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친구 녀석과의 동거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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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승현일 따라 나와선, 이동을 위해 바로 택시를 잡는데  


"강남역 앞 이요"


타자마자 강남역 이라고 기사님께 목적지를 말하는 승현.


"어딜 가는데 강남역까지가~~ 그냥 가까운데서 먹지~"


"강남도 가까워요 형~ (웃으며)"


"근데 종이 가방 안에 그건 뭐야; 술인거 같은데.. 사케? 아님 와인?"


"이거~ 와인 이에요 형. 거기 콜키지 프리(무료)라서 어제 미리 사뒀어요~ 피노누아 와인이라고 레드와인인데~ 고기랑 아주 잘 어울려요 형. 가서 같이 한 잔 해요."


"응..? 우리 고기 먹으러 가는구나~ 그치?(웃으며) 근데 와인도 가져갈 수 있는거면 꽤 좋은데 가나본데!??? 오~~~~~~ (승현을 한 번 툭 치며)"


우린 그렇게 강남역에 도착 후,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우 오마카세 식당에 들어왔다. 


들어갈 때 부터 직원들이 어찌나 친절하던지.


근데 들어가자마자 이런덴 1인 가격이 도대체 얼마할까 라는 생각만 들 정도로 인테리어하며, 주방하며, 테이블 하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고급스러움과 단아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 표정이 점점 굳어지면서, 자리에 앉자마자 승현일 불러선  


"야! 안승현 !! (목소릴 낮추곤) 여기 엄청 비쌀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비싼델 왔어!!! 미쳤나봐!! 너가 무슨 돈이 있다고;; 여기 한 끼면 다른 고기 집 5-6번은 더 갈 수 있겠다. (작은 목소리로)"


승현이가 내 말을 못 들었는지, 아니면 들었으면서도 그냥 모른척 하는건지 앞에 있는 물 수건으로 손만 계속해서 닦고 있었다.

 

그리곤 직원이 잠시 들어오더니 우리가 가지고 온 와인을 오프너로 따 주시고는 승현이가 내 앞에 있는 와인 잔에 피노누아 레드와인 부터 따르는데


적색빛과 감초색이 도는 느낌의 짙은 자주빛의 와인이 와인잔에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고 잘 익은 포도 또는 베리향이 코 끝으로 전해지고 있었다. 


승현이가 미리 예약을 해 둬서 그런지 자리에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아뮤즈부쉬로 표고버섯과 포르치니 버섯 구성의 젤리가 먼저 테이블 위에 놓여졌다.


그 다음 감태부각, 잘 구운 바게트 위에 올려진 관자구이와 육회가 나왔고 


그 다음 가니쉬로 구운 토마토와 치즈를 곁들인 구운 쥬키니호박이 차례로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고기를 내어주시는데 갈비살, 토시살, 부채살을 순서대로 한 점씩 주신 후, 대망의 샤토브리앙 안심이 구워졌고 적당히 잘 구워진 소고기 안심에 소금을 찍어 레드와인과 함께 곁들이는 맛은 정말이지 일품이였다. 


그 다음 식사로 솥밥에 나물, 맑은 국이 나왔고


마지막 디저트로 단호박 양갱, 사과콤포트가 채워진 도너츠, 레몬 샤벳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데 


이렇게나 황송한 대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내 혀가 미친듯이 호강을 하고 있었다. 


"승현아 (놀라는 표정으로) 무슨 일이야 진짜. 하나하나 먹을 때 마다 완전 감동인데!? 대-박."


"형이 맛있게 드시니 저도 좋아요~~자! 짠~ (와인잔을 건네며)"


"자 짠~ (와인을 조금씩 마시고는)"


"와인은 맛이 어때요 형? (날 쳐다보는 승현)" 


"어~~ (잔을 내려놓으며) 맛도 괜찮고, 목넘김도 엄청 부드러운거 같아. 승현이 니 덕에 내가 이런 호강을 다 누려보네 (웃으며)"


그렇게 와인잔을 서로 부딪치며 승현이와 단 둘이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런치 한우 오마카세를 함께 하는데 꼭 연인들의 비밀 데이트 처럼 느껴지는 이 기분은 무얼까. 


