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돼? Main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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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응?”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 곧 있으면, 11월. 형준이와 사귀고 있는지도, 거의 200일이 다 되어 간다. 서로의 성격 탓일까? 우리는 그 흔한 다툼 한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갑작스런 형준이의 물음이 약간 당황스럽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지? 표정으로는 녀석의 마음을 알 수는 없다. 가끔, 전혀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녀석이 다가올 때가 있다. 지금 역시.....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
형준이 녀석은 갑자기 내 옆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진심을 묻고 싶을 때 녀석은 곧잘 내 눈을 쳐다본다. 눈동자의 떨림이라도 보려는 걸까? 거짓말탐지기처럼?
“그냥..... 가끔 다른 생각이 나서..... 이렇게 나랑 있어도 좋은가..... 해서 말야. 나 역시도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이 마냥 좋지만, 우리는......”
“우리는?”
“아무래도, 다른 연인들처럼 손을 잡을 수도. 다정하게 걸을 수도 없잖아. 연인이기에 누구나 하는 행동들도 우리는.....”
“다른 연인들처럼 하고 싶어?”
“아 아냐... 매번 말했지만, 그런 게 아니고, 나는 그러지 않아도 상관 없는데.....”
가끔은 말은 저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연인처럼 행동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용기 내어 그래 보고도 싶다. 하지만.....
“나도 괜찮아. 어차피 꼭 다른 사람들처럼 해야만 행복한건 아니잖아?”
“그.... 그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역시 부러운 걸까? 그래 뭐, 한번쯤은 나쁘지 않겠지.
“앗. 저기.....”
“네가 그러면 더 이상해. 그냥 자연스럽게 걷자”
가볍게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팔짱을 껴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어깨동무일 뿐인데, 괜찮지 않을까. 약간 붉어지는 형준이의 얼굴이 보였다.
“바보..... 나는 그냥 나랑 있어서 행복한가 묻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나?”
행복..... 이라는 거. 글쎄 정확히 무엇이 ‘행복’이라고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너를 만나는 것이 즐겁고, 너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고, 가끔은 이렇게 네 맘을 잘 헤아려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 상우 아냐?”
“어? 종혁아.”
어느 샌가, 형준이는 슬쩍 내 손을 피해 옆에 서 있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약간은 당황스러운..... 아, 방금. 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런 것이었나. 내 마음.
“뭐야. 난 애인이랑 같이 걷는 줄 알았네.”
“.....”
애인이다. 내가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소개해달라고 하던 너에게 보여주고픈 그런 사람이야. 그렇지만.....
“너네 그러고 다니니까. 꼭 무슨 호모들 같다 야.”
종혁이 녀석은 그저, 우스개 소리를 한 것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걸까. 하마터면,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 뻔 했다. 이런 상황 왠지 싫다.
“어디 가는 길이야?”
“아, 나야 미팅이지 미팅. 오늘.... 아 나 늦었네, 그럼 담에 보자.”
언제부터, 절친한 친구 녀석이 불편해지게 된 걸까. 한동안 술자리도 같이 못하고, 녀석을 챙겨주지도 못했다. 많이 서운할 텐데..... 아? 형준이 녀석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꼭 내 속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 행복한걸까? 상우 형.”
==============================
“영화 재미있었지?”
“응”
신이 녀석이 짧은 대답으로 또 말을 끊는다. 사실은 야! 말좀 해라. 짜식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뭐..... 그냥 놔두자.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신이는 약간 변했다. 이전보다 말도 줄어들었고, 약간 힘이 없는 그런 모습으로 보인다. 물론, 녀석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버림 받았으니, 그 상처가 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거냐? 바보자식 벌써 몇 달이 지났단 말야.
“우리 뭐할까? 응? 신아 너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글쎄.....”
“좋아 좋아. 그럼 샌드위치 먹으러 가는 거야.”
내가 과연 잘한 짓일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대로 그냥 계속 만나게 두는 것이 좋았을까? 하지만, 그렇게 둘 수 없었잖아. 녀석은 순수하고, 착하기 때문에..... 상처 받을 것이 분명하니까 더 깊어지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옳았던 거야.... 하지만 그렇게 매번 내 행동을 정당화시켜도, 마음속의 빈 공간은 왠지 채워지지 않는 듯 했다.
“웅아?”
“뭐? 말해.”
“너, 왜 나랑 사귀는 거야?”
“응?”
“너, 좋아하는 타입 나 아니잖아. 내가 아는 걸. 네가 좋아하는 타입은.....”
녀석이 매번 묻는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못 들은 척 했었다. 마땅한 대답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 사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왜..... 동갑이니까 편하고, 그리고, 너는 왠지 지켜주고 싶다고 해야 할까? 그런 마음이 드니까.”
