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가 노리는 그 - 마지막화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그와 그가 노리는 그」
마지막 화.
“시트 제대로 세탁한 거 맞니?” 미혜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준에 묻자 그가 ‘앉지 마, 새꺄. 앉기만 해봐.’ 실눈을 뜨고 말한다. 미혜가 깔깔대며 소파에 앉았다.
“어머, 하여튼 생긴 대로 산다더니 우상혁 보통 박력이 아냐. 소파에서 하면 안 불편하디?” 미혜가 소파에 앉아 부엌에 있는 이준에 약을 올린다. ‘몰라 이년아. 궁금해 하지마.’ 이준이 소리쳤다.
“성질은, 새끼. 아, 너무 너무 심심해. 너무 심심해서 가게 차려서 일이라도 하고 싶어. 아빠한테 가게나 하나 차려달라고 할까?” 미혜의 말에 이준이 소파로 걸어오며 ‘간만에 좋은 생각이네.’ 대답한다.
“종목은 뭐로 하게.”
“까페는 너무 많구. 보습 학원 같은 거 할까. 자식 교육 시키는 부모들 말릴 수 있는 사람 없잖니.”
“학원은 희귀해? 어디 프랜차이즈 술집 계약해서 납품 받아 와 갖구 조리해서 보내는 거 하든지.”
“말두 마. 걔네 떼 가는 게 얼마나 많은데.” 미혜가 고개를 저으며 맥주 한 모금을 삼키자 이준이 긍정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할 게 없네.”
“그냥 안해야겠다. 더 놀지 뭐.” 미혜가 캔맥주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불어터진 미역처럼 흐무러지게 소파에 드러누웠다.
“이미 돈방석에 앉은 재벌도 너보단 바쁠 거야.” 이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하자 그녀가 샐쭉한 표정을 짓다, ‘그나저나 너 요즘 이채욱이랑 연락 해?’ 물어온다.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이준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미혜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만.
“아니. 넌?” 그의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대추야자 갖다 준다고 한 지가 언제적인데, 쌍놈새끼.”
“말에 욕을 빼면 어디 고장 날까 우리 미혜는? 새 남친한테도 그러냐 넌?”
“응. 걘 좋아해. 저 대신 욕해주는 것 같대.” 호텔에서 일한다던 새로운 남자친구와 썩 잘 맞는지 미혜도 그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번 씩 해야 하는 야근만 빼면 그럭저럭 같이 잠들기도, 얘기도 잘 맞다 미혜가 덧붙였다.
“무엇보다도 역대급으로 커, 걔가. 별로 안 크게 생겼는데. 복권 긁은 기분이야.” 미혜가 드러누워 다시 자지 얘길 시작하자 이준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휴대폰으로 수신된 메시지를 확인하였다.
「네. 이번 주말은 볼 수 있어요.」 상혁으로부터 온 답장이었다.
“미혜야.”
“네가 성 떼고 내 이름 부르면 불안하더라. 뭔 사고 칠 것 같아서.”
“…치려고.” 그녀가 이준의 말에 까무러쳐있던 자세를 고치고 앉았다.
“그만 만나자고 할 거구나, 우상혁한테.”
“응.”
“남친이 그러더라. 인생에서 정말 원하는 사람 만나는 거 쉬운 일이 아니라고. 몰라, 씨'발. 헤어지고 채욱이 만나려고? 하긴 그게 절친이면 뭐 어때, 한 번 사는 거. 하고 싶은 대로 해.”
“우상혁이랑 헤어져도 채욱이랑은 친구로 지낼 거야.” 이준이 대답하며 캔맥주가 흘리던 땀을 손바닥으로 닦아냈다, 마치 제 눈물을 닦듯.
