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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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게서 급히 술병을 빼앗으려 들었다.
"야..? 너...괜찮은거야..? 술...그만 먹..."
"놔요!! 이...씨 발 새끼가....?!"
눈깔이 뒤집힌것 처럼 술을 그자리에서 원샷으로 들이키자 그는 뭔가 놀라기라도 한 초식동물의 눈으로 나를 멀끔멀끔하게 쳐다보았다.
"...뭐야...너...왜 니가 더 지 랄 난건데..."
"선우씨...걱정마요...그거...선우씨가 될거야....기다려봐..."
그렇게 나는 씩씩 거리며 그의 집에서 나섰다.
"야..?! 야?! 어디가는 건데?! 야!?"
그의 부름에도 답하지 않은채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째서 인지 그의 무너진 모습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분노는 살면서 처음 맛보았다. 친척들이 우리 부모님의 유산을 모조리 가로챘을 때도 느껴지지않았던 분노가
지금에서야 미칠 듯이 느껴졌다. 나는 다급하게 검색창에 '조석준' 이름을 검색 했다.
그의 프로필과 함께 여러 정보가 수면위로 올라왔다. 그의 맑게 웃고 있는 프로필 사진이 보이자
아주 갈기갈기 찢어서 들개 밥으로 던져 버리고 싶었다. 분노는 끓어오르지만 지금의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싶었다.
한참을 한숨을 쉬던 나는 결국 한가지 결심을 하고 말았다.
"앞으로...일주일 남았어...그안에..."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부여 잡은채 그의 대해 미친듯 검색을해 신상을 탈탈 털기시작했다.
그의 모델 경력부터 SNS 졸업한 학교들을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말이다.
그렇게 6일째 되던날이였다. 무언가 결심한 나는 일을 실행 하기 위해 밖으로 나서려고 할때였다.
그로부터 전화가 오고 있었다. 긴장되는 마음을 부여잡고 전화를 받자 불안정한듯한 그가 전화로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왜! 전화를 안받아?! 내가 어제 전화했지?! "
"아...죄송해요...제가 요며칠 바빠서.."
"바쁘다고?! 니가 무슨?! 너 백수라며?! 이렇게 중요한 날 앞두고!! 왜 연락이 안되는건데?!"
그에게서 처음 보이는 모습에 나 또한 적잖게 당황 스러웠지만 지금 내가 무언가 하려는 일로 그의 앞길이 뚫을 수 있기에 나는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 잘될 거에요... 제가 좀있다가 연락할게요..."
"야!! 야! 끊지..."
그렇게 전화를 끊어버린 나는 후드티와 모자 마스크를 푹 눌러쓰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곳은 바로 조석준 그가 다니는 조깅루트였다. 매번 새벽마다 조깅을 한다는 그의 조깅루트를 미리 조사해둔 나는 긴 언덕 계단에서 미리 대기를 하고 있었다.
"할 수 있어..."
덜덜 떨리는 마음과 손을 부여잡고 몇번이고 나는 다짐을 했다. 한참을 기다리자 아니나 다를까 그는 언덕계단을 가벼운 스탭을 밟으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계단 끝자락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는 미친듯이 쿵쾅거리는 심장과 함께 거의 다올라와 가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후아..후아...죄송한데 비켜주시겠어요?"
"...너 같은것 만없으면..."
"네...??"
나는 있는 힘껏 몸통박치기로 그를 밀어버렸다.
"어..어?!"
그는 그자리에서 균형을 일으며 언덕계단을 구르듯 온몸을 부딪혀가며 그가 힘들게 올라온 계단 끝자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아..하아?!"
처음으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해본 나로선 온몸이 떨리고 심정지가 올것 만같았지만 정신을 잃은 그를 뒤로 한채 급하게 그자리에서 벗어났다.
"하아!? 하아?!"
어두운 골목길에 들어선 나는 서둘러 옷을 벗어 던지고 다른 옷으로 갈아 입었다. 혹시나 찍혓을지도 모를 CCTV에서 동선을 따돌리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내 낡은 반지하 방으로 들어온 나는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어찌해야 될지 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손톱을 물어 뜯다 못해 피맛이 돌았지만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않았다.
"아니야...잘했어...너가 아니면 누가 했겠어...잘한거야.."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켜가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고 꼬박 하루를 뜬눈으로 지새웠을 때였다.
그로 부터 연락이 오는 것이였다. 나는 잽싸게 전화를 받자 그는 마지막으로 보았던 때와는 다른 아주 에너지가 넘치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어디야?! 뭐해?!"
"네..?아..저 집에.."
"그래?! 나와~ 밥한끼 사줄테니까!!"
"네..!? 아...그..그럼!!"
"그래!! 됐어!! 내가 됐다고!! 나 지금 너무 기뻐서 미칠 거 같은데...니가 생각나드라...니덕인거 같아서...에헴...특별히 만나줄께 나와"
"아아?! 그래요?! 축하드려요!! 제가 지금 얼른 갈께요!!"
