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아저씨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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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억지 호들갑에도 강쇠선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좀 나갔다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훌쩍 나가버렸다.
오늘따라 왜 저러지?
할발하기만 하던 강쇠선배 아니던가?
음..
난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그토록 활발한 성격의 강쇠선배가 저토록 우울해졌
다면..
혹시..
아..그 일 때문일것이다.
동업자 아저씨와의 동성애!
그래!
나 같이 선척적으로 남자를 밝히는 게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일반이라면 동성애가 충격적일것이다.
물론 충동적으로 스스로 일을 그 일을 자행하긴 했
지만 자신이 동성애를 했다는 것 그 자체에 벌써 이
유모를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게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고 생각하니 내가 강쇠선배한테 너무 했다는 생
각이 들었다.
장난이 좀 심하긴 심했어..
분명 혼란스러울꺼야..
..
강쇠선배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축 쳐진 그의 음성이 들려왔다.

"여보세요?"

"응, 강쇠선배..전데요? 술이나 한 잔
할래요? 제가 살께요."

"술?.. 니가 왠일이냐?"

왠일이긴..미안해서 그러지..
난 그를 학교주변 작은 포장마차로 불러냈다.
그리고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봐.."

분위기가 무르익은지 한참만에 강쇠선밴 입을 열
었다.

"사업한다고 난리더니 왜 갑자기
풀이 죽었어요? 그 아저씨가 선배
맘에 안든데요?"

"아니..그건 아닌데.."

강쇠선배가 어떻게 둘러댈까..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강쇠선밴 분명 그 아저씨와의 동성애사건 때문에
고민하고 있지만 말을 못 꺼내는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강쇠선배가 이렇게
우울해질 일이 뭐가 있어요?
말해보세요. 선배가 자꾸 질질 끄니
답답하잖아요!"

강쇠선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뿐 선듯 말을 꺼
내지 못했다.
분명하다!
그는 지금 이 답답한 심정을 누구에게라도 털어놓
고 해소하고 싶은데 언듯 얘기를 꺼내기가 힘든
것이었다.
동성애에 관한 얘기가 쉽게 나올수가 없다는거 잘
안다. 하지만 난 강쇠선배가 그러면 그럴수록 그를
더욱더 제촉하고 싶어졌다.

"아 답답해요!! 말 못할게 뭐가 있다고
그러세요? 그 아저씨가 선배보고 뒤라도
달래요?!! 왜 그러세요?"

이 대사는 순전히 나의 작전이었다.
슬쩍 던져봄으로서 강쇠선배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
힌 나의 음흉한 수작인것이다.
역시!
나의 말에 강쇠선밴 꿈찔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이내 곧 안 그런척 했지만 그게 나한테 통할리 없
었다.
술을 한 잔 더 들이킨 강쇠선배는 불그스름한 얼
굴을 내게 들이밀며 나를 불렀다.

"뻔뻔아.."

"네에..말해보세요."

머뭇거렸다.
어휴..답답해..
거짓말이라도 해봐! 이 바보야..
그 아저씨랑 동성애한게 그리 잘못이냐?!!
죽을 죄냐구?
하지만 난 기다렸다.
술의 힘을 빌려 내게 조용히 말할것 같은 조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강쇠선배는 내 어깨에 팔을 무겁게
턱 걸치더니 내 귓가에 가까이 다가와 뭐라 속삭
여댔다.
술냄새만 확 풍길뿐 뭐라 그러는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안들려요..조금만 크게 얘기 해보세요?"

"뻔뻔아..?"

강쇠선배는 이미 많이 취해있었다.
비록 꺼내기 힘든 얘기지만 용케 술의 힘을 빌어
내게 이야기만 한다면 난 그를 충분히 다독그려
줄수 있는 자신이 있었다.
누구보다 그 고민에 대한 일은 선배보다 내가 더
선배이니..

"지금부터 내가 하는말 잘들어.."

꼬인 혀로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음..굉장히 충격적일수 있어. 하지만
이 얘긴 꼭 해야 될 것 같아..답답해
미치겠어."

