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소년 /2/꽃피는 계절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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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소년



*본작은 초특급울트라슈퍼나이스짱코믹서스펜스스릴러SF판타지러브로망로드어드밴처호러틱멜로빅액션섹시에로게이대박소설이 아니다. 그냥 개뻥소설임. 



/2/꽃피는 계절 ... 1




 "겨우 무덤 속에서 빠져 나가는데요? 따뜻한 봄이나 만나서 별장이나 하나 장만하고 거들럭거릴 때도 되거든요!...."
                                        -염상섭 "만세전"中



 이걸로 열번째. 처음 꼈을때의 아찔했던 느낌도 이젠 많이 익숙해졌고 무엇보다 행동이 자연스러워졌다. 처음엔 갑자기 늘어난 바스트와 히프의 무게덕에 균형을 잡는것만해도 여간 고역이아니었다. 게다가 늘 다리 가운데 있던 그것이 없으니 그 허전함이란!

 무엇보다 의상이 걱정이었는데 그 문제는 신령님이 준비해준 하늘색 톱과 아이보리빛 블라우스, 7부 바지, 하얀색 나이스 운동화로 해결이 됐다. 참 준비도 철저하단 말이야. 저분은.
덤으로 신령님은 메이크업까지 해줬다.

 허허. 정말 이게 내몸이라니 믿어지질 않았다. 도대체 이놈의환상적으로 잘짜여진 몸뚱아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색기라는게 워낙 환장할정도여서 여자에게 전혀 관심없는 나 스스로도 만약 나같은 여자가 있음 한번쯤 범하고 싶을정도였다. 으... 게다가 이 얼굴. 딱히 어디가 이쁘다고 말할수없을정도로 모든 부분이 완.벽.히.이뻤다. 아아, 내가 어느덧 공주병의 마수에 걸리고 만것일까. 하지만 난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싸대기를 20만대 갈겨줄정도로 너무나 아름다웠다.

"야, 너무 들뜨지마. 그 변신 장면이 들키기라도 하면 넌 그순간부터 쫑나는거야. 그거 명심해."

"예, 신령님."

"그 소리 듣기 좋다. 한번 더 해봐."

"신령님~"

 난 내모습이 변한걸 확인한 순간부터 이분을 신령님이라고 부르면서 여러가지 가르침을 받았다. 즉 걸을땐 골반을 아주 미세하게 빼주는것이 훨씬 편하다는것과 메이크업의 기초 방법, 긴생머리 손질하는법, 부드럽게 발성하는법등등. 평소 생각해오던'여자'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다니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최후의 강론까지 듣자 신령님은 떠난다고 했다.

"어디로 가시는지요?"

"나야 정처없이 떠돌면서 너같이 불쌍해 보이는 녀석이나 돕고다니는거지 뭐."

"아, 부디 몸건강히 다니세요."

"오냐. 언젠가 다시 만나러 올테니 그때는 거하게 술이나 한잔사놓거라. 난 이만 간다."

"예, 신령님. 살펴가세요!"

 신령님은 그리고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난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닌지 몇백번 확인한 거울을 다시 확인해봤다. 하지만 역시 거울 반대편에서는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미녀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흡! 심호흡을 하고! 신령님은 거짓된 모습은 거짓된 마음가짐으로서 완성이 된다는 진리를 전하고 가셨다. 난 지금부터 철저하게 여자로서 행세를 해야된다. 그리고 난 그 첫발걸음을 떼었다.


 정말 여자로, 그것도 초특급 미녀로 변신하고 나니 주위의 반응이 180도 이상 달라졌다. 나같은거 걸어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던 사람들이 어디서나 힐끔힐끔 쳐다보고 아주 노골적으로다리에서부터 머리까지 쭈욱 훑는 사람도 있었다.

 난 그 시선들을 충분히 즐기며, 특히 얼굴 좀 반반한 사내녀석들이 그럴때는 일부러 가슴을 조금 더 돋보이게 하면서 걸었다.침 질질 흘리는거 다 보인다. 임마들아-_-+



  내가 이 상태로 가장 처음으로 간곳은... 우리집이었다.

