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섬 ㅡ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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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섬
1. 어떤 만남.ㅡ현제.
'''나 여행 갔다 올께''
''혼자?''
''응.''
마당 구석에서 텃밭을 손질하고 있던
아내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
''올해는 상추를 더 많이 심을까?
아니면 쑥갓을 더 많이 심을까?''
''당신 마음대로 해. 난 야체면 뮈든 다 잘 먹잖아''.
''야체를 다 잘 먹는게 아니지.
고기를 언진 쌈 야체만 잘 먹는 거지.호호호 .
알았어.
다음주 중에 언니네랑 회 먹으러 바다 갈건데 그때까지 올거야?''
''아니 .''
''당신이 회를 거부한다고?
가장 좋아하는 회인데?''
'' 친구들도 만나고
천천히 전국 일주하고 올거야.
언제 올지 나도 몰라.''
그말에 아내는 장갑을 벗고 일어서서 내 품에 안겼다.
''알았어 .그렇 천천히 조심해서 다녀와.
운전 조심하고.
당신 그동안 고생 많았어 .
내가 정말 당신한테 고맙고 감사해.
일하다가 집에 만 있으려니까 힘들었지?''
난 아내를 더욱 품에 가두며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아니''
''같이 가 줄까?''
''아니. 혼자 가고 싶어.''
''정말 ?''
아내는 애교스럽게 눈을 치켜뜨며 웃었다
나도 멎젖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게 정년 퇴직을 하고
지루한 겨울을 보낸 후
봄이 오는 어느날.
난 집을 떠났다.
혼자서.
여행이란 이름으로 얻은 자유였다.
30년 만에 찿아온 .....
###
네비에서 안내해 주는 주차장에
차를 주차 해 놓고
천천히 언덕을 내려왔다.
두 손은 헨드폰을 잡고
문자를 주고 받는다고 분주했다.
구두에서 나는 소리가 '저버 저벅'
무게감 있게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어디십니까>
<네. 공원 입구 벤치에 앉아 있어요.'>
문자를 확인하고 내가 공원 입구로 다가가자
벤치에서 한 여자가 종이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물건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 네''
벤치에 주저 앉아 가방에서 박스를 열고
물건을 꼼꼼하게 살폈다.
맘에 들었다.
지난 가을 정년 퇴직을 하고
겨울 내내 헬스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운동에 매달렸다.
두개였던 턱이 하나로 변했고
살아오면서 앞으로 늘어나기만 했던
허리가 반듯해져 갔다.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고 했던가?
여행을 하면서도 맨몸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며
나름 몸관리를 했다.
둥굴었던 얼굴이
살이 빠지며 몰라보게 선명해지자
젊었을때로 돌아온 느낌 이었다.
외모에 대해 자신감도 생겼고 욕심도 생겼다.
얼굴에 까맣게 덮인 수염자국을 없애고 싶었다.
이제부터 나를 관리하며 살고 싶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무심했던 나를
챙겨주고 싶었다.
내가 당근으로 산 물건은
레이저 제모기 였다.
돈을 지불하고 여인이 떠나자
난 제모기를 소중히 가방에 넣었다.
수염 없는 매끈한 얼굴을 상상하며,
아침마다 면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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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입구에 있는 편의점에 들렀다.
물 한 통을 들고 카운터로 다가 갔다.
''담배 한갑하고 라이터 하나 주세요''
''어떤 담배 드릴까요?''
갑작스런 질문에
아주 예전에 피었던
담배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음... 가장 길고 두꺼운 담배로 주세요''
계산을 하고 물건들을
제모기가 들어 있는 가방에 넣어서
편의점을 나왔다.
###
숲의 입구에 서서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았다.
일직선으로 정상 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가파르게 놓여 있었다.
마치 올라오려는 사람들을
거부하는 몸짓처럼
처음부터 시작되는 계단은 첫 공터까지
각도가 45도 이상으로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 계단을 서른개 정도 올라가자
오른쪽에
조그마한 공터가 나왔다.
그곳엔 벤치 서너개와
노인들이 운동하기에 적당한 운동기구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었다.
난 왼쪽으로 걸어 갔다.
30미터 정도 걸어 들어가자
코너에 숨겨져 있던 화장실이 나타났다.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을 누고
천천히 손을 씻고 나왔다.
그리고 그길을 되돌아 나와 계단으로 다가 갔다.
다시 계단을 타고 정상으로 걸어 올라갔다.
숲에 오르자
난 아무도 없는 벤치에 앉아
담패와 라이터.그리고 물을 가방에서 꺼내 놓았다.
고개를 들자 나무 가지들 사이로
거대한 도시가 눈에 들어 왔다.
따뜻한 봄바람에 상체를 가벼이 흔들며 눈을 감았다.
너무 편안해서 입술이 저절로 호선을 그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결혼 까지 시켰다.
