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아버지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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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열이 따라 나가며 아내를 불렀으나 현미는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상열은 자기 차로 따라갈까 생각했으나 술을 마셨기에 차를 몰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진규가 음주운전으로 세상을 떠나지 않았던가...!
# 시간은 흐르고...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너도 나를 속이고 나도 너를 속이네
미소 뒤에 감추어진 또 하나의 내 모습
너는 그것을 알면서도 나를 사랑한다
나 또한 그런 네 모습을 알면서 사랑한다
우리 사랑은 쇼윈도의 아름다운 사랑
우리 사랑은 끝을 향해 가는 난파선 사랑
시월의 중순으로 접어들자 낮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로 기온은 떨어지고 있었다. 거리에는 아직도 가로수의 잎들은 파랗지만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잎들도 눈에 보였다.
태철은 상열과의 관계를 지속해서 이어가려고 에너지를 최대한 모으고 있었다. 지난번 고궁에서의 일은 결과적으로 태철에겐 잘된 일이었다. 그 일 이후로 상열도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있었다.
그동안 둘은 자주 만나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예전과 다름없이 자신의 진심을 상대에게 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른 게이 커플과는 다르게 무척 조심하며 진지하게 관계를 이어 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의 상대가 누구인지 알기에 무엇보다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상열과 태철은 오랜만에 종로에서 보기로 했다. 주말 저녁이라 여전히 종로는 혼잡했다. 코로나가 끝나고 처음 맞는 시월이라 가게마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변함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 종로는 여전하구나...!
- 삼촌은 종로 자주 나오셨어요?
- 예전에는 자주 나왔지... 형님은 싫어 했었지만... 아! 미안...
상열은 자신도 모르게 진규 이야기를 꺼내다 말았다.
- 삼촌! 이제 아빠 이야기 편하게 해주세요... 아빠가 어떤 분이셨고... 이 세계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알고 싶어요...
- 태철아...!
- 이제 우리가 감출 게 뭐가 있겠어요! 이제, 저에겐 삼촌밖에 없어요!
- 그래... 천천히 하나씩 이야기하자... 밤이 되니 좀 쌀쌀하다. 그러고 보니 널 연신내 거리에서 처음 만날 때도 이렇게 좀 쌀쌀했었지?
- 정말 그러네요! 그날도 좀 추웠잖아요... 그때는 봄이었는데...
둘은 송해길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서 작은 소주방으로 들어갔다. (행복하니?)라는 어울리지 않는 상호의 작은 소주방엔 이미 자리가 꽉 차 있었다.
- 어서 오세요! 아니, 누구야. 상열이 아니가! (소주방의 쥔장은 상열을 단번에 알아보고...)
- 오랜만입니다. 형님! 잘 지내셨어요...? 여전히 가게는 잘 되네요!
- 하하하! 주말이라 그러지. 반갑다! 그래 혼자 온 거야?
- 둘인데요...
- 안녕하세요...? (태철이 뒤에서 인사를 한다)
- 네. 반가워요! 어디서 이렇게 잘생긴 핸섬 남을 모시고 온 거야! (쥔장의 눈빛이 조금 반짝였다)
- 형님도 제가 눈이 좀 높잖수! 하하!
- 어련하겠어...! 여기 안으로 들어와! 스페셜 자리가 있어...
쥔장은 주방을 지나 안쪽에 있는 방으로 둘을 안내했다. 주방 뒤쪽에 있는 쪽방인데 서너명이 앉아도 될 정도의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불과 베개가 한쪽에 포개져 있고 원형의 밥상 외엔 다른 가구가 없었다. 그냥 단순히 쉬는 공간이었다.
= 상열이가 어쩐 일로 젊은 애를 데리고 왔지? 진규 씨는 어쩌고...? 무슨 일이 있나...
소주방의 쥔장은 오랜 시간 함께 왔던 진규가 보이지 않자 이상하게 생각했다. 누구보다 진규와 상열의 관계를 잘 알기에 둘이 같이 오지 않고 상열이 다른 사람과 온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상열은 진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기에 이쪽 세계에서 아무도 진규의 죽음을 알지 못했었다.
날씨가 쌀쌀한데 방으로 들어오니 따듯한 온기가 아늑하게 다가와 좋았다. 방에 앉으니 미리 불을 넣었는지 바닥이 따듯했다. 상열이 벽에 세워져 있는 알루미늄으로 된 옛날 밥상을 자연스럽게 펼쳤다. 삼각 다리가 있는 밥상이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옛날 스타일의 원형 밥상이었다.
- 와! 이런 밥상이 있었네요! (태철이 신기하다는 듯 삼각 다리를 보며...)
- 나도 여기에 와야 볼 수 있다. 어릴 때는 이런 밥상이 많았지...
- 드라마에서 본 거 같은데... 이런 밥상이 정말 있었네요. 신기해요!
둘이 알루미늄 밥상을 두고 화제를 이어 가고 있는데 쥔장이 오봉에다 기본 찬 몇 가지를 들고 들어왔다.
- 방이 따듯하지? 요즘 밤에는 좀 싸늘해서...