 집에 오자 역시 예상대로 현관문은 부숴져 있었고 집안은 풍지박산나 도저히 사람이 살 환경이 못됐다. 내가 다소 서글픈 눈으로 집안을 바라보고 있는데 날 위기에서 구해준 그 옆집 아줌마가 나타났다.

"아가씨, 누구예요?"

"예?"

 앗, 당황했다. 신령님과 연습을 할때는 몰랐는데 처음으로 타인에게 목소리를 들려주는게 아닌가? 어색해. 꼭 남자 목소리가나올것 같다.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달리 내 입에서는 천상 여자 스러운, 그것도 약간의 색기가 묻어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집...에 볼일이 좀 있어서요."

"그래요? 이집도 참 불쌍하게 됐지. 사업이 쫄딱 망해서 어미는도망가고 아비라는 작자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그 앳뙨 총각만 마음 고생 심하게 했어요. 아가씨도 빚 같은거 받으러 온거라면 그냥 돌아가는게 좋을거예요."

 아씨. 난 눈물이 핑 돌려는것을 억지로 참고 아무말없이 집안으로 들어갔다. 필수도구라도 챙겨야지... 깊숙히 숨겨두었던 지갑과 몇몇 옷과 칫솔 같은걸 가방에 꾸리고 난 아무런 미련없이 집을 나왔다.

 이제 난 새로운 인생으로 새롭게 살아갈것이다.


 ... 근데 나 이름은 뭐로 할까? 예쁘면서도 마음에 드는 이름이...음...

 보름달? ... 내가 초승달이니까.

 괜찮네.

 름달이~.

 ... 촌스럽다-_-;;

 내가 이름을 지으려고 막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내 옆으로 차한대가 서더니 클랙션을 빵빵 거렸다. 시끄러. 내가 홱 돌아보자 창문이 내려가면서 한 남자의 얼굴이 나왔다.

"아가씨, 죄송하지만 길 좀 물어볼게요. 아싸병원이 어디에 있지요?"

 오, 괜찮다. 선해 보이는 눈매와 까무잡잡하게 탄 피부가 잘 어울리는 호남형의 젊은 남자였다. 난 최대한 상냥해 보이려 애쓰면서 아싸병원까지 가는 길을 성심성의껏 알려줬다.

"고마워요. 답례로 어디까지 가시는지 태워다드릴께요."

 크, 이맛이야! 남자였을때 어떤 자식이 이런 제의를 해줬겠냐구! 하지만 난 사양의 미덕을 알고 있었다.

"고마운 말씀이지만 사양할게요. 모르는분 차에 함부로 탈수는 없거든요."

 난 그러면서 가슴이 좀 더 그 남자에게 잘 보이도록 살짝 몸을틀었다. 이제보니 이 차, 에쿠스다-_-;;

"저 수상한 사람 아니예요. 하하, 그렇게 첫인상이 나빴나."

 아니, 좋아! 너무 좋아! 이쯤에서 튕기는건 관두자. 솔직히 하루종일 걸었더니 다리가 무지 아프다.ㅜㅜ

"그럼... 저 앞 큰길까지만 신세를 질게요."

 내가 막 옆자리로 돌아가려고 할때 그 남자가 잽싸게 튀어나와조수석 문을 정중히 열어줬다.

"아름다운 숙녀분을 모시게돼 영광입니다."

 오우 닭살. 이녀석 바람둥이 구만-_- 난 고개만 끄덕거리고는 우아한 자태로 자리에 앉았다. 상쾌한 향기가 차안을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에쿠스... 졸라 편했다.

 나와 그남자는 별 말이 없이 큰길까지 왔다. 어라, 이남자. 정말 고마워서 그랬던거야? 딴맘 품고 있던게 아니라? 등쉰! 난 머뭇거리면서 차를 내렸다. 아씨, 괜찮은 남자여는데.

"다음에 인연이 있으면 또 보게돼겠지요."

