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돼? prolog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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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녀석과 나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우선 경찰에 사실을 알렸지만, 아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는 우선 데리고 있기로 하였다. 병원에서도, 조금씩 녀석의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였다. 확실히 녀석은 시간이 조금씩 지날수록, 편안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듯 했다. 다행히 방학인데다, 마땅히 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생활에 큰 무리는 없었다. 밤마다 녀석을 안고 있어야 하는 게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여자도 아니고, 덕분인지 나의 불면증이 사라졌기 때문에. 아마 녀석을 신경 쓰기 때문에 피곤해져서가 아닐까.

"뭘 보는 거야?"

녀석은 달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정동진의 해돋이 모습이 담겨있는.....

"어? 왜 1월 달력으로 되어있지?"

나는 7월 달이 펼쳐진 면으로 해서 다시 걸었다. 그러자 녀석이 그것을 빼앗아서는 다시 그 사진이 있는 면을 펼쳐서 걸었다.

"짜식..... 맘대로 해"

내 말은 잘 듣고 따르던 녀석이었기 때문에, 나도 녀석이 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가만 내버려 두었다.

"아아~~~ 방학 끝나기 전에 여행이라도 가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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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으로 스쳐지나가는 풍경이 참 보기 좋았다. 특별히 여행 같은 걸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왠지 여행을 떠나보고 싶었다. 물론 그 생각 속엔 그녀가 함께 있었었다. 녀석은 신기한 것을 발견한 아이처럼 차창을 내다보고 있었다. 목적지는 정동진 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한참동안 그 사진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녀석이 마음에 걸렸고, 마땅히 다른데 갈만한 곳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가는 곳이고 해서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런!"

잠깐 잠이 들었다 깬 나는 녀석이 자리에서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조차 못한 일이었다. 이런 곳에서 녀석을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나는 정신없이 열차 안을 헤매고 다녔다. 마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임마!"

녀석을 발견한 곳은 열차의 맨 뒤 칸 이었다. 녀석은 겁이 나지도 않는지 맨 뒤 칸의 난간에 서서 멍하니 열차가 지나오는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 녀석을 발견했을 때의 그런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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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대체 뭐하자는 녀석이야!"

나는 한번 화를 내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무서워지는 경향이 있다. 내 스스로도 그것을 주최 못할 만큼, 하지만 그것은 항상 나를 혼자 만들어 버리는 일이므로, 어느 때인가부터 내가 화를 낸 적은 거의 없는 듯 하다.

"그렇게도 죽고 싶어? 그렇게도 죽고 싶은 거냐고!"

어느 새 나는 녀석의 멱살을 부여잡고 몰아세우고 있었다. 무슨 말을 녀석에게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녀석이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이 너무나 분하고 원망스럽고, 주최하기 힘들 만큼 서글프다는 것을, 내 존재가 녀석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났다. 너무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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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도, 계속 겁을 내고 있었다. 내 말을 잘 듣고 있지만, 분명히 나를 겁내 하고 있다. 나도 내가 그렇게 화를 냈다는 것이 조금은 미안했기 때문에, 어색한 침묵을 계속 유지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새벽에 해돋이를 보러가기 위해선 일찍 자야 했다. 하지만 녀석은 이전처럼 내 품으로 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왠지 허전함이 느껴졌다. 이대로는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다. 겁먹은 녀석은 흠칫 놀라서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잡아 주었다.

"미안했다. 하지만 네가 잘못한거야. 그러니 앞으로 절대 그런 생각 하지 말아줘"

녀석을 곁에 눕혀서 조심스럽게 팔 베게를 해주었다. 생각보다 많이 쑥스럽고 어색했다. 녀석은 잠시 머뭇하다가, 조심스럽게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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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 해가 뜬다!"

고요한 어둠을 뚫고서는 붉디붉은 색이 조금씩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녀석은 그 광경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보고 싶었던 거구나?"