“그게 네 맘대로 됐으면 우상혁도 사랑했겠지.” 미혜가 대답하며 맥주를 삼켰다. 이준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그녀를 따라 맥주를 마저 마시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이준은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미혜가 집에 가 놀아줄까 물어도 그는 한동안은 혼자 있고 싶다 그녀에게 답하였고, 그녀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과 함께 그를 내버려둬 주었다. 가뭄에 단 비처럼 마침맞게 들어 온 일이 있어, 작업하고 또 그 결과물을 보내고, 그에 합당한 돈을 받고, 낮에는 샐러드를, 저녁에는 위스키를 마시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몇 달 전 채욱과 연락하지 않던 그 때처럼. 나가지 않았던 때가 마침 장마라 짙은 회색빛 커튼 같은 먹구름이 내내 하늘을 뒤덮었다. 하늘을 무심히 올려다보며 이준이 머릿속으로 문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오늘 보자고 한 건….’ 상혁으로부터 쏟아질 힐난을 들을 각오가 되어 갔다. 욕하고, 저주하고 심지어 분에 못 이겨 뺨을 친다 할지라도, 이준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를 좋아하지만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여긴 처음 와 본다?”
“어, 생긴 지 얼마 안 됐어.” 태석이 대답하며 물을 따라 채욱에게 건네며 다시 입을 뗀다.
“어떻게 지냈냐?”
“비슷하지, 뭐. 넌?”
“나도. 남친이랑 헤어졌어.” 그 말에 채욱이 ‘그랬구나.’ 중얼거렸다.
“괜찮지?” 채욱이 잔을 들자 태석이 자신의 잔을 그에 잔에 대고 술을 삼켰다.
“응, 괜찮지 뭐. 너는 뭐 요즘 누구 없어?”
“없어.” 채욱이 태석의 잔에 소주를 부으며 건조하게 대답한다.
“한이준은?”
“몰라. 그냥 다시 친구로 지내게 되긴 했는데. 연락 잘 안 해.” 태석이 그의 대답을 들으며 입을 삐죽거렸다.
“걔 요즘 보는 사람이 나랑 아는 애야.”
“…그래?” 뜻밖의 말에 채욱의 눈이 커졌다. 그의 반응에 태석이 심술 난 표정을 지었다.
“한이준이 도대체 무슨 매력인데? 왜 다들 걔한테 빠져서 난리야?” 태석의 물음에 채욱이 말없이 술만 삼키었다.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태석이 ‘응?’ 되묻는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아냐. 좋으니 좋겠지. 그 사람은 누군데 근데.”
“됐어. 말해봤자 뭐하냐? 다시 한이준 뺏어오기라도 하게?” 뿔난 목소리로 태석이 그에 대답하자 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르지 그건.’ 그의 대답에 태석의 눈을 한층 더 부라렸다.
“참 나, 복도 많아 한이준. 아까울 거 하나 없는 애 둘 한테 둘러싸여서.”
“잘 생겼어 이준이 만나는 사람?”
“그래, 잘 생겼고 가슴도 존나 크고 자지는 아쉽게도 못 봤지만 크게 생겼다. 왜. 구멍동서라도 할래? 아, 이미 동서지간이긴 하겠구나.” 비아냥거리며 태석이 제 잔에 술을 따라 마셨다. 한이준이 아니꼬웠다. 정말 잘 생기고 매력 넘치고 말주변도 좋으면 또 몰라. 무슨 순진하게 생긴 얼굴 하나 믿고 사는 게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태석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동서지간은, 씨'발. 그게 할 말이냐?” 태석의 말에 채욱이 인상을 쓰며 노려보았다.
“왜 인마, 뭐가?”
“구멍은 뭔데. 이준이가 구멍이란 얘기야?”
“그게 뭐. 틀린 말두 아니잖아.”
“새끼 말 존나 좃같이 하네? 그게 맞다 해도 씨'발, 뭐. 넌 평생 한 남자만 만나고 다녔냐? 넌 그럼 네 구멍 나눠먹은 동서가 몇 인데? 한 이백은 되나? 미친 새끼. 앞으로 연락 하지마.” 채욱이 의자를 거칠게 밀며 일어서 가게 출구로 걸어갔다. 태석이 입을 삐죽거리며 ‘네가 마신 거는 네가 내라.’ 그의 등 뒤로 외치고는 마지막 술 한 모금을 털어 마시며 일어섰다.
―
러시아워로 차가 막혀 이미 약속시간보다 삼십분이나 늦었다. ‘늦어서 미안해요.’ 그가 얘기하자 차 안 스피커로 ‘괜찮아요.’ 대답하는 이준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득 평소 때와는 다른 목소리라고 상혁이 스치듯 느꼈다. 침잠되고 조금은 어색하기까지 한, 그의 낯선 목소리.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상혁이 전화를 끊으며 이로 아랫입술을 씹었다. 이준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왠지 그를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 오늘은.