- 형님, 따듯한 게 너무 좋습니다. 잘하셨어요! 정말 스페셜 룸이네요! 하하!
- 좋은 방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철이 덩달아 인사를 했다)
- 안주는 내가 알아서 가져오면 될 거고... 술은...?
- 켈리 맥주와 제로 참이슬 주세요! 괜찮지...? (태철을 보며...)
- 네. 좋아요!
시원한 홍합 국물을 먹으며 먼저 속을 따듯하게 데우는 중에 술과 함께 오징어 데침이 먼저 나왔다. 기본 찬 3가지에 안주 한접시가 나오니 원형의 상이 꽉 차는 듯했다.
- 홍합 국물이 정말 끝내주는데요...! (태철이 연신 국물을 떠먹으며...)
-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국물에 체하면 약도 없어!
- 제가 체하면 삼촌이 알아서 해주시겠죠!
- 하하! 내가 의사인가! 너 체한 거까지 해결하게...
- 피~ 좋아요! 삼촌이 그렇게 나오신다면...
태철이 켈리 맥주와 참이슬로 폭탄주를 만들어 각자의 앞에 놓았다. 평소 소맥을 만들 때 보다 소주의 양을 좀 더 늘렸다. 상열은 그런 장면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 삼촌! 이거 원샷하셔야 해요!
- 초반부터 너무 세게 나가는 거 아냐?
- 오늘은 삼촌이 절 책임지셔야 해요!
- 태철아...!
- 안 돼요! 삼촌, 오늘은 더 이상 우리 감정을 속이지 말아요! 저 오늘 밤 집에 안 들어갈 겁니다!
- 어허...! 큰일 나겠네...
- 자, 삼촌이 한 말씀 해주세요! 아무래도 오늘이 우리에겐 특별한 날이 될 테니까요!
- 그래. 마시자! (상열이 그냥 마시려고 하자...)
- 아이 삼촌! 한 말씀 하시라니까요...!
상열은 잠시 술잔을 들고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 우리 태철이 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내가 바랄게! 자, 건배!
- 싫어요!
- 또 왜? 한마디 하라며...!
- 그런 지극히 일반적인 건배사 말고요! 좀 더 우리의 미래를 위한 그런...
상열은 따듯한 눈빛으로 태철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술잔을 가만히 상 위에 내려놓았다. 순간, 태철의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상열이 몸을 살짝 일으키더니 상 너머로 몸을 굽히며 얼굴을 태철의 입술로 가까이 다가갔다.
둘이 막 키스하려는 순간 그때였다. 방문이 확 열리며 쥔장이 안주를 들고 안으로 들어오려다 둘의 행동을 보고 놀라며 뒤돌아섰다.
- 뭐야! 그새를 못 참고... 사람 민망하게...! (쥔장은 다시 돌아서며...)
상열과 태철은 멋쩍어 어쩔 줄 몰라 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만든 쥔장은 안주를 상 위에 올려놓고 바로 나가버렸다. 쥔장이 나가자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한바탕 크게 웃고 말았다.
- 와! 사장님 때문에 분위기 다 깨져 버렸어요! 아까비...!(태철이...)
- 하하! 민망해 혼났네...!
- 삼촌! 아까 하려던 거 다시 해주세요...! 빨리요! (입을 삐죽 내밀며...)
- 됐거든! 버스 지났어... 하하!
- 그러는 게 어딨어요... 그러면, 나 다시는 여기 안 올 거야!
상열이 새로 나온 안주를 가운데다 옮겨 놓으며 한점을 집어 태철에게 내민다. 두 번째 나온 안주는 불닭 볶음이었는데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게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어 보였다. 태철이 조금 전에 자신이 한 행동은 다 잊어먹고 재빨리 받아 입에 넣었다.
- 헉~! (너무 매운맛에 놀라며...)
- 하하! 많이 맵지?
- 아! 삼촌 뭐예요! 이렇게 매운 걸 미리 알려주시지도 않고...!
태철은 맥주 한잔을 그대로 원샷을 했다. 그러고도 입 안이 얼얼했다. 그러나 뒷맛은 개운하고 맛이 좋았다.
- 매워도 맛은 좋지? 나도 이거 예전에 처음 먹고 혼났었지... 형님과 가끔 이거 먹으려고 종로에 왔었다.
- 삼촌. 아빠도 이거 좋아하셨어요...?
- 형님도 처음에는 너무 매워서 애먹었었지. 그래도 가끔 이 맛이 그립다고 잊을 만 하면 왔었어. 내가 여길 소개했거든...
태철은 아버지가 불닭을 좋아했다는 말에 왠지 기분이 숙연해졌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그 흔한 치킨 한 마리를 사서 온 적이 없었다. 물론, 태철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면 어머니가 언제든지 시켜주었었다.
= 아빠가 이곳엘 왔었다는 거구나! 이 누추한 곳에서 이 매운 불닭을 좋아하셨단 말이지... 그리고 앞에 있는 이분과 함께...
자꾸 먹을수록 불닭 맛은 더 좋았다. 그러나 진규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지 둘은 아무 말 없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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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