녀석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린 듯해서 조금 기뻤다. 녀석은 내손을 꽉 잡고서는 나를 잡아  끌었다. 기분이 좋아진 듯하니 마음이 놓였다. 조금 더 잘 보이는 곳으로 가려는 듯 했다. 녀석은 어린 애처럼 큰 돌 더미 위에 올라서서는 한참을 쳐다보았다. 왠지 그리운 것을 보고 있는 모습.....

돌 더미위에 서 있기 때문일까? 녀석이 옆얼굴이 바로 보였다. 항상 다른 높이에서 보았는데..... 왠지 녀석의 얼굴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맑은 얼굴이다. 하지만 슬픈 눈을 가지고 있는..... 순간 녀석이 나를 바라보았다.

"키스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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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어색함이 느껴졌다. 녀석이 함께 있다는 게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꾸만 우리를 쳐다보는 듯했다. 하루 종일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나는 녀석과 함께 이곳저곳을 헤매고 있었다. 녀석과 눈이 마주 칠 때마다, 나는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시선을 피했다. 녀석의 얼굴도 왠지 붉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했는지도 모르게 밤이 되었다. 어서 오늘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런 정말 최악이잖아. 잠자리에 들었지만, 녀석도 나도 어색해서, 누울 수가 없었다. 녀석도 어색해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 녀석 혹시.....

"자...자"

어둠 속에 고요함이 흘렀다. 이전과는 다르게 우리는 간격을 두고 떨어져 누워있었다. 숨소리를 내는 것이 왠지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답답하고, 편하지 않은 공기가 계속 나를 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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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법주문에라도 걸린 사람처럼 녀석에게 키스를 했었다. 짧은 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녀석은 내게 키스해달라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녀석에게 남아있는 그리고 녀석이 간직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원했던 것이다. 녀석은 분명히 그것이 아닌 것을 느꼈기 때문에, 지금 저렇게 어색해 하고 당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대체 그 사람은 누구일까? 녀석은 당연히 남자이므로, 여자일 것이다. 하지만 녀석의 팔 베게 습관은..... 왠지 자꾸만 여자가 아닐 거라 생각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저 녀석은 호모가 아닐까? 라고 생각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아 그런 것은 상관없다. 나는 호모가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순간 녀석이 내 품에 안겨오는 것을 느꼈다. 이전처럼 생각하면, 이상할 것이 없지만,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거부해야 하는 것인가? 녀석도 이전과는 다르게 주저 하는 것이 느꼈지만 이내, 품속으로 안겨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우선은 어쩔 수 없다 생각하자. 나는 녀석을 거부할 수가 없다.

왠지 내가 안심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적막하고 답답한 공기가 사라지는 것이, 그래 녀석이나 나에게나 별 의미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내 심장은 그 생각과 다르게 두근거리며 떨고 있었다. 녀석의 손길이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조금은 소름이 끼치는 것이 느껴졌지만, 여전히 싫은 느낌이 아니었다. 그래 평소처럼 일 뿐이잖아..... 나는 내 두근거림을 진정시키려 했다. 하지만 녀석의 손길이 곧 내 입술에 머물렀다.

녀석은 오늘의 일을, 아니 오늘의 키스의 느낌이 다름을 느낀 것일까, 자기가 원했던 것이 아닌 것을 느껴서, 확인하려는 것일까. 갑자기 내 머릿속에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면서 새하얘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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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냘픈 떨림이 내게 전해져 왔다. 나는 두근거림의 의미도 모른 채 녀석의 입술을 탐했고, 그것은 너무나 부드러웠다. 보이지 않는 녀석의 형체 위로, 슬픈 눈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내 숨결은 점점 더 거칠어 졌고, 녀석은 반항하기 시작했다. 괴로운 것일까? 녀석이 기억해내고픈 느낌이 아니어서? 나는 왠지 모른 서글픔에, 녀석을 더욱 거칠게 몰아갔다. 왠지 오늘이 아니면 다시는 녀석에게 나를 전하지 못할 것 같은 모든 게 끝인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자꾸 들어서..... 나는 녀석의 모든 곳에 나의 의미를 새기고 싶었다.

