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타입] 곰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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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호위병 후편 문의하시는 분들 있던데 일단 죄송하지만 후편은 없고 그냥 단편 외전만 쓰는 중입니다...
네.. 제 부족한 상상력과 필력으로는 연재는 커녕 단편도 힘들더군요...
외전은 그냥 전작에서 나온 인물 중에 아무나 생각나는 스토리 있으면 쓰는 편입니다.
그럼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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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사냥꾼
하늘이 점점 높아지는 어느 가을 날. 날은 점점 쌀쌀해져 이제는 더 이상 창문을 열어두 힘든 날씨였다.
모두가 이제는 겨울 대비를 하며 방문울 꼭꼭 걸어 잠그고 있을 때 저기 마을 외곽의 큰 기와집에 누군가는
창문을 열어 둔채 멍하는 파란 하늘만 보고있었다. 창이 꽉 찰 정도의 커다란 덩치에 꺼글꺼글한 수염이 귀밑까지
자라서 마지 산적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입은 옷은 왠만한 양반들 뺨치는 고급 비단이 였다.
"에휴....."
하지만 인상과는 다르게 눈은 축 쳐지고 입에서는 한숨만 퍽퍽 쉬고 있는 이 남자의 이름은 이 웅.
바로 청의 등불이라고 불리는 남창집 기둥서방(기생집 관리인을 부른는 호칭)이였다.
비록 남창집이긴 하지만 그래도 도읍내에서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가게의 주인인데다가
사내로써의 듬직한 모습까지 갖춰 남부러울께 없는 그가 대체 왜 한숨을 쉬는걸까?
그의 시선을 따라서 마당한 켠을 보니
"아이고 정아.. 사내놈이 어찌 이리 잘어울리냔 말이냐."
"무슨 그런... 김무사 나으리께서 좋은 비단을 골라서 옷을 지어준 덕이죠."
"허허 아무리 고운 비단이라도 네 고운 살결만 못할거다."
"나으리 무슨 대낮부터 그런 부끄러운 말을..."
".......씨벌"
몇 달 전 아무것도 모르던 쑥맥인 사내 였던 김무사 김현. 그의 위대한 첫날밤 이후 하루가 멀다하고
정이를 찾더니 이제는 대낮에도 이 청의 등불에 들러서 정이에게 비단이며 팔찌며 갖갖이 물건들을
들고와 서로 이쁘다며 이웅의 가슴에 염장을 지르고 있었다.
"하.... 나의 님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태어날 때부터 기골장대하여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또한 熊(곰 웅)자를 써서 이웅.
어려서 부터 밭일은 물론 나무까지 척척해오며 그의 힘이 남다름을 마을 곧곧에 소문내었다.
또한 같이 멱을 감던 일꾼들의 말에 의하면 그는 늘 몽둥이 하나를 다리 사이에 달고 다닌다며 우스갯 소리를
해대니 여기저기 아직 시집도 안간 처녀들이 그에게 치근대는 건 물론이요. 빨래 한다면서 멱감고 있는
그의 모습을 훔쳐보는 아낙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여인들의 시선이 불편했다.
물론 다가오는 여인을 거부하지 않고 거의 매일 밤을 여인과 살을 부대끼며 지새웠지만 그의 눈길은
여인들 보다는 자신의 옆에서 같이 멱을 감고 있는 사내들에게 향했다.
어릴 때부터 어륻들의 일을 도와가며 성장한 마을 사내들은 탄탄한 허벅지는 물론이요 여러가지
노동으로 다져진 그들의 근육들은 감히 여인들의 고운 몸매에 비교할 바가 못되었다.
웅은 그런 사내들이 자신을 안아 주고 같이 놀아줄 때가 여인들과 있을 때 보다 좋았다.
하지만 이 무슨 하늘의 농락인가. 그래도 어릴 때는 덩치 큰 마을 아저씨들이 이따금 장난치며 안아 줄때가
많았지만 점점 덩치가 커져 마을의 제일 큰 사내가 되었을 때부터 더 이상 자신을 안아주거나
손잡아주는 사내는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루하게 살아가던 웅은 결국 부모님이 돌아가시던 날 마을을 떠나
도읍으로 상경하였다. 도읍은 사람들이 많으니 분명 자신의 취향을 이해해주고 옆에 있어줄 짝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고향을 떠나 온게 벌써 15년 전, 자신과 비슷한 취향을 가진 자들을 등에 없고 청의 등불이라는 남창집을
세운거 까지는 좋았다. 당연히 사내를 품는 것이니 여인같이 고운 사내들을 찾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해했다.