물론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진짜 승현아, 이번 달 말일에 나가는 건 너무 성급한거 같은데 조금 더 생각을 해보는게.."


"형 (내 말을 끊고는) 우리 같이 사진 찍어요~!! (휴대폰으로 카메라 어플을 켜며)"


승현인 이미 마음을 굳힌건가. 내가 이번 달 말일에 나가는 건 조금 더 생각을 해보는게 어떻냐는 말을 꺼낼때 마다 말을 끊어내서는 꽤나 단호하게 대응을 했다. 


난 더 이상 말을 거두기로 하고 사진 찍자는 승현의 말에 다양한 포즈를 취해가며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더니) 오! 자연스럽게 잘나왔어요~ 웃으니 역시 잘 생겼단 말야~~ 근데 역시 우리 형은 실물이 더 나아요! (웃으며)" 


"뭐야;; 진짜 어디 떠날 사람 처럼 안 하던 말을 하고 그래. 너 자꾸 그러면 나 진짜 화낸다"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을 계속 바라보다 고개를 잠시 숙이는 승현) 오늘 형에게 같이 밥 먹자고 하는게 아니였는데..(옅은 한숨을 내쉬며) 정말이지 잘 정리할 수 있을 줄 았았는데.....(말끝을 흐리는 승현)"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그건 또 대체 무슨 소리야; 승현아.."


"아니에요 형! (웃으며) 형 와인 조금 더 드실래요..? 아 그리고 희찬이에겐 오늘 여기 온 거 비밀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본인 빼고 우리 둘만 여기 온 거 알면 개 엄청 삐칠지도 몰라요. 희찬인 제가 따로 맛난거 사 먹일께요."


"그.. 그래~~(승현의 알 수 없는 말들로 인해 고개를 갸우뚱 하며)"


점심식사를 마치고, 바로 다음주에 있을 공연준비 때문에 승현이와 난 강남역에서 바로 헤어졌고,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자꾸만 희찬이와 날 조금씩 정리하고, 떠나려고만 하는 것 같은 승현이 녀석 때문에 마음이 너무나 공허해지면서, 착잡해지고 있었다.  



금요일 공연 당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아침에 들어오는데 늘 버릇처럼 왼쪽 한 켠에 벗어져 있던 승현이 녀석의 신발이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분주해 보이는 희찬.


"희찬아, 승현인 벌써 나갔어?"


"어. 오늘 뭐냐; 그 동대문에서 공연 있는데 마지막 연습에, 리허설에 뭐에 엄청 바쁘다면서 아침 댓바람 부터 나가던데?"


"아 그래? 승현이 뭐 좀 먹고 나갔으려나..(괜히 걱정이 되는 표정을 지으며)"


".... 형 너. 날 좀 그렇게 걱정해줘봐. 요새 너무 안씅 걱정만 하는거 아니야? 형 친동생은 안씅이 아니라 여기 윤희찬. 바로 나거든!???"


"넌 이상하게 걱정이 안된다.. 걱정이 제발 좀 돼야 하는데...인간 좀 되라고. 마늘을 좀 더 맥여야 하나.."


"뭐래. 에바야. 내가 곰이냐?? 토스트나 빨리 해줘."


희찬일 보내고 나서는 많이 고단했는지 바로 침대에 몸을 뉘였다. 


푹 잤을까.


눈을 떠보니 오후 3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꼬르륵'


아무것도 안 먹고 자서 그런가; 왜 이렇게 배가 고픈건지.


밥솥에 밥은 없고, 나 혼자 먹자고 밥을 또 하기는 귀찮아서 뭘 먹지!? 고민을 하는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맥도날드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 버거가 떠올랐다.  


이게 지금 왜 생각이 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배가 고파져선 바로 휴대폰으로 배달주문을 시켰다. 


그리고 30분도 채 안돼서 바로 도착한 햄버거. 


배달원에게 햄버거를 건네받자마자 난 포장을 빠르게 뜯어선 입으로 바로 햄버거를 집어 넣었다. 


그러다 반 정도 먹었을까..


