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발렌타인 데이(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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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제가 글을 계속 이어가려 했는데, 전에 구상해놓았던 것이..컴터이상으로 인해 다 날아가버렸습니다. 지금 술 한잔 시리즈의 3편은 거의 다 복구했으니 곧 올리겠습니다. 쪽지 주셨던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_-; 별로 재미 없는 글 잼께 봐주셔서...이건 제가 우연히 유머대학교라는 사이트에서 읽은 글인데, 이반에 관한 글이라서 올려봅니다. 야하지는 않지만 가슴이 아프네요..글 쓰신 분은 일반 분으로, biribiribiri라는 닉을 쓰시는 분이랍니다.
◆ 등 록 인 : biribiribiri
◆ 홈 페이지 : http://
◆ 등 록 일 : 2003-02-07 01:14
◆ IP : 211.196.215.xxx
◆ 번 호 : 50765
◆ 조 회 수 : 217
◆ 추 천 수 : 14
◆ 답 변 글 : 0
제 목 : [biri]슬픈 발렌타인 데이
세번째 글이네요. 우와....우~와~~~_0.o_ (우비삼남매버젼) 많이 쓴 건 아니지만...여기 글들도 정말 재밌구, 여기 알고나서 부터 하루하루 재밌게 살구 있습니다. 이제 곧 발렌타인 데이네요. 뭐, 소수의 분들은 이날을 기다리시겠지만, 대중은 극히 꺼려지는 날이랍니다-_-; 그러니까! 커플분들 너무 행복하지 마시죠! 흥치퓃!
-_-; 그럼 시작합니다.
[슬픈 발렌타인데이]
친구의 죽음을 들은 건, 내가 대학교 1학년때였다. 친구. 글쎄...처음 그 녀석의 이름을 들었을 때엔, 왠 낯선 이가 저승구경 가는구나 싶었다-_-; 그도 그럴것이, 중학교 때 이후로 연락이 끊긴 녀석이라...흐음, 다른 이의 죽음을 가볍게 해서는 안되겠지.
아무튼, 중학교 때엔 총 4명 고정 멤버가 있었다. 그 중 우리 셋은 아직 연락을 했었는데, 나머지 한 녀석은 통 연락이 되질 않았다. 대진. 조대진. 가끔씩 이야기가 나오곤 했었는데, 고등학교가 뿔뿔이 갈라져서 서로 통 연락이 닿질 않았었다.
나는 남자 중학교를 다녔다. 남자 중학교는 아시다시피, 카리스마와 폭력이 난무한다-_-; 서로 으시대고 싶어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거드름을 피우기도 하는 큐트한 시기였었다^^;
이야기는 다시 대학교 1학년 때로. 그 친구 녀석의 장례식을 찾은 우리는, 흑백사진 속에서 어설프게나마 웃고 있는 대진이를 보았다.왜 그리 서로에게 무심했었는지...왠지 모를 울컥거림에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장례식장은, 불의의 병으로 세상을 뜬 젊은이를 애도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 셋은 말없이 재배를 하고, 어머님께 인사드리곤 밖으로 나왔다.
지금까진, 왜 글 제목이 슬픈 발렌타인인지 모르실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시라. 뜻밖의 반전이 기다릴지도 모르니...
그렇게 우리 셋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밖으로 나와 담배를 꼬나 물었다. 죽은 사람에겐 좋은 기억만 남겨야 한다고 했었던가. 그런데 왜 그리 못해준 일들만 떠오르던지..검은 상복에 우울한 표정으로 서있던 우리는, 담배를 비벼 끄고 마지막으로 대진이 얼굴을 보고 떠나려 했다.
그 때, 어머님께서 총총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여기...누가 재경인지...]
[아 접니다 어머님.]
나랑 같이 온 녀석이 대답했다.
[...그럼 중학교 때 친구 이렇게 셋이구나. 너희들 얘기 많이 들었다..]
우리는 송구스럽기만 했다. 자식...그래도 우릴 잊지 않았구나.
[그리고...이거..재경이가 가져가거라.]
[이게...뭡니까?]
[그거...대진이 일기장이란다.]
[이걸 왜 저희에게..]
[...글쎄...대진이가..마지막으로 일기장을 건네주라고 했었단다...]
[아...예..]
[...흑...흑..]
어머님은 생각이 나시는지...눈시울만 붉히시곤 고개를 돌리셨다.
