 향이었다.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난 안전벨트를 얼른 채워주고


전방으로 시야를 바로 잡았다.



'하...'



어른거리는 시야 속엔

꼭 네가 있을것만 같았다.


성현이.



단 하루도 잊지 못했던 이름.






"저.. 괜찮으세요?"


"아. 네네.

갑자기 눈이 매워서."



난 얼른 눈물을 훔치고

시동을 켰다.


"조금만 기다려요.

빨리 도착할 거에요."



"전 괜찮아요,

조심해서, 운전하세요"




병원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3분이면 도착하는 거리,

그를 응급실로 데려갔다.



치료가 시작되고

그의 상처는 봉합되었다.




내 상처도 저렇게 쉽게

치료받을 수 있다면,


봉합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괜시리, 나는

내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손의 열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심장에 열기가 전해질수록


아프다.



그때, 다시금 아까의 향기가 전해졌다.


"저기, 제가 지갑을 차에 두고와서.."



민혁이었다.


"아, 가서 주세요.

일단 제가 결제할게요."




그와 함께 수납을 끝내고

다시 차에 올라 탔다.



"저기, 그 향수

이름좀 알 수 있을까요?"



"네?"


"그쪽 향수 냄새가 좋아서요."


"아, 이거 향수가 아니라

아마 바디워시일텐데."


"아..."


"이름은 잘 몰라요,

같이 자취하는 친구가 사와서

함께 쓰는거라서."


"아, 네."




그랬다.



그렇게 찾아 헤맸었는데,


향수란 향수는 다 찾아서

수백번은 시향을 했지만


찾지 못했다.


바디워시였구나..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민혁이는 내게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고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나는,


습관적으로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들었다.




레페 브라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맥주이면서,

성현이를 가장 많이 닮은 맥주였다.



쌉싸름한 흑맥주지만,

설탕이 들어있어서 끝맛이 은근히 달다.




성현이는 그렇게 여운이 많이 남는 사람이었다.


그를 떠올리는 것은,

지금 마시는 맥주의 첫맛처럼 쓰지만


그래도 마지막엔,

입가에 미소 아닌 미소를 짓게 했다.


'아.. 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필연적으로 따라붙었지만.



보고싶다는 감정은

발효식품처럼 익어간다.


보고싶어서 미칠것만 같은 시간이 지나면

보고싶다고 조그만 입모양을 지으면서

나도 모르게 아주 엷은 미소를 짓게 된다.


'잘 살고 있겠지. 언젠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희망도 잠시 품어보면서.






다음 날,


점심때 쯤이었다.



'띠리링'


문자가 한통 도착했다.



"저, 어제 택배기사입니다.

오늘 저녁 7시에 찾아뵙겠습니다"



나는 저녁을 먹어야 하나 먹지 않고 기다려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다.



생각해보면 고민을한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었는데..



괜시리 오랜만에 우리집에 방문한다는 연락을 받으니

나도 모르게 들었던 생각이었다.



어자피 와서 돈문제만 해결하고

바로 갈 친구인데...




그래도 저녁은 먹지 않았다.


그냥 배가 고프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스스로 붙이긴 했지만


한켠엔..


모르겠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는지.





"정각 일곱시입니다"

폰 알림이 울렸고,


그는 제시간에 오지 않았다.




5분쯤 지났을까,


벨이 울렸다.



나는 문을 열고 기다렸고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금방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나와계셨네요."


"네, 잠시 들어오실거죠?"


"네. 괜찮으시다면요."


"괜찮죠. 들어오세요"



난 살짝 놀랐다.


어제와는 달리

깔끔하고 댄디한 옷차림,

그리고 어제는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 머리를 세팅하고 와서 그런지


다시 본 민혁이는



흔히 말하는 남친짤에

나올 것 같은


그런 친구였다.



"패션 센스 있네요"



"에이, 그냥 평범하게 입고 왔는데요."



말은 평범하다고 했지만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아닌데, 어제 봤을때랑은 너무 달라서

긴가민가 했을 거에요.


밖에서 봤으면.


잘생겼어요.

이런 말 좀 그렇지만."



"형도요."


"형?"


"형 아니세요?

저 올해 스물 여섯인데."


"그럼 맞네요. 전 서른 하나."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좋아."



"혹시 저녁은 드셨어요?"


"아니 아직. 왜?"



그때 민혁이가 먼저 물었다.


저녁은 먹었는지.


안먹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에

난 의외라는 듯 싱긋 웃었다.



"아, 저녁 대접하고 싶어서요.

아직이시면

요 밑에 제가 알아놓은 집이 있어서."



"콜."



그냥 좋았다.


나도 모르게.





"아참, 그리고 이거.."



민혁이는 선물포장된 상자가 담긴

쇼핑백을 건넸다.


"이게 뭐야..?"



민혁이는 말없이 우쭐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지..'



"열어봐도 돼?"


"네, 열어보세요."




포장을 열어보니



바디워시였다.


성현이에게서 났던 냄새.



"어? 이거.."


"네, 어제 바디워시 말씀하신거 생각나서

감사표시로 사왔어요."


"고마워. 꼭 알고 싶었던 거여서."



"그럼, 나가요. 너무 늦으면

사람 많을 것 같던데."




나는 옷을 걸쳐입고

민혁이를 따라 나섰다.



옆에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괜시리 웃음이 난다.



오랜만에 데이트하는 기분이라서 그런지,

옆에선 민혁이와 키도 맞춰보고


턱선을 보면서

잘생겼다는 생각을 하면서.



"손은 괜찮아요?

붕대는 새로 감았네"


"네, 덕분에요."



민혁이가 데려간 곳은

나도 잘 아는 라멘집이었다.



"라멘 괜찮으세요?"


"좋아해요. 저도 이곳 자주 오는 곳이고."





민혁이는 연극 전공이었다.


휴학생이고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단다.



"역시.. 범상치 않아 보이더라."


"네?"


"아까 말했잖아. 잘생겨서."


"그러는 형도 보통 아닌데."


"무슨."



"진짜. 꾸미지 않았는데도."


"꾸민것도 보여줘야겠네. 후훗."



"보여줄래요?"


"응?"



민혁이는 애교가 많은 아이었다.


괜시리 눈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내게 물었다.



"그 바디워시요.

왜 그렇게 궁금했던 거에요?


물어봐도 돼요?"



"음.. 그게..."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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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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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게 시작된 데이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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