 난 이렇게 말을 하고 홱 돌아섰지만 아쉬움에 입맛을 다셔야했다. 에쿠스였는데....;;




 난 커피숍에 들어가 지갑과 다이어리를 꺼냈다. 내 현금은 한달 생활비 30만원 정도가 전부였다. 이 돈도 나만이 알고있는 비밀 장소에 숨겨뒀기에 건질수 있었지. 휴. 아무튼 이걸로 앞으로 내가 먹고 살아야할 무엇을 건져야했다.

 일을 하려해도 숙식을 해결할곳이 마땅찮고... 숙식까지 책임져주는곳은 다 거기가 거기고. 정말 세상에 알몸으로 나와 할수있는거라곤 이미 딱딱 정해져있다는걸 알았다.

 내가 이처럼 막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아이스 커피를 쪽 빨아먹고 있는데 문득 내 날카로운 시선에 한 남자가 잡혔다. 밝은 오렌지색 안경을끼고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확실히 알아볼수 있었다.

 신화의 이민우 아니야?-_-

 애네 누나가 우리동네에 살고있다는건 알고 있었고 종종 이민우를 봤다는 목격담이 구전(?)돼 오고 있던터라 그리 새삼스러운건 아니지만 난 연예인 첨봤다. 게다가 나 저 녀석을 생각하면서 자위도 한적이 많을정도로 좋아하고 있었다.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 거렸다. 그 두근거림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졌다. 지금 내 앞으로의 계획 같은건 싸그리 사라져가고 오직 내 관심은 이민우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이 됐다.
 누구랑 재미난 이야기라도 하는 모양인데 남자인듯이 보였다. 난 심호흡을 좀 한뒤 자리에서 당당히 일어섰다. 분명 이민우의자리는 화장실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그리고 이민우의 팔꿈치는 쇼파 옆에 살짝 걸쳐있었고.

 난 조심스레 화장실을 향해 걸어갔다. 최대한 조심히, 하지만 걸음은 좀 빠르게. 그리고 손에는 지갑을 들고. 일부러 넘어진척 하면서지갑을 이민우쪽으로 떨어뜨리던가 그대로 걸어가서 내 그곳에 이민우의 팔꿈치가 닿도록... 

 조심히... 접근을 해서..... 전방에 이민우가 보인다. 거리는 4M...3M... 2M..

"ㅆ...꺅!"

 쒸팍! 정말로 난데없이 이민우 앞에 앉은 인간이 벌떡 일어나버리는바람에 난 엄청 놀래서 발을 살짝 헛딛었고 그나마 유지하던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버려 앞으로 튕겨지듯 엎어져버렸다.

 그런데... 그런데... 하필 내가 엎어진곳이 테이블 위였다. 젠장-_- 엎어질려면 이민우 무릎 위에서나 엎어지지. 그리고 그바람에 테이블위에있던 쥬스가 엎어져 옷이 홀라당 젖어버렸다.

 쪽팔려. 지금 옷이 달라붙고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엄청난 창피를 어떻게 무마해야 되는지가 가장 큰 관건이었다.

 음? 그런데 어째 비웃는듯한 웃음도 안들리는... 난 그제서야 내 옷이 '젖었다'는걸 상기했다. 나... 브래지어도 안찼는데. 어머나.

 난 입을 반쯤 헤벌리고선 날 똑바로 바라보는 한 남자, 이민우의 시선을 느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슴이겠지. 시선을 내리니 젖꼭지까지 선명하게 드러나는게 보였다.

 미치겠다. 이민우뿐 아니라 커피숍 안에 있던 거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이 된듯했다. 난 어쩔줄 몰라하면서(이건 연기다) 화장실로 냉큼 들어가버렸다. 가슴이 아직도 벌렁거리네. 휴,휴.

