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연장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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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 공략 퍼포먼스 각축장에서쇼츠 뽑아내기 경연장 된 국감강성 지지층 눈치 보는 의원들1998년 10월 이맘때쯤 농림부 대회의실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야당 소속 A 의원이 다짜고짜 호통을 쳤습니다 국감장에 TV카메라 기자가 왜 한 명도 없느냐며 빨리 불러오라는 것입니다

당황한 농림부 직원들이 황급히 수소문에 나섰고 카메라 기자들이 속속 들어오자 A 의원은 준비해온 퍼포먼스를 시작했습니다 태풍으로 썩은 볏단을 집어 들고 농민의 눈물 을 씻어줄 대책을 내놓으라며 장관을 다그친 것입니다 그제서야 호통의 의도를 알아차린 여당 의원들이 들고일어나면서 소란이 일었습니다

정회가 선포되는 마당에도 A 의원은 장관에게 다가가 볏단을 들이밀었고 이번엔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습니다 뒤늦게 들어온 사진기자들을 위한 2차 퍼포먼스였습니다 기자가 보기에도 민망한 언론 플레이로 A 의원은 언론의 비판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반전은 다음 날 일어났습니다 A 의원 보좌관이 사진기자실을 찾아와 모 신문사 선배에게 감사하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자님 덕분에 우리 의원님 지역에서 떴습니다 볏단 퍼포먼스 사진이 몇몇 중앙지에 게재되면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향이 일었다는 것입니다 상식에 반하든 말든 언론의 비판을 받든 말든 지역 유권자에게만은 인상적인 의정 활동으로 각인됐으니 퍼포먼스는 대성공을 거둔 셈입니다 A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도 이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전주 효자 엘르디움 에듀파크 유신 헌법으로 폐지됐다 1988년 부활한 국정감사가 올해로 38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심도 있는 정책 질의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신 어떻게든 언론의 조명을 받고 지역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려는 그로써 금배지 연장의 꿈 을 실현하려는 의원들의 그림 만들기 각축전이 국감장에서 벌어졌습니다 산낙지에 능구렁이도 모자라 성인용품 리얼돌 을 들고 나온 의원부터 드라마 주인공 의상을 입고 질의하는 의원까지 국감장에서 튀어 보려는 한 건주의 식 의정 활동은 꼬리를 물었습니다 욕 먹어도 튀는 게 낫고 튀어야만 산다 는 정치인의 생존 공식은 여전하나 이를 구현하는 방식은 사뭇 달라졌습니다

그림의 차별성 에 집중하던 과거에 비해 최근엔 강성 지지층을 향한 안면몰수 구애 퍼포먼스 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유튜브의 파괴력이 더해지면서 더욱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얼굴을 국감장에서 치켜드는 의원에게 국민 감정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이 장면이 담긴 쇼츠를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경쟁적으로 공유하고 조롱하며 만족스러워하면 그걸로 그만입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나 극단적인 밀어붙이기 상대방을 향한 저속한 욕설과 비방도 유튜브 속 지지자들을 향한 선명성 어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오죽하면 의원들 스스로 쇼츠 한 편 나왔으니 이제 그만하라 며 자조하겠는가 볏단 퍼포먼스 이후 국감장 풍경도 환경도 많이 변했습니다 유튜브로 국감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고 다양한 입맛에 따라 편집된 영상도 유튜브엔 차고 넘칩니다

마전 양우 내안애 퍼스트힐 불법 계엄과 두 번의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며 국민들의 정치의식 또한 한층 성숙했습니다 하지만 의원들만은 여전합니다

카메라 앞에서 볏단을 흔들던 퍼포먼스가 쇼츠 뽑아내기 경쟁으로 바뀌었을 뿐 금배지 연장의 꿈에 사로잡힌 의원들의 뇌구조는 전혀 달라진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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