시간을 보는데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근데 왜 자꾸 초조해지는거지..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배가 고파서 시킨 햄버거였는데 반 정도 먹다보니.. 더 이상 손이 가질 않고, 입에도 들어가질 않아 남은 햄버거를 그대로 포장해서 냉장고 안에 두고는 화장실로 들어와 외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아직 출근 하려면 한참 시간이 남았는데 이상하게 내 머릿속에서 '지금부터 움직이지 않으면 안돼' 라고 꼭 주문을 거는 것만 같았다. 


검은색 슬랙스 바지에 위에는 아이보리 색 반폴라 니트를 입고 바깥에는 베이지색 코트를 걸쳤다. 


그리고 쳐다 본 거울.


꼭 누구와 약속을 한 게 아니라서 그런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잘 정돈된 머리스타일까지 맘에 들었다.  


그리곤 다섯시도 안돼서 무작정 집을 나왔고, 지하철역으로 가서 동대문문화역사공원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근데 내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걸까 가는 내내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물음을 건네고 있었지만 


'그래;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라 그래도 같이 사는 동생이 공연하는건데 한 번은 봐야지'


스스로의 물음에 대답을 하면서 가다보니


5시 40분 경 동대문 문화역사공원 역에 도착했고 14번 출구를 나오니 바로 앞에 굿모닝 시티 건물이 보였다.


앞에는 벌써 무대를 위한 장비들이 화려하게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앞으로 앉아서 무대를 잘 볼 수 있도록 의자가 약 100개 정도 깔려 있었다. 


난 휴대폰을 꺼내 승현에게 문자를 보내려 했다. 


[승현아 지금 어디야? 형 지금 여기 너 공연하는데 왔어.]


이렇게 다 쓰고 문자를 보내려는데, 


막상 또 보내려니, 승현이가 괜히 또 신경쓰지는 않을까 싶어서 보내려던 문자를 다시 싹 지우곤 주변에 있던 올리브영 매장에 들어가 대충 시간을 때우다 공연 시간 직전, 나열되어 있는 의자들 맨 끝자리에 자리를 했다. 


가운데 행사명 현수막과 함께 양 옆에 작게 오늘 출연하는 팀들의 명단이 쓰여져 있는 현수막이 있었다. 


그리고 한 눈에 들어오는 '오시스트'


그 '오시스트' 라는 팀명을 보자마자 승현이와의 동거를 시작하기 하루 전 날, 희찬과 승현 셋이서 함께 모여 처음으로 가졌던 술 자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럼 승현아, 너네 댄스 팀 같은 것도 있는거야??"


"네. 댄스 크루에 소속해 있죠~. 제가 무려 부리더 입니다. (브이를 그리며)"


"우와!!! 그럼 팀 이름이 뭐야??"


"오시스트 요"


"오시스트?? 그게 뭐야??"


"형 축구 농구 할 때 어시스트 아시죠~ 돕다~ 할 때 그 어시스트!


춤을 좋아하고, 춤에 미친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희망을 더해주고, 그렇게 도와주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희망' '소망' 이라는 뜻의 독일어에요. 오시스트!"


"오...괜찮은데??"


"사실 춤이란게 다들 좋아서 시작을 하지만, 이게 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자나요.


저도 춤을 정말 좋아했는데, 만약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꿈을, 살아가야만 하는 업을 바꿔야만 한다면 어떤 다른 꿈을 꿔야 하는거지.. 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어린 시절의 이 꿈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고 그것만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미 전 많은 걸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거든요."


(저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승현을 가만히 쳐다보는 나)


"그렇게 춤추는 일을, 댄서라는 꿈을 단 하루도 놓아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더 연습하고 연습해야 해요. 그래야만 하고. (웃으며 소주 한 잔을 비워내는 승현)"


"역시 우리 안씅!!! (희찬이가 많이 취해선) 우리 안씅이 이래!!! 우리 안씅 개 멋있지?????????"


"그래. 니 친구 쫌 멋지네."


'니 친구 쫌 멋지네' 라고 말하곤, 앞에 채워져 있는 소주 잔을 들어 승현이 녀석을 잠시 바라보다가 잔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그렇게 승현이와 첫 술자리를 했던 생각에 한참 빠져있는 도중 사회자의 소리가 들려왔고


"자! 다음은 우리 몸도 좋고 잘생긴 오빠들이 뒤에서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우리 여고생분들과 수 많은 여성분들 소리지를 준비 되셨나요??????????????"