그 뒤로 우린, 세상의 바쁨에 시달려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발렌타인 데이가 되었다.
나는 뭐 늘 그렇듯, 애꿏은 여자친구들에게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보내보곤 했따-0-; 다행히도, 발렌타인 데이 전에는 인간관계에 각별히 신경쓰는 편이어서...우정 초콜렛을 듬~~뿍 받고 살만 푹푹 찌웠었다-_-; 그 해라고 별 다를 바 있겠어? 있겠죠. 인생은 허망한 것이야...헐헐..그나마 받던 꼽사리 우정 초콜렛 마저, 약빨이 떨어졌는지 신통잖았다. 줸장T-T
그 날 저녁이었다. 복장터지는 친구들과 더불어 부어!!! 마셔!! 죽어!! 토해!!의 4단콤보 연마에 열중하고 있던 차-_-;, 간만에 재경이에게 연락이 온 것이었다.
[야..너 잠깐 시간 있냐..]
[어? 무슨 일인데?]
[아니..저...]
다행히 나는 4단계까지 이미 승화한 뒤였으므로-_-;;;;; 나갈락 말락한 정신을새색시처럼 곱게 말아쥐고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소주집엔, 재경이와 지훈이 둘이 먼저 와 있었다. 둘은 이미 좀 한듯 살짝 볼터치가 되었다. 마쉐린처럼-_-;
[왔냐!! 야...현성이 오랜만이네.]
[어..그..그러냐==; 니들도 여기 있는 거 보니 뻔하구나. 구리구리]
[우헤헤~구리구리]
[구리구리]
그랑죠를 아시는가? 거기에 귀여븐 토끼소녀의 이름이 구리구리인데, 그녀가 당황할 땐 웃으면서 볼을 부비부비한다-_-; 우리는 구질구질할 때면 괜시리 실실 웃으며 그 짓거릴 하곤 했다. 그리곤 애녀석들한테 뒤지게 맞았지-_-; 한번은 수업시간에 하다가 걸려서 선생님이 졸라 꼴받은 적도 있었다. 그 때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학생주임실까지 끌려가서, 거기서도 해보라길래 했다가 곡소리 울렸지..후후..아름다운 추억들..
-_- 어..어째떤!
잔을 주고 받다, 슬슬 맛탱이가 간 재경이가 말을 꺼냈다.
[후우...아직 정신이 말짱한데..말할까?]
[말해.]
[뭔데?]
재경이는, 날긋날긋해진 하늘빛 노트를 꺼냈다. 지훈과 나는 저게 뭐더라...하다가,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아!! 소릴 냈다. 1년전, 대진이의 일기장이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했었는데...아직도 가지고 있었구나..근데 그게 어쨌다는 거지..우리가 계속 친하게 지내던 때의 일들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술김에, 쫌 유치한 문체로 쓰여진 일기장을 보며 웃기도 하고 대진이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근데 갑자기, 재경이는 일기장을 가져가선 접어놓은 페이지를 펼쳐 우리에게 보였다.
[1994. 2. 14]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건네 주었다. 나름대로 내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일기의 내용은, 지금은 가물가물해서 정확한 문장은 떠오르지 않는다. 대략 이정도 내용으로 쓰여져 있었던 것 같았다. 이 때가 중학교 1학년 때 발렌타인 데이였다. 재경인, 또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1995. 2. 14]
지난 해처럼 올해에도 건네 주었다. 항상 밝은 미소를 띄우는 걔가 너무 좋다. 비록, 나 혼자 짝사랑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우리는 큭큭 웃었다. 대진이는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었는데..이런 조숙한 짜식..그러면서..그러나...
지훈과 난 순간 웃음을 멎을 수 밖에 없었다.
[1997. 2. 23]
오늘은 졸업식이다. 시원한가. 섭섭하기도 하다. 아니, 섭섭하다. 내 첫사랑과 헤어지기 때문이다.
[뭣!!!?]
순간, 나와 지훈은 토끼눈이 되어버렸다. 우리 학교는...분명....우리는 술이 확 깨는 걸 느끼며 계속 읽어내려갔다.
.
.
.
.
벌써 5년째. 나를 친구로만 여기고 있겠지. 나를 재미없고 조용한 놈이라고 생각하겠지. 아니다. 어쩜, 매년마다 책상에 몰래 초콜릿을 넣어두던 게 나란 걸 알고 있지 않을까. 어쩜...조금이라도 눈치채지 않았을까. 다른 학교로 갈라지는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곁에 있는 게 너무 힘이 들다. 처음 사랑을 알고나서...이렇게 가슴 아픈걸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는 건데..
