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 녀석과의 동거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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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낯이 익은 얼굴인데, 순간 기억이 바로 나질 않아서 인사만 하고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테이블이 가운데 있으면 엄마와 아빠가 내 앞에 앉아 있었고 내가 반대편에 혼자 앉아 있었는데
희찬이가 친구를 먼저 내 옆에 앉히고는 그 라인에 본인도 들어와, 밖에서 부터 희찬, 친구, 나 이런 순서로 나란히 앉게 되었다.
“오늘 고기는 내가 구울게!! 나 고기 완전 잘 굽는거 알지?? 삼겹살 하면 윤희찬, 윤희찬 하면 삼겹살. 쌉인정? 헤헤.”
“싸빈정이 뭐냐? (아빠가 날 보고는)”
“어휴.. 아빠. 희찬이가 쓰는 말이나 저런 단어들 알려고 하지를 마. 그냥 무시 무시.”
“뭐래. 암튼 맛있게 구워드릴테니 알아서들 챙겨 먹어요~~!!!”
희찬이 녀석이 친구가 옆에 있어서 그런지 한 층 업 된 목소리와 함께 집게와 가위를 집어들었다.
“공기밥도 사람 인분대로 시킨거라 밥이랑 같이 해서 많이 드세요”
그에게 공기밥 하나를 가까이 밀어주자
“감사합니다. 그리고 희찬이 형이면, 저에게도 형이신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형.”
“아... 네... 어!?(자연스레 존댓말을 쓴 나에게 당황하며) 그....그럴게.”
뭐지.. 이 어색함은.
“(큭큭 웃는 희찬) 형 너 방금 뭐냐. 그냥 나한테 하는 것처럼 편하게 해. 오늘따라 왜 저래. 에바야.”
그렇게 젓가락을 들고는 저 멀리 있는 샐러드를 집으로 손을 멀리 뻗는데
그 때 바로 옆에 팔을 맞대고 앉아 있는 그 친구 녀석과 더욱 더 몸이 가까워져서 그랬을까.
삼겹살이 구워지는 고기 냄새로 진동하는 가운데서도 그의 체취가 코 끝에 진하게 느껴졌다.
뭔가 땀을 많이 흘렸는지, 분명 땀 냄새 같았는데 이상하게도 불쾌감이 없었다.
고기를 먹다가 우리 엄마가 희찬이 친구 녀석이 궁금했는지
“우리 승현씨는 무슨 일 하셔요?”
“아...전... (머뭇머뭇 거리자)”
머뭇거리는 승현일 보고 희찬이가 답답했는지
“엄마 작년에 스우파 대박난거 알지."
"응??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의 엄마)"
"아 그 있잖아, 내가 작년에 춘천 집 갔을 때 거실에서 틀어놓고 봤던 춤 방송. 음.. 그러니까 여자 댄서들끼리 나와서 막 춤추고 배틀 하고 그랬던거"
희찬이 저 녀석이 갑자기 스우파 이야기는 왜 꺼내는걸까 싶었는데
“승현이 가끔 무대 백업댄서로도 서고, 아카데미에서 아이들 춤 수업도 가르치고 그런 일 하고 있어. 한 마디로 댄서! 멋지지?”
“어머!! 그러셨구나. 그럼 아카데미 학원에서 월급을 받으시는거에요? 아니면 행사나 강습 같은거 할 때 마다 건건으로 받으시는거에요? 난 이런게 궁금하더라. (웃으며)”
“(엄마 팔을 살짝 툭 치는 아빠) 여보. 희찬이 친구한테 초면에 별 걸 다 물어본다.. 우리가 그런 쪽에는 문외한 이다보니... 그 쪽이 대신 이해해요.”
“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행사는 아무래도 댄서들 총 출연료에서 댄서 인원수대로 1/N 해서 받고 있고, 강습 같은 건 수업료 식으로 책정해서 받고 있어요”
“어머~그렇구나. 고기 어서들 더 들어요~~ 아주머니~~~ 여기 삼겹살 3인분만 더 추가해주세요~~”
"뭐야; 고기 다 어디가써!!!!!! (웃으며) 역시 내가 구우니까 다들 잘 먹는군."