선배..다 알아요..
너무 죄책감 가지지 말아요..
동성애가 죄악은 아닐꺼예요.
살다보면 그럴수 있죠 뭐..
그 아저씨와 마주치는게 정 꺼려진다면 다른 일을
찾으면 되잖아요..

"뻔뻔아.."

오늘 도대채 내 이름 몇번이나 부르는거야?!
이름 닳겠네.

"강쇠선배!! 이름만 부르지 말고 얘기해요.
선배가 어떤 얘길해도 놀라지 않고 다
받아드릴수 있다니깐요?!!"

드디어 그가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

"뻔뻔아..나 너 좋아해.."

...
...
...
난 한동안 아무말도 못했다.




이게 무슨소리여?
뭔말이여?
이게 무슨 말이냐구?!!

"나 너 사랑한다고.. 자식아.."

갑자기 멍해졌다.
아니..한 대 얻은 맞은 기분이었다.
동업자 아저씨와의 일에 대해 말할줄 알았는데..
이건 또 왠 뒤통수?!!!
...
설마!!...
...
...
에이~ 아니겠지.
..
아닐꺼야..
...
친한 후배로서 이쁘고 귀여우니깐 호감의 뜻에서
좋아하고 사랑하고..뭐 그런거겠지.

"어휴..선배. 그까짓 얘기 가지고 그러세요?
우린 친한 선후배 사이인데 선배가 후배
좋아하고 사랑하는게 당연한 거죠."

하지만 강쇠선밴 확실히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
잔인했다.

"나 말야.. 너 좋아한다구! 자식아..왜
말길을 못알아들어? 내가 내입으로 내가
게이라는걸 말해야 겠어? 나 너 남자로서
사랑하고 끌린다 말이야.."

뜨아~
'마른 하늘에 날벼락'란 속단 이럴때를 두고 하는
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술 취한 강쇠선배의 목소리는 너무나
컸다. 놀란 포장마차 아저씨가 눈을 땡그라니 뜨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게 아닌가?
이를어째..
아..
강쇠선배 입에서 저런말이 나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제 그 아저씨와 일 치룰때는 분명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고 말했었는데..
'사장님..전 게이가 아닙니다!!'라는 말 분명히
들었었다.
과연 강쇠선배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내게 하고픈 얘기가 동성애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날 사랑한다는 것이었단 말인가?!!
아님..진짜 취해서 그러는 건가?!!
아니,아니, 취했다고 이게 그냥 불쑥 튀어나올 말도
아니고..
...
으앗!
이럴게 아니라..
여기서 빨리 빠져 나가는 게 나을것 같았다.
아까부터 계속 포장마차 아저씨가 우릴 이상한 눈
으로 보고 있었다.
빨리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데..
으익!
강쇠선배가 날 갑자기 확 안더니 나에게 키스를
할려고 그러는게 아닌가?
난 취한 강쇠선배를 억지로 떼어내며..

"아하..아저씨 선배가 많이 취해서 그래요.
별뜻 아니니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내 말이 더 우스웠다.
별 뜻 아니라니.. 게이라는 단어가 벌써 나와바렸는
데..
난 강쇠선배를 억지로 끌고 밖으로 나왔다.
끝까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포장마차 아저씨
에게 계산을 치르고 다시 강쇠선배에게로 갔다.
그는 술이 떡이 되어 뻗어있었다.

