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 녀석과의 동거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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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 집에 같이 살면서
'오늘 약속이 있어서 좀 늦는다' 혹은 '밖에서 자기로 해서 오늘은 안 들어간다'
뭐 이런 간단한 문자 하나 넣어주는게 그렇게도 어려운 일 인걸까.
내가 불편하면 적어도 희찬이 한테라도 연락을 하던지. 최소한 희찬이 녀석까지 불편하진 않을꺼면서.
나이가 든 걸까. 누군가에겐 사소한 일 일수도 있지만 이런 일들이 내 상식 선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면 이 사소한 것도 다 귀찮을 정도로 지금 승현이 마음이 너무나도 복잡한 상태인걸까.
난 결국 체념하고는
그래.. 어디 술 마시고 자고 있겠지. 희찬이 말대로 초등학생도 아니고, 승현이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무슨 일이야 있을까 싶어 다시 회사로 들어와 휴게실 안 쪽에서 잠시 몸을 기대었다.
지-------잉
새벽 3시 30분을 넘어서는 시각, 울리는 문자 알림 소리.
혹시나 승현이 인가 싶어 화들짝 놀래서 휴대폰을 봤는데, 희재였다.
[자냐?]
[안자]
[지금 1시간 동안 휴게시간 아냐?]
[맞어]
[윤상찬, 넌 나한테 두 글자 밖에 할 말이 없냐??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냐 정도는 말 할 수 있는거 아니야?]
[이런 시간엔 보통 문자를 안 하는게 맞지 않어?]
[...윤상찬 진짜 너 많이 변했다...]
[이 시간에 또 무슨 일인데]
[엎드려 절 받기 됐다. 일이나 해라.]
[할 말 있어서 지금 이 시간에 문자 한거 아냐?]
[그래 할 말 있다! 왜!!!]
[할 말이 그래서 뭐냐구...]
[너 혹시, 그 새끼 좋아하는 건 아니지?]
[누구]
[누구긴 누구야. 개 희찬이 친구. 승현이라는 애.]
[아니거든!!!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내가 계속 생각해봤는데 나랑 그러고 나서도 시간을 달라는 거 보니, 니가 지금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는 건데... 근데 니 주위에 지금 널 흔들만한 남자가 개 밖에 없자나. 희찬이 친구. 안그래? 아까 개랑 말다툼 할 때 방 안에서 나오자마자 개 한테 갑자기 욱하는 니 상황도 좀 웃기고.
설마 승현이라는 애 혹시 이쪽이야?? 암튼 게이고 뭐고 간에 개 니 동생 희찬이 친구야. 그 사실 잊지마. 너가 개 좋아하는 그 순간부터 너네 셋 관계 절대 좋게 안 끝나. 너랑 희찬이 관계 틀어지면 너네 부모님도 금방 아시게되겠지.. 이거 명심해.]
[너 이 시간에 지금 나 협박하려고 문자 했냐?]
[협박 까진 아니고, 그러니 괜히 맘 고생 하지 말고 나랑 다시 시작하자는 걸 전하고 싶어서 이 시간에 문자 하는거야. 그리고 이젠 내가 정말 잘할께..상찬아.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해? 어!?]
[...늦었는데 얼른 자. 쉬고 싶다.]
그렇게 희재 와의 문자를 마치곤
곰곰이 생각해보는데
나와 이어질리 만무한 그것도 내동생의 친구녀석인 승현이에게 왜 이리도 맘이 쓰이는건지.
가능성은 적겠지만, 만약 승현이와 잘되기라도 한다면 이 사실을 희찬이에게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죽을 때 까지...!?
헤어짐으로 잠시 금은 갔더라도 다시 잘 붙이려 노력하고, 그렇게 예전처럼 지내다보면 별 걱정과 고민없이 나와 같이 이쪽인 희재 녀석과 어쩌면 잘 지낼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들로 내 머릿속이 더욱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오늘은 평소보다 생각이 많아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걸음을 늦게 걸어서 그런걸까. 보통 7시 40분이면 집에 도착하곤 했는데 오늘은 여덞시가 거의 다 돼서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역시나 오늘도 희찬인 출근준비로 바빠보였다.
그런데 현관 앞, 승현이 신발이 놓여져 있었다.
익숙한 승현이 신발 한 켤레를 내 눈으로 보고 나서야 어제 밤새 걱정했던 근심들이 한꺼번에 해소가 되고 있었다.