"너도 좀 먹으면서 해! 희찬아. (승현이 녀석이 희찬이 밥 그릇 위에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올려주며)"
"올~~~ 여윽시!! (승현이 어깨를 살짝 안은 채 팔로 두드리며) 나 챙겨주는 건 우리 안씅(승현의 별명) 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먹다보니 상 위에 있는 고기를 거의 다 해치우고 있었다.
“오늘 여긴 아빠가 계산하마. (승현일 보며)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희찬이랑 또 볼 수 있음 봐요~ 여보 우리 춘천 가려면 이제 슬슬 일어나야 될 것 같은데?”
“아. 그래요~”
“정말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다음엔 제가 한 번 식사 대접 하게 해주세요. (우리 부모님께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승현)”
“아이구. 저희야 그럼 영광이죠! 아빤, 엄마랑 먼저 일어날게. 상찬아 너가 희찬이랑 여기 친구분 잘 챙겨드리고, 우리 가고 나서 카페 같은데 가서 커피라도 한 잔 하던지 (지갑에서 오만원 한 장을 건네며)”
“아 아버지 아니에요~~~ 충분히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승현이 가운데서 손사레를 치는데)”
“이거, 우리 상찬이 주는건데요? (웃으며)”
“아;; (괜히 뻘쭘해하는 승현).. 네네”
자리에 일어나 부모님을 먼저 보내고는 잠깐 자리에 다시 앉아
“아 배불러. 5분만 앉았다가 우리도 그만 일어나자 형”
“그래. 그러던가”
“아 뭐지!? 너무 오랜만에 목이랑 배에 기름칠 해서 그런가.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픈데? 나 화장실 다녀올동안 둘이서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나 버리고 가면 죽는다!!”
그렇게 희찬이 녀석이 화장실을 가는데
아니 엄마 아빠도 없는데 건너편에 앉으면 좀 더 편할 것을 왜 아까 앉았던 그 자릴 계속 앉아 있는건지. 물론 거리는 조금 떨어졌지만.
그러다 그가 앞에 있는 컵을 집어 남아 있는 사이다를 다 마셔내고는
“역시 제가 잘못 들은게 아니였어요.”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길래
“네? 그게 무슨..?”
“그 때 한 달 전, 맥도날드”
그의 입에서 맥도날드가 나온 순간 왜 그제서야 생각이 나는건지.
나도 참 정신을 어디다 팔고 다니는건지.아무리 한 달 전이라고는 하지만 내 휴대폰을 찾아주고, 그것도 매장에서 20분이나 마주하고 있었던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라니.
“아.......어쩐지. 분명 낯이 익은 얼굴이라.. 어디서 분명 본 얼굴인데 라고, 계속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 때 전화기 너머로 들었던 윤희찬이, 제 친구 희찬이였을 줄은 몰랐네요. 희찬이가 좀 별나긴 하죠? (웃으며)”
“그래서 그 때 희찬이 나이를 물어보셨...아니 물어봤었구나.”
“형 불편하게 생각 마시고, 저 진짜 괜찮으니까 말씀 진짜 편하게 놓으세요.”
“어..어..”
“희찬이한텐 진짜 고등학교 때부터 형 이야기 진짜 많이 들어서요, 안 그래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서 한 편으로 영광입니다.”
“아 그래? 희찬이가 학교에서도 내 욕을 엄청 했단 말이지?”
“아뇨; 욕 아니고 형 자랑을 얼마나 많이 했는데요. 그래서 저 사실 희찬이한테 질투도 엄청 많이 하고 그랬어요. 부러워서. (웃으며)”
“엥? 희찬이한테 질투? 에이.. 그냥 딱 봐도 니가 훨씬 더 나은데 뭘”
“(웃으며) 에이.. 희찬이 없다고 그렇게 거짓말 하시면 안돼요 형”
“응? 거짓말 아닌데. 진짜야..”
