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돼? Main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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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며칠 째인지 모르겠다. 이제 밤에 잠을 못 자는 것도 상당히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에이~”

상우는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밖으로 나왔다. 왠지 갑갑해서 일까? 드라이브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 비가 오잖아? 봄비치고는 꽤 많이 내리는 듯 했다. 그래 기분도 쳐지는 데 마침 잘 되었네. 언젠가부터 상우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게 되었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있는 허전함도 다 씻겨지는 듯했기 때문에.

늦은 새벽이었기에, 도로는 한산했다. 언제나 처럼 강변도로를 따라 한강을 타고 달렸다. 왠지 야경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새벽공기도 상쾌하게 느껴졌다. 그래 그때도 이렇게 달렸었다. 그때는 비가 좀 더 많이 왔었을 뿐. 모든 것이 녀석을 우연히 만나게 된 상황과 같았다.

원래 드라이브 코스였지만, 그 일 이후로는 좀 더 돌아서 다니는 걸로 코스를 바꾸었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비가 오기 때문일까? 그래..... 저기에 그 녀석이 서 있었어. 비를 맞으면서 왠지 강물에 뛰어들 것처럼 위태해 보였었지..... 어?

“젠장! 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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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기억나..... 나 여기에 왔었어. 죽으려고 왔던 것일까? 형준은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아 아 안돼. 울면 안 되잖아....... 바보야. 왜? 어째서? 어차피 그와의 약속은 모두 깨져버린걸..... 그리고 가슴이 너무 아프잖아. 그렇게 정말 끝이었을까? 어디에서도 그를 이제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항상 그가 먼저 나를 찾아왔었는데, 내가 어디에 있어도 금새 나를 찾아주었는데..... 그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그의 집에도, 전화도, 결국 나는 이대로..... 이미 시간은 반년이 넘게 지났어, 하지만 그는 내가 이렇게 되었어도 한번도 와주지 않았잖아.....

“야 임마!”

누군가가, 빗속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아 아, 어쩌면..... 하지만 그것은 서툰 기대였다. 숨이차게 뛰어와서는 내 손을 잡았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너 또 한심한 생각하는 거 아니지?”

왜 이 사람은 내 일에 자꾸만 끼어드는 걸까.....  그래 그때도 분명 이 사람의 얼굴을 보았었다. 그 때 그럼,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는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었을지도..... 그렇다면 이렇게 괴롭지 않아도 될지 모르는데. 순간 나는 그의 손을 쳐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온 몸이 흠뻑 젖었잖아.”
약간 슬픈 듯한 목소리였다. 그는 천천히 나를 꼭 끌어안았다. 그의 키가 나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그의 넓은 등으로 내가 젖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렇게 한참동안을 나를 꼭 끌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꼭 울고 싶을 때는 이렇게 내 품에 안겨서 우는 거야.”

갑자기 떠나버린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나는 결국 그의 품에서 한참동안을 울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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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옷이라도 입어야겠다. 너한텐 좀 크겠지만.....”

녀석은 한참동안을 울었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고 하는 듯 했지만, 녀석의 몸의 떨림으로 충분히 얼마나 슬픈지 느껴지는 듯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너무나 궁금하다. 하지만 물어볼 수는 없다. 그것을 생각해 내는 것이 더 괴로울 지도 모르겠다. 혹시 모든 것이 다 생각나게 된 것일까.....

“추워.....”

녀석이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녀석의 약간 불그스레하게 달아오른 얼굴과, 언밸런스하게 큰 T가 묘한 느낌을 주었다. 갑자기 녀석을 괴롭혔을 때의 상황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이상해 진 것이 분명해.....

“자. 이리와 이불 덮어 줄게”

침대에서 녀석을 재울 요령으로 녀석을 불렀다. 순간 당황하는 녀석의 표정이 보였다. 아..... 그런 건가.

“아..... 이상한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순간 내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나는 바보인걸까. 말 재주도 정말 없는가 보다. 녀석은 잠시 머뭇하다가, 침대로 다가왔다. 침착하자 침착해.....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거야..... 하지만 머릿속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 듯 했다. 늘어진 옷 사이로 들어난 녀석의 목과 어깨선이..... 아니, 이런 생각은 하지 말자.

“저기.... 그거 선 채로. 그런 말 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윽!”

추리닝 바람이었기 때문에, 부풀대로 부푼 것은 너무나 확연하게 드러나 있었다. 녀석은 내 것을 가리킨 채 무엇이 우스웠는지 풋 하고 웃음 지었다. 뭐야 좀 전에 울던 그 녀석 맞는 거야?

“저 달력 아직 1월이네. 지금 3월 인거 모르는 거야?”
“.....”
“하지만 저 그림은 좋은 것 같아. 저거 정동진 일출이지? 훗”

조금 분위기가 달려졌다고 할까? 응큼한 생각을 하던 나도, 그리고 슬퍼 보이던 녀석도, 왠지 편해진 분위기가 되었다. 그래 그곳에 너와 함께 갔었어. 그리고 해가 뜨는 것도 보았는데..... 그리고 키스도..... 윽.