 예상밖의 상황이었지만 아무튼 이민우에게 내 존재를 어필하긴했을것이다. 난 화장실 휴지를 마구 뜯어 몸에 묻은 물기를 제거시켰다. 확실히 날씨가 건조하니 금방 마를것 같았지만 아까의 그 임팩트는 컸겠지? 흐흐. 거울을 보면서 한참동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는데 갑자기 이민우가 화장실로 들어오는게 보였다! 앗, 설마... 내가 화장실로 간걸 알고... 하지만 난 아직준비가 안돼있다구!

"어? 여기 남자화장실인데요?"

 흠흠... 난 황당해 하면서도 눈은 내 가슴쪽으로 꽂혀있는 이민우에게 아무렇지도 않은듯 슬쩍 여유넘치는 미소를 지어주고는 냉큼 옆에있는 여자화장실로 뛰어갔다.

 휴. 뭐야. 나한테 별관심 없는거였나? 실망인데...

 확실히 거울속의 나는 스스로도 반할만큼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그런데도 그녀석 반응이 왜 저래?-_- 가슴까지 그런 음흉한눈으로 봤으면서 말이야. 음.. 살짝 실망의 한숨을 내쉬면서 화장실에서 나오는데 그 앞에 이민우가 서있었다.

"지갑 여기 있습니다."

 아 맞다. 지갑! 지갑을 내게 건네주면서 이민우는 그 멋진 미소 한방을 날리며 제의를 해왔다.

"커피나 한잔 대접하고 싶습니다."

 오모나. 바라던바다! 하지만 자고로 여자란 튕김이 미덕이요 밥줄이요 생명인법. 난 고개를 45도로 삐딱하게 세우면서 아주 사가지 밥말아먹은듯한 어투로 쌀쌀맞게 말했다.

"누구시길래 그렇게 무례한가요?"

"예?"

 이민우는 완전 벙찐 표정이 됐다. 대한민국 여성중에 날 모르는 사람이 있다니!와 내가 어디가 무례했다는거지?라는 복합적인 감정이 그안에 한데 뭉쳐있는듯한 얼굴이었다.

"전 그렇게 헤픈 여자가 아니예요."

 아싸, 초승달! 잘한다.

"전 사과의 의미로 그랬던거지 다른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정말? 그런데 왜 자꾸 내 가슴은 훔쳐보니?-_-

"뭘 사과하겠다는거죠?"

 두번은 튕기자.

"제 일행 때문에 불쾌하셨지요? 그걸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작업거는건줄 다알아 임마.

"... 그럼 사과만 받도록 하죠."

 오오, 내가 이토록 냉정하고 무자비하며 싸늘한데다 간도 크다는걸 예전엔 미처 몰랐다. 완전 퇴짜맞은 꼴이 된 이민우는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는지 표정이 은근히 일그러졌다. 후후. 나름대로 상당한 쾌감이 있구만. 예전의 나였다면 저 이민우한테 퇴짜놓는 시늉을 한다는 상황 자체가 꿈도 못꿀 그것이 아닌가.좋아, 여기서 조금 더 밀어붙여 완전히 몸이 달아오르도록...

*띠리리리링

 엉? 이민우는 갑자기 폰이 울리자 받았다. 그리고 잠시동안 뭐라고 속삭이더니 폰을 닫고는 뭐씹은 표정을 지으며 날 아쉽다는듯이 바라봤다. 뭐야 저 표정은. 꼭 먹음직스런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먹지 못하는 억울함이 깃들어 있는것같잖아!-_-

"이거 참.. 갑자기 일이 생겨서 가봐야겠네요. 혹시 폰번호라도알수있을까요?"

 없어, 이 자슥아!ㅠㅠ 작년부터 4개월치가 밀려서 이미 옛날에끊기고 독촉장 오고 난리가 났구만. 니꺼라도 알려줘!
 내가 잠시 머뭇거리고 있자 이민우는 내게 다시 뭐라고 한마디하려고 했다. 그때 일행으로 보이는 인간이 이민우에게 다가왔다. 음, 내가 저 인간때문에 그 볼썽사납게 넘어져버렸지-_-+  근데,근데... 저 사람. 굉장히 낯이 익었다.