“희찬이 고등학교 때부터 여자들한테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데요. 성격은 좀 별나고 모나긴 했지만. 그리고 늘 툴툴 거리긴 해도. 그거 저 자식 본심 아니란 거 너무 잘 아니까.”
꽤나 승현이 녀석의 표정이 진중해 보였다.
그 때 후다다닥 우리 테이블 쪽으로 오는 희찬이.
“아....기름칠 해서 설사 겁나 때리나 걱정 했는데, 그냥 된 똥. 색깔도 얼마나 예쁘던지. 하여간 난 너무 건강해서 탈 이라니까. 하.. 엄청 많이 싸서 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 2차나 조지러 갈까???? 뭐야 그 표정들. 설마 둘이서 나 욕한거 아니지???”
“아 저 새키는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더럽게 똥 이야기야. (동생을 극혐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아 왜. 니들도 똥 싸고 물 내릴 때 확인 하시자나요. 안해?? (날 한 번 봤다가) 안해?? (승현일 한 번 보곤) 와.. 진짜 깨끗한 척 에바야. 의사선생님이 가끔씩 확인해주는게 좋다고 했어. 아무튼 됐고, 우리 오랜만에 한잔 콜? (소주를 마시는 시늉을 하며)”
“뭔 술이야. 이제 집에 들어가야지”
“아. 에바야. 아직 아홉시 밖에 안됐거든!? 그리고 형 너 오늘 야간근무도 없자나. 아 맞다!! 아까 아빠한테 5만원도 받았지?? 그걸로 간단하게 마시자고. 나 그리고 형한테 진지하게 할 이야기도 있단 말야.”
진지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는 말에 갑자기 승현이가 희찬이 녀석 옆구리를 툭 하고 친다.
뭐지?;
“아 그냥 내가 술 마시고 싶어서 그래!! 아빠가 준 거 안 쓸거면, 내가 살게. 그러니 가자. (나와 승현이 얼굴을 번갈아 보고는) 아 진짜 술친구 좀 해주라. 이 배신자들아.”
그렇게 우린 어쩔 수 없이 희찬이를 따라 근처에 있는 역전 할머니 맥주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맥주 마시다 배부르면 소주 시키지 뭐. 혹시 하이볼 마실사람? 없지? 그럼 할맥 생맥으로 3개에다가 ...(메뉴판을 훑고는) 와.. 여기 메뉴가 싸긴 싸다. 고기 먹었으니까 마른 안주로 오징어 하나 시킨다??”
주문을 하자마자 3분도 안된 것 같은데 살얼음 생맥 3잔이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와... 맥주잔이 완전 살얼음이네. 앗..차거. (잔을 만지자마자) 자, 짠 하자~~~~”
그렇게 셋이서 맥주잔을 들어 잔을 부딪친 후, 시원히 들이키는데
내가 맥주잔을 내려놓자 마자
“그래서 할 이야기라는게 뭔데?”
라고 희찬에게 말을 건넸다.
“아, 형 너 오늘따라 뭐가 그렇게 급한데? 누가 뒤에서 쫓아오냐? 일단 우리 안씅(안승현의 별명) 이랑 좀 친해져봐. 둘이 어색한거 더 이상 못 봐주겠으니까. (웃으며)”
“뭐래, 안 어색하거든!!! 승현아, 저 자식 빼고 우리 둘이 짠 하자.”
“그러게, 찬아. 형이랑 하나도 안 어색한데.”
그렇게 희찬이 녀석만 빼고 승현이와 단 둘이서 맥주잔을 부딪히곤 바로 원샷을 했다.
근데 승현이 녀석이 자꾸만 희찬이에게 ‘찬아’ ‘찬아’ 라고 부르는데 희재도 나에게 자주 ‘찬아’ ‘찬아’ 라고 불러줘서 그랬을까.
그게 꼭 왜 나를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을까.