“뭐야, (승현이 신발을 보곤 화들짝 놀래서) 승현이 들어왔어? (희찬을 보고는)”
“그래. 오늘 아침에 아주 술이 떡이 돼서 들어왔더라. 그렇게 궁금하면 방 문 열고 확인해 보던가. (어제 문자로 다툰 일 때문에 입이 툭 튀어나와선)”
“아; 그리고 희찬아; 어젠... 형이 미안했다.”
“뭐래. 됐거든.”
“너 아침은..”
“됐어! 토스트 데우고 있어”
“밥 먹고 가지, 맨날 토스트야”
“그럴 시간 없어.”
‘탁’
그 때 마침 토스트기에서 튀어오르는 식빵들.
“내비둬. 형이 해줄테니 넌 출근 준비나 계속 해”
난 얼른 계란 프라이 하나를 해선 식빵에 잼을 바르고 그 사이에 계란 프라이를 올린 뒤 케찹을 뿌려주었다.
“접시에 나뒀으니 먹어”
"(토스트를 두 입 정도 먹다 그대로 내려놓고 한숨을 크게 쉬는 희찬) 휴......."
"(희찬을 보고는) 갑자기 왠 한숨이야?? 뭐가 그렇게 걱정인데!? ..어제 일, 형이 미안하다고 했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목소릴 낮추곤) 어제 형이랑 문자하고 나서, 정말 진지하게 내가 저 자식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나 한 번 곰곰이 생각을 좀 해봤거든!? 그런데 안씅 말야.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그러고보니 내가 저 새끼 여친을 한 번도 본적이 없어.”
“그게 왜.”
“아니 혹시 안씅, 그런거 아니겠지?(목소리를 엄청 낮춰선)”
“그런게 뭔데?”
“남자 좋아하는 거..(목소리를 더 낮춰선) 말야. 게이."
"(살짝 당황했지만) 갑자기 왜 그런생각을 하는건데?"
"아니, 형 말대로.. 안씅, 고딩 때부터 나한테 엄청 잘해줬거든. 내가 하자는 거 왠만하면 거절한 적 없었고, 나 군대갔을 때 면회도 두 번이나 와줬고, 편지도 자주 써주고, 내 생일도 매년 챙겨주고.... 근데 난 저 자식이 하자고 하는거 싫다고 한 적 엄청 많았었거든.. 저 자식 군대 있을 때 편지는커녕 면회 간 적은 당연히 한 번도 없었고.. 생일은.. 남자끼리 뭘 그런걸 챙기냐고 난 그냥 밥이나 술 한번 사는걸로 넘기기 일쑤였거든.
근데 천천히..아주 천천히 생각을 해보니까 그냥 기분이 찝찝하고 좀 이상해서 그래... 이건 진짜 만약인데, 만약에 정말로 안씅이 남자를 좋아하는 게이라고 하면, 난 앞으로 안씅 얼굴 못 볼 것 같아.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도 내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는데 게이랑 같이 한 집에서 동거를!?? 이건 형이 생각해도 진짜 좀 아니잖아. 그치?”
아주 가끔이지만..희찬이 저 녀석이 게이에 대해 안 좋게 말할 때 마다..가슴이 좀 아프긴 했다.
대상만 달랐을 뿐, 그건 사실 나에게 하는 말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근데 그건 그렇고...윤희찬. 지금 8시 15분 넘었거든.”
“헐. 미친. 에바야. 그걸 왜 지금 말해”
“누가 그러게 여유 부리래?”
“아씨.. (남은 토스트를 입에 후다닥 털어넣고는) 나 간다. (신발을 신고 나가려다 멈추더니 뒤돌아선) 그리고 형.. 어젠.... 나도 미안.”
그렇게 희찬이 녀석이 출근을 한 후
몸이 피곤했는지 씻는것도 잊어버린 채 그대로 침대 위에 뻗어버렸다.
그러다.. 눈이 떠져서 일어났는데 어느새 낮 12시 30분을 넘어서고 있었다.
방 문을 열고 현관 쪽을 보는데 아직 그대로 있는 승현이의 신발.
술에 떡이 됐는지 아직도 푹 자고 있나보다.
난 냉장고에 있는 콩나물을 꺼내선 콩나물 국을 시원하게 끓여내고 있었다.
가스 불을 끄곤 일단 샤워부터 해야겠다 싶어서 보일러 온수를 켜곤 옷을 툴툴 벗고 거실 안에 있는 욕실로 들어와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5분 정도 깨끗이 몸을 닦았을까.
샤워를 다 마치고 욕실을 나가려는데
헐??