나는 모든 이성을 잃은 짐승이었다. 녀석은 어느 새 발가벗겨졌고, 모든 곳을 내게 점령당하고 있었다. 평생 잊지 못하도록 해주고 싶다는 욕망이 녀석의 입술, 목 그리고 가슴까지 핥아내고 있었다. 녀석의 반항이 거셀수록 나의 손에는 더욱 더 힘이 들어갔다.

나는 많은 여자들을 안았다. 고등학교 적 반항의 시기 때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사랑이라는 것보다는 욕망에 의해 그녀들을 안았다. 하지만 그녀들 누구도 나를 거부하지 않았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즐긴다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녀들은 안으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존재였기에, 나는 어느 정도를 유지 하여야만 했다. 가냘픈 그녀들을 누른다는 것은 폭력을 휘두르는 것 같이 생각되었고, 그것은 곧 내게 절제와 이성에 대해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전혀 달랐다. 내 모든 것을 녀석에게 새겨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전혀 없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녀석이 남자라는 것도 이미 내 머리 속엔 없는 듯 했다.

“네가 원하는 거잖아!”

나는 나의 행동을 정당화 하려는 듯 녀석을 더 몰아 세웠다. 녀석의 작은 손을 이끌어 내 몸의 모든 곳을 만지게 했다. 오랜 시간을 참아서일까..... 녀석의 손길로 내 온몸이 자극되어졌다. 머릿속으로 녀석의 기억속의 있는 그와 했었을 모든 것들이 스치기 시작했다.

“그래 녀석의 것을 이렇게 만졌겠지”

녀석의 손에 단단해 질대로 단단해진 나의 것을 쥐어주었다. 녀석은 흠칫 놀래며 손을
빼려했지만, 나의 손은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녀석은 몸을 더욱 더 비틀며 반항하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의 양팔을 내 무릎 아래로 누른 채, 녀석 위에 올라타고는 물건을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아찔한 느낌이 허리위로 전해졌다. 나는 더욱 더 거칠게 녀석을
향해 몸을 깊숙이 흔들었다. 커질 대로 커져버렸기 때문일까 녀석은 매우 힘겨워 하며
헛구역질을 하였다.

녀석의 그런 모습이 나를 더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맛있는 것을 맛보는 짐승
처럼 녀석의 몸을 탐닉해 나가며, 나를 새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녀석의 피부는 매우
보드라웠고, 달콤했다.

어느새 성난 나는 녀석의 몸속으로 조심스럽게 스며들고 있었다. 녀석의 고통스런 움찔
거림이 느껴졌다. 처음 느껴 보는 그것은 나를 더욱더 깊게 몰아세우고 있었다. 녀석의
모든 것을 독차지 하고 싶어서, 나는 더욱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녀석은 애처롭게
몸을 떨고 있었고, 나의 어깨를 꽉 쥐었다. 그러나 어깨의 아픔보다는 쾌락이 훨씬 더
나를 격렬하게 하고 있었다. 온몸이 이미 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어서, 녀석의 몸 위로
방울져 떨어졌다. 그것은 녀석의 신음, 몸짓과 함께 더 자극적으로만 보였다.

결국 나는 녀석의 몸 안에서 최고의 절정을 맞이하였고, 그대로, 모든 것을 다 쏟아 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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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정신을 차리고 후회 했을 때 모든 것은 너무나 늦어 있었다. 녀석의 얼굴을 쳐다볼 용기도 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오면서, 나의 머리 속은, 나를 책망 하고 원망하는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게, 서울에 돌아오자, 경찰에서는 녀석의 실종신고가 들어왔다고 했고, 나는 녀석을 돌려보냈다. 녀석과 헤어지면서도 나는 그 녀석을 볼 수 없었고, 돌아서고 나오면서도, 녀석이 나를 자꾸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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