"안가고 뭐해? 나도 방금 연락 받았는데."

 슬쩍 내 눈치를 보는 그 남자. 어디서 봤는데 누구지? 얼굴은 기억에 남아있는데 도저히 누군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연예인인것 같은데.

"저기, 이거 내꺼 폰번호거든요. 언제 연락주세요."

 이민우는 급히 품에서 뭔가를 꺼내 끄적거리더니 내게 휙 날려주고는 서둘러 카페를 떠났다. 그리고 그뒤를 그 '정체를 알수없는 남자'가 뒤따랐는데 정말 생각이 날듯 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안나는, 뭐스러운 느낌에 기분이 굉장히 찝찝해져왔다.

 게다가 오늘 두번이나 킹카를 놓친게 아닌가?! 물론, 내가 아직 여자의 몸에 익숙하지 않고 만약 그들이 그 뭐시기한 관계를요구해온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다잡은 토끼였는데. 아흑. 난 이민우가 휙 날린 종이 쪼가리를 잡고서는 한참을 깊은 상념에 잠겨들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게 되자 난 다시 냉정하게 내 앞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돈을 쉽게 버는것은... 아무래도 몸을 굴리는 일밖에없겠지? 하지만 그런일만은 피하고 싶었다. 스스로 난 싸구려라고 인정해버리는것 같아 싫다. 난 지금 새롭게 태어났는데 말이야. 음, 그러고보니 이 팔찌를 벗으면 정말 다시 남자가 되는걸까? 난 아직도 신령님이 건네준 이 팔찌로 인해 내가 여자가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나 원래 여자였는데 못된 꿈을 꾼건가?-_-

 하지만 현실, 내 수중에 든 30만원이 날 다시 현상태로 돌려놓았다. 그래.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기어코 살아남아야 되는 현실이다.

 난 카페를 나왔다. 갑갑한 곳에 앉아 궁상떨기 보다는 걸으면서 이것저것을생각해 보고 싶었다. 현재 소유금 29만 4천원. 쳇, 아이스 커피 한잔이 6천원이나 하다니. 사기야-_-+

 투덜거리면서 난 신록이 푸르른 5월의 거리를 걸었다. 아직도걷는게 어색하긴 했지만 역시 주위의 시선을 한몸에 잡으면서 걷는다는건 짜릿했다. 간혹 개수작을 부리는 녀석들도 있었지만난 가볍게 무시했다. 흥, 얼굴도 뭐같은 것들이 어디서-_-++

 한참을 걷다보니 내가 모르는 곳이 나왔다. 여긴 어디지? 뭔가전에 살던 주택가보다 약간 고급스러운 빌라촌 같았는데 난 지리를 잊어먹고 말았다. 젠장-_-+ 그런데 내눈을 확 잡아끄는 무언가가 내 시야안으로 들어왔다.

[옥탑방 월20만원. 보증금X. 여성환영.]

 20만원? 보증금도 없구? 난 솔깃한 마음에 전봇대에 붙어있던종이를 뜯어다 주소를 알아봤다. 두블록쯤 앞으로 가니 비교적수수한 빌라가 나왔다. 여기구나! 보아하니 2층에 건물주가 사는모양이었다. 난 2층 벨을 눌렀다.

"누구세요?"

"옥탑방 보러 왔는데요."

"아, 잠시만 기다리세요."

 문이 열리자 나온 사람은 뽀골뽀골 머리의 아줌마였다. 날 딱 보자마자 음흉한 미소를 입가에 쓱 거는것이 못내 수상쩍었다
-_-+

"아가씨, 혼자 살거죠?"

"네."

 난 옥탑방까지 올라가봤다. 3층짜리 빌라에 붙어있는 옥탑방 치고는 상당히 옥상'은' 넓었고 주변 조망'도' 썩 괜찮았다. 그런데 옥탑방이라고 붙어있는것이... 왜 이리 작단 말이냐?-_-

"저기.. 이게 옥탑방 인가요?"

"한번 봐요. 좀 좁아도 살만은할거예요."