―
“오늘이야.” 미혜가 중얼거리자 옆에 누워있던 그녀의 남자친구가 미혜를 품에 넣고 볼을 그녀의 머리에 비비적거렸다.
“뭐가?”
“내 친구. 만나는 사람한테 그만 만나겠다구.” 남자가 그래서 기분이 우울하냐 묻자 미혜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냥 내 친구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마음의 짐 없이.”
―
“많이 기다렸죠.”
“집에서 기다린 건데요. 괜찮아요.” 이준이 부엌으로 가 ‘뭐 마실래요?’ 묻자 상혁이 ‘물이면 돼요.’ 답하며 소파에 앉았다.
“소파 갈았네요.” 조용한 이준에 상혁이 그 날을 상기하자는 듯 운을 띄웠지만 그는 그저 ‘네.’ 대답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얼음 틀이 뒤틀리는 소리가 나고, 물 따르는 소리가 들렸다. 적막했다. 집 안에 흐르는 공기가 퍽 삭막했다.
“이리와요, 이준씨.” 상혁이 말하자 ‘가요.’ 대답하며 이준이 물을 들고 걸어왔다.
“시원하겠네. 잘 마실게요.” 대답하는 상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준이 입을 열었다.
“많이 바쁘죠, 요즘.”
“네. 기획전이 얼마 안 남아서.” 대답하며 상혁이 더운 듯 셔츠를 펄럭거리자 이준이 일어나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유럽처럼 더워도 건조하면 견딜 만 할 텐데. 습도까지 더 해지니 푹푹 찌네요. 땀 냄새 나요? 샤워라도 할까….” 문을 닫자 안 그래도 조용했던 집이 더 조용해져 상혁이 떠오르는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말하는 속도가 빨랐다,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것 마냥.
“상혁씨.”
“…네.” 그가 이준을 바라보았다. 이준의 얼굴이 수척해보여 손을 들어 그의 뺨을 어루만지려하자, 그가 가만히 상혁의 손을 밀어낸다.
“…우리, 이제 그만 만나는 게 좋겠어요.”
혹시나 했지만, 이별을 고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 아니, 그 예감이 사실이 될 것 같아 이준의 집에 유난히 오기 싫었기도 했다. 그만 만나자라. 언제 들어본지 까마득한 말이었다. 철없을 때 한 번 만나고 사귀자 약속하며 잠자리를 가진 뒤 그 다음 날 그만 만나자, 상대방으로부터 들었던 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 때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걸 달래지 못하고 진탕 술을 마시며 방황했었는데. 이준의 입에서 같은 말이 나오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으로 모자라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무너지다 못해 허물어져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느낌이었다. 상혁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왜, 이유가 뭐야.” 물기 젖은 목소리로 상혁이 물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평범할 거라 생각했던 술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이준의 첫 모습을 상혁이 떠올리며 이준에게 묻는다. 부러 농담을 던지고, 처음 보는데도 야릇한 말을 해대면서 상혁은 이준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절친과 섹스를 했든 말든 과거 또한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데이트 중에 이준 자신과 몸을 섞었던 그 새끼가 아프다 달려갔을 때도 그를 놓지 않았다, 그 새끼와는 과거가 어쨌든 간에 결국 과거에 머무는 남자였고, 지금은 자신과 함께이니까. 현재에 그의 옆에 내가 있고 내 옆에 그가 있으니. 내가 잘 못 생각했던 건가. 이준이 그 새끼가 아프다던 날 뛰쳐나가듯 차 밖으로 나갔던게 그 이유였던 건가. 그런 이준이 결국 안녕을 고하려고 한다.
“…우리 서로 사랑하는 거 아녔….”
“상혁씨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알지만. 사랑하지 않아요.” 차라리 눈물이라도 어깨를 들썩이며, 너무 미안하다고, 주체하지 못하는 눈물을 쏟아내며 그리 말했더라면. 하지만 이준은 그저 굳은 얼굴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말한다, 마치 해가 동쪽에서 뜨고 서쪽에서 지는 게 당연한 것처럼,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게 당연한 것처럼. 상혁의 타들어가는 마음에 불씨가 다시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끝까지 나 갖고 놀은 거야, 한이준?” 상혁이 벌개진 눈으로 노려보며 그에 물었다. 이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상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널 얼마나 생각했는데. 씨'발, 너 너무 잔인하다, 한이준.” 상혁의 그렁그렁한 눈으로 일갈했다.