5년...5년이라...그러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인데, 지훈이랑 나는...분명 중학교 때 대진이를 처음 만났는데...그...그렇다면!!!!
.
.
.
.
재경. 한번도 말은 못했지만....그리고 앞으로도 말 못하겠지만..이렇게 일기장에만이라도 솔직하게 쓰는 게 조금은 행복하다.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좋았을지도. 이렇게 좋아하는 게 잘못이라는 걸 알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지금껏 그래왔듯이...난 변함없이 널..
사랑해...
우리는 다 읽고 말을 잃었다. 재경인, 아무 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지훈은 알딸딸한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나는 대진이를 떠올려 보았다.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그럴 녀석은 아니었다. 훤칠한 키에, 은근히 카리스마 있고 과묵한 성격이었는데..반에서도 왠만해선 대진이를 건드리지 않았었다.
긴 침묵 끝에, 마침내 재경인 입을 열었다.
[...오늘..어떻게 아셨는지....집에 가니까, 대진이 어머님이 집으로 찾아오셨더라. 이거 들고..]
[.......]
[대진이가 그랬댄다. 한번만이라도...직접 전해줬음 좋겠다고.
그렇게 몇년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 아파하면서도...
발렌타인 데이만 되면
엄마...엄마...나 오늘만 나가면 안돼..
엄마 나 꼭 가야 돼..
오늘 하루만...
그랬댄다.]
그러나 어머님은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른 채, 대신 전해주겠다고 했다. 그럴 때면 대진이는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않아서,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셨다고 했다.
그리고....마지막이 되기 며칠 전 날...
[엄마..있잖아..나 고백할 거 있어.]
[뭔데..대진아..]
[엄마...나 얼마 못 살잖아 이제..]
[그게 무슨 소리니!! 대진아!! 그런 말 하면 못써!! 엄마가..너 그런 말 하면
엄마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니! 끝까지 힘내야지!]
[아냐..엄마 나 다 알어. 이젠...시간이 없다는 거..]
[....대진아...]
[엄...마...나...엄마한테 이런 말 해서 너무 미안해..]
[....왜그래...또...]
[엄마....나...사실은...]
그렇게 대진인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고, 어머님은 한편으론 기가 막혔지만,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계속 재경이만 찾는 아들이 안쓰러워서...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 대진이는 어머님한테, 재경이에게 발렌타인날...한번만이라도 좋으니..대신 전해달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세상을 떠나갔다.
재경이는...서서히 어깨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자신은, 대진이란 이름을 잊은 지 오래인데...무얼 하면서 지내는 지도 이미 모르는데...그 녀석은 아파하면서도, 죽어가면서까지도.
..자신을 생각해주었다며...
지훈이도 그런 재수없는 x끼 잊어버리라면서, 코를 훌쩍였다.
나 역시..그 때 무지 울었다.
재경이는 그 때 이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대진의 마음을 잊을 때까지, 누구와도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며.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간다. 그리고, 세상도 조금씩 바뀌어간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하여, 자그마치 8년이란 시간동안...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난 모르겠다. 더구나 난 그 쪽 사람들은 잘 몰라서...다만, 내가 알고 있는 대진이는 말이 없었지만, 늘 따뜻한 마음과 묵묵하게 할 일을 열심히 하는 녀석이었다.
나, 지훈 그리고.....대진이와 재경.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대진이 같이 착하고 멋진 녀석도, 떳떳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갑자기 친구가 보고 싶다. 전화해서, 소주나 한잔 쌔려야겠다.
지훈아, 재경아! 나와라!!
그리고...
대진 이 자식!! 보고 싶다!