 난 방안으로 들어가봤다. 헐.. 좁은 방 주제에 화장실까지 달려있었다. 게다가 방 구석퉁이에는 작은 싱크대까지!

"각종 공납금은 수돗세를 제외하고 아가씨 부담이고 수돗세는 분담이예요. 살래요?"

 으... 난 잠깐 망설였다. 월20만원에 이런 집 구하는거 쉽진 않을것이다. 게다가 이 위에서 보니 멀리 눈에 익은 큰길이 보였다. 즉, 전에 살던 집과도 그다지 멀지는 않고.. 참으로 여러모로 구미가 당겼다. 어차피 반지하방에서 살고 있었는데 옥탑방이 대수냐?-_-+

 결국 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이름은 별다른게 생각나지 않아 보름달이라고 했다--;;) 여기가 이제부터 내 아지트가 되는것인가? 아니, 한단계 도약을 위한 임시 거처겠군.

 후후...

 초승달, 화이팅이다!
 이곳을 시작으로 더 더 멀리 뻗어가는거야!


...라고 기운차게 마음을 다잡아먹었지만...


 씨방.
 9만 4천원.
 지갑을 털어놓자 허탈감이 온몸을 엄습했다.

 9만 4천원 갖고 뭘하냔 말이닷!
 집은 그럭저럭 해결이 됐지만 뭘 먹고 살고 뭘 입고 살아야 되는걸까. 흑... 전에 살던 집이라도 팔까 했지만 그게 내 맘대로쉽게 될것 같지도 않고,

 에잇 모르겠다. 난 일단 전에 살던 집에서 TV와 냉장고,전화기등의 필수 가전제품만 몰래 가져왔다. 아무래도 여자의 힘에는한계가 있어서 잠시 팔찌를 벗었는데 그 별것없는 몸이 이토록편할줄이야.ㅠㅠ 신나게 집까지 몇번을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완전히 녹초가 된채로 쓰러지고 말았다.

 다음날은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박힌채 방 정리만 했다. 별거없는 살림살이임에도 불구하고 뭐 그리 정리할게 많은지. 청소까지 깨끗이 하고 나자 겨우 사람이 살만한 장소가 됐다. 나도 별깔끔 떠는편은 아닌데 아무래도 여자 혼자 사는 방처럼 보일려면 너저분하게 해서는 안될것 같았다.

 그렇게저렇게 정리가 다 끝나자 난 당장 일할 곳을 알아보러 다녔다. 월20만원이 싸긴 했지만 그돈조차 내지 못할 형편이니아르바이트라도 해야했다. 다행히 근처 PC방 카운터 자리가 비어서 내가 얼굴빨로 미니 단번에 채용이 됐다. 역시 사람은 외모가 되고 봐야한다. 으하하.

 그날부터 채용이 돼 카운터만 보는데 일이 되게 편한것이 아닌가?-_- 카드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손님들이 들어오면 카드를주고 나갈때는 카드를 읽어서 금액 뜨는걸 말해준뒤 돈을 받는다. 세상에 이보다 쉬운일이 있을라구?-_- 담배 연기가 옥의티였지만 공기청정기도 함께 돌아가고 있어서 그다지 불편함은 없었다. 딱 하나 있다면 짖궂은 손님들이 몇명 있다는것. 특히 술취한채 와서 꼬장 부리는 녀석들은 한대 갈겨주고 싶을정도였다.

 그렇게 4일정도 일하면서 PC방 알바도 적응이 됐다. 혼자서 멀뚱히 카운터에 앉아있는게 지루하긴 했지만 주인 몰래 카운터컴퓨터로 치는 고스톱 맛이란... 캬아 >_ 게다가 대부분의 손님들은 내게 친절했다. 개중에는 꼬셔보려고 농락 치는 넘들도 있었지만 언제나처럼 난 무시해줬다. 그러고보니 이몸으로 생활하는것도 이쯤되자 원래의 내몸처럼 편해졌다. 이젠 팔찌를 끼나 안끼나 몸에 거부감은 거의 사라져있었다. 음... 그리고 이건 우연히 알게된 사실인데 나 이쁘다는 소문이 근처에 퍼져서 일부러 날 보기위해 여기까지 오는 사람들도있단다. 이거 내 팬클럽까지 생기는거 아니야?-_-

 아무튼 여기서 받은 월급으로 한숨 좀 돌리고 새로운 일을 찾아보고 싶었다. 아무래도 PC방 알바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아,말타면 종자 부리고 싶다더니. 뭐 내 미모가 워낙 뛰어나다보니까 그 외모를 살리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

 그런데.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것이다.