“상혁씨를 안 좋아했다고 말할 순 없어요. 근데, 깨달았어요. 상혁씨를 사랑하지 않는 나를. 거짓말 할 수 없잖아요.” 이준이 조용히 대답했다.
“이채욱 그 새낄 사랑하는 거지. 그런 거지.” 상혁이 셔츠 깃으로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꼭… 해야하나요, 대답.” 이준이 대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됐어. 이제 와 무슨 상관이야.” 상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신의 물음에 고개를 돌리던 이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상혁은 보았고, 깨달았다. 그것 하나로 대답은 충분했다. 거짓말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한이준이 미웠다. 이준의 집에서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상혁이 자신의 이마로 문을 찧었다. 잔인한 놈.
―
상혁이 떠나고 이준은 소파에 등을 대고 바닥에 앉아 그가 마셨던 물 컵만 바라보았다. 투명한 물 컵 가장자리로 상혁의 입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그의 흔적. 상혁 앞에서 그는 울고 싶지 않았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참았다. 너무 미안하다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것조차 하지 않았다. 그에게 자신을 용서해달라는 듯 한 알량한 속셈으로 비춰질까봐 겁났다. 그리하여 그가 온전히 자신을 미워하게, 다시는 상혁이 자신을 안 찾을 마음이 들도록 애써 노력하였다. 한참 물 컵을 바라보던 이준의 눈이 불투명하게 바뀌더니, 이내 눈물을 툭툭 떨어내기 시작했다, 물 컵에 담긴 얼음이 녹아 제 형체를 잃어가듯, 상혁이 자신을 잊어버리기를 바라며. 자신을 평생 용서하지 않은 채 살아가기를 바라며.
―
“재밌다.” 미혜가 묻자 이준이 ‘응.’ 대답하며 팝콘 통을 휴지통에 버렸다.
“재미는 있는데, 남는 건 없네.”
“액션 영화가 남을 게 뭐가 있어. 액션이랑 영상미 좋았음 됐지.”
“누가 모르냐. 결말이 꼭 똥 싸다 만 것 같단 말야.” 미혜가 다 마신 음료수 컵을 버리며 대답했다.
“커피 마시구 밥 먹을까? 내가 살게.”
“나 남자친구랑 먹기로 했는데. 너두 갈래 아니면? 회 먹으려구.”
“됐어. 데이트 재밌게 해.” 걸으며 이준이 대답했다.
“왜에. 남자친구가 너 한 번도 못 봤다고 만나고 싶다던데.”
“남자 A랑 섹스하면서 B 좋아하는 새끼라고 떠들지나 말았어야지, 그럼. 내 체면이 뭐가 되냐?” 이준이 떨떠름하게 대답하자 미혜가 ‘다 지난 일을 뭘 자꾸 들추고 그래. 대충 구기고 살지.’ 대답하며 이준의 가슴을 주먹으로 폭 친다.
“아퍼, 인마.”
“정신 차리라구, 새꺄. 그나저나 채욱이랑은 따로 연락 하고 살어? 넌 어떻게 채팅방에서 말 한마디 안 하고 살어? 친구로 지낼 거라며. 아무 말 안 하는게 더 수상해.”
“몰라. 그냥 냅둬. 다 귀찮아, 요즘.”
“어휴. 또 집 밖에 안 나간다 소리 할까봐 이제는 겁난다, 겁나. 겁나서 뭘 물어보질 못하겠다.” 미혜가 몸서리치며 대답하였다. 꼬박 두 달 만에 나온 이준이었다. 미혜가 제 집에 올 때나 대문은 열렸고, 그러지 않으면 이준은 집 밖에 나갈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심지어 장을 보러 집 앞 슈퍼에조차 가지 않고 택배로 배달시켜댔다. 자연히 프랑스어 수업도 재등록하지 않았다. 미혜가 그 더러 병원에 가보자고까지 했지만 이준은 그냥 이렇게 좀 지내다보면 괜찮아 질 거라는 대답만 하였다. 그랬던 이준이 무언가 결심이 섰는지 오늘 영화 보러 가자 대뜸 미혜에 먼저 말을 꺼낸 것이었다.