오늘 밤, 마음만이라도 내려와라!!!
p.s. 다시 말씀드리지만, 일기 내용은 정확하진 않습니다. 행복하세요~
글쓴이 코멘트 시간 IP 삭제
독고단 로긴하게 만드네요..후우.... 03-02-07 [04:36] 211.44.84.xxx
독고단 좋은 글같은데 코멘이 없네요 그래서 달아봤어요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합니다 03-02-07 [04:37] 211.44.84.xxx
biribiribiri 감사합니다~ 03-02-07 [10:16] 211.42.17.xxx
신파 조금 무겁네요......후우... 암튼 추천 ㅎㅎ 03-02-07 [12:00] 210.122.115.xxx
biribiribiri 앗 신파님 늘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 03-02-07 [15:57] 211.42.17.xxx
Goodbye 마음이 찡하네요.. 03-02-07 [18:34] 61.42.247.xxx
biribiribiri 가슴이 아프신 분들은, 아마 비슷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겠죠^^.. 03-02-08 [09:54] 211.42.17.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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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biri]슬픈 발렌타인 데이
세번째 글이네요. 우와....우~와~~~_0.o_ (우비삼남매버젼) 많이 쓴 건 아니지만...여기 글들도 정말 재밌구, 여기 알고나서 부터 하루하루 재밌게 살구 있습니다. 이제 곧 발렌타인 데이네요. 뭐, 소수의 분들은 이날을 기다리시겠지만, 대중은 극히 꺼려지는 날이랍니다-_-; 그러니까! 커플분들 너무 행복하지 마시죠! 흥치퓃!
-_-; 그럼 시작합니다.
[슬픈 발렌타인데이]
친구의 죽음을 들은 건, 내가 대학교 1학년때였다. 친구. 글쎄...처음 그 녀석의 이름을 들었을 때엔, 왠 낯선 이가 저승구경 가는구나 싶었다-_-; 그도 그럴것이, 중학교 때 이후로 연락이 끊긴 녀석이라...흐음, 다른 이의 죽음을 가볍게 해서는 안되겠지.
아무튼, 중학교 때엔 총 4명 고정 멤버가 있었다. 그 중 우리 셋은 아직 연락을 했었는데, 나머지 한 녀석은 통 연락이 되질 않았다. 대진. 조대진. 가끔씩 이야기가 나오곤 했었는데, 고등학교가 뿔뿔이 갈라져서 서로 통 연락이 닿질 않았었다.
나는 남자 중학교를 다녔다. 남자 중학교는 아시다시피, 카리스마와 폭력이 난무한다-_-; 서로 으시대고 싶어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거드름을 피우기도 하는 큐트한 시기였었다^^;
이야기는 다시 대학교 1학년 때로. 그 친구 녀석의 장례식을 찾은 우리는, 흑백사진 속에서 어설프게나마 웃고 있는 대진이를 보았다.왜 그리 서로에게 무심했었는지...왠지 모를 울컥거림에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장례식장은, 불의의 병으로 세상을 뜬 젊은이를 애도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우리 셋은 말없이 재배를 하고, 어머님께 인사드리곤 밖으로 나왔다.
지금까진, 왜 글 제목이 슬픈 발렌타인인지 모르실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주시라. 뜻밖의 반전이 기다릴지도 모르니...
그렇게 우리 셋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밖으로 나와 담배를 꼬나 물었다. 죽은 사람에겐 좋은 기억만 남겨야 한다고 했었던가. 그런데 왜 그리 못해준 일들만 떠오르던지..검은 상복에 우울한 표정으로 서있던 우리는, 담배를 비벼 끄고 마지막으로 대진이 얼굴을 보고 떠나려 했다.
그 때, 어머님께서 총총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셨다.
[여기...누가 재경인지...]
[아 접니다 어머님.]
나랑 같이 온 녀석이 대답했다.
[...그럼 중학교 때 친구 이렇게 셋이구나. 너희들 얘기 많이 들었다..]
우리는 송구스럽기만 했다. 자식...그래도 우릴 잊지 않았구나.
[그리고...이거..재경이가 가져가거라.]
[이게...뭡니까?]
[그거...대진이 일기장이란다.]
[이걸 왜 저희에게..]
[...글쎄...대진이가..마지막으로 일기장을 건네주라고 했었단다...]
[아...예..]
[...흑...흑..]
어머님은 생각이 나시는지...눈시울만 붉히시곤 고개를 돌리셨다.
그 뒤로 우린, 세상의 바쁨에 시달려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발렌타인 데이가 되었다.
나는 뭐 늘 그렇듯, 애꿏은 여자친구들에게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보내보곤 했따-0-; 다행히도, 발렌타인 데이 전에는 인간관계에 각별히 신경쓰는 편이어서...우정 초콜렛을 듬~~뿍 받고 살만 푹푹 찌웠었다-_-; 그 해라고 별 다를 바 있겠어? 있겠죠. 인생은 허망한 것이야...헐헐..그나마 받던 꼽사리 우정 초콜렛 마저, 약빨이 떨어졌는지 신통잖았다. 줸장T-T
그 날 저녁이었다. 복장터지는 친구들과 더불어 부어!!! 마셔!! 죽어!! 토해!!의 4단콤보 연마에 열중하고 있던 차-_-;, 간만에 재경이에게 연락이 온 것이었다.
