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원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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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 슌페이님의 만화 [원룸]을 제 마음대로 좀 개조한 내용입니다. 일본어를 모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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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욱은 지하철 좌석에서 자신에게 기대어 꾸벅꾸벅 조는 진우를 보며 옛 기억들을 떠올렸다. 진우가 아까 언급했던 '4층 옥상'은 대학 때 진우가 원룸촌 3층에서 자취를 했었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었다. 


 부모님에게 게이라는 것을 들켜 집에서 쫓겨난 동욱이 의지할 곳은 고등학교 때부터 쭉 친구였던 진우와 몇몇 친구들 뿐이었고, 그 중 진우는 동욱의 사정을 알고서도 흔쾌히 그를 받아들여준 유일한 친구였다. 

 동욱은 다시 부모님과 화해할 때까지 1년여 동안이나 그렇게 진우의 자취방에서 보냈고, 진우는 그 때문에 자신까지 온갖 오해에 시달렸어도 꿋꿋하게 동욱을 지지해주곤 했다.


 "네가 뭐 도둑질을 했냐 사기를 쳤냐. 그렇게 고개 숙이고 죄지은 놈처럼 굴지 마라. 아, 그래도 밤에 나한테 손대려고 하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거야!"


 "안 대 짜식아! 넌 솔직히 내 취향도 아니고.."


 "뭐임마? 내가 그렇게 못생겼단 말이야? 생각해보니 이거 은근 자존심 상하네..."


 사실 진우는 꽤 얼굴선이 굵고 남자답게 잘생긴 편이었다. 짙은 눈썹에 이글거리는 듯한 눈빛, 그리고 야외운동을 좋아하다보니 생긴 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몸까지... 대학 때의 진우는 거기에 더해서 소년스러운 장난기가 눈빛에 배어있었다.


 "아니.. 그런 말이 아니고... 난 좀 작은 쪽이 좋거든."


 "이 학교에 너보다 큰 놈이 얼마나 있다고 그러냐? 어휴 시발 키높이 구두라도 신고 자야지."


 "됐어! 아무튼 시험공부 해야되니까 너무 시끄럽게 하지는 말아줘."


 "기말고사까지 한달이나 남았는데 뭔 소리야! 너 다음주에 축제 있는건 알긴 하냐?"


 "축제 열심히 한다고 장학금 주진 않잖아. 난 그 장학금이 없으면..."


 "....그래 알았다."


  진우는 그후로 동욱이 공부하는 시간을 정말로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다만, 식비의 절반은 칼같이 받았는데, 때문에 사회 생활에는 영 쑥맥인 동욱이 알바를 구하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주곤 했다.


 '이 녀석이 없었으면 난 꼼짝없이 자퇴했었겠지...'


 다만, 은혜라던지 그런걸 생각하기도 전에, 진우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저 멀리 포항에 직장을 구해 가버렸었다.

 게다가, 동욱도 공과대 대학원 진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니, 지금까지는 가끔 카톡을 통해 '언제 밥 한번 먹자'하고 공수표를 남발하는 것 말고는 볼 일이 없었던 것이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동욱의 집 근처까지 오는 동안 진우는 술이 조금 깼는지, 그때까지 자신을 부축해서 데려온 동욱의 몸을 슬쩍 밀어냈다.

  동욱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의 자취방에서 지냈을 때도, 놀라울 정도로 자신에게 아무런 성적인 감정을 보이지 않던 게 진우였다. 자신의 약점도 알고 있고, 모든 점에서 유리한 목줄을 잡고 있는데도 진우는 그런걸 이용하려 들지 않았다. 

  이 녀석은 확실히 '확률 0%의 남자'일거라고, 동욱은 오래전 포기했던 감정을 다시금 추스렸다.


 "다 왔다."


 "여기야?"


 "그래."


 철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집 안에서 한 사내가 뛰쳐나와 두 사람을 맞았다. 

 고등학생같이 짧은 머리 모양 때문에 작고 예쁜 두상이 드러난 청년은, 그 큰 눈에 반가움을 가득 담아 동욱에게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동욱이 형! 다녀오셨어요. 저녁은요? 드셨어요?"


