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저씨...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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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고 있었을까?
내가 그를 미행한다는 것을...
삼거리슈퍼 옆골목, 엘레강스 미용실맞은편에는 오리온 전파사가 있었다. 두어평남짓되는 조그만 동네 전파사.
온 동네의 고장난 가전제품들을 수리하는 그 전파사가 문을 연지도 3년째.
웃음소리만큼 가슴도 큰 아줌마가 늘 졸고 있는 그 전파사의 안쪽방에는 아줌마의 덩치를 훨씬 상회하는 박씨아저씨가 있었다.
좁아터진 가게에 있는 더 좁아터진 방속에서 밖으로 나오지도 않은채 납땜기를 손에들고 미로같은 회로자판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박씨 아저씨.
아저씨를 처음 만난 건 그러니까 아주 더운 초여름이였다.
그때 난 엄마의 성화에 못이겨 고장난 고물 선풍기를 들고 투덜 투덜 전파사에 들르는 길이였다.
후끈한 열기. 여전히 꼬박꼬박 졸고 있는 전파사 아줌마를 깨워 선풍기 수리를 부탁했지만, 잠이 덜깬 아줌마는 전혀 나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는듯 짜증을 내고 있었다.
"학생 나는 어디가 고장났는지 모르겠어... 내가 고치는 것도 아니고, 잘 설명을 해줘야지... 그래야 내가 아저씨한테 전해주지"
아줌마는 진작부터 나의 설명을 이해하려는 것을 포기하고 있는듯 했다. 밀려오는 짜증. 아줌마와 나의 목소리는 함께 높아갔고, 급기야 아줌마는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학생. 그러면 학생이 직접 저 양반한테 가서 말해! 난 죽어도 무슨말인지 모르겠어"
아줌마는 잠시 나를 째려보며, 전파사 안쪽에 달린 조그만 문간방을 가르켰다. 이런 재수없는 아줌마.
하지만 엄마의 잔소리가 더 무서운 나는 아줌마가 다시 책상에 엎드려 잠잘 태세를 갖추는 모습을 보며, 어기적 안쪽 문간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번, 두번 노크를 하고 헛기침을 해도 그러나 문간방에선 아무 인기척도 나질 않았다. 이런 낭패가...
아줌마는 이미 코까지 골아대며 잠이들어있었고, 나의 짜증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아저씨!"
방안 가득 어질러진 고장난 가전제품들 사이로 마치 웅크리듯 잠들어 있는 아저씨.
난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짧은 머리에 턱까지 이어진 구렛나루, 그리고 둥그런 얼굴 아래로 이어지는 굵은 목선과 목선을 따라 이어지는 튼튼해 보이는 어깨, 하얀 런닝셔츠를 따라 드러나는 통통한 배와 말려올라가 거의 팬티의 모습을 한 짧은 줄무늬 반바지 밑으로 보이는 털이 수북한 건장한 다리까지... 난 어느새 그때까지의 짜증을 잊고 오직 아저씨의 모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코끝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땀냄새.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아저씨의 다리께로 난 다가갔다.
물론 이 갑작스런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을 눌러댔지만 이미 눈앞에 보이는 대상에 대한 나의 욕망은 그것을 뛰어넘는 조심스러움과 대담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 지금 다시 그 순간이 된다고 하여도 난 그렇게할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렇게 숨막히는 긴장속에서 나는 조금씩 조금씩 아저씨의 몸쪽으로 다가갔고, 또 그렇게 짧은 반바지 사이로 보이는 사각팬티를 그리고 그 아래에 보이는 검은 무언가를 보고말았다. 정신을 잃은걸까?
아저씨의 늘어진 물건이 팬티사이로 보이는 순간 나의 남아있던 자제력은 말끔히 증발해 버렸고, 어느새 나의 손은 그 조그만 팬티틈사이로 향하고 있었다.
손가락아래에서 느껴지는 아저씨의 두툼한 허벅지의 감촉.
까칠한 털들이 느껴지고 무언가 불룩한 것에 닿았다고 느껴지는 순간. 일은 일어나고 말았다.
"누구세요?"
조금의 기척도 없이 아저씨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빠르게 나의 손은 아저씨 팬티로부터 나와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아....예.... 전...선풍...기를 고치러 ..왔는데요."
"예...그래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일까? 마치 겨울잠을 막 깨고 일어난 곰처럼 아저씨는 머리를 긁적이며, 나를 바라보며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디가 고장났는데요?"
느릿느릿한 얼핏 느껴지는 경상도 사투리.
어느새 난 고객의 입장으로 돌아가 있었고,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으며 선풍기의 고장 부위를 설명했다.
고장난 선풍기의 프로펠러만큼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저씨. 하지만 아저씨에게 설명을 하면서도 나의 눈은 런닝밖으로 빼꼼히 튀어나온 아저씨의 검붉은 젖꼭지를 곁눈질 하고 있었다.
"예. 알겠습니다. 내일 오후까지 고쳐놓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뛰듯 전파사를 나오며 난 '다행이야'를 수십번 외쳤지만, 그날이후부터 난 하루종일 가게문을 닫을때에나 얼굴을 내미는 오리온전파사 박씨아저씨를 보기위해 전파사를 서성거리다가 어저씨의 퇴근길을 미행하는 그리 다행스럽지 않은 일상을 맞이하고 말았다.
그해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그렇게 난 오리온전파사 김씨 아저씨의 스토커가 되어있었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스스로도 고통스런 시간이었건만 이상하게도 그해 여름 난 아무 더위도 느끼질 못했었다.
그날 그렇게 아저씨를 만난 이후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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