“아냐. 그런 때는 지나갔어, 이제. 나도 남자 되는대로 막 만나 볼 거야. 백 만 년 만에 어플도 깔았다.” 이준의 말에 미혜가 길 한복판에서 박수를 쳐댔다.
“장하다, 내 새끼! 그래, 그렇게 살면 되지. 어렵게 생각하지 마, 네가 너무너무 잘생겨서 모든 남자들을 다 꾈 정돈 아니지만 네 정도면 맘에 들어 하는 남자도 있을 거고, 자지 어떻게 생겼나 궁금해서 들이대는 남자도 있을… W($*%#(*!” 대로에서 가타부타 자지 들먹이는 미혜가 낯부끄러워 이준이 그녀의 입을 막아버렸다.
“쪽팔려 미치겠어, 너 때문에 진짜.”
“그니까 잘 하고 살라고, 엉?”
“그래, 알았어.” 그의 대답에 미혜가 그의 손을 잡고 크게 휘저으며 걸음을 빨리하기 시작했다.
미혜와 헤어진 뒤 이준이 터벅터벅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열탕 같던 더운 여름이 어느새 사그라져 저녁이 되면 제법 쌀쌀한 티를 내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 모든 것과 이제는 작별을 고해야했다. 그러기 위해 부러 바닥까지 내려갔었던 그였다, 끝없이 깊은 해저를 유영하듯. 다시 치고 올라올 힘이 생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너무 오랫동안 잠영한 것 같기도 하였다. 문득, 이준은 채욱을 떠올렸다. 괜찮으면 연락하라는 문자 또한 기억해냈다. 문자 한 통 보낼까 생각했지만, 말아버렸다.
―
환기를 위해 열어놨던 창문을 닫았다. 장마, 더위가 들끓던, 그리고 열병 같던 얽혔던 관계로 점철되었던 여름이 달아난 지는 오래였고, 어느새 늦가을이었다. 이준이 가디건을 걸치고 몬스테라 흙에 손을 넣어보았다. 여름 내내 일주일도 안 돼 메마르기 일쑤였던 흙이 이제는 일주일이 넘어도 다 마르지 않았다. 생장 속도가 대단해 사 오기 무섭게 잎을 여러 장 냈었는데. 녀석은 이제 겨울을 버텨야한다, 내년 봄을 위해.
그래도 햇볕이 따스한 날이었다. 이준은 창문가에 앉아 핫 초코를 마시기 시작했다. 찬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면 그 달콤한 맛이 떠올랐다. 그 때, 바닥에 내려놓았던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다.
「전시회 오고 싶으면 말해요. 티켓 줄 테니.」
헤어진 그 날 이후 처음으로 상혁에게서 문자가 왔다. 좋은 사람이었다. 적당히 능글맞고, 배려심 있고, 친절하고, 다정한. 그렇기에 그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 이상 다정한 사람한테 상처를 줄 수 없었다. 이준은 그의 문자에 애써 답하지 않았다. 답장 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 사람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알면서도, 그냥, 혹시나, 어쩌면. 그 기획을 한창 준비할 때 자신을 만났었으니. 예의를 차리는 것이라 이준은 생각했다. 고마웠다. 자신을 귀하게 여겨줬던 그 사람이. 세탁기에서 종료음이 들려오자 그가 빨래를 널기 위해 천천히 일어섰다.
―
“몇 명 만나봤어.”
“한 명.”
“너는 그 결심을 하더니 몇 주 동안 겨우 한 명 봤단 말야?”
“됐어. 별로 맘에 드는 사람이 없어.” 이준이 티셔츠를 널며 수화기 너머의 미혜에게 답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어떤데.”
“커피 마시고 밥 먹고 헤어졌어. 그 뒤로 저나 나나 연락 없구.”
“자보지도 않았단 말이야?”
“한 번 쯤은 사랑 이후에 하는 섹스도 가치 있다고 생각해보렴, 미혜야.”
“대단한 이상가 나셨어.”
“됐거든.” 이준이 미혜가 비꼬자 입을 삐죽거렸다.