“.....”
“너는 싫은 거야? 나랑 사귀는 거.”
잘은 모르겠지만, 신이 녀석이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조금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너를 아끼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하지만.....”
나한테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 걸까. 그래도, 이전보다 더 많이 널 생각해주고 있어. 널 많이 더 걱정해주고 있다고, 우리 사귀고 난 후에, 나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사실 네 녀석의 그렇게 가라앉은 모습, 더 보고 싶지 않아. 좀 기운 좀 내라. 그럼 언제든지 다시 친구로 되돌아 갈 수..... 어? 나 무슨 생각 한거지?
“이렇게 만나다가 헤어지면, 다시는 웅이 네 얼굴 볼 수 없잖아..... ”
========================
“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마.”
상우 형은 계속 내내 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아무래도, 그런 모습 친구에게 보였으니 신경 쓰일 텐데. 오히려 내가 기분 상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끔은 너무 어리게만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섭섭할 때가 많이 있다. 어느 정도 생각해 주는 것은 좋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형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게 아니라고.....
지금 현재는 매우 행복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다는 것이 즐겁고,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고 싶다. 하지만, 조금 더 앞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아니 현실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면 어떨까? 많은 것들이 생각나고, 그것들은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주체하기 힘들다. 가끔은 그런 것들이 너무나 슬픈 생각으로만 다가온다.
“형준아, 너무 신경 쓰지마.....”
“나 괜찮다니까.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너 지금 잔뜩 우울해져서는 심각한 표정 짓고 있는 걸.”
아니라니까. 단지 생각이 많을 뿐이야. 그런 것 따위, 어차피 일부에 지나지 않잖아. 그 형이 말한 거 사실이잖아.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한 것도 아니라고, 나 형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 언제까지나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 그거 정말 허황된 꿈인 거야? 언제든지 끝나 버릴 수 있는 그런 꿈?
"형...준아?"
“왜 자꾸 그러는 거야. 어차피 모든 게 사실이잖아. 우리는 호모라구!”
=======================
“그럼, 친구로 돌아갈까?”
웅이의 말이 왠지 잔인하게만 들려왔다. 그런 게 지금에 와서 가능할 리가 없잖아.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야. 이미..... 난 너를 친구처럼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너에게는 그렇게 쉬운 일인건가. 아아 잔뜩 이런 생각으로만 가득차 가는 내가 너무나도 싫다.
“그러니까 이제 이상한 말 하지마.”
“.....”
“배도 점점 부르고 말야. 아 그럼 시원하게 드라이브 한바탕 뛰자구!”
우리는 자주 드라이브를 다닌다. 그저 시원하게 달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서로 별 말도 없이 그저 계속 달린다. 가끔은 지나치는 풍경에 대해 말을 하기도 한다. 강변을 따라 달리는 것은 우리의 일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되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너무나 편하고, 상쾌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까?
“좋다아~”
한적한 한 아파트 단지 옆의 공터가 바라보이는 길가에 녀석이 차를 대고서는 드러누웠다. 조금씩 해가 저물고 있었다. 너무나도 조용한 그 길가에 흐르는 고요함이 모든 것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듯 했다.
“이거 너가 차면 괜찮을 것 같아서.....”
뭔가를 열심히 바스락거리던 웅이 녀석이 내민 것은 가는 사슬 형태로 엮어진, 팔찌였다. 녀석은 자신의 한손에 차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도 잘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아. 한번 차봐”
웅이가 내 손을 잡아서는 직접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었다. 작은 물방울 형태의 에멜랄드가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마음에 들어?”
“.....”
이런 것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미안해..... 나 미련하게도 계속, 내 생각만 하고 있었구나. 네 마음 생각하지도 않은 채, 그저 나만 상처 입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만 하고 있었던 거야. 아,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걸까.....
“고마워.... 이런 걸 받게 될 줄.... 몰랐어. 정말 기뻐.”
“그렇게 생각해 주다니 정말 기분 좋네.”
웅이가 수줍은 듯 살짝 웃음을 지었다. 저무는 햇살이 녀석의 얼굴에 살짝 비추어졌다. 햇살 때문일까? 계속 웃는 얼굴로만 보이던 녀석의 얼굴이 왠지 진지해 보였다.
“행복해질 수 있겠지?”
“응?”
