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설 -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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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파리의 연인
“형, 나 지각이야. 빨리 가야 해.”
재은이 일어나자마자 10분 만에 씻고 나오더니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기느라 부산을 떨었다. 그때까지도 민재는 잠이 깨지 않아 여전히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우리 어제 새벽 네 시까지 한 거 알아? 너 세 시간밖에 안 잤어. 젊음이 좋긴 좋구나.”
민재가 이불을 몸에 둘둘 감았다. 이불 밖으로 민재의 어깨와 맨다리가 삐죽 튀어나왔다.
“어이구, 누가 아저씨 아니라고 할까 봐. 일어나세요, 아저씨. 학교 가셔야죠.”
재은이 고무줄로 머리를 묶고 모자를 쓴 뒤 민재에게 다가와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추었다. 뽀뽀하는 재은을 민재가 붙잡았다.
“그런 걸로는 안 돼. 좀 더 강력한 거면 모를까.”
민재가 재은의 옷 속으로 손을 슬쩍 집어넣었다. 매끈매끈한 재은의 피부가 질 좋은 실크처럼 손바닥에 착 감겨들었다.
“아침부터 왜 이래? 나 지각이라니까?”
재은이 민재 손을 밀어내며 몸을 빼려 했지만 민재는 재은을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아침이니까 이러지. 이것 봐.”
민재가 시선으로 자기 배꼽 아래를 가리켰다. 아침이라 그런지 민재 주니어가 활짝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그걸 본 재은이 씩 웃었다.
“아저씨, 아직 안 죽었네? 세 시간만 자고도 이렇게 벌떡벌떡 서는 걸 보니?”
“내 아들내미에게 인사 겸 뽀뽀 한 번만 해주고 가. 그냥 가면 아쉬워해.”
느끼한 민재의 말에 재은이 민재의 양 볼을 살짝 꼬집었다.
“아휴, 역시 아저씨 맞네, 맞아. 느끼하고 징그러운 아저씨.”
하지만 민재는 손을 풀어줄 생각을 않는다.
“나 빨리 가야 한다고. 오늘 첫 교시 발표가 나란 말이야.”
재은이 안달 나는지 민재 품을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나 같으면 이렇게 힘쓸 시간에 얼른 뽀뽀 한 번 해주겠다.”
“아, 진짜. 못 말려.”
재은이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민재의 배꼽 아래로 내렸다.
재은이 민재의 속옷을 살짝 내리더니 민재의 주니어를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아침이라 잔뜩 발기한 그것은 재은의 손이 닿자마자 벌써부터 꺼덕이며 말간 눈물을 흘릴 기세다. 재은이 그 모습을 경이로운 듯 바라보았다.
우와! 어느덧 삼십 대 중반인 민재가 새벽까지 몇 번을 하고도 아직도 이런 힘이 남아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이 형이 혹시 나 몰래 발기 지속제나 흥분제 같은 걸 먹는 것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뽀뽀만 해줄게. 형 아들내미가 내 애인이니까.”
재은이 민재의 주니어를 입에 살짝 머금고 혀를 살살 돌렸다.
“아아아읏~”
민재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났다. 잔뜩 흥분한 민재의 주니어가 딴 것을 요구하기 전에 재은이 얼른 고개를 떼더니 가방을 둘러멨다.
“모닝 키스해줬다. 나 간다. 일어나서 밥 챙겨 먹어. 아 참, 그리고 오늘 오후에 모델 서 주기로 한 약속 잊지 마.”
그때까지 여운이 가시지 않아 아쉬운 듯 눈을 감고 있던 민재가 벌떡 일어나 앉았다.
“너 설마 나 보고 정말 누드모델을 하라는 거야?”
“응.”
“그것도 너네 과 동기들이 모두 있는 데서?”
“뭐 어때? 전부 회화반이고 그 수업이 누드모델 데생 시간이라 있는 건데?”
재은이 양손을 펼치며 뭐가 문제냐는 투로 이야기하자 민재는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넌 남자친구 알몸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냐?”
“아 참, 남자친구 알몸을 보이는 게 아니라 누드모델이라니까. 영화 찍겠다는 분이 프로페셔널 하지 못하게 그렇게 생각이 고리타분해서야 쓰나.”
재은이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었다. 민재가 손으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재은을 노려봤다.
“그럼 나도 나중에 너 배우로 쓸래. 그때 딴소리하기만 해봐라.”
“얼마든지. 나는 영광이지.”
여전히 샐쭉한 표정으로 약 올리는 재은이다.
“좋아. 해 주지. 대신 너네 학과 애들이 나한테 반해도 난 책임 못 진다?”
이건 또 무슨 근거 없는 자신감이신지.