“그냥 솔직히 말해. 아직 이채욱 좋다고. 그래서 다른 남자 보는게 의미 없는 일이라고.”
“…몰라.” 채욱의 이름에 이준이 눈을 굴리며 대답했다. 어떻게 지내는지 이준이 집 밖을 나오지 않는 동안 문자가 왔었지만 이준은 그에 답하지 않았었다. 대답하면 상혁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 것 같은 까닭이었다.
“정말 먼저 얘기 할 마음은 없는 거야?”
“얘기 했잖아. 그 때 걔가 후회 했었다구. 그랬던 애한테 말해 뭐하겠어.”
“까짓 거 그냥 질러 보란 말이야. 우상혁 때문에도 그러는 거야? 그거라면 이제 마음의 짐 덜 때도 됐지 않니? 과거는 과거이구. 현재를 살아야지.”
“….”
“잘났어 진짜. 독불장군이 따로 없어. 몰라, 끊어.” 이준의 무언이 지속되자 미혜가 전화를 끊었다. 남자친구나 잘 만나고 살 것이지, 왜 굳이 데이트 하는 와중에 전화를 하는지. 그녀는 호텔에서 일한다는 그 남자와 꽤 오래 만나고 있었다. 우선 그 남자가 그녀에 꽤 진지했다. 미혜 말에 따르면 몇 번 떡치고 또 몇 번 싸우고 끝날 사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했는데, 남자가 수더분한 그녀가 도리어 편하고 심지어는 정 있고 따듯하게까지 느껴졌다고 했다. 셔츠를 서너 번 털고 건조대에 걸며 이준이 그 말을 하던 미혜의 말과 표정을 떠올리고 혼자 웃기 시작했다. ‘나도 나지만 걔도 제정신이냐구. 나같이 말하는 애가 편하다는 남잔 또 처음 봐.’ 말은 그렇게 하고서는 실상은 거의 살림을 차려 나가듯 제 방의 물건들을 몽땅 끌어다 그의 집에 놓고 동거를 시작했다. 동거를 시작하자 이준의 집에 구렁이 담 넘듯 오던 횟수도 줄어갔다. 미혜가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던 집안 분위기가 가끔 그리웠지만, 미혜가 그와 행복하다면 이준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내가 너네들 전령도 아니고.” 미혜가 자리에 앉자마자 볼멘소리로 말했다.
“커피 사잖아.”
“혹시나 해서 알려주는데. 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별로 안 좋아해. 이준이가 좋아하지. 난 카푸치노 좋아한다구.” 그녀가 한 모금 마시며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랬나. 카푸치노 새로 사줘?”
“됐어. 이거 마시고 술이나 마시러 가자. 너랑 내가 언제부터 커피 마셨다구. 너 담배 피려고 까페 온 거 누가 몰라? 이 동네 죄다 금연구역인거 보고 알았다. 우린 술이 제격이지. 내가 살게.”
“나 내일 출근인데….”
“대추야자 갖구 왔어?”
“하하, 술은 내가 사야겠네?” 채욱이 히죽거리며 커피를 마셨다.
―
“그래서 콘돔 주문했던 거 다 반송 시켰잖아. 걔한테 안 맞는 사이즈여서.”
“남친이 그렇게 커?” 채욱이 눈이 휘둥그레 한 채 되물었다. 미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존나 커. 꽉 차 죽는 줄 알았어 처음에. 한이준한테 비밀인데, 나 이준이한테는 별 거 안했다 했거든. 사실 나두 처음엔 맛만 살짝 보려고 했구. 근데 걔가 자지를 꺼내는데, 씨'발.”
“그저 맛만 볼 수가 없었구나.”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 날이. 우리도 너희처럼 어플하면서 그런 일을 겪고 산단다.” 미혜가 안주를 집어먹으며 채욱에 생긋 웃었다. 채욱이 그녀의 웃음에 따라 실실 웃었다.
“한이준은 이런 얘기 하면 정색하고 지랄 염병을 하는데. 넌 답답해서 걔랑 어떻게 친구해 도대체?” 미혜가 이준 얘기를 꺼내자 채욱이 다시 풀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었다.
“왜. 이준이 얘기 하지 마?”