“뭐래! (웃으며) 너네 지금 완전 개 어색하거든?? (웃다가 바로 옆을 지나가는 알바생을 부르곤) 저기요~~~ 여기 생맥 3개 더 주세요~~~~”
셋 다 30대인데다가, 게다가 모두 남자. 그리고 한명은 친동생의 친구녀석이라 사실 이 셋이 만나서 무슨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지만
"아 진짜 희찬이가 그랬었어요???? 대박"
"아 뭐래. 에바야. 형, 너는 진짜 MSG 좀 치지마."
아무래도 나에겐 친 동생이고, 승현이에겐 친구인 '희찬' 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보니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희찬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흐르고 있었다.
배가 불렀던 건지, 아니면 소주가 마시고 싶었던 건지 앞에 있던 잔이 아깐 분명히 맥주잔이었는데 언제부터 작은 소주잔으로 바뀌어 있었다.
“야. 아..아니 형. (살짝 취한 희찬이 날 쳐다보며)”
“뭐 임마. 이야기나 똑바로 해.”
“나 부탁하나만 하자”
“형, 희찬이 취했나봐요. (갑자기 희찬이 말을 끊어내는 승현) 우리 이제 슬슬 정리하고 일어날까요?”
“아니, 잠깐만 승현아. 그래서 윤희찬, 부탁이 뭔데?”
“(소주잔을 집어 들곤 한 잔을 바로 비우곤) 안씅 임마 있잖아. 지금 아는 댄서랑 같이 룸메생활 하고 있는데, 같이 사는 금마가 갑자기 여친이 생겨서 둘이 동거하기로 했대. 사실 그 집이 그 룸메놈 전셋돈으로 있는거라. 근데 시발 그럴꺼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말하던가. 아직 집도 안 구했는데 우리 안씅보고 이번주에 바로 나가달라고 부탁 했다잖아. 내가 진짜 그거 듣고 개 빡쳐서. 하..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아니 그러니까아~~~ (말을 계속 흐리며) 우리 집에 안 쓰는 작은 방 하나 있잖아. 우리 안씅 보증금 모아서 작은 원룸 구할 때 까지만 좀 불편하더라도 같이 지내면 안되나 해서.”
“(승현이가 갑자기 희찬이 녀석을 막으며) 아 아니에요 형. 전 그럴 생각 없어요. 지금 희찬이가 취해서 그러는거니 그냥 흘려 들으세요.”
“(희찬이 승현의 팔을 치우며) 아니, 나 안취했거든. 사실 취하지도 않아 내가 하도 열이 뻗쳐서...아니 여친이랑 동거하기로 했다는 말은 어제 해놓고, 갑자기 이번주에 당장 나가달라고 하면 시발 잠은 어디서 자냐고오!!! (희찬이 혀가 꼬이며) 뭐야. 이거 나만 화나는거야??? (우리 둘을 쳐다보며) 에이씨...나 잠깐 오줌 좀 싸고 온다~~~(취했는지 휘청거리며)”
"어어어~~ 찬아! 넘어질라. 제발 조심 좀 해. (휘청거리는 희찬을 바로 잡아선 일으켜 세워주는 승현)"
"이거 놔. 이 답답아!!! (승현의 팔을 빼고는) 에효... 나 화장실 갔다온다. 형이랑 이써."
그렇게 희찬이 녀석이 자리를 비운채로 테이블에 남겨진 우리 둘.
“그럼 당분간 잠은 어디서 자는데?(승현을 바라보며)”
“아;; 댄서로 지내는 동생들한테 안 그래도 부탁하고 있는 중이라 정말 괜찮아요. 사실 희찬이 한테 이런 이야기 안하려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말을 해버리는 바람에.. 제 입이 문제 입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아무튼 진짜 신경쓰지 마세요 형.”
신경쓰지 말라는 승현이 녀석의 표정을 보는데
밝은 표정에서도 왜 낯빛이 조금씩 어두워 보이는걸까 싶었는데 집 문제 때문에 계속 신경쓰여서 그러는걸까.