 "그럼. 지금 시간이 몇신데. 넌 먹었어?"


 "네. 아까, 김치찌개 끓여둔 거랑 먼저 먹었어요. 같이 드셨으면 좋았을텐데."


 "내일 아침에 먹으면 되지 뭐. 그건 그렇고, 아까 말한것처럼 이 녀석 자고 간다니까 침대 옆쪽에 이부자리 좀 마련해줄래? 난 좀 정리할 게 있어서."


 "네. 그럴게요."


 승현의 모습이 안쪽으로 사라지자, 진우는 팔꿈치로 동욱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쟤가 승현이야? 근데... 2학년 맞냐...? 너 설마 민짜랑 범죄 저지르고 있는건 아니지?"


 "걍 쟤가 키가 좀 작고 심하게 동안이라 그래. 아직도 술집가면 민증 검사 받는다더라. 그래도 검도 동아리 때문에 벗겨보면 제법 그럴듯... 야, 신발은 제대로 벗고... 그래, 옳지."


 "어우 더워... 에어컨은 없냐? 이야~ 그래도 원룸치고 굉장히 넓네. 이거 평수가 어떻게 돼?"


 "실평수 14평인가 그럴걸. 혼자 사는 사람한테는 너무 큰 것도 관리하기 힘들어. 그리고 내 짐의 절반은 랩실(대학 연구실)에 있기도 하고. 에어컨은 리모콘이... 어디보자. 그런데 승현이 녀석 여태 에어컨도 안 켜고 여기 있었던건가..."


 "기특하네."


 "쉬... 애 취급하면 화내. 자, 됐다. 뭐, 물이라도 줄까?"


 "아니... 화장실은 어딨어?"


 "저쪽에."


 "나 샤워 좀 할게. 땀이 나서 이대로는 못자겠다."


 "뭐? 그, 그래..."



 진우는 동욱이 말릴 틈도 없이 입고 있던 옷을 하나씩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사무직이어도 현장쪽 일을 많이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거친 현장 사람들과 맞부딪히기 위해 일부러 몸을 키운건지, 진우의 몸은 대학 때 보던 것보다도 굉장해져 있었다. 

 팔뚝만큼이나 굵은 허벅지에, 뚜렷하게 파인 쇄골과 어깨선, 먹은게 꽤 되는데도 선명하게 드러나는 복근까지... 

 조금 전까지 부축하느라 몸이 닿아 있어서 어렴풋이 이럴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직접 실물을 보니 동욱의 가슴은 다시금 두근거리고 마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 두근대는 사람이 또 하나.


 "이불 다 펴뒀.... 아!"


 승현의 흰 달걀같은 얼굴은 진우의 알몸을 보고 순식간에 홍시처럼 붉어져 버렸다. 

 정작 진우는 두 남자의 시선 따위는 눈치채지 못했는지, 팬티 한장만 입고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귀까지 빨개진 채로 한참을 방바닥만 보고 있는 승현의 모습에, 동욱의 비상한 머리에는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는 야릇한 구상이 떠오르고 있었다.


 "승현아. 내 서랍장에서 속옷이랑 티셔츠 좀 꺼내다 화장실 앞에다 놔줄래."


 "형 거를요? 사이즈는 맞아요?"


 "괜찮아. 내가 저 녀석 집에서 지냈을 때도 서로 막 돌려입고 그랬으니까. 저녀석 거시기가 더 커진게 아니면 사이즈야 맞겠지."


 "무슨 소리에요 그게. 아, 그건 그렇고 예전에 신세졌다는 분이 저분이셨군요."

 

 큭큭거리면서 승현은 동욱의 옷장쪽으로 몸을 돌렸다.

 

 승현의 모습이 사라지자, 동욱은 진우가 벗어던진 옷을 하나씩 정리했다. 

 하지만, 땀에 젖은 셔츠 차례가 되자, 동욱은 결국 참지 못하고 셔츠에 배인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고 마는 것이었다. 그곳에선 어딘지 따뜻한, 그리고 참을 수 없이 그리운 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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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어오어 좋아요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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