...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강쇠선배가 날 사랑하고 있었다니..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방에 뉘인 강쇠선배를 난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람 심란하게 해 놓고 잘도 자고 있었다.
도대채 전혀 그런 구석이 없었던 선배였는데..
참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그 동안의 강쇠선배와의 일을 떠올려보았다.
사실..강쇠선밴 친구가 많지 않았다.
일주일에 몇일씩은 꼭 나한테 와서 자고가곤 했
는네 난 그것이 단지 강쇠선배의 빈대습성 때문
인걸로 알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강쇠선밴 지금껏 하루에 한번씩이라
도 나하고 접촉 안 한적이 없었다.
찾아오든 전화를 하든 항상 날 귀찮게 한 건 사
실이었다.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가끔씩 강쇠선배가 날 물끄러미 바라만 본 적이 있
었는데 그 모든것들이 다 날 사랑하기때문에 그런
거였을까?
또 그렇게 생각하니 그런거도 같았다.
강쇠선밴 정말 날 사랑했지만 내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말을 못한거였고..더우기 내가 게이라는것
도 모르고 있었고..
아!!
그러고 보면 강쇠선밴 정말 용기있는 사람이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취했어도 그렇지..나라면 엄두도 못낼 일
이다.
그 정도의 용기를 불러 일으킬만큼 날 사랑하고
있었다니..가만 생각해보니 괜히 감동스러웠다.
아..
난 벅차 오르는 가슴으로 자고 있는 강쇠선배의
모습을 한번 더 바라봤다.
음..지금보니 잘 생겨 보이기도 하고..귀엽기도
하고..퉁한데다가 물건도 크니..키우면 쓸만할
것 같기도 하고..
안돼! 안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나에겐 수위아저씨가 있는데..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고 해도 나하고 두세살 차이
나는 선배는 좀..
사랑한다는 한마디에 벌써 내가 맘이 흔들리다니..
..
그때였다.
자고 있던 강쇠선배가 몸을 뒤척이며 입을 오물거
렸다.
잠꼬대를 할 모양이었다.
'뻔뻔아..사랑해'하는 잠꼬대가 입에서 금방이라
도 튀어나올것 같았다
하지만..

"음냐..음냐.."

끝이었다!
흠...
...
근데..한가지 의문스러운건 왜 그동안 강쇠선배가
게이이면서도 그 수많은 잠자리를 같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만지지 않았을까 하는 거였다.
나야 물론 강쇠선배의 평소 행동이 하도 괘씸한것
도 있고 해서 그에게 끌리지 않아서 그랬다지만
나를 그토록 사랑했다면 내가 잘때 내 자지 한번쯤
만져볼만도 한데..
너무 순진해서 그랬던 걸까?
그때였다.
강쇠선배가 몸부림을 치며 나를 부둥켜 안으려 했다.
그래 그래..오늘은 특별히 내가 안아 주지..
난 술냄새가 진동하는 강쇠선배를 살며시 안아주었다.
제법 퉁퉁한게 안으니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처음으로 부둥켜 앉고 우린 잠을 청했다.




잠에서 깨어난 강쇠선배는 괜히 혼자서 어색해하며 안전
부절 못하고 있었다.
슬거머니 내 눈길을 피하다가도 괜한 헛기침을 해대곤 했
는데 분명 어제 자신이 나에게 한 행동이나 말들을 다 기
억하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속 아프지 않으세요?"

나의 물음에 꿈쩍 놀란듯 돌아보는 강쇠선배의 얼굴이
붉으스름했다.
귀여운 것..
부끄러워 하고 있잖아?

"내가 어제 실수 많이 했지..?"

"실수요?..안 했어요. 강쇠선배가 게이라는
것과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거 외에는.."

강쇠선밴 화들작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아니..감출수 없을 것이다.
강쇠선배 얼굴은 아주 빨게져 있었다.
내가 이렇게 대놓고 말할 줄 몰랐을 것이다..

"강쇠 선배.."

내가 조용히 불러도 강쇠선배는 바라보지 못했다.

"너무 어색해하지 마세요.
저..그 날 강쇠선배랑 그 동업자 아저씨랑 하는거
다 봤는데요 뭘.."

으익~!
혹시 난 악마가 아닐까?
이런 이야기를 이토록 뻔뻔스럽게 대놓고 말하다니..
강쇠선배는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픈 얼굴이었다.
내가 한마디만 더 하면 곧 입에 거품이라도 물 듯 얼굴빛
이 불그락 푸르락거리고 있었는데 화가 나서 그러는건지
난처해서 그러는건지 구분이 잘 안되어 보였다.
하지만 이에 질세라 난 좀 더 뻔뻔스럽게 그리고 밉살스
럽게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강쇠선배같은 사람들 이해해요.
전 동성애를 이해 못하는 구식이 아니거든요."