뭐지? 왜 수건이 하나도 없지..
하.....희찬이 그 자식. 수건 없으면 그 때 그 때 바로 채워놓으래도 또 말을 안 듣고 쇼파 위에 그냥 냅뒀나 보네.. 하....
난 욕실 문을 조용히 열고 나와선
알몸의 상태로 몸과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거실 쪽으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고 있었다.
그렇게 쇼파 맨 끝에 가지런히 개어진 수건들이 보이는데
‘뚝 뚝’
거실 바닥에 물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어서 발걸음을 조금 더 빨리해서 수건을 집으러 가는데
‘철컥’
................그 때 갑자기 한 쪽 끝에 있는 승현이 방문이 덜컥 하고 열렸다.
그리고 바로 승현이가 나오는데
알몸인 상태로 나와 눈이 한 번 마주치곤 그리고 승현이의 시선이 조금 아래로 가더니 내 허벅지 사이 물건으로 향하는 듯 했다.
“.....형;; 다 벗고 지금 거실에서 뭐 하세요?? (하품을 하며)”
하.................. 하필 왜... 이런 상황에...
“아 ....욕실에 수....수건이 하나도 없어서...........(수건을 후딱 집어 내 다리 사이 그곳부터 가리곤)”
“형 원래 들어오자마자 샤워 하지 않으세요? 지금 또 샤워 하신거에요??”
“아...그게.. 피곤해서 바로 잠이 들어버려서...(옆으로 가는 게 마냥, 걸음을 조금씩 옆으로 옮겨가며 수건으로 아랫 쪽을 계속 가린 채 욕실쪽으로 향하며) 아 그리고...여기 떨어진 물 들은 내가 닦을 테니까. 신경 쓰지마. (욕실 앞에 다 와선)”
“...네”
그리곤 후딱 욕실 안으로 들어와 수건으로 몸을 닦는데
하............하필 승현이와 조금 데면데면 해진 이 시기에.
꼭 이런 타이밍에........
개 쪽팔려 진짜...
하...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다 닦고는 머리를 말리기 위해 수건 하나를 더 집어들었다.
그리곤 욕실 문을 빼꼼 열고 거실을 확인한 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하곤 내 방 안으로 들어와 서랍 안에 있는 속옷을 챙겨 입으려 서랍을 여는데
그 때 갑자기
‘덜컥’
이번에는 내 방 안쪽에 있는 화장실 문이 열리면서, 거기서 나오는 승현이.
“아 깜짝아!!!!!!!”
“아...오줌 마려운데, 형이 거실에 있는 화장실에 계셔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저도 좀 급하다보니 못 참고 여기로 와버렸어요. 죄송해요”
“아;; 아냐.”
“(내 몸을 한 번 스-윽 보고는) 얼른 옷부터 입으셔야 될 것 같아요.. 형.”
그리곤 내 방을 나가는데
몸은 다 닦고, 머리를 말리기 위해 한 손으로 머리 위 수건을 흔들고 있었던 지라..내가 알몸 상태 인 걸 또 다시 잊고 있었다.
“하씨......진짜....미치겠네. 오늘 일진이 왜 이러지..(머리를 쥐어짜며) 쪽팔려 진짜.”
그렇게 옷을 후다닥 갈아입고는 거실로 나가 바닥에 흘린 물부터 닦으려 하는데
??
승현이가 닦은걸까..
욕실부터 거실까지 걸어가면서 내가 흘렸던 물들이 바닥에 보이질 않았다.
‘후...신경쓰지 말래도 참 말 안듣네’
그리곤 주방으로 와서 아까 끓여둔 콩나물 국을 다시 끓여냈다.
“승현아”
“네 형”
“와서 밥 먹자”
“네”
그렇게 식탁에 마주 앉은 우리 두 사람.
그렇게 콩나물 국을 한 술 뜨는데
꼭 합을 맞춘 것처럼 동시에
“형” “승현아”
서롤 향해 부르고 있었다.
“먼저 이야기 해”
“아;; 아니에요 형. 형 먼저 이야기 하세요”
“어제 낮에 일 말야; 넌 나 걱정한답시고 깨우지 말라고 한건데, 형이 말이 좀 엇 나갔어; 갑자기 너랑 희재가 왜 싸우고 있는건지.. 그 상황이 좀 답답해져서 나도 모르게 너한테 소리를 내버리고,, 형이 정말 미안해. 형 맘은 그거 아닌거 알지..?”