갑자기 안쓰러워지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는 그 녀석을 향해
“근데 아까 희찬이 말대로 우리 집에 진짜 안 쓰는 방이 하나 있긴 한데..”
“네? (승현이가 놀라며) 아뇨;; 아뇨; (손 사래를 치며) 저 진짜 진짜 괜찮아요..”
“입은 괜찮다고 하는데 네 얼굴이랑 몸이 괜찮아 보이지 않아서 그래.
그냥 고집 부리지 말고 들어오는 게 어때? 둘이 살던거 셋이 살면 뭐 당연히 불편하기야 하겠지. 근데 뭐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우리 희찬이 친구녀석이라니까. 원래 친한 사람이랑 살다보면 끝이 좋지만은 안다고 하면서 같이 살지 말라고들 말하는데.. 아니 살아보지도 않고 그걸 어떻게 아냐고. (웃으며)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다 보니 부담되는거 모르는 거 아닌데, 어차피 식비 엔분의 일 하고, 청소도 다 나눠서 할 꺼니까. 그런건 부담 안 가져도 될 것 같고.. 그리고 가끔 적적할 때 서로 술친구 하면 좋자나.
아 그리고 우리집 1층이라 방이나 거실에서 춤 연습도 가능해. 다른 것보다 이게 완전 대박이지? 아 그리고 화장실도 2개야. 이것도 괜찮지? 나 무슨 부동산 중개사 된 것 같다. (웃으며 앞에 있는 소주잔을 들이키는)”
그렇게 내 하고 싶은 말을 승현이에게 모두 꺼내놓는데
갑자기 희찬이 녀석이 화장실에 돌아와서는 손 씻고 손에 남아 있는 물을 우리 얼굴에 튕겨대며
“둘이서 뭔 이야기를 나몰래 !!! (손을 튕기며) 그렇게!! 하냐고오!! (내 얼굴에 한번, 승현이 얼굴에 한번씩 튀기는)”
“아 (튀는 물을 닦으며) 저 새끼 진짜 어디 좀 묶어둘 데 없냐?”
“재를 누가 말려요 형. (웃으며)”
“아니, 그래서 우리 안씅. 어떻게 할 거냐고. 그러지 말고 쫌 같이 살면 안되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희찬)”
“난 하고 싶은 이야기, 승현이 한테 이미 다 했거든!”
“뭐?? 뭐라고 했는데!!!? (승현일 한 번 보고는) 아니 안될 것 같으면 있다가 나한테 따로 말하던가! 나 없다고 바로 면전에다 대고 안된다고 하면 어떡해?? 형 너 진짜....(한숨을 크게 쉬고는)"
“나 술 좀 오르는 것 같은데, 엄마 아빠한테 전화도 할 겸 밖에서 잠깐 바람 쐬고 온다.”
“형, 밖에 아직 많이 추워요. 이거 목도리라도 하고 나가세요 (내게 본인의 목도리를 건네는 승현)”
내가 아까 승현이에게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 승현이도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했을 테고 뭔가 둘 사이에서도 분명 할 이야기가 있을것만 같아서 잠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난 밖에 잠시 나와 춘천에는 잘 들어가셨는지 부모님과 잠시 통화를 하다가 인사를 마치곤, 편의점에 잠시 들러 헛개 컨디션 3개를 챙겨 다시 주점 안으로 들어왔다.
테이블 위에 헛개 컨디션 3개를 내려놓으며
“낼 또 숙취로 나한테 괜히 짜증 부리지 말라고...”
“형 너. 오늘 쫌 멋있다”
“뭐래”
“안씅한테 이야기 다 들었거든. 역시 우리 형. 진짜 고마워. 우리 형 최고~~(엄지를 치켜 세우며)”
“야 어색하니까 그냥 너라고 해.”
“사랑해 형 (볼에 뽀뽀를 하려는 시늉을 하며)”
“아..진짜 이 새끼가 징그럽게 왜 이래...”
다음 날 일요일.
셋이 합심해서 빠르게 승현이 녀석의 이사를 도왔다.