[야..너 잠깐 시간 있냐..]
[어? 무슨 일인데?]
[아니..저...]
다행히 나는 4단계까지 이미 승화한 뒤였으므로-_-;;;;; 나갈락 말락한 정신을새색시처럼 곱게 말아쥐고 발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소주집엔, 재경이와 지훈이 둘이 먼저 와 있었다. 둘은 이미 좀 한듯 살짝 볼터치가 되었다. 마쉐린처럼-_-;
[왔냐!! 야...현성이 오랜만이네.]
[어..그..그러냐==; 니들도 여기 있는 거 보니 뻔하구나. 구리구리]
[우헤헤~구리구리]
[구리구리]
그랑죠를 아시는가? 거기에 귀여븐 토끼소녀의 이름이 구리구리인데, 그녀가 당황할 땐 웃으면서 볼을 부비부비한다-_-; 우리는 구질구질할 때면 괜시리 실실 웃으며 그 짓거릴 하곤 했다. 그리곤 애녀석들한테 뒤지게 맞았지-_-; 한번은 수업시간에 하다가 걸려서 선생님이 졸라 꼴받은 적도 있었다. 그 때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학생주임실까지 끌려가서, 거기서도 해보라길래 했다가 곡소리 울렸지..후후..아름다운 추억들..
-_- 어..어째떤!
잔을 주고 받다, 슬슬 맛탱이가 간 재경이가 말을 꺼냈다.
[후우...아직 정신이 말짱한데..말할까?]
[말해.]
[뭔데?]
재경이는, 날긋날긋해진 하늘빛 노트를 꺼냈다. 지훈과 나는 저게 뭐더라...하다가,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아!! 소릴 냈다. 1년전, 대진이의 일기장이었다. 기억조차 가물가물했었는데...아직도 가지고 있었구나..근데 그게 어쨌다는 거지..우리가 계속 친하게 지내던 때의 일들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술김에, 쫌 유치한 문체로 쓰여진 일기장을 보며 웃기도 하고 대진이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근데 갑자기, 재경이는 일기장을 가져가선 접어놓은 페이지를 펼쳐 우리에게 보였다.
[1994. 2. 14]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초콜릿을 건네 주었다. 나름대로 내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일기의 내용은, 지금은 가물가물해서 정확한 문장은 떠오르지 않는다. 대략 이정도 내용으로 쓰여져 있었던 것 같았다. 이 때가 중학교 1학년 때 발렌타인 데이였다. 재경인, 또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1995. 2. 14]
지난 해처럼 올해에도 건네 주었다. 항상 밝은 미소를 띄우는 걔가 너무 좋다. 비록, 나 혼자 짝사랑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우리는 큭큭 웃었다. 대진이는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었는데..이런 조숙한 짜식..그러면서..그러나...
지훈과 난 순간 웃음을 멎을 수 밖에 없었다.
[1997. 2. 23]
오늘은 졸업식이다. 시원한가. 섭섭하기도 하다. 아니, 섭섭하다. 내 첫사랑과 헤어지기 때문이다.
[뭣!!!?]
순간, 나와 지훈은 토끼눈이 되어버렸다. 우리 학교는...분명....우리는 술이 확 깨는 걸 느끼며 계속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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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째. 나를 친구로만 여기고 있겠지. 나를 재미없고 조용한 놈이라고 생각하겠지. 아니다. 어쩜, 매년마다 책상에 몰래 초콜릿을 넣어두던 게 나란 걸 알고 있지 않을까. 어쩜...조금이라도 눈치채지 않았을까. 다른 학교로 갈라지는 게 다행인지도 모른다. 곁에 있는 게 너무 힘이 들다. 처음 사랑을 알고나서...이렇게 가슴 아픈걸 알았다면 시작하지 않는 건데..
5년...5년이라...그러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인데, 지훈이랑 나는...분명 중학교 때 대진이를 처음 만났는데...그...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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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 한번도 말은 못했지만....그리고 앞으로도 말 못하겠지만..이렇게 일기장에만이라도 솔직하게 쓰는 게 조금은 행복하다.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면 좋았을지도. 이렇게 좋아하는 게 잘못이라는 걸 알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지금껏 그래왔듯이...난 변함없이 널..