'꺄악~~~~~~~~~~~~~~~~~~~~'


사람이 그리 많진 않았지만 꽤나 격하게 응원을 하는 여고생들이 몇 몇 눈에 들어왔다. 


"자~~~~~~ 20대와 30대 멋진 오빠들로 구성된 댄스 크루. 오시스트를 불러보겠습니다. 큰 박수로 맞이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짝'


'꺄악~~~~~~~~~~~~~~~~~~~~'


승현이네 댄스크루가 올라오는데


올라오자마자 삼각 대형으로 열을 딱 맞추고는 고개를 숙이며 음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두 번째 열, 오른쪽 끝에 서 있는 승현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쿵'


뭔가 쿵 하는 웅장한 시작음과 함께 외국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반주에 맞춰 크루 모두가 다같이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도대체 얼마나 땀을 흘리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연습 했을까.


그리고 합이 어찌 저렇게 잘 맞는지.


단 한 명도 어긋나거나 틀리는 게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공짜 공연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상당히 퀄리티 있고, 짜임새 있는 탄탄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첫번째 곡이 끝나고 간단히 크루 소개를 한 뒤 두번째 곡이 흐르는데 귀에 익숙한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어? 이건 영웅인데..." 


'꺄악~~~~~~~~~~~~~~~~~~(여고생들의 함성소리)'


k-pop인 NCT127의 영웅을 커버 해서 선보이고 있었다. 


'난 앞으로 찔러 좌우♬

new thangs♪ new thangs♪ new thangs♪

우리가 어딜 가든 축제♬

들어 축배♪ like my birthday♬'  


오늘 정말이지 이곳에 오길 잘했다며 난 승현이의 춤과 그들의 무대에 흠뻑 취해있었다. 


두번째 곡이 끝남과 동시에 주머니에서 뭔갈 꺼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던지는데, 내 자리는 너무 멀어서 그런가 여기까진 오지 않았고, 앞의 사람들이 손에 쥔 걸 보니 사탕과 초콜릿 같아 보였다. 


그리곤 바로 세번째 무대가 이어지는데 조명과 분위기가 전환되고는


갑자기 끈적한 무드가 이어지는데


크루 전원이 꽤나 추운 날씨인데도 상의 탈의를 하더니, 무대 옆으로 옷을 던져버리고 있었다. 


'꺄악!!!!!!!!!!!!!!!!!!!!!!!!!!!!!!!!!!!꺅!!'


'어머어머어머'


다들 갑작스런 남자 댄서들의 상의탈의에 여학생들이 많이 놀랬는지 온갖 함성과 비명을 무대 앞으로 내지르고 있었다. 


역시나 팔은 안으로 굽어서 일까. 아니면 내 안에 다른 감정 때문인걸까. 모두가 상의를 탈의했는데도 내 눈에는 오롯이 승현이 녀석만 보였다. 


살이 더 빠져서 그런지, 몸이 더 날렵해 진 것 같았고 사우나 에선 잘 보이지 않던 복근이 공연을 앞두고 따로 운동이나 준비를 해서 그런건지, 오늘따라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넓은 어깨, 탄탄한 가슴, 선명한 복근들을 자랑하며 크루원들이 합을 맞춰 춤을 추고 있는데


섹시하면서도 쫀득쫀득한 게...자꾸만 또 다시 내 그곳에 힘이 들어가려하고 있었다.


난 가방을 배 앞으로 가져와 바지 위 앞섶 앞을 가리고는 그대로 계속 승현이를 보는데 머리와 이마엔 이미 땀으로 흥건해져 있었고 가슴과 배 부분도 점점 땀으로 젖어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무대와 조금은 떨어진 곳에서 승현일 넌지시 계속 바라보는데


잠시 세상이 꼭 멈춘 것 처럼

시간도, 소리도 모두 멈춰서 

음소거가 된 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롯이 승현이의 모습만 내 눈에 담아졌다.  


'쿵쾅 쿵쾅'


아까부터 자꾸만 빠르게 뛰는 이 심장.  