나에게 엄슴했던 불안한 그림자를 거둬 버리는 듯한 그의 광채에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으려고 겨울을 보았다.
한껏 단장을 한 나는 나가려는 순간 거울속에 내자신이 내게 말을 거는 듯했다.
'살인자...'
내게 잘못 본건 아닌지 다시한번 거울을 보자 아무런 일도없었다. 나는 살짝 의아해진 기분으로 그렇게 밖으로 나섰다.
그의 집으로 향하며 꽃다발을 한뭉치 사서 그의 집으로 향했다.
"축하해요!! 선우씨!!"
그에게 꽃다발을 안기자 그는 아주 기쁜듯한 얼굴로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마워...처음이야...내가 그놈 이겨본건...물론...당당히 경쟁으로 이긴건 아니지만...하늘이 도왔나봐..."
"네...?"
"아니 글쎄...오늘 오디션에 안나온거야...이래저래 나도 건너건너 들었더니...아침에 조깅을 하다가 엠병이 난건지 뒤로 고꾸라져서 그만 크게 다쳤다는거야..."
그의 말에 나는 다시한번 심장이 두근거리며 불안해 졌지만 애써 웃었다.
"뭐야...그표정은..? 아..사람이 다쳤다는데...내가 너무 맑은 표정이였나...?"
"아..아니에요..."
"...솔직하게 말할게...나...그새끼 그렇게 되버린거 너무 기뻐...그새끼가 나한테 몇년간 한 행동...멸시...깔봄...그리고 재수 없는 행동까지..그래..그냥 평생 못일어났으면 좋겠어."
"네..? 못일어...난다구요..?"
"응...머리를 크게 다쳐서 지금 혼수 상태라나봐..."
"..."
내가 아무런 말없이 표정이 구겨지자 그는 적잖게 당황한 모습으로 몸을 숙여 내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야...표정이 왜그러냐..? 알아!! 나도...지금 이게 얼마나 비정상적인 인간의 반응인지...근데 말이야...나도 사람이야...적어도 너란 사람 앞에선 솔직해져도 되는거잖아?! 안그래?!"
그가...나에게..솔직한 모습을...? 아무도 모르는 그의 다른 모습...? 그의 말에 나는 다시금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에 미소가 다시금 번지며 그를 부드럽게 다독이며 말했다.
"아뇨...저도 기뻐요...선우씨가 기쁘다면...저도 기뻐요...단지...그냥 너무 갑자스러워서...하늘이 진짜 도왔나봐요...헤헤..."
"그치? 그런거지..? 하...난 평생 하늘한테도 버림받은건줄 알았어..."
그는 기분좋게 앞장서며 밖으로 나섰다.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았던건지 약간의 무리를 하는듯 좋은 식당에서 비싼밥을 내게 대접했다.
지금 나는 현실같지 않은 이상황에 정신을 못차릴 것 같았다. 그와의 데이트라...항상 상상하던것이 현실이 되니까 말이다.
그렇게 우아한 한끼 식사가 끝나고 그는 미소가 떠나가지않는 얼굴로 내게 어색한듯 말을 걸었다.
"야.."
"네..?"
"...고...고...고!!!"
"고요..?"
"고!!! 고...마워...니덕이야.."
그는 창피하기라도 한것마냥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앞을 향해 걸었고 그의 그런 모습하나하나 볼때마다 나는 잃어버렸던 삶의 목표를 다시 찾는듯해 기분이 좋아졌다.
"참...너 백수 라고 했지...?"
"네..."
"...나 이번 오디션 붙으면 소속사에서도 정식으로 매니저 붙여준다했는데....어때 할래..? 내 매니저...재수없지만 너 만나고 부터 일 잘되는거 같고...솔직히 이번 오디션도 니작품이잖아?"
내 작품이라는 말이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난도질 하는듯했다. 맞다 내작품...그의 각본부터 패션...그리고 사고 까지 전부 말이다..
다시금 내 표정이 어두워 지자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야....? 그표정.... 왜 싫어..?"
"아!! 아뇨!! 저 할래요!! 할께요!!"
"그래~ 그럼 내일 아침 10시까지 우리집으로 와라...같이 소속사 가서 매니저로 쓸거라고 말할거니까...근데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마라? 내가 이야기는 대충 알아서 할테니까.."
그는 손을 흔들며 가려던 찰나였다.
"저!! 선우씨...!"
"응?"
"그...경쟁 상대분...그럼 입원...한건가요...?"
그의 표정이 무미건조하게 바뀌는듯하며 내게 말했다.
"역시...너도 내가 이상한거같구나?"
"아뇨!! 그게 아니라...그냥 쌤통인거 같아서...."
"그치..? 그럼 너도 구경갈레? 난 가서 오랜 경쟁자이자 동료 모델이였던 척 즙좀 짜는 연기해야될거 같아서..."
"아...거기 병원이 혹시... 선우씨한테 방해 안되게 따로 다녀올게요.."