 5일째 되는날, 그날도 어김없이 일찍 PC방으로 갔다. 나야 뭐 팽팽 남아도는게 시간이니. 그런데 이런! PC방 문은 내려져있었고 이런 종이만이 붙어진채였다.

[함께 일하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사정이 생겨 PC방 문을 닫게됐습니다. -주인백]

 난 한동안 그자리에서 굳어있었다. 빌어먹을... 나같이 지지리도 운없는 놈이 또있을까. 난 내가 여자의 몸이라는 것도 잊고 PC방의 열리지 않는 철문을 발로 쾅쾅 차버렸다.

 씨방!!!!!!!!!!!!!!!!!!!!!!!


"어, 누나. PC방 문 닫았어요?"

 응? 내가 보이지 않는 고함을 지르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나타났다. 아하, 이 넘 왔구나.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인데 가끔 농땡이 치고 PC방에 자주 오는 녀석이었다. 하핫,물론 잘생겼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가봐."

"그럼 누나 월급도 못받는거예요?"

"아마 그렇겠지."

"이런 개나리를 봤나! 내가 괜히 열받네."

 그넘은 한참을 분개(?)하더니 뜬금없는 말을 내게 물어왔다.

"누나 남자친구 있어요?"

"응?"

"누난 너무 이뻐서 남자들이 가만 안놔둘것 같은데."

 예리한넘. 하지만 난 일부러 도도한척 눈을 위로 살짝 치켜뜬채 냉랭한 목소리로 말해줬다.

"없다면?"

"없으면 내가 꼬셔볼까 해서요. 나 사실 누나 보려고 이 PC방다니고 있었거든요."

 귀여운 자식. 하지만 난 표정을 풀지 않았다.

"누나를 어떻게 꼬실건데?"

"모든 정력을 다해서."

 그러면서 녀석은 놀랍게도 쑥쓰러운듯이 고개를 살짝 숙인채 헤헤 거렸다. 잘생긴 녀석이 저러니 참... 기분은 좋네^0^

"까불지말고 학교나 가."

"어차피 땡땡이 깐거 좀 있다 가죠 뭐."

"그럼 있다가. 난 간다."

"앗, 잠깐만요. 누나."

 녀석은 갑자기 내가 가려하자 당황해서 내 팔을 붙잡는다는것이 그만 팔을 너무 높이 쳐들어 가슴을 툭 건드려버렸다. 난 그자리에서 우뚝선채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녀석을 노려봤다.

"아니 그게. 실수였어요."

 호오 실수? 난 일부러 생글 거리면서 녀석에게로 접근해갔다.난데없는 내 행동에 녀석은 멈칫거렸고 그틈을 노려 난 녀석의교복바지 가랑이 사이를 붙잡았다. 탱글거리는 불알과 축쳐진 녀석의 자지가 손아귀에 잡혔다. 녀석은 엄청나게 당황한 나머지 감히 그 손을 치우지도 못한채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사실 나도 내가 이런 과감한 행동을 하리라곤 미처 예상치 못했다. 본능이야 본능--;; 예전부터 저런 교복입은 건강한 고교생만 지나가면 한번 이러고 싶었다. 그꿈을 지금 이룬거지. 흠흠.

"까불지마."

 내 손아귀안에서 순식간에 팽창하는 그느낌을 충분히 즐기고난뒤 난손을 풀었다. 귀볼까지 새빨개진 녀석을 향해 윙크를 한번날려주고 난 그 자리를 유유히 사라졌다.


