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우연과 인연`-고수와 권상우를 꼭 닮았던 그 아이(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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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Y고의 한은경 알지. ``
 ``한은경??? ``
 
 난 그 이름 석자를 듣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물론 당연히 기억한다. 아니 잊을 수가 없다. 그애는 내가 고교때 짝사랑했던 여자아이였으니까...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시험 기간이라 수업이 일찍 끝난 어느 날, 그애를 만나러 그애의 학교가 있는 안양까지 찾아갔던 일.
 그 학교는 사실 내가 처음에 지원했던 고교다. 예고 연기과를 지원하려면 하다못해 연기 학원이라도 다니면서 늦어도 중 3 초기부터는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는데 나는 2학기에 가서야 진로를 결정했던지라 보기 좋게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 학교 선생님들 앞에서 실기 시험을 보는데 나를 마땅치 않다는 눈길로 바라보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이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결국 내 원래 특기를 최대한 살려 다른 예고로 지원했고 그제서야 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은경이는 내가 고 1때 우연히 같은 학원을 다닌 것을 계기로 알게 됐는데 나처럼 예고를 다닌다는 공통점과 내가 처음에 가려고 했던 학교를 다닌다는 묘한 인연, 게다가 깜찍하게 예쁘고 성격도 좋아서 나는 그애에게 남다른 감정을 느꼈고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지금도 어제 본것처럼 선명히 기억나는 그애의 귀여운 미소와 덧니...
 
 난 그애를 무척 좋아했기에 꽃까지 사들고 찾아가기도 힘든 그곳으로(안양이 내가 사는 곳과 정반대인지라 가는데만 한시간 반은 족히 걸렸고 버스에서 내려 개천을 따라 헥헥거리며 언덕을 오르던 기억도 떠오른다-학교가 약간 언덕에 위치-지금 생각해 보면 통학하기 힘들어서라도 입학 안하길 잘했다고 봄) 갔다가 전교생의 시선을 받아 엄청 쪽팔렸던 기억이 그순간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사복을 입은 낯선 얼굴의 또래 아이가 그 황량한 학교에 꽃다발 들고 등장해서
 ``저, 혹시 한은경이라고 2학년 학생인데 아세요. 아시면 잠깐 불러 주실래요. ``
 라고 했으니 어찌 조용할 수가 있겠는가? 내가 말을 걸었던 아이는 마침 은경이와 같은 반이었는데 그애는 내 말을 듣더니 놀란 눈빛으로 나를 위아래로 훝어보더니
 ``예, 저와 같은 반인데요. 그런데 은경이와는 어떤 사이세요? `` 라고 말하며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미소를 짓고는 교내로 뛰쳐 들어 가더니 ``야, 한은경 너 어떤 남자가 꽃다발 들고 찾아왔어. `` 하는 외침이 내 귀에까지 다 들렸다. 단 몇분도 안돼 은경이가 홍당무가 된 얼굴로 급히 내게로 다가왔고 그애는 내가 무슨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건물 뒷편에 있는 매점으로 황급히 날 끌고 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 `우우`하는 소리, 창문마다 고개를 내밀며 눈을 반짝이던 얼굴들... 난 그 순간 내가 큰 실수를 했음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순간들... 그런데, 성호 녀석이 그애를 어떻게...
 
 ``니가 은경이를 어떻게 알아? ``
 ``나 은경이 친구야, 같은 Y고를 다닌, 너 학교로 은경이 찾아 왔을 때 봤었어. ``
 난 그 말을 듣고는 더이상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같은 Y고, 그것도 친구라고... 어떻게 이런 우연이... `
 하지만 놀랄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니가 어떻게 기억해. 그게 언제적 일인데. ``
 ``나 너한테 말건적도 있었는데 기억 안나. ``
 이건 또 뭔 소린지...
 ``사실 나 은경이 평소에 좋아하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어떤 남자애가 꽃다발까지 들고 은경이를
찾아왔다길래 어떤 녀석인지 맞짱 뜰 생각하고 가까이 가서 관찰했지. 너 그때 무진장 수줍어 보였는데... ``
 난 대답은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어떻게 이런 악연이...
 ``그리고 너 두번째로 학교로 찾아 왔을때, 마침 운동장에 있다가 너 바로 알아 보고 다가가서 ``은경이 찾아왔죠? ``라고 일부러 말 걸었었는데 그건 기억하냐? ``
그제서야 녀석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 쪽팔렸던 날 이후 두번째로 학교에 찾아갔던 적이 있었다. 은경이에게 지난번엔 미안했다고 같이 분식점에라도 가자며 제안했었다. 은경이는 만나는건커녕 연락조차 힘들었다. 집이 내가 있는 곳과 워낙 먼데다 집에 전화하면 항상 무서운 은경이 오빠와 부모님이 전화를 받아서 통화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대발이 집안... 지금처럼 휴대폰이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결국 그애를 만나는 방법은 학교로 찾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래서 창피를 무릅쓰고 다시 학교로 찾아갔고 교내로 들어서기도 전에 어떤 녀석이 내게 다가오더니 ``은경이 찾아왔죠``라고 하며 은경이를 불러준 기억이 난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지난번 왔을때의 날 기억하나` 란 생각에 녀석을 한참 빤히 바라 보았는데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뿔테 안경에 마른 모습이었다.
 `이 녀석이 그때 그 녀석... `
 난 성호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그때를 떠올렸다. 아무리 보아도 그때 내가 기억하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던 내게 성호는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다음 편으로... 이 이야기의 16편 이전 내용은 자유 게시판 코너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메일을 주시거나 리플로 달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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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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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루 옴기셔꾸나
재밌게 잘 읽구 이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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