“네 형. 저도 어제 방 안에서 형 말에 아무 응답도 안하고 가만히 있었던거 정말 죄송해요.”
“아니야;; 그리고, 거실 바닥에 물 내가 닦는다니까. 언제 또 그새 닦았어?”
“그냥 봤으니 닦았죠.”
“그리고 너 임마. 술 좀 적당히 마셔. 오늘 아침에 들어왔다며. 너 이제 20대 아니고 30대야. 젊었을 때 몸 챙겨. 임마.”
“아;; 네..그래도 형이 콩나물 국 끓여줘서 마침 속이 (배를 만지며) 잘 풀리고 있어요”
“그리고 이런 말 좀 꼰대 같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이왕 같이 살기로 했으니 한 솥밥 먹는 식구나 다름없는데 늦으면 늦는다, 외박하면 외박한다. 나에게 연락 못하겠으면 희찬이한테라도 문자 하나 넣어줘. 그래야 걱정 안하지”
“제 걱정 하셨어요..?”
“그럼 임마. (목소리가 커지며) 평소 들어올 시간이 됐는데도 안 들어오고, 열두시 지나서도 안들어왔다는데 너 같음 걱정이 안되냐?? (갑자기 흥분하며)”
“근데 형 어제 열두시면 야간 근무하실 시간 아니에요? 제가 열두시 지나서도 안 들어온 건 어떻게 아신거에요?”
“(순간 당황해서) 그...그거야 희찬이 한테 그 때 문자가 와서.. 그냥 물어본거지...”
“아; 네. 죄송해요. 어제는 술이 한 잔 하고 싶어서, 아는 친구 집에서 술 마시다가 깜빡 잠이 든 바람에..”
“너 술 늦게 마신다고 누가 뭐라고 하냐. 그냥 연락만 잘 하라구~ 나한테 하는게 어려우면 희찬이 녀석이 있잖아. 암튼 밥이나 얼른 먹자. 오늘은 몇 시에 나가?”
“오늘은 다음 주 공연 준비 하는 것 때문에 밥 먹고 바로 나가봐야 해요. 그리고 저녁 7시에 수업도 하나 있어서 좀 늦을 지도 몰라요. 그리고 형.”
“응?”
“저한테 그렇게 너무 잘 해주지 마세요.”
“어? 그게 무슨 소리야;”
“너무 잘 해주지 않으셔도 된다구요.”
“잘 해주긴, 내가 너한테 잘 해준게 뭐가 있다고;”
“집에 들어오는거 허락해주시고, 이사도 도와주시고, 매트리스도 사주시고, 가끔 제 술친구도 해주시고, 저 안 들어온다고 걱정해주시고, 이렇게 끼니 때마다 밥도 챙겨주시고, 저번에 아플 때 약도 사다주시고, 이런거 하나하나가 다 저에게 잘해주시는거에요. 그래서 마음속으로 정말 많이 감사해하고 있어요.”
“...(본인에게 잘해준 부분에 대해 하나하나 나열하는데 괜히 부끄러워 할 말이 없어져선)"
"저 바로 나가봐야 해서 준비 할게요.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승현)"
"어어~~ 어서 준비해.. 아 그리고..."
"네?"
"준비하고 있다는 공연이 정확히 언제야? 장소는..?"
"아; 공연 시간은 다음주 금요일 오후 6시이고 장소는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 굿모닝시티 앞 특설무대에서 하거든요..(흠칫하더니) 혹시 오시려는건 아니죠???? 어차피 그 날 형 야간근무 가셔야 하니 못 오실꺼에요~~~ (웃으며)"
"그냥 공연일이 언제인가.. 궁금해서.."
"아 넵"
"근데 연습하면서 밖에서 밥은 잘 챙겨 먹는거지? 넌 어째 살이 전보다 더 빠지는거 같다(승현일 보곤)"
"(웃으며) 그렇게 절 걱정 해주시는게, 저에게 잘해주시는거에요~~ 전 진짜 괜찮으니!! 걱정마세요~ 밖에서 밥도 잘 챙겨 먹을께요~~~ 그럼"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몸을 돌이키려다
잠시 또 몸을 돌아세워 멈추더니
“아 그리고 형”
“응?”
“저.. 이번 달 말일까지만 여기서 살고, 그만 정리해서 나갈께요. 집은 다음주에 바로 알아볼 예정이에요.”
“어...? (당황하며) 아니 갑자기 왜..? 혹시 뭐 진짜 불편한거 있었어? 아니면 내가 모르는 희찬이랑 무슨 다른 일 이라도 있는거야?”