내 심장이 뛰는 이유에 대해


이제는 명확히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안승현'



'안승현'



그 녀석이 자꾸만 내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었다.


정말이지 승현이와는 아무일도 없을 거라고 내 자신에게 확신하고 있었는데... 


이제 정말 어쩌지.


승현이에게 향하는 내 마음을 도무지 제어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무대가 모두 마치고 박수로 화답하는 내내 내 머릿속은 승현이가 땀흘리며 춤을 추는 장면으로 멈춰있었다. 



그렇게 십 분 정도 멍 하니 서 있다가 겨우내 정신을 차리곤 무대에서 등을 돌려 그대로 야간근무를 하러 가기 위해 다시 역 방향으로 몸을 돌려 천천히 걸어가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헉 헉 거리는 소리와 함께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사.....상찬이 형!!!!!!"


그리고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승현이가 내 바로 뒤 2m 앞까지 쫓아와서는 무릎에 손을 올려 거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 승현아;; 난 줄 어떻게 알았어..? 언제 또 날 본 거야; (멋쩍어하며)"


"저 만치서 꼭 우리 형이랑 똑 닮은 사람이 계속 서 있는데.. 그거 나 봐달라~ 하고 서 있던거 아니였어요???" 


"그런 거 아니야;; 빨리 간다는 게 잠시 딴 생각 하느라;;"


"뭔 딴 생각을 했는데요!!!!!!???"


"어? (훅 들어온 질문에 괜히 당황해선) 근데 승현아, 오늘 너네 팀 진짜 멋지더라. 그리고 팔은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내 눈엔 너만 보였어. 너가 제일 잘하기도 하고, 정말 너가 최고로 멋있더라."


"칫. 이렇게 말끔하게 차려 입고 나왔으면서 연락 한 번 안하시고. 또 여기까지 일부로 와서 무대도 다 보셨으면서.. 말도 없이 그냥 가시려고 하시고.. 저 진짜 서운해요 형."



뭐 서운하다고?? 고작 이게?? 난 승현이 니가 이번달 말 까지만 살고 바로 우리 집에서 나가려고 하는게.. 


자꾸만 희찬이와 내 곁을 빨리 떠나려고 하는게 


그게 더 서운하다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뱉지 않고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건;; 너네 공연 끝나고 정리다 뭐다, 또 회식도 있을 꺼 아냐. 이런 저런 일들에 많이 바쁠테니까 그런거지 뭐;; 마침 형 회사 갈 시간도 슬슬 가까워져 오고"



"형"


"응?"


"손 좀 줘보세요!"


갑자기 왜 손을 달라고 하나 싶어서


손을 그에게 내밀었는데


승현이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내게 다가오더니 내 손을 잡아 그의 왼쪽 가슴 한 켠에 가져다 대었다. 


'쿵  쿵  쿵'


승현의 심장소리가 내 손 끝에서 강하게 느껴져 왔다.  


그런데 마침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 두 사람을 보고 수군수군 거리면서 쳐다보길래


"승현아~~ 뭐야; 갑자기~~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손을 빼내려 했지만)"


내 말에도 승현이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손을 이전보다 더 강하게 쥐어 본인 왼쪽 가슴 한 켠에 내 손바닥을 더 세게 안 쪽으로 갖다대었다. 

 

그리고 승현이와 몇 초간 눈을 마주치는데 


눈을 마주친 그 순간,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 주변 매장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 사람들의 수다 소리 등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또 다시 음소거가 된 것 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형"



그러다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승현의 목소리는 어찌나 선명하게 들리던지. 


승현이 계속해서 날 부르고 있었다. 



"형.."



"어..(승현의 가슴 위에 그대로 내 손이 얹어 있는 상태로)"



승현의 부름에 그 녀석의 가슴에 손을 얹은채로 서로의 얼굴을 지그시 쳐다보는데


내 손이였을까. 아니면 승현이 손이였을까. 


미세한 떨림이 누군가의 손에서 자꾸만 느껴지고 있었다. 



"방금 전에 춤을 격하게 추고도 이 정도까진 아니였는데, 얼마 전부터 형 앞에만 서면, 이게 이렇게 자꾸 미친듯이 뛰어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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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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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또 1등ㅎㅎ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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