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선생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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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거라."

국어 선생님이 말 문을 열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를 일으켜 세운 국어 선생님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기술 선생님에게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한선생님 얘기가 무슨 얘긴지 다 압니다.
전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이군요.."

국어 선생님은 천천히 교사실을 빠져 나갔다.
축 처진 그의 넓은 어깨가 그 토록 처량해 보일수
없었다.

"김뻔뻔."

기술 선생님이 부르자 난 그를 쳐다 보았다.
그의 모습은 한결 냉정을 되 찾은 모습이었다.

"가거라.."

"네?"

"가래두..내 앞에서 썩 꺼져."

아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었지만 이젠 막상 가라고
그러니까 왜이리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것일까..

"선생님?"

뭔가 잘못 돼었다는 생각에 난 그를 다시 한번 더
불러보았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기술선생님은 여지없이 내
귀를 잡아 끌고 가서 내게 몽둥이 찜질을 해야만 하
는데..
그의 눈빛엔..아까 너무 흥분한 탓이었는지 눈가에
살짝 물기가 맺힌 그의 눈빛엔 감당 해내기 힘든 실망
으로 가득차 있는 듯 했다.
이런 모습 처음이었다.
날 포기하시는건가..
나 같은 밑바닥 문제아는 더이상 훈계나 가르침 따윈
필요 없단 말인가..
쇳덩어리로 짓이기는듯 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는 나의 부름에 아무말이 없으셨다.
나와의 눈길을 피하신 채 말 없이 돌아서서 교사실을
빠져 나가셨다.
국어 선생님 못지않게 그의 뒷모습도 몹시나 처량해
보였다. 그토록 당당하셨던 기술선생님의 처진 어깨는
너무나 낯설어 보였다.
선생님..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알수 없는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렀다.

..

이튿날, 갑자기 국어 선생님이 안 보이셨다.
몇일이 지나도 그의 모습은 더이상 교내에서 찾아보기
가 힘들었다.
난 당장에라도 기술선생님에게 달려가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기술 선생님은 여전히 내게 '김뻔뻔..
숙제 해 왔어?!!' 라며 소리를 꽥꽥 질러 대시며 날
평상시대로 대하셨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어색한 분위기
가 감돌고있었다.
최소한 둘사이에선 분명히 그랬다.
첫째, 그는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시지 않으셨다.
둘째, 그의 모습에서 활기를 찾아볼수가 없었다.
세째, 그 날의 처량한 뒷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후회감이 물 밀듯이 밀려왔다.
의욕적인 한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열성을 빼앗아 버린
것 같은 자괘감이 용솟음 쳤다.
하지만..
아..하지만..
이 놈의 교사실 청소는 언제까지 해야하는거지?
아..미치겠다.
그 일이 있은 후 부터 선생님은 까마득히 잃어버리신
것 같았다. 하루 이틀도 아닌 벌써 한 달 째 교사실을
청소하다니..선생님도 너무 하신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건데..
너무 오래 시키는 거 아냐?
난 너무나 신경질이 나서 그의 책상 힘껏 차버렸다.

"쾅!!"

발길질을 하면 뭐 하겠냐만은 어휴..
난 한 숨을 푹푹 내쉬며 텅빈 교사실을 둘러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방금 발로 찬 기술 선생님을 책상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앗!
이일을 어째?
책상 서랍이 고장 나버렸네!!!
밑으로 빠져 반쯤 너덜거리는 서랍을 난 다시 원래 모
습으로 돌려 놓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어떡해..
잘 되지 않았다.
열쇠로 채워진거라 열쇠를 풀고 다시 밀어 넣지 않으
면 안되는 거였다.
가지 가지로 골을 썩이는구만..
가만?
가만?..가만?
이 서랍..이 열쇠..
난 문득 한달 전 생각속에 빠져들었다.
그래!
분명 선생님은 이 서랍속에서 츄리닝을 꺼내고 잡지도
꺼내셨어! 그리곤 그 잡지를 보며 자위를 하셨지!
아..그때 생각이 또 나는구나..난 정말 못말리는 골
통인가봐..
난 밑으로 반쯤 빠진 그 서랍속으로 손을 슬며시 넣어
보았다.
아..기술 선생님에 대해 낱낱히 알고 싶어..
다 알아 내고 말테야..왜냐?!! 내 사랑이니까...
난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서랍안을 미친듯이 뒤
졌다.
여기있다!!
츄리닝 밑에 깔린 잡지!!
난 얼른 그 잡지를 서랍속에서 꺼내들고 펼쳤다.
일본 잡지였다.
알수 없는 글씨들이 빽빽하게 들어있는..그림은 별로
없고..그냥 일반잡지 같았다.실망감이 앞섰다.
참..나도 미쳤지!
내가 뭘 기대하고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기술 선생님이 이반이기를 바라는 내 자신이 참으로
한심했다.
잡지를 다시 제자리로 집어 넣을려고 하는데 뭔가 밑으
로 나풀거리며 떨어졌다.
뭐지?
잡지 속에서 빠져 나온 것이었다.
난 그것을 주워들어 뒤집었다.
으앗!
이건!!
이건!!!
그 사진은 나이 든 일본 중년과 젊은 청년이 발가벗고
서로를 탐닉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세상에..기술 선생님이..이런걸 보면서 자위를 하셨다
니..갑자기 내 가슴이 쿵쿵대기 시작했다.
난 발발 떨리는 손을 주체 못하고 다시 그 잡지를 미친
듯이 뒤졌다.
또다른 사진이 나왔다!
이번엔 일본 중년 아저씨끼리의 노골적인 섹스 사진이
었다!
또 나왔다! 아니..뭉텡이로 여러장 나왔다!!
아아...난 호흡을 가다듬으며 쉼호흡을 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도대채..기술 선생님은 어떤 분이시길래..
난 다시 그것들을 잡지속에 넣고 그 잡지를 서랍안의
제자리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는 재빨리 교사실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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