“걱정하지 마. 형 이미 내 애인이라고 학교에 소문이 다 나서 형에게 아무도 접근 안 할 거야. 아 참, 교수님이 면도는 하지 말고 오래. 오늘 데생의 컨셉트가 근육과 수염이라나? 그럼 나 정말 간다.”
그 말 끝나기가 무섭게 베개가 날아왔다. 재은이 잽싸게 베개를 피하고 민재를 향해 메롱 하는 표정으로 혀를 쏙 내밀더니 얼른 문을 열고 나갔다.
재은바라기 민재는 그 모습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휴, 저 녀석, 아침부터 왜 이렇게 귀여워? 수업만 아니었다면 다시 찐하게 한판 했을 텐데.
민재가 입맛을 다시다가 아직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자신의 주니어를 바라봤다.
“야 인마, 너도 같은 생각이지? 너도 참 한결같구나.”
그러더니 갑자기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아, 하고 싶다. 재은아!”
****
오후 세 시. 약속한 대로 민재가 재은의 학교를 찾았다. 약속대로 누드모델을 해주기 위해서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번에 재은을 만나러 갔다가 마침 재은과 같이 있던 데생 교수의 눈에 띄면서부터였다. 그때 교수는 민재에게 몸의 비율이 너무 좋아서 모델로 쓰고 싶다는 말을 대놓고 했었다. 게다가 학생들은 서양인의 몸에는 익숙하지만 동양인은 잘 그릴 줄 모른다며 민재에게 제발 한 번만 모델을 해 줄 수 없겠느냐고 간절히 부탁했다.
으쓱했던 민재는 언제든 얘기만 하면 모델을 서겠노라고 시원하게 약속했다. 재은은 두 사람이 얘기할 때 한 걸음 뒤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고 있었다. 나중에서야 민재는 교수가 말한 모델이 다름 아닌 누드모델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겁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이번에 형이 동양인들의 체면을 좀 세워줄 것 같아.”
“무슨 소리야?”
“형이 좀 크잖아. 늘 동양인은 ‘카카웨트 (cacahuète) [땅콩]’이라고 놀리는데 형이 동양인들 자존심 좀 세워주라고.”
“헐! 너는 그게 애인에게 할 소리야? 내 껀 너만 볼 수 있다고!”
민재가 그때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었다. 재은이는 이제 예전의 트라우마에서 확실히 다 벗어났다. 이런 성적인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과 주고받는 걸 보면.
정말 다행이다. 재은이가 좋아진다면 누드모델이 아니라 더 한 것도 할 마음이 있었다.
민재가 강의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가자 수업을 진행하던 피에르 교수가 민재를 반겼다. 피에르 교수는 학생들에게 민재를 간단히 소개한 다음, 민재에게 강의실 옆에 마련된 탈의실에서 옷을 모두 탈의하고 오라고 했다.
민재는 별로 떨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강의실 안에서 자신만 벗고 있으려니 생각보다 상당히 긴장되었다. 그런 민재의 심정을 눈치챘는지 왼쪽 중간쯤 앉아있던 재은이 팔로 파이팅 자세를 취하며 입술로 ‘힘내. 사랑해!’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민재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서 피에르 교수의 지시대로 준비된 자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피에르 교수는 근육의 세세한 움직임이 드러나는 역동적인 자세를 요구했기에 자세를 취하고 있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경이 쓰이는 건 서 있는 자세라 자신의 성기가 그대로 사람들에게 노출된다는 것이었다.
민재는 속으로 누드모델 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심호흡을 했다. 의외로 학생들은 누드모델을 많이 봐서인지 모두 담담한 눈빛이었다. 담담한 게… 맞겠지?
민재가 포즈를 취하자 특유의 차갑고 무심한 눈빛이 나왔다. 재은이 처음에 보고 반했던 바로 그 눈빛이었다. 민재의 몸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고 근육이 적당히 발달해 있어 역동적이면서도 나른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남성미와 퇴폐미를 한꺼번에 갖추어 프랑스어 그대로 옴므파탈적인 매력이 물씬 풍겼다.
재은은 데생 연필을 놀리면서 속으로 새삼 민재의 모습에 가슴이 설렜다. 매일 같이 보는 얼굴이고 몸인데 이렇게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저 사람이 내 애인이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할 정도였다.
데생을 하는 내내 속으로는 민재가 한 번쯤 자신을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델 서기 싫다고 하던 사람이 앞에 서자마자 마치 프로 모델인 양 자신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게 못내 서운하기도 했다.
강의실 안은 연필이 스케치북을 긁는 소리로 가득 찼지만 어디서나 속닥거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었다. 데생에만 전념하는 재은의 귀에도 자연히 뒤쪽에서 속닥거리는 여학생들의 잡담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 우와, 저 동양인 누군데 저렇게 비율이 좋은 거야?