“(날 지그시 쳐다보다가) 아뇨; 불편할 게 뭐가 있겠어요~ 그런건 아니고.. 희찬이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다 저에게 너무 잘 해주니까.. 정말 제 집 같이 느껴져서..제 스스로 너무 안일해진다고 해야 되나.. 역시 전 배고파야 하는 체질인가봐요.”
“무슨 말이 그래;; 충분히 잘 먹고, 잘 지내야 하는게 응당 맞는거지. 그런 말이라면 됐고, 좀 더 있다가 충분히 여유 있을 때 나가. 그 땐 내가 안 붙잡을게.”
“(웃으며) 아니에요; 그래도 계속 민폐를 끼칠 순 없으니; 이번달 말일까지만 조금 더 신세 질께요 형. 가는 날 까지만 조금 더 부탁드리겠습니다.~~(웃으며).”
가는 날 까지 잘 부탁한다며 인사를 하곤 바로 외출 준비를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버리는 승현.
그냥 그러지 말고 같이 살면 안되냐고 강하게 소리 내고 싶었지만. 차마 입술이 떨어지질 않았다.
이틀 후
희찬이가 출근을 한 뒤 난 야간근무 후 집에 들어와 쉬고 있었다.
그리곤 점심 12시 경이 돼서 눈을 뜬 후, 거실로 나가 물 한잔을 마시곤 다시 방 안에 들어왔는데
'똑똑'
내 방안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형, 혹시 잠깐 괜찮으세요?"
"어~ 들어와도 돼~아 아니다. 형이 나갈게~~"
방 문을 열고 거실을 나가려는데
"응 왜??"
"아 다른건 아니고, 오늘 형에게 밥 한끼 대접 해드리려구요. 아주 맛있는 걸로~"
"어? 갑자기 왠.."
"갑자긴 아니고 그냥 형이랑 외식하고 싶어서요. (웃으며) 형이랑 단 둘이서는 맨날 설렁탕이랑 해장국 먹은 기억밖에 없어서. 그리고.. 이제 여기서 같이 사는 거 얼마 남지 않기도 했고.."
"어디 완전히 떠나는 사람 처럼 왜 그래;; 그리고 승현아 안 그래도 그거 말야... 이번 달 말일에 나가는 거.. 조금 더 생각을.."
"형!!! (내 말을 끊고는) 잠은 충분히 주무신거죠? 혹시 잠 더 주무셔야 하는데 제가 끌고 나가는거 아니죠~~~"
"어;; 그런 건 아니야. 푹 자긴 했어;;"
"그럼 형! 우리 딱 30분후에 다시 이 현관 앞 에서 만나요!!! (꽤나 단호하게)"
"그게 뭐야;; 집에서 약속하고 집에서 만나는 건 대체 뭐냐. (살짝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새어나오며)"
"웃기죠? (웃으며) 저도 내뱉고 나서 왠지 이상하다 싶었어요 (웃으며)"
"그래! 그럼 정확히 30분 후에 보자!!! 늦는 사람 이번에 뭐 없냐??"
"요 며칠 전부터 내기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에요? 꼭 이겨서 저한테 뭐 바라는거라도 있으신거에요 형?"
"얌마!! 그런거 아니거든!!! (승현의 가슴을 한대 가볍게 툭 치며) 그냥 재미를 위한 거지. 암튼 (시계를 보곤) 지금 12시 10분이니까 그럼 12시 40분에 만나자. 현관 앞에서."
"네 형 여기서 만나요"
승현이와 30분 후에 다시 현관 앞에서 만나자고 그렇게 서로 약속을 하는데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
30분 후에 집 현관에서 만나자는 건
이건 대체 무슨 약속인건지..
듣도 보도 못한 이런 상황에 꽤나 우스웠지만
샤워를 하고 부터 외출 준비를 마칠 때 까지 내 가슴이 자꾸만 두근거리고 있었다.
PM 12:39
"형, 1분 남았어요!!!!!"
'쾅'
"나도 준비 완료!!!!"
그렇게 방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승현이가 종이가방 하나를 손에 쥔 채 내 방 문 앞에 서 있었고
"그럼 가시죠!!"
라며 내 한 쪽 팔을 살짝 붙잡는데
그 때 그 날 처럼 승현이 녀석의 좋은 체취가 코 끝으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근데 우리 뭐 먹으러 가, 승현아?"
"그냥 오늘은 저만 믿고 따라오시죠."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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