그리고 정년 퇴직을 했다.
무난한 인생이었다.
돌아보면 감사하는 마음 뿐이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큰 사건 사고 없이 여기 까지 온것에 대한 감사.
진심이었다.
인기척에 눈을 뜨니
노인 한분이 다가와 옆에 앉아 있었다.
''담배 한가치 빌려 수 있수?''
''네.그러세요.''
담배갑을 개봉해서 손바다에 탁탁쳤더니
접대용 담배처럼 몇개가 가지런히 나왔다.
노인 앞에 담배갑을내미니
노인이 담배를 한가치를 조심스럽게
빼내어 손에 끼우고 입으로 가져 갔다.
''불도 좀 주시구랴''
불을 붙여드리니 ''후'' 하고 담배연기를 뱉어냈다.
''여기 처음이유?''
난 슬며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운동 하우? ''
''네''
''몸도 좋고 인상도 좋수. 인기 많겠수''
난 멋적어서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노인은 담배를 몇모금 더 피더니
손을 내리고 도시를 바라 보았다.
아니 그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는 눈빛이었다.
''아주 옛날에 여기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더랬수.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었수.
아주 잘생기고 예뻣지...
모든게 처음이라면서 얼마나 당차게 잘 놀던지....''
노인은 말을 멈추고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담배가 손가락에서 가까이 타 내려가고 있었다.
난 가만히 노인의 손을 잡고
깊숙히 타 들어가는 담배 꽁초를 빼냈다.
가만히 두면 손을 다칠것 같아 어쩔수 없었다.
그때 옆 벤치에 누군가가 다가와 앉았다.
노인이 앉아 있는 쪽이었다.
덩치가 있어서 듬직하게 생긴 젊은이였다.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에 난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봤는지 생각나지 않아
멍하니 처다보니
청년이 내게 가볍게 목례하며 미소지었다.
순간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잘생겼다'
그를 보고 나도 미소 짓고 있는데
노인의 얼굴이 불쑥 내 시선을 가렸다.
노인은 웃는 얼굴로
오른 손으로 내 손을 잡았다.
''음 ㅡ.손이 참 따뜻하우''
내 손을 잡은 노인의 손이 간혈적으로 떨리고 있었다.
''추우세요? 손이 차갑네요''
내가 두손으로 노인의 손을 감싸자
노인은 신이난 듯 생기가 돌았다.
''하하하'.원래 나이들면 손발이 차가워 진다우''
''근데 어디서 왔수''
''나이는 ''
''잘생겠네''
''술은 잘 하우?''
''주량은?''
''저녁에 나랑 술 한잔 할라우?''
그렇게 노인과 즐겁게 이야기 하면서도
내 눈은 청년에게 가 있었다.
계속해서 그와 눈이 마주 쳤다.
그때마다 그는 내게 미소를 보내 주었다.
''담배한대 더 피워도 되우?''
''네 그러세요''
난 흔쾌히 고개를 끄떡였다.
담배를 내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뒤
한 모금을 빨은 후에
노인에게 건네 주었다.
노인은 흡족히 웃으며 닾배를 입에 가져갔다.
''담배 맛이 아주 좋구려. 아주 좋소'''
난 빙그레 웃었다.
청년도 그런 나를 흠칫거리며 보고 있었다.
'휴 ㅡ''
담배연기가 노인의 입에서 허공속으로 사라져 갔다.
''가까운 건 기억이 잘 안나는데
왜 이렇게 오래된 일들이
잘 기억나는지 모르겠수.
너무 오래돼서 그사람 얼굴은 흐릿하지만
그때가 내 인생에서 최고로 좋았던 건 맞는가 보우.
자꾸 그때가 생각이 나니...허허허''
''.... ''
' 그 사람이 모든게 처음이라고 말해서
내가 망설였더니 그 사람이 그랬다우.
괜찮다구.. 알고 싶다구...
다 알아야 피해 갈수 있다구.''
''그 사람.... 보고 싶으셨겠어요?''
''보고싶었수.
그 사람이 떠난 후 다른사람도 많이 만나 봤지만
그 사람만큼 즐거웠던 기억은 없었지.
보고 싶었다우.
그래서 많이 그리워 했지....
근데 이제 보니 댁이 그 사람을 많이 닮은거 같수''
''제가요?''
노인은 고개를 끄떡이며 손을 올려
내 빰을 부드럽게 감쌌다.
내가 가만히 노인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자 ,
노인은 손바닥으로 내 빰을 쓰다듬었다.
마치 그시절 그때로 다시 돌아간듯
노인도 엷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 쓰다듬던 손짓을 멈춘 뒤
엄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훓었다.
순간,.
온몸에 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난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
노인의 손가락 끝에서 담배냄세가 진하게 났다.
그때 노인이 말했다.
''보고 싶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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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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