약간은 쌀쌀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이제 곧 있으면, 11월. 형준이와 사귀고 있는지도, 거의 200일이 다 되어 간다. 서로의 성격 탓일까? 우리는 그 흔한 다툼 한번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갑작스런 형준이의 물음이 약간 당황스럽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지? 표정으로는 녀석의 마음을 알 수는 없다. 가끔, 전혀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녀석이 다가올 때가 있다. 지금 역시.....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
형준이 녀석은 갑자기 내 옆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 진심을 묻고 싶을 때 녀석은 곧잘 내 눈을 쳐다본다. 눈동자의 떨림이라도 보려는 걸까? 거짓말탐지기처럼?
“그냥..... 가끔 다른 생각이 나서..... 이렇게 나랑 있어도 좋은가..... 해서 말야. 나 역시도 이렇게 함께 있는 것이 마냥 좋지만, 우리는......”
“우리는?”
“아무래도, 다른 연인들처럼 손을 잡을 수도. 다정하게 걸을 수도 없잖아. 연인이기에 누구나 하는 행동들도 우리는.....”
“다른 연인들처럼 하고 싶어?”
“아 아냐... 매번 말했지만, 그런 게 아니고, 나는 그러지 않아도 상관 없는데.....”
가끔은 말은 저렇게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연인처럼 행동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닐까?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용기 내어 그래 보고도 싶다. 하지만.....
“나도 괜찮아. 어차피 꼭 다른 사람들처럼 해야만 행복한건 아니잖아?”
“그.... 그래”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역시 부러운 걸까? 그래 뭐, 한번쯤은 나쁘지 않겠지.
“앗. 저기.....”
“네가 그러면 더 이상해. 그냥 자연스럽게 걷자”
가볍게 녀석의 어깨를 잡았다. 팔짱을 껴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어깨동무일 뿐인데, 괜찮지 않을까. 약간 붉어지는 형준이의 얼굴이 보였다.
“바보..... 나는 그냥 나랑 있어서 행복한가 묻고 싶었을 뿐이야”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할 필요가 있나?”
행복..... 이라는 거. 글쎄 정확히 무엇이 ‘행복’이라고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너를 만나는 것이 즐겁고, 너와 이야기하는 것이 즐겁고, 가끔은 이렇게 네 맘을 잘 헤아려주지 못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어 미안하기도 하지만.....
“어? 상우 아냐?”
“어? 종혁아.”
어느 샌가, 형준이는 슬쩍 내 손을 피해 옆에 서 있다. 우연한 만남이지만, 약간은 당황스러운..... 아, 방금. 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런 것이었나. 내 마음.
“뭐야. 난 애인이랑 같이 걷는 줄 알았네.”
“.....”
애인이다. 내가 누구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소개해달라고 하던 너에게 보여주고픈 그런 사람이야. 그렇지만.....
“너네 그러고 다니니까. 꼭 무슨 호모들 같다 야.”
종혁이 녀석은 그저, 우스개 소리를 한 것뿐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걸까. 하마터면, 녀석의 얼굴에 주먹을 날릴 뻔 했다. 이런 상황 왠지 싫다.
“어디 가는 길이야?”
“아, 나야 미팅이지 미팅. 오늘.... 아 나 늦었네, 그럼 담에 보자.”
언제부터, 절친한 친구 녀석이 불편해지게 된 걸까. 한동안 술자리도 같이 못하고, 녀석을 챙겨주지도 못했다. 많이 서운할 텐데..... 아? 형준이 녀석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꼭 내 속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우리 행복한걸까? 상우 형.”
==============================
“영화 재미있었지?”
“응”
신이 녀석이 짧은 대답으로 또 말을 끊는다. 사실은 야! 말좀 해라. 짜식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뭐..... 그냥 놔두자. 사귀기 시작한 이후로 신이는 약간 변했다. 이전보다 말도 줄어들었고, 약간 힘이 없는 그런 모습으로 보인다. 물론, 녀석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버림 받았으니, 그 상처가 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도움이 안 되는 거냐? 바보자식 벌써 몇 달이 지났단 말야.
“우리 뭐할까? 응? 신아 너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글쎄.....”
“좋아 좋아. 그럼 샌드위치 먹으러 가는 거야.”
내가 과연 잘한 짓일까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대로 그냥 계속 만나게 두는 것이 좋았을까? 하지만, 그렇게 둘 수 없었잖아. 녀석은 순수하고, 착하기 때문에..... 상처 받을 것이 분명하니까 더 깊어지기 전에 헤어지는 것이 옳았던 거야.... 하지만 그렇게 매번 내 행동을 정당화시켜도, 마음속의 빈 공간은 왠지 채워지지 않는 듯 했다.
“웅아?”
“뭐? 말해.”
“너, 왜 나랑 사귀는 거야?”
“응?”
“너, 좋아하는 타입 나 아니잖아. 내가 아는 걸. 네가 좋아하는 타입은.....”