- 국립 영화학교에 재학 중이라던데 영화배우인가?
- 이 시간 끝나고 데이트 신청이나 한번 해볼까?
- 게다가 물건도 커. 나 지금까지 동양인은 별로 관심 없었는데 저 사람이랑은 한번 해보고 싶어. 저 정도 사이즈면 왠지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듣자 듣자 하니 괘씸하다. 이것들이 감히 누구를 넘봐? 재은은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라 뒤로 고개를 홱 돌려 잡담하던 여학생을 노려봤다.
“씰버쁠레 쏘예 토킬! (S'il vous plaît soyez tranquille!) [조용히 좀 해주세요!]”
누드모델을 하라고 괜히 등을 떠밀었나? 그제야 후회가 된 재은은 이미 진정이 안 될 정도로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다. 그러고 보니 의식해서인지 사람들이 유난히 민재의 물건을 자주 쳐다보는 것도 같다. 도대체 다들 그림은 안 그리고 무슨 생각들인 거야.
한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민재는 진작부터 재은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 있었다. 재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포즈를 취하는 중이라 표시는 못 내고 속으로만 웃었다.
귀여운 녀석. 걱정하지 마. 이 형은 오로지 우리 재은이 거니까.
민재가 오늘 아침 재은의 쿨한 모습을 떠올리며 속으로 가만히 미소 지었다. 아침에 재은이가 짓던 새초롬한 표정, 날름 내밀던 귀여운 핑크색 혀, 그리고 내 주니어를 살짝 머금어주던 부드러운 입술. 입술….
윽! 큰일 났다. 재은이 생각을 하다 보니 자신의 주니어에 다시 슬금슬금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당황한 민재가 얼른 속으로 애국가를 연거푸 불렀지만 이 녀석은 고집스럽게도 꾸역꾸역 계속 고개를 들어 올렸다.
민재의 신체 변화를 눈치챘는지 그림을 그리던 학생들 여기저기서 큭큭 하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민재의 상태를 알아본 재은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어쩔 줄 몰라 당황하던 재은은 말은 못하고 옆에 있는 수건을 다급하게 손으로 가리켰다.
민재가 얼른 수건을 주워들어 아랫도리를 가리며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에르 교수님, 잠시 쉬었다 해도 될까요? 처음 해보는 거라 긴장해서 온몸이 욱신거리네요.”
“오, 이런. 그렇죠? 그 생각을 전혀 못 했네요. 한 자세로 가만히 있는 게 사실 보기보다 어렵답니다. 자, 10분 쉬었다 하겠어요.”
다행히 피에르 교수는 민재의 생물학적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휴.
****
그날 밤, 민재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재은의 구박을 들어야 했다.
“동양인 자존심을 좀 세워 달라고 했지 누가 물건을 세우래?”
“그게 다 너 때문이야.”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너 생각하느라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네가 책임져.”
민재가 갑자기 재은을 꽉 끌어안았다.
“자기가 세워놓고서는 나 보고 잘못했대.”
재은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도톰한 붉은 색 입술. 바로 이 입술 때문에 아까 그렇게 흥분한 것이다.
“이 요망한 입술을 내 당장!”
민재가 군침이 돈다는 듯이 재은의 입술을 바라보며 제 입술에 침을 묻혔다.
“당장 뭐?”
“당장 잡아먹을래.”
민재가 재은을 아래에 눕히더니 위에서 거칠게 키스를 시도했다. 민재의 혓바닥이 재은의 입술을 무람없이 침범해 들어가더니 부드러운 분홍색 혀를 거칠게 빨아댔다. 민재의 거친 플레이에 흥분한 재은도 두 팔을 민재의 목에 두르고 키스에 응했다. 민재의 달디단 타액이 목구멍을 타고 꿀꺽꿀꺽 자꾸 넘어갔다.
침실에 켜둔 스탠드의 은은한 불빛에 격정적인 두 사람의 몸짓이 만드는 그림자가 창에 비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헉헉대는 거친 숨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재은이 민재를 올려다보며 손가락으로 민재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번만 봐 줄게, 형. 다음부터는 또 그러면 안 돼.”
“응. 고마워.”
민재가 재은의 입술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추며 눈이 휘어지도록 크게 웃었다. 민재의 웃는 모습이 근사했다.
“형은 누구 거?”
“재은이 거.”
이번에는 재은이 민재의 입에 뜨거운 프렌치 키스를 했다. 재은의 입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에 민재의 가슴이 벅차게 타올랐다. 말캉말캉한 부드러운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스칠 때마다 가슴속이 간질간질했다.
“재은아.”
“응?”
“도저히 못 참겠어. 빨랑 하자.”
민재가 손으로 재은의 엉덩이 사이를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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