 아... 그 느낌. 정말 좋네. 집에와서 뒹굴거리면서 생각나는건그 감촉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다른 남자 자지 같은걸 만져본건 그때가 처음이었잖아?-_- 그런데도 그렇게 태연한척했으니. 후후.. 난 팔찌만 끼면 이성을 잃나보다.

 그녀석. 아까 그걸 상상하면서 자위나 하고 있겠지? 그 나이때는 뻔하지 뭐. 쩝. 좀 더 가지고 놀걸. 흐잉.

 그나저나 새로운 일자리도 구해봐야 될텐데. 하아...ㅠㅠ



 다음날, 나는 마음가짐을 새로 하고 벼룩시장 같은걸 세개정도구해다가 뭐 할일없나 주욱 훑어봤다. 당분간 여자옷 이쁜걸 사기전까지는 원래의 나, 즉 남자상태로 있기로 해서 지금 내 옷차림은 런닝 하나에 팬티 한장 걸친 초간편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하필 이럴때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주인 아줌머니가 쓱 얼굴을 내미는게 아닌가?

"아가씨, 집에 있어?"

 끄아악. 문 잠그는걸 잊었다! 아니, 그보다 저 아줌마 매너가 정말 황이네. 시방-_-; 남의집에 멋대로 들어오는게 어딨냐?지가 빚쟁이야 뭐야. 씨부럴.

"아니.. 학생은 누구요?"

"저요? 도,동생이예요."

"누나는 어디갔나보지?"

"네..."

"그런데 여기서 같이 사는거야?"

"아니오. 하룻밤만 신세진거예요."

 진땀난다. 저 아줌마 눈빛이 예상외로 대략 예리했다.-_-

"누나랑 별로 닮진 않았네."

"그,그래요?"

"누나 오면 잠깐 내려갔다 오라고 해줘요."

"네.."

 아줌마가 가자 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섭다, 저 아줌마.
난 작게 욕을 좀 씨바거린다음 대충 츄리닝을 주워입고 밖으로나왔다. 와, 날씨 좋다. 이런날은 놀고 다니는데 딱인데. 내가 그럴 형편이 못돼니...

 문득 예전에 자주 먹던 아이스크림 생각이 간절해졌다. 후줄근한 티하나 주워입고 난 슈퍼까지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갔다.

"응? 아줌마. 메가톤바 없어요?"

"거기 없으면 없는거야."

"아니, 메로나도 없잖아요?"

 뭐 이런 후진 동네가 다있냐? 난 다른 슈퍼까지 갈까 했지만 날이 더워서 더 걷기도 귀찮아졌다. 할수없이 대용품을 찾는데투게더 1500원 짜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난 아이스크림, 특히 떠먹는 아이스크림을 무지 좋아하는데 1500원 짜리도 있었다는건 미처 간파하지못했다. 후후.. 후후.. 후후..

"1350원이죠?"

"1400원인데 1350원만줘. 총각 자주 와야돼. 우리 슈퍼."

"물론이죠."

 아 기분좋다. 난 봉지에 투게더를 넣고 달랑달랑 거리면서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책상 정리하다 500원짜리 발견한 기분이랄까? 흐하하하하. 내가 유쾌한 기분으로 막 슈퍼를 나서려는데안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엄마, 갔다 올게요."

"그래. 너무 늦게 오진 말고."

"예,예."

 슈퍼집 아들네미인가 보지?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별생각없이 그 아들네미 인지 뭔지를 쳐다봤다. 그런데...

"어?"

"어라? 너 승달이 아니냐?"

 흡. 켁! 침이 목구멍에서 걸려 넘어가려 하지 않았다.
 조...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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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옥탑방이나 반지하방 모두 살아본 경험이 있어요.
초승달이 살게된 옥탑방보다는 훨씬 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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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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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령님이 덤으로 메이크업까지 해줬다니 ㅋㅋㅋ
젬나네요...
계속 젬나는 연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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