녀석이 매번 묻는 질문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못 들은 척 했었다. 마땅한 대답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 사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왜..... 동갑이니까 편하고, 그리고, 너는 왠지 지켜주고 싶다고 해야 할까? 그런 마음이 드니까.”
“.....”
“너는 싫은 거야? 나랑 사귀는 거.”
잘은 모르겠지만, 신이 녀석이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조금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적은 없었다. 하지만, 너를 아끼고,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하지만.....”
나한테 무엇을 물어보고 싶은 걸까. 그래도, 이전보다 더 많이 널 생각해주고 있어. 널 많이 더 걱정해주고 있다고, 우리 사귀고 난 후에, 나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사실 네 녀석의 그렇게 가라앉은 모습, 더 보고 싶지 않아. 좀 기운 좀 내라. 그럼 언제든지 다시 친구로 되돌아 갈 수..... 어? 나 무슨 생각 한거지?
“이렇게 만나다가 헤어지면, 다시는 웅이 네 얼굴 볼 수 없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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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너무 신경 쓰지마.”
상우 형은 계속 내내 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아무래도, 그런 모습 친구에게 보였으니 신경 쓰일 텐데. 오히려 내가 기분 상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끔은 너무 어리게만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섭섭할 때가 많이 있다. 어느 정도 생각해 주는 것은 좋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건, 형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게 아니라고.....
지금 현재는 매우 행복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다는 것이 즐겁고, 언제까지나 그대로 있고 싶다. 하지만, 조금 더 앞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아니 현실을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면 어떨까? 많은 것들이 생각나고, 그것들은 모두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주체하기 힘들다. 가끔은 그런 것들이 너무나 슬픈 생각으로만 다가온다.
“형준아, 너무 신경 쓰지마.....”
“나 괜찮다니까. 왜 자꾸 그러는 거야.”
“너 지금 잔뜩 우울해져서는 심각한 표정 짓고 있는 걸.”
아니라니까. 단지 생각이 많을 뿐이야. 그런 것 따위, 어차피 일부에 지나지 않잖아. 그 형이 말한 거 사실이잖아.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한 것도 아니라고, 나 형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 언제까지나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 그거 정말 허황된 꿈인 거야? 언제든지 끝나 버릴 수 있는 그런 꿈?
"형...준아?"
“왜 자꾸 그러는 거야. 어차피 모든 게 사실이잖아. 우리는 호모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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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친구로 돌아갈까?”
웅이의 말이 왠지 잔인하게만 들려왔다. 그런 게 지금에 와서 가능할 리가 없잖아. 다시 친구로 돌아갈 수는 없는 거야. 이미..... 난 너를 친구처럼 생각할 수가 없으니까...... 그렇지만 너에게는 그렇게 쉬운 일인건가. 아아 잔뜩 이런 생각으로만 가득차 가는 내가 너무나도 싫다.
“그러니까 이제 이상한 말 하지마.”
“.....”
“배도 점점 부르고 말야. 아 그럼 시원하게 드라이브 한바탕 뛰자구!”
우리는 자주 드라이브를 다닌다. 그저 시원하게 달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서로 별 말도 없이 그저 계속 달린다. 가끔은 지나치는 풍경에 대해 말을 하기도 한다. 강변을 따라 달리는 것은 우리의 일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되었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너무나 편하고, 상쾌하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일까?
“좋다아~”
한적한 한 아파트 단지 옆의 공터가 바라보이는 길가에 녀석이 차를 대고서는 드러누웠다. 조금씩 해가 저물고 있었다. 너무나도 조용한 그 길가에 흐르는 고요함이 모든 것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듯 했다.
“이거 너가 차면 괜찮을 것 같아서.....”
뭔가를 열심히 바스락거리던 웅이 녀석이 내민 것은 가는 사슬 형태로 엮어진, 팔찌였다. 녀석은 자신의 한손에 차고 있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도 잘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아. 한번 차봐”
웅이가 내 손을 잡아서는 직접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었다. 작은 물방울 형태의 에멜랄드가 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마음에 들어?”
“.....”
이런 것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미안해..... 나 미련하게도 계속, 내 생각만 하고 있었구나. 네 마음 생각하지도 않은 채, 그저 나만 상처 입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만 하고 있었던 거야. 아, 나는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걸까.....
“고마워.... 이런 걸 받게 될 줄.... 몰랐어. 정말 기뻐.”
“그렇게 생각해 주다니 정말 기분 좋네.”
웅이가 수줍은 듯 살짝 웃음을 지었다. 저무는 햇살이 녀석의 얼굴에 살짝 비추어졌다. 햇살 때문일까? 계속 웃는 얼굴로만 보이던 녀석의 얼굴이 왠지 진지해 보였다.
“행복해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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