“아니. 그런 건 아니구. 잘 지낸대냐 걔? 문자하니까 그냥 다음에 내가 연락할게. 그러기만 해서 언젠간 하겠지, 하고 나도 그냥 냅뒀거든.”
“걔 요즘 남자 만나고 다녀.” 대뜸 말하는 미혜에 채욱의 눈이 커졌다.
“뭐? 누구? 누구 만나는데?!” 채욱이 후다닥 말을 늘어놓자 미혜가 피식거렸다.
“그렇게 안절부절을 못 하냐? 장난이야. 딱 한 명 그것두 딱 한 번 만났대.” 미혜가 지겹다는 표정으로 술을 털어 넣었다.
“한이준답네. 계속 연락 한대?”
“걔가 하겠니? 만나서 밥 먹으면서 얘기하고 그게 끝이랜다. 지겨워 진짜. 길거리 걸으면 채이는게 남잔데. 뭐가 그렇게 신중해빠졌냔 말야.” 미혜의 말에 채욱이 웃었다. 이준이 밖에 나가서 남자도 막 만나보고 그럴 거라 선언했다고, 어플도 백 만 년 만에 깔았다고 그녀가 채욱에게 말 해준 게 벌써 몇 주 전이었다.
“걔는 성격 상 그게 안 돼. 내가 몇 년을 봤냐?” 채욱이 술을 마시며 다시 웃었다. 변하지 않는 녀석이 귀엽기도 하고 왠지 모를 안심 비슷한 것도 되는 까닭이었다. 그가 혼자 히죽거리는 모습에 미혜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한이준 연애 사업이 망해 가는데 넌 어째 신나는 표정이다? 친구가 돼갖고?”
“…아, 그게 아니고.”
“한이준은 한이준인데. 넌 뭐가 그렇게 겁나냐?”
“또 왜. 뭐가.” 채욱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미혜에 되물었다.
“걔 그 남자랑 헤어졌다고 내가 말 한 지가 언젠데. 그 후에 네가 자꾸 한이준을 꼬셔내가지고 어르고 달래서 위해주고 그러면서 자지도 쓸어주고, 엉? 차라리 그러면서 다시 만나기를 하든가. 아니면 진짜 친구로 지내고 싶었으면 뭐하냐, 새끼야. 세상에 남자 많아. 술이나 하면서 털자. 이러기라도 하든가. 다 식어가는 온돌도 아니고. 친구도, 애인도 아니고. 어휴 씨'발.” 미혜가 한 숨에 말을 쏟아내며 손으로 가슴을 쳤다. ‘하여튼, 한이준이나 너나 다 똑같아.’
“이준이가 틈을 안 주잖아.”
“이 멍청한 새끼야. 한이준을 몇 년 씩이나 보고도 그런 말을 해? 너 여름에 무지 아팠을 때 걔 자기 만나던 사람이랑 데이트하다가 너 아프다고 내가 전화하니까 그 길로 너 보러 가겠다고 뛰쳐간 애야, 걔가. 말 다 한 거 아니니?”
―
미혜와 헤어지고 집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채욱은 미혜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저가 만나는 사람과의 데이트도 내팽겨치고 네게 달려가 병간호 해준 게 무슨 의미였겠냐는 그 말이, 남자 막 만나고 다닐 거라고 선언 아닌 선언을 하고서도 딱 한 명을 만났다는 말이. 뭐가 그렇게 겁나냐는 그 말이.
“기사님, 목적지 바꿔도 될까요.”
“네, 주소 불러주세요.”
―
휴대폰이 계속 울려 이준이 선잠 자던 것을 깼다. 본가에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어 휴대폰을 열어보니, 채욱이었다.
「무슨 일이야. 술 취해서 전화 한 거면 다음에….」 문자를 쓰는 중에도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응.”
“잠들었어?”
“응.”
“내가 올라갈까, 네가 내려올래.”
“무슨 일인데.”
“두 번 말하게 하지마, 응?” 채욱이 다그치자 이준이 출입문 버튼을 눌러주었다. 전화가 끊어졌다.