사랑해...
우리는 다 읽고 말을 잃었다. 재경인, 아무 말없이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지훈은 알딸딸한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나는 대진이를 떠올려 보았다.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그럴 녀석은 아니었다. 훤칠한 키에, 은근히 카리스마 있고 과묵한 성격이었는데..반에서도 왠만해선 대진이를 건드리지 않았었다.
긴 침묵 끝에, 마침내 재경인 입을 열었다.
[...오늘..어떻게 아셨는지....집에 가니까, 대진이 어머님이 집으로 찾아오셨더라. 이거 들고..]
[.......]
[대진이가 그랬댄다. 한번만이라도...직접 전해줬음 좋겠다고.
그렇게 몇년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 아파하면서도...
발렌타인 데이만 되면
엄마...엄마...나 오늘만 나가면 안돼..
엄마 나 꼭 가야 돼..
오늘 하루만...
그랬댄다.]
그러나 어머님은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른 채, 대신 전해주겠다고 했다. 그럴 때면 대진이는 입을 꾹 닫고 아무 말도 않아서,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셨다고 했다.
그리고....마지막이 되기 며칠 전 날...
[엄마..있잖아..나 고백할 거 있어.]
[뭔데..대진아..]
[엄마...나 얼마 못 살잖아 이제..]
[그게 무슨 소리니!! 대진아!! 그런 말 하면 못써!! 엄마가..너 그런 말 하면
엄마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니! 끝까지 힘내야지!]
[아냐..엄마 나 다 알어. 이젠...시간이 없다는 거..]
[....대진아...]
[엄...마...나...엄마한테 이런 말 해서 너무 미안해..]
[....왜그래...또...]
[엄마....나...사실은...]
그렇게 대진인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고, 어머님은 한편으론 기가 막혔지만,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계속 재경이만 찾는 아들이 안쓰러워서...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 대진이는 어머님한테, 재경이에게 발렌타인날...한번만이라도 좋으니..대신 전해달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세상을 떠나갔다.
재경이는...서서히 어깨를 들먹이기 시작했다. 자신은, 대진이란 이름을 잊은 지 오래인데...무얼 하면서 지내는 지도 이미 모르는데...그 녀석은 아파하면서도, 죽어가면서까지도.
..자신을 생각해주었다며...
지훈이도 그런 재수없는 x끼 잊어버리라면서, 코를 훌쩍였다.
나 역시..그 때 무지 울었다.
재경이는 그 때 이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대진의 마음을 잊을 때까지, 누구와도 만나기는 힘들 것 같다며.
그렇게 시간은 흘러만 간다. 그리고, 세상도 조금씩 바뀌어간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시작하여, 자그마치 8년이란 시간동안...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난 모르겠다. 더구나 난 그 쪽 사람들은 잘 몰라서...다만, 내가 알고 있는 대진이는 말이 없었지만, 늘 따뜻한 마음과 묵묵하게 할 일을 열심히 하는 녀석이었다.
나, 지훈 그리고.....대진이와 재경.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대진이 같이 착하고 멋진 녀석도, 떳떳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갑자기 친구가 보고 싶다. 전화해서, 소주나 한잔 쌔려야겠다.
지훈아, 재경아! 나와라!!
그리고...
대진 이 자식!! 보고 싶다!
오늘 밤, 마음만이라도 내려와라!!!
p.s. 다시 말씀드리지만, 일기 내용은 정확하진 않습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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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단 로긴하게 만드네요..후우.... 03-02-07 [04:36] 211.44.84.xxx
독고단 좋은 글같은데 코멘이 없네요 그래서 달아봤어요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합니다 03-02-07 [04:37] 211.44.84.xxx
biribiribiri 감사합니다~ 03-02-07 [10:16] 211.42.17.xxx
신파 조금 무겁네요......후우... 암튼 추천 ㅎㅎ 03-02-07 [12:00] 210.122.115.xxx
biribiribiri 앗 신파님 늘 답글 남겨주셔서 감사 03-02-07 [15:57] 211.42.17.xxx
Goodbye 마음이 찡하네요.. 03-02-07 [18:34] 61.42.247.xxx
biribiribiri 가슴이 아프신 분들은, 아마 비슷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겠죠^^.. 03-02-08 [09:54] 211.42.17.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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