하지만 15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결국 자신의 짝을 찾지 못한 웅은 이제 그냥 혼자 늙어가고 있을 뿐인 자신의
신세에 한숨만 푹푹나왔다.
이제는 주름만 늘어날 나이가 되니 이제는 그냥 옆에서 따뜻하게 겨울을 보넬 내님을 찾고 싶은 이웅이였다.
그렇게 우울한 생각에 빠져있던 웅의 귀에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웅이형님~ 저왔습니다!"
호랑이의 포효와도 같은 큰 목소리로 웅을 부르면서 다가오는 거대한 사내.
그는 이 청의 등불에 장작이나 고기 등을 팔러오는 근처 사냥꾼이였다.
그는 사냥꾼답게 탄탄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몸은 물론이요 키까지 훤칠하니
이웅의 취향에 딱 맞는 사내였다. 그치만 왜 웅은 이 사내가 그리 달갑지 않을까
"형님 이번에 제법 실한 놈으로 잡아 왔는데 한잔 어떠십니다?"
그리 말하는 사냥꾼이 축 처진 눈을 밝게 웃으니 마치 커다란 개가 웃음지으면서 다가오는거 같았다.
그 모습에 웅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지만 다가오는 사냥꾼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냥꾼은 한 2달 전부터 청의 등불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더위에 보양이나 할겸
고기을 먹자며 보채는 집안 식구들(남창들) 때문에 고기를 매입하기 위해 찾아간 사냥꾼의 집이였다.
일반 기생집과는 다른 구성원들 때문에 집에 들어오기 꺼려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웅이 직접가서
고기를 가져올 생각이 였지만 사냥꾼은 그런 사정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흥쾌히 잡은 고기들을 청의 등불
까지 가져다 주겠다고 했다. 자신 역시 도읍 외곽에 살기 때문에 저잣거리 까지 가는 시간도 아까우니
차라리 집이 가까운 청의 등불에 가져다 주는게 더 이득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현재까지 이어져 이제 사냥꾼은 거의 매일 찾아와 그에게 인사하는
지경에 까지 이루었다. 하지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사냥꾼이 너무 이웅의 취향이라는 것이다.
6척 가까이 되는 큰키에 매일 산을 타서 그런지 허벅지와 종아리가 통나무만 했다. 또한 가슴과 등이 넓고
기골까지 통뼈여서 이웅보다도 큰 그는 마치 커다란 산 같았다. 처음 사냥꾼의 집에 갔던 그날부터
이웅의 가슴 한켠에는 사냥꾼의 모습이 남아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남색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고
그가 남색가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저 매일 찾아오는 사냥꾼을 보며 입맛만 다실 뿐이였다.
그럼 한번 고백해보면 안되냐고? 그랬다가 매일 찾아오는 사냥꾼이 발길이 끊기면 정말 미칠거 같기에
웅은 고백도 못하고 그져 바라만 보고있다. 그리고 웅을 미치게 하는것이 하나더 있었으니
바로 저 사냥꾼의 눈치없는 해맑은 성격이였다. 언제 부터인가 잡아온 사냥감을 가져와 청의 등불에서
이웅을 형님형님 하며 같이 술을 먹고 있으니 안그래도 복잡하다 못해 터질거 같은 이웅의 이성이
점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정말 술먹다가 사냥꾼을 덮칠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웅의 마음도 모른체 저 눈치없는 사냥꾼은 방실방실 웃으면서 매일밤 웅의 술잔에 술을 채워넣으며
이리저리 떠들기 바빴다.
그저 측은한 마음으로 술잔을 기울이던 웅은 오늘도 사냥꾼이 남색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눈을 감았다.
".....! 음...음!!!"
그리고 웅이 눈을 뜬 곳은 익숙한 자신의 방이 아닌 헛간 처럼 보이는 낮선 곳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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