―
연락 안 올 거라 생각은 했었지만, 이준은 끝내 아무런 말이 없었다. 테라스에 앉아 위스키가 얼음에 녹아들게 상혁이 잔을 천천히 돌리다 한 모금 삼키었다. 더 이상은 연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에게. 길지 않은 만남이었지만 반비례하게 강렬했던 이준과의 여러 날을 상혁이 회상하기 시작했다. 내일부터는 그를 다시는 생각하지 않으리라. 차가운 밤공기가 몸을 에워싸자 상혁이 다시 몸을 데우려 위스키를 마셨다. 목이 얼얼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가 담뱃갑을 꺼내다, 구기고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담배를 피우면 그만큼 이준이 더 떠오를 것 같았다. 다시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
“술 마셨어?”
“조금.”
“태석이랑?” 태석이란 말에 채욱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새끼 얘긴 꺼내지두마. 친구도 아니니까. 너도 앞으로 볼 생각 말구.”
“무슨 일 있었어?”
“응. 괜히 알려고 하진 마.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해, 앞으로.” 뜻밖의 말에 이준이 놀란 눈이 되었지만 채욱의 무표정한 얼굴에 더는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말 있어서 온 거면 해.” 이준이 냉장고로 걸어가 캔맥주를 꺼내왔다. ‘너도 줘?’ 그의 물음에 채욱이 주면 마시겠다 답하였다. 이준이 맥주 두 캔을 꺼내 소파로 걸어왔다.
“앉아봐.” 그의 말에 우두커니 서있던 이준이 천천히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일 있어?”
“….” 급하게 할 얘기가 있다는 식으로 여러 통 전화를 해대던 녀석이 정작 얘기 하라고 하자 아무 말을 못하는 것을 보며 이준이 궁금한 표정이 되었다.
“뭔데….”
“…후회.”
“응?” 이준이 눈이 슬쩍 커졌다.
“후회, 했었다고, 했던 거. 기억나?” 채욱이 가까스로 말을 시작했다. 맥주를 쥔 손이 왠지 모르게 떨리는 것 같았다. 이준은 당황한 표정이 되어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 얘길 왜 갑자기 해, 이제 와서.” 되물었다.
“더 이상은 후회, 안하고 싶어서.” 채욱의 말에 이준의 가슴께로 무언가 울컥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채욱이 뱉는 음절 하나하나의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네가 너무 좋아, 이준아. 이제 와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 진짜 못나 보이는 거 아는데….” 채욱이 어색하게 웃으며 어느덧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그가 하는 말끝엔 이제 떨림이 말보다 더 가득해졌다. 그의 말을 듣는 이준은 불현 듯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오롯이, 느낀다. 후회했으면서도 어쩌면 제게 먼저 연락하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던 날들, 집으로 찾아왔을 때에도 애써 눌러 참았던 마음, 채욱의 병간호를 하러 갔다 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달아버리고 도망쳐버린 날. 모든 순간들이 떠오르자 어느덧 이준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아는데. 말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지금 이렇….”
“사랑해, 이채욱.”
원나잇 후 그가 담배연기와 내뱉던 한숨 섞인 후회에 아무런 말도 못했던, 문자 하나, 전화 한 통 하지 않았으면서도 행여나 그가 나서서 먼저 제게 연락하지 않을까 기다렸던, 그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아챘으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그를 향하는 걸 알면서도 외면했던, 그랬던 이준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인 채욱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용기 있고 능동적인 말, ‘사랑해 이채욱.’
현재를 살아야하니까. 당장 내일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르니까. 미래에 일어날 일들 그 어느 것 하나 예상할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말하지 않는 게 후회 될 테니까. 우리가 앞으로 평생을 친구 같은 연인으로 지낼지, 만나다 결국 결별해 다시는 안 보고 살게 될지, 어느 것 하나 짐작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이제는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이채욱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fin.
---
완결입니다..! 마지막 편이 가장 긴 게 아무래도 모양새가 좋을 것 같아 두 편으로 나누려던 것을 한 편으로 합쳐서 올리게 됐습니다. 더 늘리면 너무 지루해질 것 같아, 이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생각합니다. 방황하면서도 또 삶을 살아가는, 사랑에 좌절하면서도 다시 사랑하는 순간을 마주하는, 그런 ‘우리’를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약간의 공감과 약간의 웃음이 있으셨기를 감히 바라봅니다. 그동안 건필을 응원해주시고 또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
-마테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