“그래 거기서 나를 무지 괴롭혔던 거 기억해”
“그... 그건”

뭐라고 말해주어야 할까? 녀석은 왜 그랬냐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동안 녀석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꼭 내 마음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려 하는 것 같았다.

“나 좋아해?”

뭐? 그럴 리가. 너는 분명히 남자 녀석이라고, 그리고 나도 누구보다도 남자답다면 남자다운 사람인데..... 녀석은 웃음 짓고 있었다. 내 마음을 다 알았으니, 거짓말해도 소용없어. 꼭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아니면 내게 최면을 건 것인가 이 녀석.

“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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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너 요즘 이상해~”
“뭐가?”

웅이 녀석과 함께 드라이브를 왔다. 나는 운전을 못하지만, 녀석은 뭐 거의 못하는 것이 없으니까..... 가끔은 정말 대단한 녀석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 운전은, 뭐 다들 하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웅이는 정말 멋지다. 근데 갑자기 내가 이상하다니?

“남자 생겼지. 너”
“뭐?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너 요즘 살살 웃고 말야, 기분 좋은 녀석처럼. 그리고 분위기도 바뀌었어. 게다가 이뻐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지 그런 말은 머슴아한테 안 어울려. 흠 그래 좀더 귀여워졌다고.... 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예전과 그렇게 달라진 게. 아, 그건..... 누가 조금 카운슬링을 해줘서, 그런 것뿐인데. 효과가 있는 걸까? 아아 맞아 당연히 그래서 그렇겠지. 제이씨가 괜히 멋쟁이일 리가 없지.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뜸을 들이는 걸까.....

“너, 나 꼬셔 볼려고 그러는 거지?”

윽. 그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지. 아아 당황스럽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핫하,. 것 봐 너 역시 남자 생긴 거라니까. 솔직히 불어.”
“뭐?”
“요즘 전화 걸면 맨날 통화 중이었다고 하고, 가끔 내가 만나자고 할 때 바쁘다고 핑계 대고  튕기기도 하고.”

사실 요즘엔 제이 씨와 통화를 하긴 했다. 그렇지만 아주 가끔 씩 이었을 뿐이었고, 요즘 일이 정말 바쁜 것 뿐인데, 혹시 질투하는 걸까? 나....나한테?

“요즘 만나는 사람이 있긴 하지”
“오호. 역시 그렇구먼. 어떤 사람이야? 잘 생겼어? 멋져? 돈도 많아? 물건도 쓸만하던?”
“바보야! 내가 그런 것까지 다 어떻게 알아! 단지”
“단지? 단지 뭐?”
“멋있는 사람은 맞아.”
“그렇군. 잘 해봐라 짜식. 너도 드디어 때가 오는 구나.”
“.....”

녀석에게 질투를 기대한 것이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 한구석이 저며오는 것도, 어떻게 그렇게 너는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인지..... 나와 있었던 일 같은 거, 이미 다 새까맣게 잊어버린 걸까.

“이번 일요일에 뭐해? 같이 럭키월드 가자.”
“싫어”
“뭐? 왜?”
“약속 있어. 그 멋진 사람하고”
“아? 그래? 잘 되었다. 짜식 잘만하고 있구먼. 하긴 저번에도 갔었고, 우리 요즘 너무 자주
만났으니까. 데이트 잘해. 얼른 빨리 해버리라고. 그래야 꽉 붙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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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너무 아파. 깨물진 말라고“
“.....”
“그나저나 나는 연락 안 해 줄줄 알았는데”
“연락해서 불만이라는 건가요?”
“아. 아니야”

원래대로라면 두 번씩이나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이 사람은 그리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니까. 그저 즐기면 되니까.....

“머리 짧게 짤랐네요?”
“아..... 그냥 시원하게.”
“멋진걸요. 훨씬 섹시해 보여.”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쳇 귀엽기는..... 남자들은,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귀여운 면이 있다니까.

“수염 기르면 더 멋질 것 같아요. 구렛나루가 특히 어울릴 거 같아”
“아아 그런가? 응? 전화 왔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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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있잖아, 내일 럭키월드 안 갈래?”
“.....”
“가자. 웅아. 내일 날씨도 되게 좋대”
“너 데이트는 어쩌고?”
“그 사람이 바빠서 다음으로.....”

왠지 분위기가 어색하다. 그리고, 웅이의 목소리가 왠지 차갑게 느껴진다. 항상 반겨 주었었는데, 뭔가 틀려.....

“뭐냐 너, 내가 한가해 보여? 나 지금 남자랑 있다구.”
“어?”
“아앗 만지지마 통화중이잖아!”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끊어버렸다. 더 이상의 소리도, 더 이상의 상황도 알고 싶지 않았다.아 그래, 내가 무얼 기대하는 걸까..... 그때 그냥 조금 화가 났었을 뿐인데..... 데이트 같은건 있지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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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만졌다고.....”
“아, 쇼 한거야. 귀찮게 구는 녀석이 좀 있거든”
“후훗. 너가 다른 남자랑 잘 때 내가 전화해도 그렇겠군”
“.....”
“그럼 이젠 만져도 돼지?”
“내일”
“내일?”
“내일 나랑 럭키월드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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