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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 슌페이님의 만화 room을 번역한 것입니다. 만화는 파일시티나 gd에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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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우는 살며시 방 문을 열었다. 서늘한 아침햇빛이 비쳐 들어오는 거실에는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살며시 걸어나온 영우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최대한 조심스레 꺼내 컵에 물을 따랐다. 조르륵 거리는 작은 소리에도 누가 들을까, 영우의 심장은 콩닥거렸다.



 부엌의 탁상 위에는 부모님이 여행을 가시면서 만들어 두신 큼직한 카레 냄비가 있었다. 배가 조금 고팠지만, 지금은 그런걸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영우는 생각했다.


 가득찬 컵에 영우가 이제 손을 막 뻗으려는 순간, 2층쪽에서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영우가 계단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남자, 형의 친구라던 형준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말처럼 근육이 발달한 굵은 허벅지와 터무니없이 짧은 반바지, 그리고 다부진 상체 근육을 간신히 덮고 있는 천박한 문구가 쓰인 민소매티. 그리고 마침내, 눈싸움으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을 듯한 강렬한 눈빛을 한 얼굴이 순서대로 영우의 시야에 들어왔다.



 약간은 이죽거리는 표정으로, 형준은 굳어버린 듯한 영우를 향해 거침없이 다가왔다. 

 그는 시원한 물컵을 한번 바라보고는 영우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아.. 네가.. 영우였지? 올해 우리 대학에 입학했다던.. 뭐, 잘 잤니?"


 자연스럽게 뻗어오는 손에 영우는 본능적으로 뒤로 슬쩍 물러났다. 

 형준은 개의치 않고 원래 그럴 생각이었다는 듯이 물컵을 낚아챘다.


 "마셔도 되지?"


 "...네."


 벌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목젖이 야릇하게 꿈틀거렸다. 


 건강해보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온몸이 근육으로 가득찬, 생김새로 볼 때는 그의 형과는 도무지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같은 남자였다.

 영우의 형 영진도 운동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실내에서 하는 헬스장 운동이었고, 무엇보다 학교에서의 전공이 컴퓨터 공학과다보니 늘 샌님처럼 하얀 피부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젯밤, 영우는 밤에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듣고 만 것이었다. 살짝 열린 형의 방 문 틈으로 비틀리듯 새어나오는 그 소리를...


 "아, 시원하다. 한잔 더 줄래?"


 그의 굵고 사내다운 목소리에 기가 눌렸는지, 영우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들고 있던 병을 기울여 물을 따랐다. 

 형준은 컵 너머로 영우의 육체를 위아래로 훓듯이 쳐다보았다. 노골적인 그의 시선이 자신의 털하나 나지 않은 매끈한 다리에 머무는 것을 알아챈 영우는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게다가, 어젯밤에 본 것이 떠올라, 영우는 도저히 그의 눈을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귀쪽부터 시작해 영우의 얼굴이 붉게 물들자, 형준은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봤군..'


 형준은 컵을 내려놓고 영우를 향해 다가갔다. 영우는 병을 던지듯 내려놓고는 그가 다가오는 만큼 뒤로 서서히 물러났다.


 "우, 우리형은요? 지금 어디 있어요?"


 "영진이? 자기 방에 있지."


 "뭐하는데요?"


 "글쎄.. 그보다 넌 오늘 뭐 일정이라도 있니?"


 "아뇨."


 "잘됐네. 그럼 같이 좀 어울리는 게 어때? 같은 학교 선후배로서 말이야."



 그 말과 함께 성큼 다가온 형준을 영우는 겁먹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그의 팔을 덥썩 잡아챈 형준의 키는 170cm인 영우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커보였다. 뜨겁고 강한 그 손이 말랑한 자신의 팔 따위는 녹여버릴 것 같아, 영우는 뿌리쳐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아, 아니요. 전..."


 "전 뭐?"


 그 말과 함께, 형준은 순식간에 영우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들였다. 단단한 근육이 사방에서 영우를 그물로 잡듯이 조여왔다. 

 형준은 꼼짝 못하게 된 영우의 뒷목에 코를 대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작게 속삭였다.


 "좋은 냄새가 나는데.. 네 형이랑 같은 샴푸를 쓰나봐?"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친 영우는 전력으로 형준의 몸을 떨쳐냈다. 자신의 엉덩이쪽을 꽉 눌러오던 그의 뜨거운 중심보다도 방금 속삭인 그의 말이 영우에게는 더 두려웠다. 


 영우는 2층으로 가는 계단을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형! 형! 어디있어!"


 형준은 그런 영우의 뒤를, 히죽히죽 웃으면서 사냥감을 쫓는 늑대처럼 천천히 따라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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