짐이 많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짐이 많아서 놀랬다고나 할까.
4-5평 남짓되는 작은 방에 짐을 쌓고 정리하다 보니 작은 방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었다.
짐을 거의 다 정리하던 도중 희찬인 여자친구의 부름에 갑자기 밖으로 나갔고 승현이와 내가 남아서 나머지 정리를 마무리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침대 놓기엔 방이 작으니 요즘 많이들 쓰는 마약매트리스나, 접이식 매트리스 하나 주문해서 방안에 놓으면 딱 좋을 것 같다. 승현아.”
“네 형”
“(휴대폰을 꺼내 쿠팡을 열어선) 오.. 여기 값 싸고 좋은것들 많은데?? 에잇. 기분이다. 승현이 이사 선물로 형이 매트리스 하나 주문해줄게.”
“아.. 아니에요; 제가 짐 정리만 하고 바로 주문할게요. 냅두셔요 형. (내 폰을 거두려다 내 손을 덜컥 잡는 승현)”
순간 손을 잡는 바람에 놀랐지만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아냐. 아냐. 우리 희찬이 친군데 이 정돈 해줘야지. 대신 잠은 본인이 편하게 자야되니까 내가 3-4개 정도 고르면 거기서 니가 선택만 좀 해주라. 아 그리고 옷 같은건 희찬이 방에도 옷장 있거든. 아마 자리 좀 있을거야.”
“넵!”
“아 그리고, 담배 핀다 했었지...?”
“네. 끊었다가 다시 피고 있는데.. 이게 줄인다고는 하는데 잘 안되네요. 형”
“뭐 집에서만 안 피면 되니까. (웃으며)”
“형 힘드신데 좀 쉬세요~ 나머진 제가 정리하면 돼요.”
“응 ~ 아 그리고 희찬이는 오늘 조금 늦을 지도. 애는 어딜 나가면 집엘 잘 안들어와서.. 그래도 나름 이사라면 이사한건데 이따 저녁으로 중국집 어때?”
“좋죠 형! 저녁은 제가 살게요!”
“그래~~~ 그리고, 형 이따 야간 교대근무 10시부터라 9시엔 집에서 나가야 해서, 저녁 조금만 일찍 먹자.”
“넵!! 아 형! 정리 거의 다 됐는데, 저 잠깐 요 앞 다이소에 가서 필요한 것들 몇 개 좀 사오려구요.”
"같이 ..갈까?"
"아;; 아니에요. 진짜 간단한 거 몇 개 살 꺼라.. 금방 다녀올께요!!"
“어 그래”
그렇게 승현이 녀석이 집을 나간 뒤 5분 정도 지났을까.
‘띵동’
갑자기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승현이가 뭘 놔두고 갔나 싶어서
“승현이야??? (현관문으로 다가가) 형이 비번 가르쳐줬잖아~~~ 비번 누르면 되는데. 눌러서 한 번 들어와봐. 비번 누르고 마지막에 샵만 누르면 돼!”
그렇게 현관에서 돌아선 채, 거실로 다시 들어오려 하는데
근데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도 안 들리고, 아무런 대답도 없이 밖이 너무 조용하길래 순간 뭐지 싶어선
‘누구지; 승현이가 아니면, 설마 희찬이가 벌써 왔나’
현관문 앞에 천천히 조심스레 다가가서는
“누...누구세요~~~~~(큰 목소리로) 희찬이야???”
라고 이전보다 더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
하지만, 아직도 내 말에 아무런 응답이 없었고, 현관 밖이 보이는 렌즈에도 눈을 갖다댔지만, 역시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희찬이가 초인종을 누르는 일은 단 한번도 없었고, 누군가가 초인종을 잘못 누른 건가 싶어서 몸을 돌이키려 하는데
‘띵동~~~~~~’
또 다시 한 번,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아니, 누..누구시냐구요!!!!!!!!!!!!!!!!!!!!”
“나야. 상찬아”
이 목소리는 분명, 희재 목소리였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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