그에게 병원을 묻자 그는 흔쾌히 알려주었고 그렇게 그와 헤어진다음 그대로 병원으로 향했다.
"조석준씨 입원실이 어디인가요..?"
인포에서 조석준 그의 병실을 묻자 인포직원은 위치를 알려주었고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그의 부모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펑펑 울며 그에게 일어나라고 애원하고 있었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채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던 조석준 그의 모습이 내눈에 들어오자 다시한번 불길한 감정이 나를 휘감았다.
"누구..세요..?"
그의 어머니와 눈이 마주친 나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그냥 아는 지인입니다..."
내 옷상태를 보자 석준의 어머니는 물었다.
"...같이 일하시던 분들은 낮에 다녀가셨는데....혹시 같이 일하시던 분인가요..?"
울먹이는 그녀의 모습에 차마 뻔뻔하게 고개를 들수 없었던 나는 그대로 고개를 떨군뒤 끄덕이자 그녀는 잠시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죄송해요...나가서 마실것하고...화장실좀..제가 지금 꼴이 말이아니라..."
울컥거리는 목소리를 뒤로한채 그녀가 병실을 떠나자 나는 그에게 다가섰다.
정말로 살아있는 시체가 된듯한 그의 모습에 가슴 한곳에 아파오며 온몸이 덜덜 떨렸다.
"...미안해요.."
그의 손을 부여잡은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나지막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미안해요...나중에 제가 반드시 지옥에 가서 벌....다 받을께요....미안해요...이렇게 만들어서.."
그렇게 흐르는 눈물을 뒤로하고 병실밖을 나서려던 순간 나는 심장이 멎는 공포를 느끼고야 말았다.
문틈사이로 나를 지켜보고 있던 그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것이다.
"서..서..선우씨!?"
그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대로 내 손목을 잡고 질질 끌고 밖으로 향했다.
"서..선우씨?! 자..잠깐만요!! 아파요!! 잠깐만요!!"
그는 아무런 말없이 그대로 나를 질질 끌고 나왔다. 그러곤 병원에서 조금 떨어진 어두운 외곽쪽을 향한 그는 나를 벽쪽으로 몰아세운뒤 추궁했다.
"뭐야..아까 그거.."
"네..? 뭐가요...?"
그의 눈이 흥분된듯 한 무서운 살기를 띄우며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하며 시치미를 땔 뿐이였다.
"씨 발 너 눈 똑바로 봐..."
그가 내 머리채를 돌려 잡은채 눈을 고정하자 나는 그대로 시선을 피했다. 자신이 없었다. 그의 눈을 보고 말할 자신이...
"하...뭔가 잇네...그치..? 내눈 봐..뽑아 버리기전에..."
그에 말에 그의 눈을 바라보자 그는 숨결이 닿을 만큼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아까 내가 들은게 뭐야..?"
"..."
"말해!!"
그의 고함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질질 짜며 덜덜 떨면서 말했다.
"저..저는...그 그냥...서..선우씨가 잘..잘됐으면 해서...내..내가 할 수 있는게 어..없으니까...그..그래서.."
"...그래서...지금 이짓을 저지른거야?! 나때문에?!"
"죄...죄송해요!!"
나는 그대로 꿇어앉아 그의 다리를 부여 잡고 말했다.
"가서...가서 자수 할께요!! 그러니까!! 제발... 이번 계약 모델 첫 워킹만 보게 해주세요!! 저...그거면 되요!!"
그는 어이가 없다는듯 천천히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처음 보는 소름돋는 미소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자수..? 왜?"
"네...?"
"어차피 CCTV찍힌것도 없고... 증거도 없어...혼자 실족 처리된걸 뭣하러?"
"아...서..선우씨...?"
"아~ 니가 그랬다는 말에 나 처음엔 너무 놀랐는데....이거...기분 너무 괜찮은데..?"
그의 말과 행동을 이해 할수 없다는듯 그를 바라보자 그는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세상엔...내편이 없다고 생각했어....하늘도 버렸다고 생각했거든...근데..너지금...나를 위해 살인까지도 결심한거잖아...? 이봐!! 얼마나 든든한 내편이냐!? 나 지금 너무 기뻐.."
"선우씨..."
"하아...안아봐도 돼?"
그는 다짜고짜 내 온몸이 부스러질듯 와락 안았다. 순간그의 특유한 은은한 향취가 훅 하고 들어왔다.
물밀듯 들어오는 그의 향취와 체온 그리고 심장의 두근거리는 소리까지 전부 고요한 침묵의 어둠속에서 느껴졌다.
그러더니 그는 부드럽게 내 머리채를 잡아 당긴뒤 물었다.
"배신...안할거지..나..?"
"내 물론이죠..."
"배신하면 그땐 같이 죽자...내말 명심해?"
은근히 살벌한듯한 말을 내게 내 뱉는 그였지만 아무렴 어떤가 나는 지금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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