더욱 난처해진 강쇠선배의 얼굴..
자신이 뭔가 커다란 실수를 했다는 듯한 불안감이 순식간
에 얼굴에 나타나고 있었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
난 더 지독한 게이놈이랍니다...
하지만 지금은 강쇠선배에게 분풀이 좀 해야겠네요..
..
강쇠선배를 놀리는 것이 쬐금 미안하긴 했지만 그 동안의
강쇠선배로 인해 생긴 그 분을 생각하자니 아직 모자란
듯 싶었다.
생각해보면 강쇠선배는 얄미운 구석이 많았다.
그 동업자 아저씨랑 할때는 '전 게이가 아닙니다.' 라고
말하며 내숭을 떨어놓고 이제와서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는건...음..정말 괘씸하기 짝이없는 일 아닌가?

"강쇠선배 너무 힘들어 하지마요..세상이 많이
낳아지고 았잖아요?"

음..좀 잔인한가?
하지만, 난 강쇠선배의 그런 불쌍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기로 했다.
도리어 난 그의 가슴에 비수를 꼿는 마지막 결정타를 날
리려 마음을 먹고 있었다.
입을 열려고 하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때르르릉.."

하필 이런때에..

"여보세요?"

우리 자기였다!
수위아저씨!
목소리만 들어도 흥분되는 것 같았다.

"뻔뻔군..자네가 보고싶어 전화했네.."

"아아..네에..자..잠깐만요."

통화를 하기엔 강쇠선배가 너무 거슬렸다.
난 그를 뒤로 한 채 방을 빠져 나왔다.

"왜? 전화받기 곤란한가?"

"아..아니요. 괜찮아요.."

"오늘 마치고 자네 자취방에 들러고 싶은데 괜잖은가?"

괜잖다 마다요!
대 환영입니다...

"네에..그러세요."

난 수줍은 듯 조용히 얘기했다.

"곧 마칠거네..1시간 후에 자네에게 가겠네."

아..1시간 후라..
1시간!!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뻐근해져왔다.
..
확실해졌다.
아까 못한 그 결정타를 강쇠선배에게 확실히 써야될 이유
가 생겨버린 것이다.
강쇠선배가 집을 비워줘야 한다.
강쇠선배가 충격을 받고 집을 나가야 되고 1시간
후에 난 수위아저씨랑 즐겨야 되고..망설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난 슬며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강쇠선밴 여전히 침통한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난 강쇠선배 들어라는 듯이 말을 흘리대며 내뱉었다.

"남자랑 하는게 좋을까? 이해가 안 되네.."

나의 잔인무도한 말 한마디..
아마 지금 강쇠선배의 가슴은 갈갈이 찢어지고 있을것이다.
잔득 위엄이나 부려왔던 후배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는건
고문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음 내가 좀 심했어..이 마지막 멘트는 하는게 아닌데..
하지만 너무 고소하군!
난 통쾌한 마음으로 그를 씩 돌아 보았다.
...
으잉?
근데!!
강쇠선배가 씨~익 웃고 있었다.
화가 나서 실룩씰룩거릴줄 알았는데 되리어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갑자기!
내 뒤통수를 냅다 내리갈기는게 아닌가?!

"아야!!"

으잉? 이게 아닌데..?
뭔가 아니다라는 느낌을 떨치지 못한 채 난 강쇠선배를
바라봤다.
그의 표정은 침울하기는커녕 어느새 아주 밝아 있었다.
그리고는 하는 말..

"명랑한 놈!.."

명랑한 놈?!
무슨뜻일까?
나의 속셈을 다 알아차렸다는 뜻일까?
혹시 수위아저씨랑 통화하는거 들은거 아냐?!!
으익~!! 그러면 안되는데...
아니,아니.
들어도 상관없는 통화 내용인데..도대채 갑자기 기세등등
해진 이유가 뭐지?
강쇠선배는 밖으로 훌쩍 나가버렸다.
가소롭다는 듯 날 쓰윽 쏘아보며 비웃기까지 했다.
난 은근히 불안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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